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이야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 모임 지음, 김학수 그림 / 라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이건 간증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힘든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온갖 해법에 대한 말들이 난무하고, 5년은커녕 1년이 멀다하고 온갖 교육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학생들이 무슨 실험용도 아니고, 이것 했다 저것 했다 하는 사이에, 그나마 그래도 성공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교육 결과들이 있으니, 그 하나는 경기도에서 먼저 시작한 혁신학교요, 또 하나가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실시한 자유학기제 실시 연구학교인가 보다.

 

혁신학교는 이미 4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했고 이제는 실험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에도 전파되어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나름대로 검증도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자유학기제 실시 학교는 아직 채 3년이 되지 않는 연구학교, 또는 실험학교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연구학교 또는 실험학교는 나름대로 성공사례를 남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그래야 그 성공사례가 더 퍼질 수 있고, 일반화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유학기제 실시학교의 성공담이다. 마치 종교에서 자신이 이렇게 신을 믿어서 성공했다(?)는 간증이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처음 실시했던 42개의 연구학교 중에서 10개 학교의 사례가 이 책에 나와 있다. 정확히는 12사례지만 두 학교가 중복되니 학교로서는 10개 학교가 맞다.

 

그들 나름대로 학교의 실정에 맞게 운영한 결과를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자유학기가 이렇게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에서 오히려 수업태도가 더 좋아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생겼으며, 교과목끼리 융합 수업을 하게 됨으로써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여 이 자유학기제는 제대로 운영될 경우 지역과 학교가 하나 될 수 있으며, 학생과 교사의 갈등이 사라지고, 학습의 주도권을 교사에서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습부담으로 세상을 저버리는 학생들이 사라질 것이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 실험단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성공사례는 우리를 자유학기제로 이끌기는 하지만, 아직은 사회적 기반이 열악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을 감안한다면, 지역사회의 발전과 자유학기제가 함께 가야함은 명확하다.

 

12개의 사례가 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역시 학교의 상황과 지역 상황, 그리고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서 탄력있게 운영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옴을 알 수 있다.

 

이런 성공 사례를 충분히 칭찬하고, 그럼에도 여기서 삐딱하게 바라보기를 하자.

 

자유학기제 아이들은 공자보다도 낫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로탐색이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한다는 얘긴데, 중1이면 겨우 14세인데, 14세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자유학기제는 조금 빠르지 않나 싶다.

 

공자도 1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학문에 뜻을 세웠다고 하던데(志于學) 성인인 공자보다도 어린 학생들에게 너희들의 앞날에 대해서 고민해봐라 하는 것이 과연 옳을지.

 

공자 때보다도 독립해서 살아가는 나이가 더 늦춰진 현대에 진로탐색은 오히려 공자 때보다 더 빠르다니...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또 중학교 3년 동안 단 한 학기만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가 운영이 되고, 2학년이 되어서는 다시 예전의 교육제도대로 교육을 하고, 고등학교에 가도 마찬가지니,, 중학교에 들어와서 경험한 자유학기제가 평생을 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는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런 일도 있었다 경험하는 정도. 이것이 진정한 진로탐색이고, 자유학기제일까?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는 나이가 되는 조금 늦은 나이, 적어도 이팔청춘이라는 16세 정도에 진로탐색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삐딱한 생각.

 

잘못하면 이런 성공사례가 그냥 성공사례로만 그치고 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자유학기제가 연구학교로만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교육의 성공사례는 계속되어야 한다.

 

작은 물방울들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바위를 뚫듯이, 이런 성공사례들 하나하나가 계속 모이면 우리 교육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감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이런 말을 흔히 하는데, 이 말은 그만큼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런 특별한 인간은 신이 마지막으로 창조하고, 그 기쁨에(?) 휴식을 취했다고도 하는데, 또 신의 형상대로 만들었다고도 하는데... 이런 말이 인간 사회에 퍼져 있는 것 또한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생명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 역시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장구한 시간을 통하여 지구상에 적응해 온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은 진화의 결과이지, 인간이 특별한 존재로 창조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주장이 바로 진화론에서 하는 것이고, 인간만의 특수성에 관한 진화론 이론이 바로 진화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능이 있고, 언어가 있어서 우리들 스스로 자율성을 지니고 무언가를 창조하고 지구를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능력 자체가 진화를 통해 만들어져 왔다고 하는 것. 우리의 지능이나 언어로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기제들이 바로 진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진화심리학이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는 것,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화의 결과라고 하는 것인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은 66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으로 쓰여졌다.

