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기본소득
바티스트 밀롱도 지음, 권효정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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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무원 연금제도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람들 입이라기 보다는 정치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야 할 듯하기도 하지만, 어떻든 요즘은 공무원 연금제도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더해서 누리교육과정 지원에 관해서 교육감들이 내년에는 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또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었던 누리교육과정 지원을 중앙정부에서는 하지 않고, 오로지 지자체와 교육청에 떠넘긴 결과 다른 교육활동을 할 수 없다는 교육감들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무원 연금제도나 누리교육과정이나 모두 세금과 관련이 있다. 세금은 국민 복지하고도 관련이 되고, 또한 세금은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가 되는데...

 

이런 논쟁 과정을 보면서 기본소득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름대로 홍보도 하고 있지만, 기본소득을 받아들이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당은 녹색당이 유일하다시피 하고, 유력 정당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일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자는 정책이다. 여기에는 어떤 조건도 없다.

 

이 책의 겉표지에 쓰여 있는 대로 "모두 주자, 그냥 주자!"인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국민들이 굶어죽는 일은 없을 것이니, 사회적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에 관한 책. 주로 경제학 용어와 어려운 수식이 많이 나와 머리가 아팠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과 그에 대한 반론을 이야기해주고, 반론에 대해서 재반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쉽게 읽힌다.

 

또 기본소득의 도입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에서 기본소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생각도 들고...

 

세금이 국민의 의무라면 기본소득은 국가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는 모든 국민이 돈에 구애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의 최소 생활 비용을 보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한다면 기본소득 논의는 당연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기본소득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이 되면 국민들이 일을 안할 것이냐 할 것이냐? 무임 승차자는 어떻게 하느냐? 등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은 당연히 도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점이다.

 

국가의 의무, 기본소득.

 

이걸 전제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걸 전제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기본소득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85%의 국민이 이득을 보게 된다고 한다. 손해를 보는 사람은, 비록 세금이 더 오를지라도 1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15%도 자신의 생활이 곤란해질 정도로 손해를 보지도 않는다. 이들은 아주 약간의 손해만 볼 뿐이다. 15%가 세금 면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생활을 한다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이 15%도 마냥 손해만 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우리 모두를 좋게 만드는 제도이다. 또한 사람은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 존귀한 존재가 된다. 그는 태어나서 함께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유형 무형의 사회활동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활동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이 가치가 있는 일에 소득을 주는 일,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런 기본소득은 평등한 사회로 가는데,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 된다.

 

이런 과정을 쉽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우리보다도 노동시간이 한참 적은 프랑스도 노동시간이 많다고 하는 사람, 이제는 성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지금 이 세기에는 반드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

 

명료하게 자신의 주장을 잘 펼치고 있다. 복지제도,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참으로 좋을 책이다.

 

물론 많이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은 이런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런 책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테니까. 그래서 이런 책은 힘없는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읽고 힘없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정책을 만들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공무원 연금제도나 누리교육과정에 대한 이런 논의들이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의미가 없어질테니, 좀더 큰 틀에서 우리 사회의 논쟁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점에서도 많은 참조가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구절 중 생각할 만하거나 기억할 만한 글들이 아래에 있다.

32쪽. 누구라도 살 만한 집, 좋은 음식, 충분한 물과 에너지, 보살핌을 누려야 한다. 교육받고, 문화를 누리고, 교통․통신수단을 사용할 권리 역시 뺏겨서는 안 된다.

35쪽. 사회소득은 공유화된 소득이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보고 일부의 경제적 부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려는 장치이다.
... 이 사회소득은 사실상 사회적 급여라고 할 수 있다.
... 평생월급이라 할 수 있다.

44쪽. 좌파에게 기본소득은 사회 변혁의 도구이자 노동가치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 말은 일하지 않고 살아도 될 만큼의 돈을 지불받아야 하며,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82쪽. 기본소득은 소득을 지급하고 소비도 하게 되므로 시장경제적 메커니즘의 틀 안에 있다는 것과, 일해서 얻은 ‘두 번째 소득’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장점이자 최대 결점이다.
...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을 없앨 수 없다.

