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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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좋아한다. 대표작 <오베라는 남자>도 좋았고, <브릿 마리 여기있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작품은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이다(두 작품은 연작이다).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 다음에 출간된 책이 <일생일대의 거래>라서 큰 기대를 품고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길이도 너무 짧고 내용도 빈약하다. 알고 보니 <일생일대의 거래>는 <베어타운>과 같은 2016년작이고, <우리와 당신들>은 2017년작이라고.


이야기는 추운 겨울날, 한 남자가 어느 술집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남자는 얼마 전 암 선고를 받고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 술집을 찾아왔다. 오래전에 헤어진 남자의 아들이 술집 안에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남자는 일만 중시하고 가족들을 등한시했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아들을 책망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다그쳤다. 남자는 술집 안에 있는 아들을 보면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과거의 잘못들을 돌이키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에도 등장하는 소재다. <오베라는 남자>도 그렇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은 돈이나 사회적 지위만을 좇다가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행복을 잃어버린 나이 든 남성, 이른바 꼰대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딱히 그들에게 관심은 없지만,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망쳐왔고 어떤 식으로 다른 집단 혹은 세대에서 재생산되는지에는 관심이 있다. <일생일대의 거래>는 그들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이 더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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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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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개를 몹시 무서워하신다. 어릴 때 아버지(나의 외할아버지)가 개에 물리는 모습을 본 이후로 아무리 작은 개도 무섭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나와 동생은 개가 뭐가 무섭냐며 개의 편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개가 막 좋지도 않았다.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마음을 다해 좋아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일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공감하는 마음보다 부러워하는 마음이 더 든다. 동물의 눈빛, 동물의 소리, 동물의 온기, 동물과 보내는 시간... . 그것들을 아는 사람의 삶과 모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다르고 멀까.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는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등 내로라하는 작가 9인이 각자의 반려동물에 관해 쓴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으며,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카라의 활동 후원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좋았지만, 김금희 작가의 글을 읽을 때 유난히 눈물이 났다. 씩씩하게 잘 지내던 장군이가 언제부터인가 벽에 부딪히는 일이 늘어서 병원에 데려가 보니 실명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이 문장을 쓰는데도 눈물이 난다). 의사는 개가 시각보다 후각이나 청각 같은 다른 감각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앞이 보이는 사람의 말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군이의 마음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장군이를 볼 때마다 측은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는 저자의 글이 나의 마음에도 깊이 박혔다.


다른 작가들이 주로 동물에 관한 추억, 동물을 향한 사랑에 대해 썼다면, 이석원 작가는 동물에 대한 무지와 욕심 때문에 생긴, 일종의 '흑역사'에 대해 썼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인 걸 모르고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들였다가 누나에게 보낸 일, 그 때문에 누나가 원래 기르던 고양이가 새 고양이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불화하는 일 등등... 이석원 작가는 자기처럼 동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심 때문에 동물을 들이는 사람들에게 제발 '기르지 말자'라고 충고한다. 이것도 참 일리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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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 도대체 이야기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듀나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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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의 소설 <둠즈데이 북>을 읽을 때만 해도 흑사병 같은 전염병은 SF 같은 장르 소설에나 등장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상황을 맞고 보니, <둠즈데이 북> 같은 장르 소설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이른바 순문학과 달리 '불순한' 장르로 취급되거나 폄하 당해온 장르 소설의 명예를 회복할 최적기가 아닐까.


