인간실격 무삭제판 1
이토 준지 지음, 오경화 옮김, 다자이 오사무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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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을 일본 호러 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가 재해석한 책 <인간실격 무삭제판>이 출간되었다(총 3권). <인간실격>은 읽을 때마다 인상이나 느낌이 다른데 이번에도 그랬다. <인간실격>을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 오바 요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후 다시 읽었을 때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다시 읽었을 때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네 번째로 읽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던가. '내가 감히 누구를 평가할 깜냥이 되나?'라는 생각? 


<인간 실격>은 오바 요조라는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다. 일본 동북 지방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요조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집안 하인들에게 겁탈을 당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남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한 요조는, 사람들 앞에서 광대짓을 하는 외면 아래 숨어 있는 어두운 내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무시했던 사람에게 그러한 내면을 들키게 되고, 이로 인해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이후에도 요조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인생을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기도 하고,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요조는 한결같이 누군가가 자신의 어둡고 나약한 내면을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누군가가 자신의 어둡고 나약한 내면을 알아챈 듯한 느낌이 들면 도망치는 분열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런 모습이 때로는 한심하게도 보이고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토 준지의 <인간실격 무삭제판>은 원작보다 사이즈가 훨씬 큰 대형 판형일 뿐만 아니라 컬러 페이지를 복원해 소장 가치가 높다. 검은색 표지 안쪽에는 원작 표지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 이토 준지의 훌륭한 일러스트를 그대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을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그것도 대형 판본으로 체험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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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덕후 걸 1
사사키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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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노우치 하토코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덕질을 하는 30세 동인녀다. 어느 여름, 코미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하토코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 승강정에서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어렵게 산 동인지가 산산조각이 나는 꼴은 볼 수 없다, 존잘님의 동인지가 공공장소에 뿌려지는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온몸으로 동인지를 감싼 하토코. 눈을 떠보니 그곳은 어제, 그다음엔 그저께, 그다음엔... 무려 1996년이었다. 


돌연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하토코. 체력도 좋고 피부도 좋고, 아직 학생이라서 돈을 벌 필요도 없고(돈을 벌기는커녕 용돈을 받는다!), 중학생 시절에 좋아했던 만화를 리얼타임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 것도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17년 동안 열심히 사모은 만화책과 동인지와 굿즈도 없고, 아직 최신형 컴퓨터와 타블렛 등등이 보급되기 전이라서 그림은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하고, G펜과 원고용지를 사려고 해도 부모님이 주시는 쥐꼬리만한 용돈으로는 어림도 없다(중학생이라서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하토코는 어떻게 덕질 라이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 기적적으로 타임슬립을 해서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새롭게 얻은 기회를 덕질에 쓴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는데, 친구와 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해보니 나라도 과거로 돌아가면 덕질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덕질의 대상이 당시에 좋아했던 만화나 아이돌은 아닐 것 같고, 지금 좋아하는 만화나 아이돌의 과거일 것 같다(이를테면 1996년에 연재를 시작한 <명탐정 코난>이라든가). 너무 재미있어서 2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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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티 11
다카오 시게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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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국적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만화. 일본인 소녀 마리코는 유럽으로 가는 오리엔트 특급열차 안에서 인도 청년 니람을 만난다. 알고 보니 니람은 인도 번왕국의 제2왕자였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니람의 고향인 번왕국으로 돌아간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왕위 싸움. 니람이 왕이 된다 해도 왕국 사람들이 일본인을 왕비로 인정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을 들은 마리코는 걱정에 빠진다. 


그동안 왕위 싸움에 휘말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마리코가 불쌍했는데,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깨닫고 큰 결단을 내려서 후련했다. 니람의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먼저 니람을 놓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도 멋있었고, 그런 마리코를 배신하지 않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마리코를 찾아오는 니람의 모습도 좋았다.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국제 정세가 흉흉했던 1930, 40년대가 배경임을 떠올리면 씁쓸한 기분도 든다. 11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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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 아이러니 3
나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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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전부 두 사람을 동시에 좋아한다. 주인공 리사는 소꿉친구인 치히로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 치히로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후로도 마음을 접지 못하다가, 리사와 치히로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현대국어 교사인 나츠오와 키스를 하게 된다. 그때부터 리사는 나츠오에게 끌리기 시작하는데, 나츠오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나츠오가 리사에게 키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치히로가 리사에게 집착을 보인다. 


거칠게 말하면 양다리를 거칠고 있는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린 막장 로맨스인 셈인데, 두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달달한 로맨스 만화보다 이런 만화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슬프다. 언제부터 한 사람만 한결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비현실적이지는 않아도) 드물다는 걸 알았을까. 양다리를 걸치는 건 안 되는 일이지만, 전부터 좋아해온 치히로와 새롭게 등장한 나츠오에게 동시에 끌리는 리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4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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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정원 3
아키야마 카오리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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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아는데 마음이 도무지 주체가 안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키야마 카오리의 만화 <한가로운 정원>의 주인공 모토코의 상황이 그렇다. 23세 대학원생인 모토코는 64세 사카키 교수를 짝사랑한다. 지난 권에서 모토코는 사카키 교수 앞에서 어렵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사카키 교수는 모토코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취향'과 '사제애'에 불과하다며 거절했다.


사카키 교수에게 차인 모토코는 예상대로라며 괜찮은 척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모토코를 짝사랑하는, 사카키 교수의 조수 타나카는 그런 모토코를 보면서 마음 아파한다. 그런 타나카를 짝사랑하는, 모토코의 대학원 동기 쥬리는 참다못해 모토코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자기 마음을 다른 사람이 멋대로 정의하게 놔두는데?" 대학원 교수와 제자의 사랑이 도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지만, 왠지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용인되었으면 좋겠다. 5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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