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야기
버트 헬링거 지음, 박이호 옮김 / 고요아침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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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영적인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영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 그냥 구름 따 먹는 소리에 불과하게 된다. 반대로 영적인 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믿으면 이 책은 우리의 영적인 힘에 대해서 한 번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해준다.

 

영적인 힘.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개념인데,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쉬운 개념이기도 하다. 여기서 영적인 힘을 쉽게 생각하자.

 

영적인 힘은 순수에서 나온다. 순수란 거짓에 물들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에 충실한 그러한 상태라고 하자. 그러면 순수란 성인들이나 추구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른 존재들도 우리와 같다고 느끼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바로 순수고, 그런 삶이 영적인 힘으로 나타난다고 하면 된다.

 

얼마나 좋은가? 같음보다는 다름을 추구하되, 다름이 경계짓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두는 다름이라니... 하여 다름이 함께 함과 같이 있음을 알고, 이런 다름들이 서로 공명하는 세상이라니...

 

마음들의 울림이 서로를 울려 서로가 서로를 함께 가는 존재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여기는 세상, 이런 세상이 바로 유토피아 아니던가.

 

이 책에서는 그래서 순수, 완성, 충만, 사랑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다. 이 말들이 공명이라는 말로 하나로 엮여 그야말로 우리를 영적인 존재로 살아가게 한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의 흐릿한 상태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를 안개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안개는 낮은 지역에 깔린다. 더 높이 올라가면 안개를 벗어난 맑은 상태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들의 정신도 안개 상태를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보고, 충만을 향한 발걸음이며, 그 발걸음은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게 되고, 이런 사랑들이 서로를 공명시켜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내게 된다.

 

자, 이런 공명, 울림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울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울림은 나눔에서 온다고(물론 모든 활동의 기본은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충만은 없고, 완성이 없으며, 순수가 없다. 그러면 당연히 공명은 없다) 봤다.

 

나눔은 정체가 아니다. 활동이다. 사랑이다. 공명이다. 이런 나눔이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죽을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다른 생명체에게서 생명을 나눔받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우리의 나눔 활동들을 하지 않으면 다른 생명체들이 어떻게 생명활동을 하겠는지를.

 

우리가 어떤 것을 나누면, 그것은 한 사람에게는 적어지지만, 두 사람에게는 많아집니다. 둘은 나눠진 부분으로 어떤 것을 하여, 그 부분들이 나중에 만나게 합니다. 마치 그것이 나눠지지 않은 것처럼, 둘에게 그것은 전보다 더 많게 됩니다.

... 이 의미에서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과 나눕니다. 생명은, 우리가 나누기에,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됩니다.

... 나눠지지 않으면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 123쪽

 

이 중에 가장 큰 나눔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나눔이 바로 공명일테니 말이다.

 

이런 사랑이 지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인정, 함께 함.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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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 제목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인데, 요즘은 70-80년대 그 많던 지식인, 사회변혁, 사회정의를 꿈꾸던 지식인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난다.

 

누가 먹어치운 것도 아닌데... 설마 자본이 지식인까지도 먹어치웠나?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지식인의 역할이 커져야 하는데, 어지러운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식인은 지식인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영리만을 추구하는 소인배에 불과하다.

 

그런데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이상하게도 민중과는 멀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많이 배울수록 자신의 지식을 이상한 쪽으로 이용해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인정할 것을 온갖 현학적인 논리를 동원하여 합리화하려 하지 않나, 그 때의 관행이라는 둥, 시대적 한계라는 둥 하면서 지식인 개인의 책임은 모면하려 하고, 오로지 시대나 사회에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고매한 생각을 우매한 민중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만 하고 있다고 되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머리 속에서는 세상을 바꿀 지식이 들었으니 현실에 적용하려니 자신에게 다가올 불이익이 두려워 차라리 아무 말 안하고 입닥치고 살겠다거나, 또는 현실은 현실이고 이론은 이론이라고, 오히려 현실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맞추는 사람도 있으니...

