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을 낸다'
들고 나는 숨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직진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가고 오는 서로의 교감을 바탕으로 공감을 이뤄 정이 스며들 여지를 마련하는 일이다.


내다 보는 여유와 들여다 보는 배려가 있고, 풍경을 울려 먼 곳 소식을 전하는 바람의 길이기도 하며,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물이 스며드는 틈이기도 한ᆢ. 누구나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지만, 마음을 내어준 이에게만 허락된 자리이기도 한ᆢ.


정情이 든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내 마음에 구멍을 뚫어 그 중심으로 그대를 받아들이는 일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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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인 결과다. 멈춤이 아니라 생명이다. 현재진행형으로 늘 바람 앞에 등불같은 긴박한 운명이기도 하다.


짐작할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바닷물의 들고남과 바람, 햇살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 온 숨의 결과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까닭이 있다. 말뚝에 붙은 따개비와 벽에 갇힌 내가 무엇이 다르랴. 그 속에서 내 삶의 무늬와 다르지 않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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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
순하고 곱다. 산과 들녘에서 만나는 건으로 순수함이 이런 것이라는 듯 은은하면서도 우뚝선 모습이 돋보인다. 꽃받침의 순함에 비해 강한 줄기를 가졌다. 순함을 지키는 힘이리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낙엽지는 덩굴성 식물이다. 잎자루는 구부러져 덩굴손 역할을 한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어린잎은 식용,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피고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납작하게 펴지는 모양이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으아리의 모습에서 보이는 그대로의 마음을 담아  '고결',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이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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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품에 안기다.
'산장-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무등산옛길2구간 시작점'


얼마만일까. 무등산의 품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ᆢ그 무등산의 품을 찾은지가 기억 저편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그 무등산을 올랐다.


산장 부근 주차장 아래에서 숲으로 접어들자 마자 노각나무 꽃잎 떨어진채로 반긴다. 그 옆 산수국도 피었다. 이 방향으로 가면 꼬막재일텐데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애둘러가는 먼 길을 택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돌아설 마음은 없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걷다보니 노루발이 고개를 쑥 내밀고 눈맞춤하자고 한다. 때죽나무 꽃길이 반기고 매미꽃 군락지도 만난다. 박쥐나무도 자주 보인다. 산수국 필 때가 어떨지 상상만으로 꽃길이다.


오늘 무등산 행을 결정했던 이유는 함박꽃나무를 보고자 한 것이다. 서석대 밑에 있다는 소리만 듣고 무작정 찾아나선 길인데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다. 한 송이 보이더니 주변 여기저기 제법 많은 개체수를 확인했다. 높은 나무라 폰카로 담기엔 아쉬움이 많다.


규봉암 암자는 그 높이 있으면서도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잠시 앉아 숨돌릴 틈도 허락하지 않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 나온다. 여기 어디쯤에서 점심은 먹어야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흔한 너덜바위 위에 주저앉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장불재로 향한다.


사람들 소리가 시끌벅적하다. 장불재 고개마루가 사람들 발자국을 어찌 견디고 있을까? 서둘러 입석대로 올라가면서 시끄러움을 벗어났다. 완만한 경사로 오르막길을 그리 힘들지 않고 입석대 전망대에서 바위를 향해 두손 모으고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서석대로 오른다.


입석대를 지나면서부터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바람이 시원하다. 해발 1100m 서석대 정상에 서서 안개에 쌓인 천황봉을 물끄러미 바라보만 볼 뿐이다. 얼마만에 오른 서석대인가. 바위에 자리잡고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앉아 있다.


이제 무등산옛길 2구간을 거꾸로 내려간다. 꿩의다리가 배웅이라도 하듯 눈맞춤하고 국수나무도 여전히 싱싱하다. 함박꽃나무는 서석대 오기 전에 실컷 봤으니 멀리서 눈인사만 하고 돌계단을 내려간다. 무등산 제철유적, 김덕령장군 유적, 원효계곡 시원지를 지나 산장으로 내려와 출발지였던 곳에 이르러 다시 노각나무의 몸통을 만지며 다음을 기약한다.


꽃과 눈맞춤하느라 7시간 걸렸다. 꼬막재로 방향을 잡은 것이 잘한 일이다. 애둘러 먼 길을 걸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꽃과 눈맞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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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6-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무등을 올랐을때... 그 전날 밤 눈이 내려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여름 무등을 한번 더 가까이 하고 싶어지는 글 입니다...^^
 

어느 사이 짙어졌다. 

점점 그 속내를 감춰가는 것이 그만큼 무르익어가는 것이리라. 

푸르름 그 안에 담기는 시간만큼 나도 그렇게 무르익어가길 소망한다.

한 순간에 무너질지라도 다시 그곳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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