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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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물이 아니다. 그러나 생물처럼 존재한다. 아니 책은 생물이다. 살아 있다. 책을 죽은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또한 책을 죽이려는 사회 역시 생명을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다. 책은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생명력을 유지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이 책은 책의 역사이자 책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책에 대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알렉산더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세계를 정복할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력으로.


하지만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한 사람은 없다.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세계를 정복할 수가 있다. 책에게는 한계가 없다. 시간의 한계도 공간의 한계도 언어의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알렉산더는 세계 정복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세계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헬레니즘이라는 이름이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도 알렉산더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책에 관한 알렉산더의 기여다. 그는 전쟁 중에도 '일리아스'를 들고 다니면서 읽었다고 한다. 자신을 아킬레우스에 비유하면서.


단지 알렉산더가 책을 읽었다는 것에서 그의 공헌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에 대한 그의 공헌은 그가 죽은 뒤에 나왔다. 바로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책들, 다양한 언어로 쓰였던 책들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지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사를 하고 번역을 한다.


책을 통해 세계가 교류하기 시작한다. 국제화, 세계화가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것을 방해하는 존재도 있다. 책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도서관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자신들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듯이. 하지만 도서관을 파괴해도 모든 책을 파괴할 순 없다. 또 책을 읽지 말란다고, 책을 불태우라고 해도 몇몇은 책을 구출한다. 그리고 그 책들은 후대로 전해진다.


즉,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책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왔다. 저자는 '멸종위기 책'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는데, 역사를 통해서 책은 멸종위기에 처한 적이 많았다.


저자가 들고 있는 예를 들지 않아도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생각해 보면 된다. [훈민정음] 책이 발견되지 전에 한글 창제에 관해서 얼마나 많은 억설들이 있었던가. 분명 창제한 사람과 창제한 시기 그리고 출판을 했다는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산군 때 한글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한글로 꾸준히 창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훈민정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야말로 멸종위기 책이 바로 [훈민정음]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는 단 두 권만이 살아남았다. 그나마 한 권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 단 한 권만이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책의 모험이다. [훈민정음] 책은 바닥을 까는 재료로, 화장실의 휴지로, 벽지로 쓰이면서 사라져 갔을 것이다. 눈 밝은 누군가가 발견하고 보관하기까지는.


왕조실록을 무려 4곳에 보관하던 조선 사람들이 [훈민정음]을 이렇게 도외시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이는 [훈민정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책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그러면서 살아남았다. 어떤 책은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남았고, 어떤 책은 간신히 살아남아서 훨씬 뒤에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러한 책의 역사, 책의 모험을 만나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많은 책들과 작가들이 종횡무진으로 나타난다. 책에 관한 수많은 지식들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책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을 이루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하는 말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우리에게 시들지 않는 선례를 물려주었다. 인간의 평등, 지도자 선택의 가능성, 아이들에게 노동보다 교육이 낫다는 직감, 병자와 약자와 노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등, 이 모든 발명은 고대의 발견, 즉 불확실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고전을 통해 가능했다. 책이 없었다면 우리 세계의 가장 좋은 것들은 망각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507쪽)


그렇다. 지금은 e-북이라고 해서 디지털을 이용한 책들도 나오고 있지만, 책의 형태가 어떠했든 책은 역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로 우리 곁에 책이 존재하고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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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01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지식은 날로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kinye91 2023-12-02 12:18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책으로인해 인류의 지식이 보존되고 계승되며 더욱 확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의 악마 - 어두운 인간 본성에 관한 도발적인 탐구
줄리아 쇼 지음, 김성훈 옮김 / 현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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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저지르는 특정한 사람이 있지 않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리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안의 악마라고, 우리 모두는 이런 악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악을 실현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악을 실천할까? 그 사람들은 특별한가? 아니라고 한다. 나치를 예로 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 아이히만을 말하고 있다. 그는 특별하게 나쁜 사람인가? 어떤 악함을 지니고 있는가?