 

이런 사람들이 지식인이랍시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있어서 온갖 여론을 주도하고(이를 황색언론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자신들의 침묵을, 자신들의 지행불일치를 합리화하고 있으니... 이런 세상이 어떻게 좋은 세상이라고 하겠는지.

 

사회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구조적인 면, 개인적인 면? 지식인들은 온갖 처방을 내놓지만,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 "트레버"의 소년보다도 못한 처방들일 뿐이다.

 

트레버는 이야기한다. 내가 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그 조건으로 그 사람들도 각 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계속 된다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트레버는 그렇게 실천한다. 소설 속에서 트레버는 비운의 죽음을 맞지만 그가 제시한 일들은 꼭 수학적인 산술대로 되지는 않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실천되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지식인들의 온갖 화려한 문구들보다도 훨씬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다. 그리고 현재적이다.

 

이 발상을 거꾸로 하면 지식인들, 제발 사회에 해가 될 일을 하나씩만 하지 마라. 그리고 다른 지식인들에게도 하나씩만 하지 마라고 이야기 해라. 그러면 세상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워 지리라.

 

여기에 반대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 갈매기가 있다. 그는 지식인 갈매기라고 할 수 있다. 갈매기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갈매기의 모습을 꿈꾼다. 그러다 비웃음을 받고 무리에서 쫓겨난다. 쫓겨난 후 그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집단과 자신을 이끌어줄 스승을 만난다. 그리고 예전 동료 갈매기와는 다른 갈매기가 된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의 성공담으로, 지식인의 성공담에 불과했을텐데,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렇게 다른 존재가 된 조나단, 그는 예전 무리들에게 돌아간다. 왜냐? 자신이 깨우친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했으니까.

 

이게 바로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민중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을 먼저 깨달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그들이 할 일은 민중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민중들도 함께 깨닫게 해야 한다.

 

이것이 그람시가 말한 유기적 지식인이기도 한다. 자신의 깨달음에서 멈추고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거나 또는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집단 속에서만 살거나, 아니면 자신을 더 높은 이끌 사람들에게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 속으로, 자신의 원존재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런 유기적 지식인... 이것이 바로 조나단 갈매기다. 그리고 '트레버'다. 무슨 무슨 학위가 있다고 지식인이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그런 지식인,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암흑기라 할 수 있던, 엄혹했던 70-80년대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인들이 큰역할을 했는데...지금은?

 

정말, 지금은?

 

이 질문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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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 개정증보판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1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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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책 참 어렵다. 도대체 왜, 무엇이 아름다운가에 대한 추구가 오히려 미적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가끔 건축에 관한 책도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현학적인 책들은 오히려 건축에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건축의 아름다움을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딸은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하는 동인이지 주요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딸에게 들려주듯이, 어린 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듯이 책의 내용을 풀어갔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도 많은 건축물이 나오고, 그 가운데 직접 본 건축물도 꽤 있는데, 그 건축물이 왜 대단한지, 왜 아름다운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남들은 대단하다고 하는데, 왜 대단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축물도 꽤 있고...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건축물이 왜 아름다운지, 왜 대단한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직접 눈에 보이듯이 설명을 해줘서, 아, 그런 점에서 이 건축물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구나,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출콘크리트... 사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것의 장점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또 건축물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보다 내부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직도 완전히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점에서 이 건축물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는 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 책은 대단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은이 자신이 건축을 전공했지만, 건축에 종사하는 것보다 건축에 대한 글을 더 잘 쓴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 건축가들만큼 건축을 잘할 자신이 없다고, 그래서 글로 건축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글을 통해서 건축에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해주고 있으니 건축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보았을 때 그냥 지나쳤던 건축물들, 다시 한 번 보고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서 너무도 잘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한 번은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덧글

 

244쪽. 허난설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친정집의 비운(동생 균의 사형을 말함)을 시심으로 달랜 그녀는...'이라고 하는데... 곧이어 '그녀는 27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고 되어 있다.

