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13호 : 집 인문 잡지 한편 13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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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를 '의식주'라고 한다. 옷과 밥과 집. 이 중에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집이란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은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를 의미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거주 공간이겠지만, 이 책은 그러한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아파트와 비슷한 주거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 난개발로 쫓겨난 사람들,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주거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쪽방촌과 전세, 또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청년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집의 범위를 넓힌다. 집은 우리 몸일 수도 있다. 종교 생활을 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의탁하는 장소일 수도 있다. 또한 지구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집에 관한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후쿠시마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주민들 이야기도 있다. 과연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삶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인 호스피스 병원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집은 우리 몸을 머무르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 마음까지도 받아들이는 장소다. 그런 장소는 누구나 지닐 권리가 있다. 그래서 국가는 누구나 자신이 머물 공간을 지닐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거 권리조차 누리기 힘들다.


점점 낮은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수입은 그에 따르지 않고, 기껏 살고 있던 낡고 허름하지만 싼 집들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되어 버린다.


여기에 빚을 내서 전세로 얻은 집은 사기를 당해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전세금을 받지 못하면 어디로 갈 곳이 없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이렇게 내몰리는 삶. 그런 내몰리는 삶이 아닌 집을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글들이 많았다. 집에 관한 현실은 여전히 어두웠으므로. 


읽으면서 존 버거의 글이 생각났다. 바로 집에 관한 이 글. 이렇게 세상의 중심인 집. 누구나 그 세상의 중심에서 아래로 위로, 앞으로 뒤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원래 집이란 말은 세상의 중심을 의미했다. 지리적인 아닌 존재론적 의미에서 그랬다. ... 전통 사회에서는 세상의 의미있는 모든 것들은 다 실재였고, 그 세상의 밖에는 위협적인 혼돈이 존재했다. ... 집이 없으면 모든 것은 파편일 뿐이었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열화당. 2004년.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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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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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약육강식의 시대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이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해서 살아남은 종들을 보면 호전적인 종이 아니라 다정한 종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정함이 기반이 되면 무리를 이뤄 생활할 수 있으며, 무리를 이룬다는 말은 서로 돕는다는 말이고, 이는 다른 집단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된다. 이런 무리에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존재는 버텨낼 수가 없다.


함께함이라는 말에는 이미 나를 어느 정도 양보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만이 양보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양보하면 남도 그만큼 양보한다. 호혜라는 말이 성립한다. 


이 책은 이렇게 다정함이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양태가 어느 동물과 더 가까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인간은 보노보처럼 다정함을 바탕으로 지구에서 가장 강한 종으로 군림해 왔다. 단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뇌의 발달과 다정함이 함께함으로써 인간은 지구에 더 많은 인구를 퍼뜨려왔다고 한다.


사회생활이라고 하는데, 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다정함이라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다정함이 사회 관계를 잘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이론에서도 가장 승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호혜 원칙을 잘 지킨 프로그램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남들과 함께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다는 것을 게임이론을 통해서도 증명하고 있다.


(엑셀로드 교수의 게임이론이라고 하는데 '28. 협력의 비밀, 로버트 엑셀로드의 '협력의 진화' #한봉규 (tistory.com)' 이 사이트에 이 이론이 잘 설명되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열린책들, 2001년 초판 3쇄. 34-36쪽)에 '협동 상호성 용서'라는 제목으로 이 이론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절판이 되었으니, 아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될 듯)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다정함을 회복하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다정함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교육으로, 홍보로 가능해질까?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고...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만나면서 서로에 대한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야 다정함을 통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관용이 없는 사람들을 '교육'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 가치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문화주의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이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대상은 이미 관용을 실천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문화 감수성 훈련이 본래 자리잡고 있던 불관용 이데올로기를 오히려 더 공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 (250-251쪽)


이렇게 문제를 제기한 다음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결책은 다름 아닌 접촉이다. 만남이다. 이런 만남이 집단 간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집단 간 갈등의 경우에는 접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변화가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60쪽)


그러면서 앞에서 이야기한 교육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한다. 교육이 쓸모없다는 말이 아니라, 이론으로, 지식으로만 하는 교육이 유용하지 않다는 말이다. 교육을 하는 곳, 학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학교는 바로 접촉을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그러니 교육은 다정함을 바탕으로 사회를 이루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으로 편협함을 없애는 일의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교육은 사회화라는 중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데 이상적인 공간이다.' (260쪽)


자, 이 말을 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적용해보자. 어떤 학교가 필요한가? 특정한 소수의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가 아니라 다양한 다수의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가 필요하다. 오히려 특정한 학생들이 모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한다면, 이것은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길러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인정한다면 학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지내는 장소여야 한다. 어떤 특정한 구성원들로 한정된 학교는 다정함을 발현시키기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학교 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수월성을 강조하면서, 영재교육을 하겠다고, 또 특정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어려서부터 교육하겠다고 다른 학생들과 구분지어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러한 특수학교(특정한 목적으로, 그 목적에 어울리는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학교) 설립에 반대할 것이다. 그것은 상대를 받아들이게 하지 않고 저자가 말한 대로 다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면서 배척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주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소, 그런 장소로서의 학교라면 교육이 집단 간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300쪽)


친구는 나와 같은, 또는 비슷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종들 또 무생물들도 포함이 된다. 그들을 비인격화하는 태도가 아닌 다른 존재들도 인격화하고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다정함의 원천이고,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시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다정함이 살아남는다는 저자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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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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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즐겁게, 또는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때로는 낄낄거리며, 때로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면서 읽게 되는 책.


