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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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면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본다'는 말이 생각난다. 내가 살아오면서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차별주의자들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차별주의자라고 쉽게 단정짓고 판단한다.


그런 판단 자체가 이미 차별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내가 지닌 차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 역시 쉽게 편가르기를 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우선적으로 호감을,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비판적이기보다는 악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꾸만 내 의견을 채우는 사실들, 책들, 사람들, 주장들만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억측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내치기만 한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란 상대의 주장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을 내 관점에서 왜곡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차별의 형태들이 나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차별들. 스마트 시대가 되었다고 했는데, 여기서도 차별이 있음을, 우리가 스스로 빅브라더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자아를 중시하면서도 오히려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에 보태서 소비에서 일어나는 차별. 어쩌면 우리는 소비하는 모습을 통해서 차별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지 특정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을 떠나서 유기농, 공정 무역 등등에서도 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한 말 '독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250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변치 말아야 할 것은 도덕적인 우월감과 경멸을 조장하는 세력을 잘 살피고 공개해 널리 알리는 일, 그리고 남을 향하는 엄격한 시선을 자주 자신에게로 돌리는 일이다. 이런 패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적어도 이 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평등한 셈이다. (251쪽)


쉽지 않은 일이다. 엄격한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일은.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은 꼭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며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주장보다 낫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위나 또는 패거리 정당 문화로, 자기 정당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는 행태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태가 사라지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패거리 문화에 속해 너무도 쉽게 한 편의 의견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신에게 엄격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일, 성, 이주,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라는 8개 분야로 나누어서 이 분야들에 차별적 시선들이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틈나는 대로 다시 펼쳐서 읽으면서 내 사고방식, 행동방식에서 차별적 시선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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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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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쓰면 유독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라"거나 "페미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남자들이 살기에는 이 세상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거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긍정적 시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성별 때문에 차별받지 않아 본 자만 누릴 수 있는 여유라는 사실을. 유리 천장에 가로막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성의 평온함은 여성의 희생과 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7쪽)


이 책은 이 부분에 전체 내용이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여성들이 많은 분야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가사일은 여성이 훨씬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유리 천장이 있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점을 외면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남성들이 요즘은 남성들이 역차별 받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여러 사실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


제목이 남자들의 심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남자들의 심리보다는 여성을 대하는, 또 페미니즘을 대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래도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착각을 하지 말자'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차별들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 그것은 특정한 남성들이 저지른 일이니 일반화하지 말라는 태도. 이런 태도들이 억압을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서 억압을 묵인, 방조하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는 아니야'하고 빠져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반성하는 태도.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것.


하여 이 책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썼다. 남자들이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을 깨닫도록 하고 있다. 사실 강한 쪽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미 특권으로 인한 편리함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편리함에 불편함을 던져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역할. 그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성찰과 반성, 그리고 페미니즘에 연대.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읽어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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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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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흔히 하는 말이고,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지. 이 말은 문제 삼지 말라는 말이다. 주로 힘이 있는 자들이나 그들 편을 드는 사람에게서 나오면 우리 역시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 말이 가끔은 약한 사람, 또는 피해자 편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도 있지 또는 너도 잘못한 것 아니냐 라는 말이 너무도 흔하게 나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우선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쉽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 이 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단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용납되지 못하는 말이 아니라 범죄에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성(性)'에 관해서는 이 말을 더 해서는 안된다. 자칫 하면 이 말은 이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 읽으면 불편하다. 상당히. 그런데 읽어야만 한다. 눈을 가린다고 사라지는,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없는 그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심심풀이로 또는 욕망을 사이버 공간에서 표출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실제로 육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정신이 죽어가고 있는데, 또 그 피해로 인해 실제로 몸이 앓고 있는데...


사이버 성폭력, 이 말도 너무 순화시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죄다. 그냥 처벌받아야 할. 아직은 양형기준이 강한 처벌을 하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낼 정도로 심한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 책이 나오기 전과 나온 다음,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성착취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아니 기대를 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공권력이 - 정말로 힘없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공권력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라는, 파수꾼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이러한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더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그런 공권력이었으면 하는데 - 제대로 개입했으면 한다.