 

과학이 가설-자료수집-검증의 절차를 거친다면, 진화론 역시 과학이기에 이런 절차를 거친다. 이런 절차를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니, 자연스레 분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은 반대되는 자료가 나오면 가설이 폐기된다. 방대한 분량으로 진화심리학을 논증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음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진화의 기본 조건이 바로 생식과 보존이라면, 우리 인간이 자기의 유전자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진화기제들을 만들어왔음은 당연한 일.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한 일들을 특히 성적인 면에서 구체적인 자료들을 찾아 진화심리학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런 자료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성적으로 끌리는 행동이 왜 그런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책의 끝부분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너무도 세분화된 심리학 분야를 진화론과 연계지어, 진화심리학으로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이 융합으로 가고 있는 현대 사회와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읽으면서 내내 진화론은 현재에서 과거로 향하는 학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형성된 것이다고 설명을 하는데는 편리하니 말이다.

 

과거의 기원을 찾아가는 학문, 그 기원에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학문, 그것이 바로 진화심리학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은?

 

왜 다른 동물들은 우리 인간과 같이 큰 뇌를 갖지 못했지.?  왜 그들은 우리 인간들과 같이 진화하는데 실패했을까?

 

그 많은 종 중에, 인간과 유전자가 무려 98%이상이 같다는 동물들도 있는데, 왜 인간과 비슷하게 진화하지 못했을까?

 

인간만이 이렇게 진화하도록 만든 특성이 무엇일까?  뇌 크기가 인류 출현 당시부터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을텐데... 어째서 인간만이 이렇게 뇌가 커지고 언어를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그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

 

진화심리학이 기원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지만 결정적인 분화지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우리 인간의 행동을,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의 내용대로 진화심리학이 지금의 우리 심리를 설명해줄 수 있다면,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면서 끝없이 변화해 나가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인간에게는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주형 2015-09-1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님께서 궁금해하시는 `왜 인간만이 큰 뇌를 갖고 똑똑하게 진화하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풀어나가는 책으로 `부정본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정은 이렇습니다. `똑똑해지는 데에 따른 진화적 불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똑똑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특정 계기를 통해 그 불이익을 극복한 유일한 생명체이다.` 쉽게 말해서 지능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자신이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를`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이는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들어 결국 진화적으로 불이익이 있었는데, 인간은 그것을 `현실 부정`을 통해 극복했다는 겁니다. 물론 책에선 더 전문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이론은 인간의 독보적인 지능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진화심리학에서 풀지 못했던 종교, 음악에 관한 문제들도 상당히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께서 갖고 계신 의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고 써보았습니다.^^

kinye91 2015-09-18 21:56   좋아요 0 | URL
친절한 소개 감사합니다. `부정본능`이라는 책 읽어봐야겠네요. 제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반 만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통이 오래되었다는 얘기가 되고, 전통이 있다는 얘기는 문화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세계적으로 군사적인 힘보다는 문화적인 힘이 강한 나라가 오래 존재했고, 그런 나라가 세계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반 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제 나라 문화에 대해서 무심하게 넘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만든 책이다.

 

백범은 우리나라가 문화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라는 말, 참 좋은 말이다. 그만큼 힘든 말이기도 하고.

 

문화는 갑자기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직수입한다고 해서 문화강국이 되지 않는다.

 

문화는 자신들이 예전부터 만들어왔던 것을 현대에 맞게 변용하면서 지켜갈 때 제 역할을 한다. 이를 법고창신(法故創新)이라고 한다.

 

법고창신을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알아야 무엇을 변용하든 말든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해 보라. 우리 문화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교육을 하는가.

 

잘 되면 제 탓이요, 못 되면 남 탓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거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다니던 십여 년 동안 미술 교육을 받았음에도 우리 전통 미술에 대해서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옛날 그림의 종류, 수묵화, 산수화, 진경산수화 등과 유명한 사람들의 그림 제목과 이름은 배웠지만, 그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외웠던 기억만 있으니, 학교 교육이 우리 옛그림들에 대해서 제대로 또는 즐기며 감상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생각만 든다.

 

하여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도 우리 옛그림들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만 스윽 훑고 지나가고 만다. 그렇지 않으면 국보, 보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그림들만 스쳐지나가듯, 또는 숙제를 하듯, 아니면 한 번 보았다고 자위를 하는 태도로 보고만 만다.

 

그러니 우리 그림들이 왜 훌륭한지, 얼마나 훌륭한지를 알지 못하게 된다. 그냥 옛날 그림일 뿐이고, 남이 좋다고 하니 좋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 옛날 그림을 읽고 보고 감상하는 법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옛그림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 그림에 이런 뜻이 있었구나, 이래서 이 그림이 좋다는 것이구나, 이 그림엔 우리 조상들의 이런 정신이 들어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세세한 설명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우리 옛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우리 옛그림을 보는 기본 태도를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됐다.