 

27세에 요절한 난설헌이 40이 넘어서 죽은 허균의 사형을 알리가 없으니... 이 구절은 삭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 가지 놀랄 만하게 읽은 내용... 소나무에 관한 것.

 

'흡수율 17%의 소나무는 1,000도의 불을 만나도 1시간에 3.6센티미터만 탄다. 더 이상 안 탄다!'는 구절.

 

나무가 불에 너무도 취약하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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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이 기본소득
바티스트 밀롱도 지음, 권효정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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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제도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람들 입이라기 보다는 정치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야 할 듯하기도 하지만, 어떻든 요즘은 공무원 연금제도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더해서 누리교육과정 지원에 관해서 교육감들이 내년에는 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또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었던 누리교육과정 지원을 중앙정부에서는 하지 않고, 오로지 지자체와 교육청에 떠넘긴 결과 다른 교육활동을 할 수 없다는 교육감들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무원 연금제도나 누리교육과정이나 모두 세금과 관련이 있다. 세금은 국민 복지하고도 관련이 되고, 또한 세금은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가 되는데...

 

이런 논쟁 과정을 보면서 기본소득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름대로 홍보도 하고 있지만, 기본소득을 받아들이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당은 녹색당이 유일하다시피 하고, 유력 정당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일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자는 정책이다. 여기에는 어떤 조건도 없다.

 

이 책의 겉표지에 쓰여 있는 대로 "모두 주자, 그냥 주자!"인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국민들이 굶어죽는 일은 없을 것이니, 사회적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에 관한 책. 주로 경제학 용어와 어려운 수식이 많이 나와 머리가 아팠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과 그에 대한 반론을 이야기해주고, 반론에 대해서 재반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쉽게 읽힌다.

 

또 기본소득의 도입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에서 기본소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생각도 들고...

 

세금이 국민의 의무라면 기본소득은 국가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는 모든 국민이 돈에 구애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의 최소 생활 비용을 보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한다면 기본소득 논의는 당연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기본소득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이 되면 국민들이 일을 안할 것이냐 할 것이냐? 무임 승차자는 어떻게 하느냐? 등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은 당연히 도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점이다.

 

국가의 의무, 기본소득.

 

이걸 전제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걸 전제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기본소득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85%의 국민이 이득을 보게 된다고 한다. 손해를 보는 사람은, 비록 세금이 더 오를지라도 1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15%도 자신의 생활이 곤란해질 정도로 손해를 보지도 않는다. 이들은 아주 약간의 손해만 볼 뿐이다. 15%가 세금 면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생활을 한다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이 15%도 마냥 손해만 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우리 모두를 좋게 만드는 제도이다. 또한 사람은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 존귀한 존재가 된다. 그는 태어나서 함께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유형 무형의 사회활동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활동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이 가치가 있는 일에 소득을 주는 일,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런 기본소득은 평등한 사회로 가는데,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 된다.

 

이런 과정을 쉽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우리보다도 노동시간이 한참 적은 프랑스도 노동시간이 많다고 하는 사람, 이제는 성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지금 이 세기에는 반드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

 

명료하게 자신의 주장을 잘 펼치고 있다. 복지제도,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참으로 좋을 책이다.

 

물론 많이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은 이런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런 책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테니까. 그래서 이런 책은 힘없는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읽고 힘없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정책을 만들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공무원 연금제도나 누리교육과정에 대한 이런 논의들이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의미가 없어질테니, 좀더 큰 틀에서 우리 사회의 논쟁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점에서도 많은 참조가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구절 중 생각할 만하거나 기억할 만한 글들이 아래에 있다.

32쪽. 누구라도 살 만한 집, 좋은 음식, 충분한 물과 에너지, 보살핌을 누려야 한다. 교육받고, 문화를 누리고, 교통․통신수단을 사용할 권리 역시 뺏겨서는 안 된다.