책 자체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의 힘으로 책은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이 지닌 이야기를 디지털로 만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만지며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까.


이 책은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책과 관련해서 만나게 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 이야기다. 자신이 그 책과 관련해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 문학작품이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에 관한 이야기부터 책에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 이 책에서는 책찾기에 도움을 주는 사람 두 명이 나온다. 한 명은 시계 수리를 하는 N씨, 시계 수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헌책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헌책방 주인장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도 무척 흥미롭다. 여기에 책 보부상이라고 할 수 있는 H씨. 이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다. 세상 괴짜들 정말 많다.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도 많고, 그들이 교수랍시고, 박사랍시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보다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실력을 쌓고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경제적 부유함을 추구하지도 않고, 그냥 즐기는 모습들이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


이 책에서 '독창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N씨와 H씨의 삶은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사람들의 사연이 이 책의 핵심이다. 왜 그들은 그때 그 책을 구하려고 할까? 새로운 판본이 나온 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자신이 그때 읽었던 또는 지니고 있었던 책이어야 할까? 이것이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그 책에 얽힌 사연이 삶의 일부분이라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분이 바로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꼭 함께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공짜로 들을 수는 없다. 때문에 주인장은 자신이 책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수료 대신 이야기로 대체한다. 어쩌면 이야기가 더 값질 수 있는데, 책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게 되고, 주인장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거래 (? 이 말은 쓰고 싶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다는 말에 대응하는 취지에서 그냥 쓴다)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나같은 독자들은? 책값을 내고 사서 읽고 있으니, 역시 그 대가를 치르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셋째는 바로 책이 주는 이야기다. 책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문학작품이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철학책이나 기타 다른 책이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책들의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으니, 자연스레 그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관심을 가지면 언젠간 읽게 되지 않을까? 아니, 읽을 운명인 책이라면 읽게 되겠지, 이렇게 [헌책방 기담 수집가]라는 책을 통해 만난 책들의 이야기도 만나게 되겠지. 그러니 이 책을 읽은 것도 역시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소개된 책 중에 읽은 책도 있지만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또한 읽은 책이라도 책을 구하려는 사람이 경험한 것과는 다르고, 살아온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그가 구하는 책과 다른 판본인 경우도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같을지 몰라도 판본에 따라 느낌은 다를 것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읽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책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는 똑같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처럼 세 가지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는 책. 하나하나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 이야기들이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한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 


읽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 편도 나왔다고 하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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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영화로 만나는 아프가니스탄 푸른사상 교양총서 19
박일환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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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얼마 전에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있다. 탈레반이라는 이름도 많이 들어본 조직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그곳에서 살 수 없는, 우리나라를 돕던 사람들을 망명이라는 이름 대신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로 오게한 것.


그들은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은 우리에게는 낯선 나라다. 그냥 전쟁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나라, 탈레반이 불교 유적을 파괴한 나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알고 있을까?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와 있는 사람들이 있듯이 아프가니스탄은 우리와 관계가 없지 않다. 그러니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보다는, 문학과 영화를 중심으로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권력자들이 아니라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문학과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알려진 작품들이 많지 않아서 이 책에 소개된 문학작품이나 영화가 생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문학과 영화를 내용 중심으로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으며, 그 작품들에 나타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생활 모습,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알려주고 있다.


소련과의 전쟁, 탈레반 집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다시 탈레반 집권. 현대에 이르러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에서 벗어난 시기가 많지 않다.


자신들의 나라를 건국했지만 종족별로 갈등이 있으며, 이러한 갈등이 봉합이 안 된 상태에서 소련과 미국의 진주가 있었고, 이 틈을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이 파고들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고, 탈레반은 여성들의 활동을 금지(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아프가니스탄 소설과 시를 통해 그 나라의 상황을 잘 전달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다른 나라의 시선으로 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시각이 지닌 문제점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그럼에도 그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에 또는 다른 나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을. 그래서 여전히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은 계속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아프가니스탄 소설이나 영화들이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만큼 그들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이들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세계 시민들에게 알리고 아프가니스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에 온 특별기여자들 가운데서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또는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시든 소설이든 영화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등등) 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들의 예술도 우리 사회에서 자유롭게 발표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생소한 아프가니스탄의 문학과 예술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유튜브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영화 소개한다. [학교 가는 길]이다. 이 영화를 보면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란 감독이 만들었지만 배경은 아프가니스탄이고,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아이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참고로 이 영화는 하나 마흐발바프라는 영화 감독이 만들었는데, 그때 나이가 19세였다고 한다. (이 책 153쪽 - 159쪽 참조)





영화 볼 수 있는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vblXsh0h5w0


https://www.youtube.com/watch?v=jNVJuqVrk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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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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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글쓰기에 관한 책도 많은데 굳이 외국 작가가 쓴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글쓰기가 한국어를 잘 활용한 글쓰기고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도 어울리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따라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그 점을 찾아내지 않으면 이 책은 우리에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다른 글쓰기 책처럼 글쓰기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고, 예시문을 실어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글을 써보라고 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대부분의 글쓰기 책에서도 보인다. 비슷한 글쓰기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 왜 르 귄의 글쓰기 책을 읽어야 할까?