93쪽. 기본소득을 통해 구체화되고 또한 일할 권리를 통해 추구해야 하는 바는 바로 개인이 원할 때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02쪽. 기본소득에는 ... 개인이 어떤 활동을 하든 그 활동이 사회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136쪽-137쪽. 기본소득의 장점 중 하나는 사회의 힘든 일을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건강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것이다.
... 고통스런 일자리에서 벗어나고픈 바람이 기본소득 도입을 가능하게 하고, 이 제도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일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38쪽. 우리는 이제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어야 한다. 바로 "덜 일하기 위해 모두 일하라!"이다.

142쪽. 기본소득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각 개인이 충분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이자, 모든 이가 사회적 부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보편적 보조금이라는 점이다.

152쪽. 보편적 보조금, 가본소득은 높은 비용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투자다.

171쪽. 이제 평등사회를 상상하자.
...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일을 균등하게 나누고, 자유시간이 가장 큰 부가 되며, 무상이 기본이 되고, 심지어 기본소득도 필요 없는 사회, 이것이 바로 평등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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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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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원풍속화첩"

 

보물 제 527호. 총 25편의 그림이 실려 있음.

 

기본적인 내용이다. 오주석의 말에 의하면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다 위대한 작품은 아니며,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눈으로 작품을 해설하기에 신윤복의 그림첩(혜원전신화첩)과 비교해서 끗발 얘기를 하고 있다. 신윤복의 그림첩은 국보 제 135호라고 하니까.(101쪽)

 

이런 국보니 보물이나 끗바이니 하는 얘기를 이 책에서 하는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서다. 무언가 타이틀이 있으면 어, 그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는 아무리 오늘날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보물이니 국보니 하는 말들이 작품의 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의 작품이 더 훌륭한가가 아니라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가 중요하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단원의 풍속화첩을 그림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이 그림책처럼 쉽고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풍속화라는 것이 전문가만이 필요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냥 그림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어렵지 않은 말이고, 미술에 꼭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는 말로 들리지 않는가.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운명에 있으니, 단원의 그림 또한 마찬가지리라.

 

단원이 그린 많은 그림 중에 전문가의 손에만 들려 있을 만한 작품도 많지만, 단원을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로 만들어준 그림이 풍속화이니, 그를 풍속화가로만 기억한다고 저자는 아쉬워하지만, 그다지 아쉬워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풍속화도 단원을 접하고, 거기에서만 머물러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풍속화를 본 다음, 읽은 다음, 단원의 다른 그림도 찾아 보고 읽고 하면 더욱 좋겠지만.

 

참으로 재미있게, 역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던 경험이 이 글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만큼 내용이 쉽게 전개된다.

 

게다가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다는 말보다는 '현대인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림책"이 갖는 '오늘의 의미', 그건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얘기하는 것(12쪽)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런 관점이 책을 전개해나가는 내내 유지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도 더 전의 사람이 그림 그림을 보면서 현대를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과거의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대에서 그 그림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다시 현대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현대의 모습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 현대의 모습과 연계시키면서 그림을 보면 더욱 더 재미있는 그림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큰 장점은 김홍도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관계된 작품들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본문에서 더 깊이 알아야 할 것들은 보충설명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점으로 인해서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르게 읽는 방법을 배운 책이었다. 눈도 호사를 누리고. 우리 옛 그림에 대해서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고,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나온 그림 모두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도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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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지는 생각들
버트 헬링거 지음, 박이호 옮김 / 고요아침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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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우기 치료라는 획기적인(?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서양의 정신의학과 동양의 기 사상이 합쳐진 것이 바로 이 치료론이라고 생각하기에) 치료방법을 생각해 낸 헬링거의 글 모음이다.

 

영적인 글 모음이라고 해야 옳을 듯한데,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한 구절 한 구절이, 한 단락 한 단락이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니 생각을 깊게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자들은 글자들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놀게 된다.

