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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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검은 혈액이라 부른다고 한다. 피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사실 커피만큼 많이 마시는 음료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집을 찾기가 너무도 쉬우니 말이다.


온갖 이름을 달고 있는 커피집들... 외국에서 들어온 커피집부터 자신이 내린 커피를 파는 커피집까지 너무도 다양하다. 그리고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요즘은 청소년들도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니 커피 소비량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런 커피가 어떻게 등장했고, 또 세계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이 책의 저자는 살펴본다. 아랍에서 처음에 정신을 각성시키는 음료도 등장한 커피가 서양으로 퍼져나가게 되는 경위를 살펴보고, 세계사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알려준다.


우선 아랍 무슬림 중에서 수피교도들에 의해 커피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기도를 할 때 졸지 않기 위해서 마시는 검은 액체... 이를 처음에는 검다고 해서 석탄과 비슷하다고 여길 수도 있었으나 (꾸란(코란)을 살펴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는 꾸란에는 '석탄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한다-56쪽'고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러니 무슬림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와인(술)도 아니고 석탄도 아닌 다른 종류의 음료여야 했다. 이때 찾아낸 것이 바로 '잠잠성수(매카의 카바신전 옆에 있는 신비한 우물물-32쪽)'라는 말이다.


신비한 물, 커피를 검은 잠잠성수라고 해서 합리화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커피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커피는 아라비아 상인들과 함께 전파되었다.


영국에서는 공론화의 장으로 커피하우스가 기능하였지만, 어느 순간 커피하우스는 사라지고 홍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커피하우스가 여성을 배제했기 때문에 더 확산이 될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주장을 한다.


반면에 같은 공론장의 역할을 커피하우스가 했지만 프랑스에서는 계속 확산된다. 이는 여성을 배제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혁명과정에 커피하우스가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데 기인하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에 군대에서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커피를 이용하기도 했고, 뒤늦게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한 독일이 커피를 확보하기 위해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고 아프리카 주민들을 어떻게 혹사했는지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1차세계대전 때도 커피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브라질에 독일에 맞서게 되는 것도 커피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커피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식민지를 겪었던 나라들이 독립을 이룬 뒤에도 서양에 커피를 공급하기 위해서 단작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이런 경제구조가 그들을 계속 힘들게 했음도 다뤄주고 있다.


이렇게 커피는 세계사에 등장한 이래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무엇보다도 공론장의 역할을 커피하우스가 했음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커피집들에서는 누군가와 토론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각자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대화 역시 그들만이 공유하는 사적인 대화라고 할 수 있지, 사회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이끄는 공론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제 커피집의 역할은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는 많이 소비된다. 우리나라도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지역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양의 커피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세계 무역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음을 기억해야 하는데...


내가 마시는 한 잔의 검은 혈액, 커피. 그 커피와 관련된 세계 역사를 알면 내가 마시는 커피가 달리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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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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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은 상반될 것 같지만,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전쟁은 적을 죽음으로 몰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약도 몸에 들어온 안 좋은 요소들을 쫓아내야 한다. 즉 상대에 대한 죽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전쟁은 가능하면 우리 편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약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에 대한 해로움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나 약이나 다 긴급한 상황에 쓰인다. 물론 오래도록 준비도 해야 한다. 오랜 준비, 그리고 과감하고 빠른 실행. 이것이 전쟁과 약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보통 전쟁은 죽음, 약은 살림으로 대별된다. 전쟁과 약을 함께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전쟁과 약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약을 이용하는 경우, 이 경우는 생물학 무기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지금도 무서운 질병인 페스트 균을 무기로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하고, 스페인 독감을 연구하여 그를 무기로 쓰려고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 편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약을 개발해야 하기도 한다. 약을 통해서 우리 편의 전력 상실을 막고, 상대편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렇게 전쟁에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나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질병들의 원리가 밝혀져야 한다. 전쟁을 통해서 질병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 일반인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전쟁과 약은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다. 지금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그 점을 반증한다.


전쟁이 끝난 뒤에 특히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에 더 잘 알려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는 베트남 전쟁 이후에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거치면서 그 심각성이 잘 알려졌다. 또한 그를 치료하기 위한 약들도 개발되고 있는 중이고.