우선 르 귄은 꼭 이렇게 쓰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반드시(이 반드시라는 말은 시험에나 통용되는 그런 말이 아닐까 싶다.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정답만을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 시험 제도에서는 '반드시'가 잘 먹혀든다. 글쓰기 책들도 그래서 '~해야 한다와 ~하지 말아라'를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가 있다는 점이 르 귄의 책을 관통한다. 그래서 르 귄은 이렇게 쓰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다양한 예문을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여럿이다. 그 여럿 중에 고를 수도 있고, 자신이 정답을 만들 수도 있다.


책 제목이 왜 항해하는 글쓰기겠는가! 항해는 바다에서 가는 일이다. 망망대해(茫茫大海). 엄청난 바다에서 길을 찾아 항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초하고 만다.


바다에서 좌초하지 않고 항해를 잘하려면 길을 잘 찾아야 한다. 해도를 보고 항로를 따라가야 한다. 바로 이 해도가 '글쓰기 책'이다. 항로를 따라가는 일, 이것이 글쓰기다. 작품이다.


그런데 해도가 단 하나뿐인가? 아니다. 해도는 많다. 또 같은 바다라도 길은 여럿이다. 항로가 여럿이란 말이다. 그렇다고 이미 밝혀진 항로로만 갈 것인가? 그것은 안전한 길이다. 무난한 길이다. 그렇지만 자기만의 길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도 없다.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콜럼버스 등이 왜 지금도 이름을 남겼는가? 망망한 바다에 자신의 항로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왜 승리를 했겠는가? 바닷길을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글쓰기다. 르 귄이 말하는 글쓰기도 이렇다. 기존의 해도와 항로를 참조해야 한다. 그렇다고 꼭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지도에 없는 길도 가야 한다. 그런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르 귄의 글쓰기는 글쓰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 점이 좋다. 글에서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말로 글쓰기 책을 시작하고 있다.


'자기 글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의식할 줄 아는 기술은 작가에게 필수적이다. ... 좋은 작가는 좋은 독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귀가 있다. 우리는 대개 글을 눈으로만 읽지만 많은 독자가 예민한 내면의 귀로 글의 소리를 듣는다. ... 서사 작가는 내면의 귀로 자신의 글을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 쓰면서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21쪽)


음성과 문자는 다르다고 하지만 문자에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좋은 독자가 갖추고 있는 자세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작가 역시 자신의 글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카프카가 생각났다.


시인이 아닌 카프카 역시 자신의 작품을 친구들 앞에서 낭독하지 않았는가. 이 낭독을 듣고 감탄한 친구들. 만약 낭독이 실패로 끝났다면 그 작품에는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고치려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카프카는 낭독하기 전에 고치고 또 고치고 했겠지만.


이렇게 소리와 문자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것은 곧 글을 쓸 때 문법이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문법! 이건 시험 볼 때나 필요한 것 아니었나 하지만, 아니다. 우리가 말하기를 잘한다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는 상황에 맞춰 어법에 맞는 말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기에도 어법이 중요한데, 글쓰기에서랴. 르 귄은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간과하기 쉬운 점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소리와 어법으로 글쓰기 책을 시작해서 마지막은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이 퇴고로 끝난다. 그런데 이 퇴고를 '메우기와 건너뛰기'라고 한다. 벌어진 틈은 메우고,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띄어야 한다고. 이 과정에서 르 귄은 말의 무게를 이야기한다. 


'글을 줄이려면 단어들의 무게를 잴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중에 어떤 것이 스티로폼이고 어떤 것이 묵직한 금인지 찾아낼 수 있다. 글을 가혹하게 줄이다 보면 문체가 강화되고 메우기와 건너뛰기를 둘 다 소화할 수 있게 된다.' (200쪽)


말에도 무게가 있고, 당연히 단어에도 무게가 있다. 그 상황에 맞는 말은 무게가 있는 말이고, 그런 말은 '금'이 된다.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은 일회용인 '스티로폼'이 된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르 귄의 글쓰기 항해술은 글쓰기라는 바다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르 귄은 이 책을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닌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썼다고 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글쓰기 워크숍(합평회)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혼자 연습할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르 귄이 책 뒤에서 알려주고 있듯이 여러 사람이 모여 합평회를 하면 더 좋겠다.


글쓰기 방법뿐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의 예문들을 만날 수도 있어서 좋은 글쓰기에 관한 책. 그렇다고 이 책을 무슨 법전 섬기듯이 모시면 안 된다. 그건 르 귄이 바라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해도로 삼아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하길 바라면서 쓴 책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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