 

세 가지 기본 태도를 이야기한다.

 

우선 그림을 보는 거리...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정말로 우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거의 모든 그림을 똑같은 거리를 두고 비슷한 속도로 보고 지나간다. 마치 표를 끊듯이 줄 서서 나란히 나란히 속도에 맞춰 지나가는 것이다.

 

핑계를 대자면 미술관, 박물관에 갔을 때 너무도 많은 사람 때문에 자신만의 감상을 하지 못하고, 물결에 휩쓸리듯 지나칠 수밖에 없다는 환경적 조건도 있지만,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몰라서 그랬기도 했다.

 

그림을 보는 거리... 작품을 대각선으로 긋고, 그 거리나 또는 그 거리의 1.5배 정도의 거리에서 보라는 말. 작은 그림은 가까이서, 큰 그림은 멀리서... 얼핏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거 참 지키기 힘들다. 

 

몇 미터에 달하는 큰 그림이 벽에 전시되어 있지 않고, 밑에 유리 상자에 들어 있는 경우 가까이서 순서대로 볼 수밖에 없다. 작품을 한 눈에 감상하지 못하는 한계는 전시 상태에 따라서도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거리를 두고 보려는 노력을 하라는 말은 좋다.

 

작품을 잘 볼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 것. 미술교육에서 정말로 필요한 일이다. 이미 배웠는데 잊어버리고 말았는지는 모르지만.

 

두 번째는 그림을 보는 순서.

 

지금은 가로쓰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세로쓰기를 했다는 사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의 시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렇다면 옛그림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밑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 그렇다. 가로쓰기에 익숙해져서 습관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을 보는데 이는 서양식 감상법이고, 우리 옛그림은 반대로 감상을 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림도 한 눈에 들어오고.

 

세 번째는 그림을 보는 시간.

 

모든 그림을 비슷한 시간에 보지 말라는 얘기. 정말로 그림을 즐긴다면 그 그림 앞에서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그 그림의 의미를 알기보다는 그 그림을 즐기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다는 얘기다. 그런 그림이 있다면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 앞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으로 김홍도의 그림부터 동물 그림, 초상화 등등 우리나라 옛그림을 설명해주고 있다.

 

강의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내서 그런지 읽어가면서 지은이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확대해서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그동안 미술관, 박물관이나 또는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도 볼 수가 있다.

 

옛그림의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데 이 책만한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부록에 김홍도의 작품을 다시 추려서 설명도 해주고 있으니 눈이 호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무엇보다도 반만 년의 역사에 맞게 우리도 엄청난 문화를 지니고 있음을, 문화적 힘이 있는 민족임을 깨우쳐주고 있어서 이 책이 더 반갑다.

 

21세기는 이제 문화의 세기다. 법고창신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법고창신은 학교교육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는데...그런 노력을 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그것을 찾아 여행을 할까? 제목은 이런 생각이 들게 하였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집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에 대해서 건축가가 일반인들이 알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자신이 그 집에 있을 때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집이리라. 그런 집에 대한 우리의 상상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져 왔는데... 그것을 대중문화와 연관지어 살펴보고 있는 것이 1부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을 꿈꾸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을 꿈꾸다가 아파트에 살기를 꿈꾸는 그런 과정, 대중가요와 연결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쉽게 읽히고, 과연 나는 어떤 집을 꿈꾸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부에서는 집과 여성인데... 그동안의 집 구조를 살피면서 집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외되어 갔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불'이 한다고 하는데, 불이 있는 곳이 바로 부엌, 주방이다.

 

이 부엌이 어느 위치에 자리잡고 있느냐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보인다고 하는데, 타당한 말이다. 지금은 남녀평등 시대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부엌, 주방은 여성을 집안에서 소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지만 집 안에서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전통 건축의 구조를 나름대로 계승하고 있으며, 외국과 달리 아파트가 상류층의 주거지로써 작동하였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는 분석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저층 아파트, 또 단독 주택 등이 더 인기가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이 발간된 년도가 2003년이니, 지금은 이 말이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은 쉽게 고쳐버리는 베란다 문제다. 베란다를 고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은이의 주장, 경청할 만하다.

 

4부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건물들을 건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백화점이나 성당, 절들이 왜 그런 구조를 택하고 있는지, 학교는 어째서 이렇게 획일적으로 건축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이제는 이런 획일성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집에 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라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임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는 집을 투자대상이 아닌, 내 삶을 펼치는 장소로써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덧글

 

70-71쪽

로마의 도무스 건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모순된 부분이 있다.