단지 전쟁만이 아니다. 전쟁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이런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니, 전쟁으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약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질병과 전쟁의 관련성이 소개되고 있다. 인류가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과정도 잘 나와 있다. 물론 전쟁이 꼭 약의 발전을 이끈다고 할 수만은 없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짧은 기간에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로 약의 발전을 이끈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 전부터 꾸준한 연구의 집적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만들어진 약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잘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항생제가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지만, 내성이 생긴 균들이 등장해(일명 슈퍼 박테리아라고 하는 것들) 항생제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듯이, 약도 잘 써야 한다고 한다.


약은 아무리 좋아도 우리 몸에 외부에서 들어온 외부세력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외부세력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저자는 그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전쟁과 약이라는 제목과는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말도 전쟁과 관련이 있다.


'약을 사는 행위는 불편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약을 사는 과정은 최대한 불편하게 하는 것이 맞다.'(310쪽)


전쟁은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약도 가능하면 복용할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그 점에서도 전쟁과 약은 비슷한 점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약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쉽고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은 책이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쓰는 약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왔는지, 또 그 약의 효능과 부작용은 어떤지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보자.


약을 통해 인류가 겪어온 현대사를 알게 되기도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를 이룰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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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3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약의 관계를 보면서 지난 몇년간 유행했던 코로나 바이러스와 이를 막기 위해 세계굴지의 제약회사들이 만들었던 각종 백신들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처럼 위기의 순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그러면서 인류가 발전해 나가는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kinye91 2023-05-31 19:04   좋아요 1 | URL
그 동안 축적되어 왔던 성과들이 위기 상황에서 결실을 맺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전쟁은 없어야겠지만 약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되고 발전되어야겠지요.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이유와 그 연결에 숨어 있는 놀라운 과학
톰 올리버 지음, 권은현 옮김 / 브론스테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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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제목이 영어 제목과는 좀 다르다. 영어 제목은 THE SELF DELUSION인데, 이것은 자아라는 환상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자아'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요소 아니던가. 그런 자아를 강조하다 보면, 개인에 매몰되기 쉽다. 그러나 우리는 고립되어 있지 않다. 개인은 개인이 아니다. 개인을 홀로 존재하는 자아라고 한다면, 그런 자아들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점을 내내 강조한다. 자아가 환상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나라고 하는 존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수많은 관계 맺기를 통해서 존재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주에서부터 미생물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한글 제목은 영어 제목을 풀이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보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너무도 거대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까지 모두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 그중 어느 연결이 끊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지점에서 연결이 끊긴다면 자신이 지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의 환경에 들어설 수 있다.


너무도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너무도 길고 방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공간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연결을 잊고, '자아'라는 환상에 갇혀 살기도 한다. 연결의 끊김이 바로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음도 인식하지 못하고, 연결을 되살리는 쪽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오로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과학기술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한다. 그는 오히려 자연과 더불어 지낼 것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결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런 연결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이런 삶은 자연과 우주와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사는 삶이기도 하고, 또한 '나'라는 몸으로 국한시키더라도 내 몸에도 수많은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최근 과학이 증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인 중심주의에서 연결성을 중심에 놓는 사고와 행동으로 바뀌어야 한다. 어느 한 나라만 잘 살아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이것을 저자는 실과 천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실의 삶에서 벗어나 천의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자아정체성의 범위가 넓어지고, 자신이 하나의 실이라던 인식에 머물지 않고 전체 천의 웅장함을 볼 수 있게 관점이 바뀌면서, 우리는 모든 인류의 더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노력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291쪽)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관계가 바로 인간이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을 사회적이라는 말로 한정지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사회뿐만이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고, 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 우리가 그런 인간이란 생각을 지닌다면 개인에 매몰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인간이다. 사람 사이... 아니 모든 존재 사이. 즉 이 사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의 끈을 만들며, 또 서로 엮여 살아가는 존재.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실들이 모여 이룬 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올이 나가면 천도 망가진다. 다른 실들이 온전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연결된 세상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잘살아야 하는 세상. 이때 우리는 인간만이 아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들, 보이지 않는 존재부터 볼 수 없는 존재까지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연결되어 살아감을 이 책의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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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세계
션 B. 캐럴 지음, 장호연 옮김 / 코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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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이냐 우연이냐를 많이 따진다.눈먼 시계공이라는 말도 있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우리 삶이 과연 정해진 대로 살아질까? 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만 하면 될까?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의 삶에는 우연이 없다는 말일까?