SF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인 듀나의 책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는 SF, 호러, 추리, 미스터리 등의 장르물에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식견을 지닌 저자가 현재 장르물 팬들 사이에서 화두인 주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놓는 형식의 책이다. 이를테면 장르물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새 시리즈 주연을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맡는 것에 대한 논쟁이 있다. 어떤 팬들은 새롭게 등장한 여성 중심 서사를 낯설어하고 거부하는 반면, 어떤 팬들은 다양성을 반가워하며 새로운 팬들을 끌어오기도 한다. 한동안 거부하는 목소리가 들리겠지만, 한 번 시작된 변화의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학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휴고상이 제정된 1953년부터 앤 맥카프리가 <용의 간택>으로 중편상을 받은 1967년까지, 이 상을 받은 여성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SF 문학상을 여성 작가가 휩쓸고 있으며, 다른 문학 분야에서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때는 여성 작가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남자처럼 보이는 필명을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남성 작가들이 일부러 여자처럼 보이는 필명을 쓰는 일도 있다. 이 밖에도 장르물이라는 필터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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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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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범죄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시리즈 몇 개만 읽는다. 그중 하나가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다. 한국에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린 <스노우맨>을 읽은 게 2013년이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7년 동안 10권에 이르는 시리즈를 모두 읽었더니, 이제는 범죄 동기나 범인의 트릭보다도 주인공 해리 홀레가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받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는지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폴리스>는 해리 홀레 시리즈 10권에 해당한다. 9권 <팬텀>에서 오랜 연인인 라켈의 아들 올레그를 마약 범죄로부터 구해낸 해리 홀레는 경찰을 그만두고 경찰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라켈과 함께 올레그를 돌보면서 모처럼 편안한 삶을 살고 있던 해리 홀레에게 예전 동료들이 연락을 해온다. 경찰을 표적으로 한 연쇄 살인범이 나타났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다. 해리 홀레는 더 이상 라켈과 올레그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과 옛정이 있는 동료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 마침내 선택을 내린다.


과거에는 속수무책으로 가해자에게 당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서로 지혜와 힘을 합쳐 가해자에게 응징한다는 점에서 결말이 해리 홀레 시리즈답지 않게 밝고 희망찬데, 다음 이야기 예고를 보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신다. 더 이상 나이 어린 여성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이야기는 그만 보고 싶은데(참고로 <폴리스>는 나이 든 남성이 범죄의 표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11권이 그런 이야기일 것 같아서 불안하다. 그래도 11권이 나오면 제일 먼저 구입하겠지. 해리 홀레 시리즈는 재미있으니까. 이게 요즘 내가 범죄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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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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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큰 가방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커다란 백팩에 무거운 물병과 책 여러 권, 노트, 다이어리 등등을 욱여넣고 다니면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가벼운 크로스백 하나만 매고 다니거나 그조차도 잘 안 매고 다닌다. 주머니에 스마트폰과 카드지갑만 넣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물은 목마를 때 사서 마시고, 책이나 노트, 다이어리는 스마트폰 안에 다 있으니 휴대할 필요 없다. 이런 삶을 모르고 그동안 고생시킨 내 어깨와 허리에 미안하다.


네이버 인기 블로그 <우아한 탐구생활>의 운영자 신미경의 새 책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에는 과거 남부럽지않은(?)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가 미니멀리스트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된 계기와 그 과정 및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우아한 탐구생활>의 오랜 구독자이자 신미경 작가의 책을 모두 읽은 충성스러운(!) 독자로서 신미경 작가가 그동안 어떤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에 저자는 몸에 불편한 옷차림도 패션이라는 미명 아래 참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킬힐을 신어야 힘든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난다고 믿었고, 골드나 선명한 빨간색 같은 과감한 컬러를 사용해야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건강을 잃고 보니 내 몸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옷도 내 몸이 불편하면 소용없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채나 디자인을 무시한 채 유행을 좇고 남들 눈을 의식하는 것은 진정한 패셔니스트의 자세가 아니다.


요즘에 저자는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할 옷차림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좇는 옷차림을 많이 한다. 차분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원하므로, 옷차림 또한 블랙이나 네이비 등 어두운 색조를 많이 사용하고 그날 기분에 따라 화려한 색깔의 스카프를 목에 둘러서 포인트를 준다. 이제는 계절마다 옷장 안에 있는 옷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필요도 없고, 옷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쓰지도 않는다. 예전 같으면 쇼핑하는 데 할애했을 시간에, 이제는 좋아하는 취미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저자의 '최소 취향'은 옷이나 잡화, 가구 같은 생활용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 취미, 여행, 독서, 공부 같은 영역에서도 마음이 끌리는 것에 더 집중하고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은 피하거나 덜어낸다. 독서의 경우, 남들이 좋다는 책을 억지로 읽는 데 시간을 들이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이름난 작가이지만 집에는 미술이나 역사책, 요리책 그리고 자신의 책 몇 권밖에 없다. 다른 책들은 전부 전자책으로 읽고, 그조차도 소장하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책은 결국 읽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덜어낸 저자는, 최근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그중 하나가 '하루에 하나씩 사소한 친절 저금하기'이다. 동네나 직장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하기,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잡아주기 같은 작은 배려와 친절은 남도 즐겁게 하지만 나 자신도 즐겁게 만든다. 이 밖에도 닮고 싶은 습관, 배우고 싶은 생각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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