35쪽. 사회소득은 공유화된 소득이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보고 일부의 경제적 부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려는 장치이다.
... 이 사회소득은 사실상 사회적 급여라고 할 수 있다.
... 평생월급이라 할 수 있다.

44쪽. 좌파에게 기본소득은 사회 변혁의 도구이자 노동가치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 말은 일하지 않고 살아도 될 만큼의 돈을 지불받아야 하며,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82쪽. 기본소득은 소득을 지급하고 소비도 하게 되므로 시장경제적 메커니즘의 틀 안에 있다는 것과, 일해서 얻은 ‘두 번째 소득’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장점이자 최대 결점이다.
...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을 없앨 수 없다.

93쪽. 기본소득을 통해 구체화되고 또한 일할 권리를 통해 추구해야 하는 바는 바로 개인이 원할 때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02쪽. 기본소득에는 ... 개인이 어떤 활동을 하든 그 활동이 사회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136쪽-137쪽. 기본소득의 장점 중 하나는 사회의 힘든 일을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건강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것이다.
... 고통스런 일자리에서 벗어나고픈 바람이 기본소득 도입을 가능하게 하고, 이 제도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일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38쪽. 우리는 이제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어야 한다. 바로 "덜 일하기 위해 모두 일하라!"이다.

142쪽. 기본소득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각 개인이 충분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이자, 모든 이가 사회적 부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보편적 보조금이라는 점이다.

152쪽. 보편적 보조금, 가본소득은 높은 비용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투자다.

171쪽. 이제 평등사회를 상상하자.
...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일을 균등하게 나누고, 자유시간이 가장 큰 부가 되며, 무상이 기본이 되고, 심지어 기본소득도 필요 없는 사회, 이것이 바로 평등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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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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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원풍속화첩"

 

보물 제 527호. 총 25편의 그림이 실려 있음.

 

기본적인 내용이다. 오주석의 말에 의하면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다 위대한 작품은 아니며,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눈으로 작품을 해설하기에 신윤복의 그림첩(혜원전신화첩)과 비교해서 끗발 얘기를 하고 있다. 신윤복의 그림첩은 국보 제 135호라고 하니까.(101쪽)

 

이런 국보니 보물이나 끗바이니 하는 얘기를 이 책에서 하는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서다. 무언가 타이틀이 있으면 어, 그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는 아무리 오늘날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보물이니 국보니 하는 말들이 작품의 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의 작품이 더 훌륭한가가 아니라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가 중요하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단원의 풍속화첩을 그림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이 그림책처럼 쉽고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풍속화라는 것이 전문가만이 필요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냥 그림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어렵지 않은 말이고, 미술에 꼭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는 말로 들리지 않는가.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운명에 있으니, 단원의 그림 또한 마찬가지리라.

 

단원이 그린 많은 그림 중에 전문가의 손에만 들려 있을 만한 작품도 많지만, 단원을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로 만들어준 그림이 풍속화이니, 그를 풍속화가로만 기억한다고 저자는 아쉬워하지만, 그다지 아쉬워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풍속화도 단원을 접하고, 거기에서만 머물러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풍속화를 본 다음, 읽은 다음, 단원의 다른 그림도 찾아 보고 읽고 하면 더욱 좋겠지만.

 

참으로 재미있게, 역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던 경험이 이 글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만큼 내용이 쉽게 전개된다.

 

게다가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다는 말보다는 '현대인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림책"이 갖는 '오늘의 의미', 그건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얘기하는 것(12쪽)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런 관점이 책을 전개해나가는 내내 유지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도 더 전의 사람이 그림 그림을 보면서 현대를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과거의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대에서 그 그림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다시 현대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현대의 모습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 현대의 모습과 연계시키면서 그림을 보면 더욱 더 재미있는 그림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큰 장점은 김홍도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관계된 작품들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본문에서 더 깊이 알아야 할 것들은 보충설명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점으로 인해서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르게 읽는 방법을 배운 책이었다. 눈도 호사를 누리고. 우리 옛 그림에 대해서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고,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나온 그림 모두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도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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