 

무엇보다도 깊은 사랑, 넓은 사랑, 이것이 그가 강조하는 말인데... 이는 바로 영적인 사랑이고, 이러한 영적인 힘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가 함부로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랑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사랑을 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영적인 사랑이라는 것.

 

영적인 힘 앞에는 너와 나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하나됨으로 된다는 것.

 

그 하나됨은 질서의 영역에 속하는데 질서에 맞는 자리, 맞는 말과 행동을 할 때 우리는 편안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가족에서 자기의 자리이고, 이것이 바로 질서인데, 이런 자리를 잘못 잡았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바로 헬링거의 이론이기도 하다.

 

하여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제 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 것이 가족세우기 치료이기도 하고.

 

다들 생각할 거리가 많은 구절인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 겹쳐지면서 우리는 지금 제 자리를 잃고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빨리 제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제 자리를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건강에 대해 말한 부분 가운데 일부를 보자.

 

건강은 질서와 공명과 어떤 관계에 있습니다. 질서란,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많은 것과 함께 작용할 수 있게 작용하여, 각자가 특별하게 다른 모든 것과 공명에 있는 것입니다.

 

몸의 건강은 우리 몸을 살게 하는 모든 움직임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룹 구성원이 각자의 방법으로 전체가 기분 좋게 하기 위해 함께 노력합니다. 함께 노력한다는 것은, 첫째 각자가 필요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질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두는 그룹이 정해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275쪽

 

고리타분한 말로 들리는가? 아님 너무도 보수적인 말로 들리는가? 보수적일 수 있다. 잘못 적용하면 통치의 논리, 지배의 논리로 이용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자기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질서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된다.

 

자기 역할, 자기가 속한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정치인의 자리에 있다면 정치인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지식인이라면 지식인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민이라면 시민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과연 그러한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질서가 이루어져 있는가? 그래서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질문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질문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헬링거의 이 책에서는 이것을 '왜?'에서 '어디로?'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래야 우리가 모두 건강해질 수 있는가?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단지 정신치료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치료적인 차원에서도 이 책은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독립된 것은 없다!

 

우리는 서로 공명해야만 한다. 넓고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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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2
양용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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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이 건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또는 건축의 기본적인 지식을 익혔지만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건축학도들에게, 그리고 건축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의식주의 하나로서 오랜 시간 같이해온 건축물을 우리 삶의 중요한 동반자로 이해하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건축을 통해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되기를 소망해본다." (9쪽)

 

이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우리가 건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4대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그런 토목공사가 강행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 인공하천이 된 청계천 복원사업을 그냥 두지 않았을텐데...

 

건축은 전문가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잘 모르니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내버려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건축이 인문학이라면, 인문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니 건축 역시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알아야 할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주어진 집에서, 건물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 인문학적으로 건축을 판단할 수 있는 것, 또 인문학적으로 건축이 존재하게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권리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내 소감은 그렇다.

 

대학의 건축학과가 5년이 된 이유도 국제적인 표준을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건축이라는 학문이 4년만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건축 기술만을 배운다면 4년이면 충분하겠지만, 건축은 인문학적 종합능력이 필요한 학문이기에 인문학을 공부하고, 과학을 공부하고,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다른 대학에 비해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건축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예술이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그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동적인 종합 행위예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건축은 건축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고, 변해가기 때문인데... 이런 건축에 인문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건축과 자연, 건축과 사람, 건축과 아름다움, 건축과 실용성 등을 중심으로 한 책들을 읽었는데, 이 책은 이들을 종합하고 있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인문의 집을 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첫 시작을 '인간을 위한 건축:융합으로 아우르는 종합 학문'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 '건축에 반영된 미술사, 미술사에 반영된 건축'이 이어져 예술과 건축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도시를 창조한 건축, 사회를 이해하는 척도'에서 건축에 반영된 사회상을 살피고 있다. 건축이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장소가 되기에 건축에서 사회가 빠질 수 없고, 그 사회에서 원하는 양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이야기 하고 있다. 건축을 보면 사회를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과학에 바탕을 둔 건축, 미래를 준비하는 첨단과학'에서는 기술과 건축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주로 그 사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건축하던 과거와는 달리 획기적인 기술과학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 불가능하던 건축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앞으로 더 과학기술이 발달할텐데, 그에 걸맞게 건축도 진화해 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철학, 미학, 심리학적 질문으로 완성되는 건축'에서는 건축은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도 있듯이 우리는 보기 좋은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이 단지 실용적이기만 하다면 어찌 인문의 집을 짓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건축에는 철학과 미학, 그리고 심리학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말, 동의한다.