이 책은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일어났던 - 이렇게 과거형으로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 성착취 범죄를 추적한 '불꽃'이라는 단체의 활동과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읽으면서 사이버 공간의 성착취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 이것이 문제가 된 이후에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흥미 위주이지, 이 문제를 근본으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는 많이 부족했음도 알게 되었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찰, 검찰들의 무능함도.. 텔레그램은 수사할 수 없다라든지, 이들을 잡을 수 없다라든지,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경찰에 신고를 해도 내 일이 아닌 양 하는 모습이라든지.. 참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장면이 많다.


그럼에도 공권력이 살아 있으니 성착취방을 운영한 자들을 체포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아직도 근절시키지 못했다는 점, 경찰이나 검찰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려면 점점 진화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폭력, 성착취에 대해서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을 다르게 읽으면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인데, 여자가 남자를 우리라고 부르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삶 자체에 위협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도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위협을 느끼면서 지내야 하고,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것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무마하고 눙치려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


결국 지금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기' 힘든 시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성별로 인해 어떤 성별이 또는 소수의 성적지향을 지닌 사람들이 위협에 시달려서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가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성착취물을 공유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안일한 생각, 그것이 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그건 명백한 범죄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범죄로 인해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사회가 어찌 행복한 사회겠는가.


그래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감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는 안돼라고 하면서 엄중한 처벌을 하고, 그런 일이 모방 또 재발, 확산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 중에 법안을 정비하는 것도 포함되니... 이 책은 다양한 방면에서 성범죄를 예방해야 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특히 이 책을 읽는 것이 나도 '우리'에 속한다는 연대의 표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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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 Uncontact -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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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다. 접촉을 줄여라. 5인 이상 모이지 마라. 사람이 사람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다른 도구를 통해서 접촉해라.

 

코로나19가 이러한 언컨택트 시대를 앞당겼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예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언컨택트 시대가 코로나19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코로나19를 맞이해 비대면이 강조되는 지금 사회에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를 미리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을 책이라는 말이다. 언컨택드... 접촉하지 않음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아니다. 언컨택트는 몸과 몸이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접촉은 더 자주, 많이 일어나는 사회를 가리킨다.

 

비대면 만남이 대면 만남보다 훨씬 늘어나는 사회, 그러한 추세로 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언컨택트 사회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한몫한다.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어떤 일이든 살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사람의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경우도 많고, 스마트 어쩌고 저쩌고 해서 사람의 욕구를 판단해 미리 제공해 주는 온갖 기계들이 이미 우리 실생활에 들어와 있다.

 

무인 기계, 일명 키오스크라고 하는 것이 점차 확대되어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인 배달 차량도 개발되어 시운전 중이라고 하니, 또 스마트폰으로 밖에서도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조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니..

 

이미 우리는 언컨택트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서 언컨택트 사회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었는데... 주주총회 전자투표나,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등 아직은 낯설게 받아들이던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언컨택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용어로 정리하지 않았을 뿐인데, 코로나 19로 언컨택트 사회에 우리가 들어섰고, 또 앞으로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음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언컨택트는 연결을 거부하는 사회가 아니다. 접촉을 거부하는 사회도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하는 사회다. 이 책에서 그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언컨택트라고 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고, 또 나만 잘살면 돼라는 사고, 행동을 유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컨택트는 단절이 아니라 컨택트 시대의 진화인 것이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연결과 교류가 되는 언컨택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언컨택트 사회가 되어도 우리의 공동체는 유효하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유효하다. 다만 사회적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연결되는 방식에서 비대면·비접촉이 늘어나고, 사람 대신 로봇이나 IT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일부 채울 수 있다. (263쪽)

 

기억하고 명심해야 할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연결 방식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바로 언컨택트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맺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바뀌어서는 안된다. 즉, 언컨택트 시대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진정한 언컨택트 사회다.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함께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 균형잡힌 주장을 한다는 것, 즉 과학기술의 발전에 무조건적인 열광과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주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언컨택트를 단절로 보면 안 된다는 것. 비대면 접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앞으로의 사회겠지만, 모든 관계를 비대면만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우리가 비대면과 대면의 관계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언컨택트 사회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언컨택트 사회에서 빅브라더가 나올 가능성, 내 사생활이 완전히 노출되어 통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런 사회에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것. 하여 기술 발전을 부정하지는 않되, 그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언컨택트 사회를 살아갈 우리들이 준비해야 할 자세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나타날 시대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그 시대에 맞춰서만 살아가서도 안된다. 과거와 미래를 잘 융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인류가 해온 일 아니던가. 그러니 과거에만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되, 현재에 미래를 끌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트렌드를 공부하는 이유다.