아니다. 그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평범한 사람. 그러나 그러한 평범함이 악으로 발현될 때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행한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그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점을 적용하면 악은 평범하다. 마찬가지로 선도 평범하다. 누구는 악하고, 누구는 선하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그가 지니고 있는 유전적 형질이라든지, 또는 생각만으로 악하다 선하다 할 수 없다고 한다.


악하다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와 있는데, 이 사례들을 보면 개인에게 악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악이 실행되게 하는 수도 있으니, 이런 방관자들도 간접적으로 악을 보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오히려 명확하다. 사람을 어느 한 쪽으로 규정하지 말라.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과도 대화를 해라. 자주 만나다 보면 보지 못했던 점을 보게 된다. 편견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게 된다.


또한 사람과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환경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그 환경을 살피고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집단 속에 자신을 집어넣고 벗어나려고 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집단 속 개인임을 명심해야 하고, 집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절대 악은 없다. 우리 모두는 악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것이 실현되지 않게 조심할 뿐이다. 악을 실현한 사람들도 그들이 처한 환경을 살펴야 한다. 그 사람은 원래 그래 하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환경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악에 대해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명심하자.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1. 사람을 악하다고 말하는 것은 게으른 일이다. 

2. 모든 뇌는 조금 사디스트적이다.  

3. 우리는 모두 사람을 죽일 수 있다.  

4. 우리의 소름 끼침 감지기는 기능을 보장할 수 없다.  

5. 기술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6. 성적 일탈은 꽤 흔하다. 

7. 괴물 같은 자들도 다 인간이다.  

8. 돈을 쫓다 보면 해악을 잊어버린다.  

9. 문화가 잔혹한 행동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10. 우리는 입에 담기도 싫은 불쾌한 것들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


이 정도를 명심하고 사람을 판단하자. 사람을 만나자. 그리고 이야기를 하자. 또한 사회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자. 사회를 바꿔야 한다면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결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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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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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도'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도란 거룩한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제일 먼저 나와 있지만, 대부분은 예수의 제자들을 의미할 때 쓴다. 또한 그런 의미를 확장하여 스승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하고.


그렇다면 사도들은 스승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다. 또한 스승을 뛰어넘지 않는다.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그를 남들에게 전파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사도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한계에 갇힌 존재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윈의 학설을 더욱 발전시킨 12사람을 인터뷰한 결과를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도들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이들이 다윈의 학설을 지지하고, 다윈의 학설을 우리들에게 널리 알린 공로를 들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참 좋은 말이긴 한데...


대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다윈의 위대함이다. 그의 위대함이 지금 그들을 낳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다윈의 위대함과 더불어 다윈의 잘못도 다루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다윈의 잘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화론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다윈이었다. 다윈은 진화론의 창시자로서 역할을 했을 뿐, 지금 과학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다윈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학설은 계속 진화한다. 그렇다면 그의 학설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발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윈은 이런 학설에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대담집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다윈의 학설은 단순하다는 점에 있음을 알았다. 그들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다윈의 주장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이 단순함이 생물들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는 것.


그렇다. 이론이 단순할수록 이해하기 쉽다. 또한 그 단순함으로 인해서 다양한 분야로 벋어나갈 수 있다.  


다들 다윈의 이론은 아래에서 위로, 단순함으로 생물학을 설명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코페르니쿠스가 생각났다.


천동설을 지동설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 오죽하면 칸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도 했겠는가.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역할. 


천문학이, 과학이 더 발전했다고 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이 사라지지 않듯이, 다윈의 업적도 사라지지 않는데, 코페르니쿠스가 천동설 이론으로는 천체의 운행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설명하기 힘들다는 데서 천동설의 문제점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래서 지동설로 바꾸었더니 천체의 운행이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이 되더라는, 그런 구절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다윈의 이론도 마찬가지다. 단순 명료.