 

'문화 전달자로서의 건축, 건축의 상징을 녹여내는 영화'에서는 현대 예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영화에 나타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건축이 전세계인을 불러모으는 역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 분야와 건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곳곳에 사진도 있고, 어려운 개념은 옆 날개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같은 초심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학교에서 공통기본교과라고 하여 배우는 것이 있듯이 이러한 건축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민족, 문화민족 하는데, 건축 역시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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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춤추게 하는 감동의 수업여행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수업
권순현 지음 / 테크빌교육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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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춤추게 하는 감동의 수업여행"이다. 교실이 춤춘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마음에 와 닿는다.

 

학교 그러면 근엄하고 딱딱한 도저히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변화도 없이 늘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그러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중에서도 교실은 네모들의 천국이다.

 

네모가 아닌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벽에 걸려 있는 시계 정도라고나 할까?

 

이렇게 딱딱한 천편일률적인 교실에서 무슨 창의성이 나오고, 무슨 재미와 흥미가 느껴지겠는가. 그냥 시간만 보내고, 네모들의 대표자인 교과서들은 고문도구처럼 학생들에게 느껴질 뿐이다.

 

교과서라는 고문도구를 들고 들어온 교사는 또 어떤가? 근엄 그 자체...규칙, 진도,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런 교실이 춤춘다? 춤추지 않고 그냥 잠만 자고 있는 교실을 깨워 들썩이게 한다. 어떻게?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교실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해서 잠든 교실을 깨우는 것이다. 단지 깨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춤추게 한다.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다.

 

비로소 아이들이 살아있는 수업이 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와 함께 살아온 아이들에게 다시 이야기를 만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 했던 교수법이고, 이런 교수법이 단지 이론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학창시절을 곰곰이 되새겨 보라. 어떤 수업이 기억에 남는가? 지식을 머리 속에 넣던 수업은 까마득히 사라져 버리고, 오직 학창시절의 기억은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있는 수업이다.

 

좋아했던 선생님이 무슨 내용을 가르쳤다가 아니라 그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가 선생님과 함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우린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 단지 잊고 있었고, 이론으로 정립하지 않았을 뿐. 예전 선생님들도 몸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이제 공식적으로 수업에 들여오자고 하는 것이다. 교실에 이야기를 들여와 할용하자는 이론이 정립되고, 실현되고 있다.

 

그런 필요성과 사례들을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다. 다양한 공간, 다양한 수업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수업과 연계가 되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는지, 그런 수업이 어떻게 아이들을 활기차게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교사들은 이렇게 노력을 한다. 왜냐하면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수업이 잘 되었을 때 가장 즐겁고, 수업이 잘 안 되었을 때 가장 절망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수업이 잘되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의 일환이 바로 스토리텔링 수업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성공 사례들을 곧이곧대로 자신의 수업에 적용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교사들은 교실의 상황을 가장 잘 알기에 자신의 교실에 맞는 수업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많은 사례들 중에서 자신의 교실에서 실현이 될 것들을 선택하고, 또 자신의 교실 상황에 맞게 변용하여 적용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나라 교사들 아닌가? 그러니 이런 책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교사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들의 교실이 춤추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교사들이 이렇게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믿고, 교실이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한 교실에서 수업 받는 학생이 20명 정도가 되게 학생 수를 줄여야 하고, 학교에서 온갖 실험 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설 및 기자재를 구비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일들을 요구하지 않는 근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교실이 춤추는 시기가 더 당겨지고, 춤추는 교실에서 생동감있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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