 

이 책에 나온 많은 언컨택트한 관계들, 방법들.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잘 살펴서 미래를 현재에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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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디담.브장 지음 / 교양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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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행동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그 전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기준으로 바뀐 시대를 탓하고, '그대로!'를 외치며 사는 모습이 당당한, 멋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런 행동,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일러 일명 꼰대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꼰대들이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자신들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들이미는, 들이미는 정도가 아니라 강요하는 꼰대들이 있는 한 피해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부분에서 이런 꼰대들이 활약하겠지만, 꼰대들이라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은 '나이와 성별'이다.

 

 

'나이' 

많은 것이 자랑일 수도 적은 것이 부끄럼일 수도, 반대로 많은 것이 부끄럼이고 적은 것이 자랑일 수도 없는 그냥 살아가면서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쌓인 시간의 합이 나이다. 많다고 지혜로운 것도, 젊다고 패기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는 어떤 광고의 말처럼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이를 내세우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꼰대다. 그런 꼰대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나이로 나타나는 꼰대들의 모습은 다양한데,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성별로 인한 일들이다.

 

우리 때는 그보다 더 심했어 라는 말이나, 나는 그런 의도로 한 것이 아니었어, 너 잘 되라고 그런 거야 등등 예전에는 차마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성폭력이라는 죄로 나타나고 있다.

 

권력의 위계가 너무 심해 자신이 피해를 입어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드러내는 순간 피해자가 더한 피해자가 되는 현실 속에서 감추어야만 했던, 그리고 자신이 떠나거나 그냥 참고 지내거나 해야만 했던 일들이 이제는 속속 폭로가 되고,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아냐, 난 관행대로 했을 뿐이야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회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이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자들의 관점에서 한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겠지만, 약자,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너무도 큰 상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고, 그 상처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채로... 그러니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라는 말 대신에 권력자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던으로 바꾸어야 한다)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는 사회 문제가 된다.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일을 판단할 때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어떤 성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니 관행대로란 말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 만화는 웹툰계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을 다루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를 인식하고 그것을 사회에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드러내기 힘든 일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고, 권력을 옹호하는 공고한 주변 환경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소를 해도 그 뒤에 이루어지는 지난한 과정, 그리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이상한 분위기,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또다른 분위기와도 맞서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싸움으로 사회는 변한다. 이 만화에서도 문하생으로 들어가 온갖 노동 착취에, 신체적 폭력, 성적인 희롱을 당하던 주인공이 그것이 범죄임을 깨닫고 가해자를 고소하면서 겪는 일을 하나의 물방울이 바위에 부딪히는 일처럼 표현이 된다.

 

정말로 힘든 과정이다. 너무도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많다.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인 것처럼 생각될 때도 많다. 그러나 잘못은 가해자가 한 것이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이는 명백한 진실이다.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재판에서 이기는 과정... 통쾌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가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해자는 이겨도 힘들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가해자가 나타나 보복하면 어떡하지 하는 그러한 두려움이 이 만화에 너무도 잘 나와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다른 사람을 돕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하나의 물방울이 바위에 부딪혀 떨어져 내렸지만 계속 되는 물방울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만화다. 그리고 이 만화의 끝장면이 진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피해자가 피해다니면 안 된다는 것.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아니 그렇게 되도록 우리 사회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말한다. "저, 여기 있어요."

 

그렇다. 이제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은 이제 더이상 피해자가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다. 사회 변화의 촉발자이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당당한 주인공이다.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진행 중이기도 하겠지만, 만화의 마지막 장면이 진한 감동으로 여운을 준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저, 여기 있어요."라고, 그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꼭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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