여기서 출발하면 된다. 또한 과학자로서 다윈은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 사회의 분위기가 엄중해서 안전을 고려해서 발표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이 옳은지 그른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을 가진 것이 진화론을 발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


이런 태도가 바로 과학자가 지녀야 할 자세 아니던가. 그렇게 이 책을 통해서 다윈의 진화론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학자의 태도에 대해서, 왜 사람들이 다윈, 다윈 하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속칭 다윈의 사도라고 칭하는 사람들 역시 다윈의 절대성 속에 무조건 자신들을 밀어넣지 않고 있음을... 다윈의 사도들은 다윈의 이론에서 출발해 더 진전된 과학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사도란 말에 대해서 지금도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이 책에 나온 사도들처럼 무조건적이지는 않음을... 이것이 바로 과학이고 과학자들의 태도임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널리 이름을 날린 최재천이라는 학자가 다윈의 사도들이라고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이름만 여기에 적는다.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에 이 사람들 책이 많이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면 다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책 뒤에 실린 부록을 참고하면 좋겠다.


자 , 열두 사도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단순히 다윈 추종자라고 해서는 안 되고, 다윈의 학설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킨 사람들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부부. 일심동체라고 한 사람으로 여기서 다룬다), 헬레나 크로닌,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피터 크레인, 마쓰자와 데쓰로, 스티브 존스, 매트 리들리와 마이클 셔머, 제임스 왓슨, 재닛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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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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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멸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불멸의 존재. 예전에 과학계에서는 영구동력을 연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번 작동하면 다른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계속 작동하는 동력.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영구동력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영구동력과 불멸을 비교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비교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적 기술적으로 영구동력은 불가능하지만, 불멸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고.


불가능하지 않다면 불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불가능이 아닌 경우 시일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가능으로 변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자들은 불멸은 '어떻게'라는 질문 보다는 '언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있었고, 약간의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갈 길이 멀다는 말을 불가능이 아니라, 갈 수 있음으로, 가능으로 판단하고, 저자들은 이 갈 길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고, 불멸 운동에 참여한다면 그 시기는 많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금도 필멸에서 불멸로 넘어가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냉동시키는 업체도 생겨났다고 한다.


'언제'가 '언제'일지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그 '언제'가 다가올 때까지 인간을 냉동시켜 보존했다가, 불멸의 존재로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


몇 십 년 전부터 냉동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 왔다. 서양에서 이미 그런 일을 하는 업체가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고. 그냥 그렇겠거니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단지 현재 고칠 수 없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한 과정으로 '냉동인간'을 도입했음을 알게 됐다.


저자들은 과학적, 의학적으로 불멸이 가능하고, 또 많은 성과들이 있으며, 최신 과학기술을 동원하면 '언제'가 더 앞당겨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노화로 인한 치료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이제는 피조물이 아니라 창조자, 또 신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례들을 들어 불멸이 가능함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데 과연 이 지구에서 인간이 불멸한다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가 시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지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멸을 꿈꾼다. 불멸을 꿈꾸는데, 건강하게 -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이것이다. 나이 들어서 약해진 몸으로 온갖 약을 달고 살면서 오래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 청장년기와 마찬가지로 활달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 사람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넘치는 인구는 어떻게 하지? 지금은 효용성이 떨어진 '맬서스'의 이론이 다시 적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는다. 결국 인간은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가게 된다?


여기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지만, 이들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 없음을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암시하고 힜다. 즉 그 인구에 맞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먹는 즐거움을 제외한다면, 식량은 최소한의 또는 최대한의 영양소로 구성된 알약처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죽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지닌 사회가 그 정도 기술도 만들 수 없지는 않으니까. 이런 사회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기아로 죽는 사람은 없는 세상이라고 하면, 인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죽지 않고, 또는 몇 백 년 살아간다면 태어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보다 엄청나게 많아질 것은 분명한 일.


그 많은 인구들,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마치 엔트로피 법칙을 연상하게 하는 인구증가일텐데, 그런 지구에서 과연 인간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이들 논의에서는 그래서 우주개발이 함께 되어야 한다. 노화를 방지하는, 불멸의 존재로 인간을 만드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면 우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이들이 말하는 불멸에 관한 논의에서 '언제'는 우주에서 인간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언제'와 함께 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이미 태어난 인간들은 자신들의 불멸을 위해서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불멸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는 어쩌면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아닐까?