과연 그럴까? 인간 숫자가 70억 정도 되는 이 지구에서 과연 모든 일들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질까?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멸종들도 필연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의문들이 있다.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 그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한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필연을 생각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기 위해서도 그런데, 그 상상이 인간의 한계를 짓는다고도 해야 한다.


신의 뜻대로라면 인간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자유의지는 없다는 말도 있지만, 자유의지라고 해도 과연 필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내 뜻대로 한다는 의미의 자유의지라면 내 뜻대로에는 수많은 우연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는 우연으로 이루어진 세계, 우연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된다.


왜 하필 그때, 또 똑같은 일을 당하고도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경우,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가 거의 비슷하지만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이유 등등.. 결국은 우연이 작동한 결과라고 한다.


우연히 어떤 것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살아남아 다시 퍼뜨리고, 강화되고, 거기에 다시 우연이 발동하여 돌연변이가 생기고, 돌연변이가 널리 퍼져 우세종이 되는 현상. 이러한 현상들에 어떤 필연성을 찾기보다는 우연으로 인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몇억 분의 일이라는 확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우연이 작동한다. 그 점은 우리도 안다. 하지만 단지 모든 것을 우연에 기대지는 않는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노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또다른 우연이 개입해서 다른 변화가 일어난다.


이 말을 저자의 말을 빌리면 '우연은 창조하고, 자연선택은 발명품을 퍼뜨린다'(156쪽)고 할 수 있다.


왜 저자는 이렇게 우연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이것은 바로 인간의 자율성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신에게 인간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닌, 수많은 우연으로 인류가 지구상의 지배종이 되었고, 또 수많은 우연으로 인간 유전자에 많은 변이들이 생기며, 그런 우연들이 살아남음으로써 지구상에서 생명들이 살아가게 했다는.


책은 처음에 지질 발견부터 시작한다. 단층이 생겼고, 거기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는. 멸종이 이루어졌는데, 멸종을 무엇이 일으켰느냐는 추적으로 부터. 추적의 결과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고, 그 충돌로 인해서 많은 생물들이 멸종했다고 한다.


많은 생물들의 멸종을 일으킨 소행성 충돌은 필연일까? 아주 적은 확률로 일어난 우연이다. 이 우연이 생명체들의 존속을 갈랐으니... 그렇다면 이런 우연에서도 살아남은 종들은 어떤 종들일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창조한 생명체들이다.


결국 우연이 생명체들의 몸에 무언가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고, 이래서 우연이 창조하고, 자연선택이 퍼뜨린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 인간은 과거를 학습하는 능력이 있으니, 그러한 우연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되었을 터. 우리는 우연으로부터 창조와 지속을 학습했고, 이런 학습이 바로 인간의 자율성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우연은 자리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신의 존재에 대한 비판이 이 책6장에서 오순절 교회 목사들이 독사를 들고 설교하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우연을 강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우리 세상은 우연이 우리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이 많다. 


그러니 신의 뜻대로가 아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니, 살아 있는 동안 삶을 즐겨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우연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율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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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미생물 세상입니다 - 연세대 최우수 강의 교수가 들려주는 미생물학 강의
김응빈 지음 / 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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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보이는 존재보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더 많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도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인 양 생각하기도 한다.


미생물. 아주 작아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명체들. 그런 미생물에 대한 책이다. 미생물을 부정적으로도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으로도 보지 않고 그 자체를 알려주는 책.


미생물 하면 바이러스를 떠올리고, 병원균이라고 생각해서 박멸해야 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미생물을 모두 박멸한다면 사람들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는 경우보다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미생물은 꼭 필요하다.


항생제가 발달해서 미생물들을 죽여서 우리 몸에서 많은 미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한다.


그러니 미생물을 배척하기보다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생물에 관해서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읽기에 좋다. 여기에 미생물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아주 높은 기온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이 있고, 아주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도 있으며, 아주 깊은 심해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이 있는가 하면, 우주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하는 미생물이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들도 어떤 때는 우리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다가도, 어떤 때는 우리 몸에 해로운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미생물이 환경에 따라서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해로운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몸에 있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질 때 질병이 발현한다는 사실. 그러니 미생물에 책임을 돌리지 말고 인간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이런 식으로 다양한 미생물, 그리고 미생물 발견의 역사, 미생물과 우리가 공존해야만 하는 이유 등등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니 읽어볼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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