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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의 눈물 ㅣ 라임 청소년 문학 4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휴대폰 사용량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휴대폰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광대역이니 엘티이니, 초고속통신망이니 하는 것들부터 시작하여 최신 기기가 넘쳐나는 세상이고, 길거리 어디에 나가보아도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 천지다.
하다못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의 폰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인 현실이기도 하고.
그런 휴대폰에 얽힌 이야기는 신문에서 또는 책으로도 접하게 되는데...
가령 '고릴라는 핸드폰을 싫어해'라는 글을 보면 핸드폰에 들어가는 원료인 콜탄을 채취하기 위해서 숲을 파헤치기 때문에 고릴라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어 고릴라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여기에 우니나라 모기업에서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는 얘기가 기사로도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서 휴대폰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실을 형상화함으로써 마음을 울리게 하는데 소설의 한 기능이 있다고 하면, 휴대폰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소설도 있겠지만 이번에 읽은 이 '휴대폰의 눈물'은 세 사람의 처지에서 내용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서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한 번 손에 쥐면 그 다음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인데... 원제가 blue gold(푸른 금)이라고 하는데, 이는 콜탄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영어의 원제목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휴대폰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생각이 든다. 잘 붙인 번역 제목이다.
내용은 세 사람의 처지를 형상화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원료 채취단계인 아프리카 콩고 사람인 '실비'
그녀가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인해 성폭행을 당하고 고향에서 쫓겨나며,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 나타난다.
또 다른 하나는 제품 생산단계인 중국의 '레이핑'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그녀가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얼마나 힘든 노동을 견디고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은 제품 소비단계인 캐나다의 '피오나'
그녀는 휴대폰에 자신의 가슴이 나온 사진을 올렸다가 곤경에 처한다. 휴대폰에 아무 생각없이 올린 사진이나 글들이 문제가 되어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경각심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본다.
서로 동갑인 이들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른 경험을 하지만, 이들의 경험은 휴대폰으로 엮여 있다. 그리고 그 휴대폰이 얼마나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 남의 고통을 바탕으로 해서 최종소비자의 손에 들려 있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휴대폰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피오나 역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대폰을 절대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휴대폰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가 알고, 가능하면 윤리적인 소비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잘 사용하는 길...
그것은 우선 아프리카에서 채취 단계에서 윤리적일 것.
두번째는 생산단계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생계와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인권적인 환경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장 환경을 조성할 것.
마지막으로는 소비자로서 윤리적인 소비를 할 것. 즉 휴대폰의 기능에 맞는 사용을 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
휴대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는 물건이다.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간혹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비윤리적으로 채취되고,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는지 이 소설은 세 소녀의 모습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내용이 행복한 결말이어서 읽는이로 하여금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맛도 있고, 그리고 내 손 안의 작은 세계인 휴대폰이 실질적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얽혀 있음을 인식시키는 역할도 하는 소설이다.
또한 윤리적인 소비가 왜 필요한지를 마음에서부터 깨닫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고. 적어도 내가 쓰는 휴대폰에 눈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청소년들... 어른들... 자신의 손에 있는 작은 세계인 휴대폰. 그 휴대폰에 얽혀 있는 세계를, 삶들을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으면 이 소설을 읽으라. 마음에 어떤 울림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