불멸의 존재를 꿈꾸기보다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는 인간을 꿈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 한다. 죽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이런 연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활발하게 불멸을 향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전지구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들은 전지구적 노력으로 불멸을 향해 가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연구가 시행되기 전에 전지구적으로 불멸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과학기술에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불멸 또는 노화방지, 노화역전에 관한 주장을 하는 근거 몇 구절 적어본다. 아직은 무어라 확신을 할 수 없는데... 이들이 '어떻게' 보다는 '언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나는 '왜'에 중점을 먼저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노화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비극이다. 세상의 모든 다른 사망 원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 노화로 사망한다. 구체적으로 말라리아, 결핵, 사고, 전쟁, 테러 및 기근 등 다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노화로 인한 사망자가 2배 이상 많다.'(42쪽)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노화로 인한 죽음이다. 죽음은 항상 우리에게 최악의 적이었다.'(43쪽)


'우리가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특정한 관점에서 보면 생명은 살기 위해 태어났지, 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이상적인 조건에서 대칭적으로 번식하는 박테리아는 그렇다. 하지만 비대칭적으로 번식하는 박테리아는 나이를 먹는다.

  죽음은 항상 존재해왔음이 분명하지만, 최초의 생명체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영원히 젊게 살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영양소 부족이나 질병과 같은 삶의 가혹한 현실은 노화하는 유기체와 노화하지 않은 유기체 모두에게 죽음을 초래했다.'(55쪽)


. 분열 효모 새표는 이상적인 성장 조건에서 노화하지 않는다.

. 비노화는 분열의 대칭과는 무관하다.

. 노화는 스트레스로 인한 비대칭 손상 분리 후 발생한다.

. 스트레스 응집체의 유전은 노화 및 죽음과 관련 있다. (57쪽)


'우리는 기본적으로 노화하지 않는 다른 유기체, 즉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유기체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또한 우리 신체에서 '최고의' 세포(생식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즉, 생물학적 불멸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문제는 오히려 언제 인간의 노화를 멈출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 (70쪽)


'노화의 일곱 가지 원인은 무엇인가? 1. 세포 내 노폐물, 2. 세포 간 노폐물, 3. 핵 돌연변이, 4.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5. 줄기세포 손실, 6. 노화 세포의 증가, 7. 세포 간 단백질 연결의 증가 (89쪽)


'노화의 일곱 가지 근간, 1. 염증, 2. 스트레스 적응, 3. 후생유전학과 조절 RNA, 4. 신진대사, 5. 고분자 손상, 6.. 단백질 항상성, 7. 줄기세포와 재생' (97-98쪽)


'노화를 질병으로 치료하면 연구와 자금 지원의 수준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의료, 제약, 보험 산업의 명확한 목표를 파악할 수 있다. 

  항노화 및 노화 역전 산업이 곧 세계 최대 산업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은 큰 기회다.'(106-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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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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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한 사람. 나무로 집을 짓는 사람. 내촌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민식의 글이다.


나무에 관한 글. 그냥 나무 종류를 이야기하고, 나무의 특성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다. 나무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엮어서 들려주는 글이다.


그래서 나무를 통해서 삶을 만나게 된다. 나무는 바로 우리의 삶과 함께 한다. 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어떤 나무가 좋냐고 물으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재료로 삼아 만든 집, 물건들이 좋은 물건이라고 하는 말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무엇보다 나무들을 등한시 했을 때, 그 나라 경제도 휘청거렸음을, 또한 나무들이 사라져갈 때 우리들의 삶도 황폐해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무, 많은 종류를 알지 못하지만 몇 종류는 구분할 수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는 내나무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여기에 건축자재로 우리나라 소나무가 좋다고 소나무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데, 김민식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목재로 사용할 만큼 자란 나무가 그리 많지 않으며, 소나무보다도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들도 많고, 가공하기 쉬운 나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나무가 최고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목적에 맞는 특성을 지닌 나무를 이용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황무지를 나무를 심어 가꾼 기업인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도, 장기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으니, 나무는 이렇듯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야기 한편 한편이 읽기에 좋다. 여러 생각을 하게도 한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나무들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언제든, 어느 부분이든 펼쳐서 읽어도 좋은 그런 글들이 모여 있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이 책은 이러한 글들이 모여 책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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