 

남자들의 공간은 아트리움이고, 여자들의 공간은 페리스타일이라고 앞부분에 설명을 해 놓고, 뒷부분에 가서는 '아내는 자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그녀의 일터인 아트리움 안에 머물러야 했을 뿐...,(70쪽) ... 페리스타일에도 나오지 못하는 여자가...(71쪽)'라고 반대로 설명하고 있다. 앞부분이 맞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인쇄 과정에서 두 단어가 바뀌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23쪽에서 지은이가 우려하고 있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현대인들은 하나의 집에 여러 개의 불을 놓아 가정을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123쪽)'라고 하고 있는데, 2003년보다도 더 진화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현대인의 집에는 사람 수만큼 불이 존재하게 되었고, 이들은 가족끼리도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또하나 재건축에 관해서 이 책에서는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참 공감이 간다. 콘크리트의 내구력이 55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25-30년이 넘으면 재건축을 하지 못해 안달이니... 집을 삶의 장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단면이다.

 

환경을 생각해서도 또 집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재건축은 삼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면의 여행
버트 헬링거 지음, 박이호 옮김 / 고요아침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헬링거의 글은 길지 않다. 짧은 글들이 단락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내용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각 글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각 글들은 또한 독립되어 있다. 마치 우리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듯이.

 

읽다보면 도대체 맥락을 찾기 힘든 내용들이 도처에서 나온다. 그것은 그의 글들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를 글로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마치 불교에서 선(禪)의 화두처럼.

 

불교의 화두가 맥락을 제거한 말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듯이, 헬링거의 글들도 맥락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보다는 그 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고 넓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고민을 통해서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내면에서 느낄 수 있다.

 

'태초에 말이 있었다.' 이런 말이 있다. 말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계와 함께 존재하고, 신과 함께 존재했다는 말로 읽힌다. 이 말은 신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말을 통해 신에게 가까이 가기도 한다.

 

그가 가족세우기 치료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바로 이러한 신적인 언어이다. 신적이라는 표현이 거슬린다면 영적인 언어라고 하자.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 언어.

 

이 책을 읽으면서 네 단어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영(영적), 거리, 공명, 가족세우기.

 

가족세우기라는 말은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가족세우기를 거의 처음으로 실시한, 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시한 사람이 헬링거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가족세우기와 연결시키려는 내 마음의 작용때문에 이 말이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이라는 말. 이를 '신'이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을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영'을 믿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영'을 믿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고, 한 세상을 살아갈 때 이 '영'이 자신의 삶에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영'을 믿는다면 막 살지는 않는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영'이라는 존재를 사람들이 믿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들은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 즉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리를 잃은 '영'들, 자신의 자리를 잃은 '영'들은 우리들을 병들게 한다. 우리들을 힘들게 한다. 그래서 이 '영'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적절한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 가족세우기 치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는 '영'들은 공명을 통해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된다는 말, 그냥 하나로 합쳐진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특성을 지니면서 다른 존재와 어울린다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하나됨, 이것이 바로 '공명'이다. 공명은 넓고 깊게 이루어진다. 결코 강요가 아니다. 내가 울릴 때 남들도 함께 어울려 울리는 모습, 이것이 바로 공명이다. 이런 공명이 잘 이루어지면 병이 없게 된다.

 

가족세우기 치료는 이러한 영들이 제 자리에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함께 공명하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했다.

 

헬링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느낌은 받았다고나 할까.

 

한 구절 한 구절 천천히 읽으며 마음 속에서 계속 음미하는 것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 가족세우기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기반이 되는 헬링거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면의 여행에서 조심해야 할 것. 그것을 '문지방'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문지방, 즉 장애물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선과 악, 정의와 불의에 대한 우리 생각이라고 한다. 많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입니까? 가장 높게 세워진 문지방은 무엇입니까? 그건 선과 악, 정의와 불의에 대한 우리의 상상입니다. 이 상상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여, 우리 내면의 여행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더 좋다거나, 우월감을 갖는 한, 모두에게 같게 작용하여, 같은 호의로 향하고 있는 그 영적인 움직임은 우리의 영혼과 마음에서 저 깊이 우리를 덮치지 않습니다. 221쪽

 

어떤 일을 할 때, 특히 내면의 여행을 할 때 자신만의 기준을 지니고 가려고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내면 여행을 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우선 자신을 놓는 연습부터 하고, 놓아진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여행을 해야 한다는 말. 명심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