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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고
놓치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도 선택하라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매년 찾아가던 가까운 숲을 두고 멀리서 만났다.

청노루귀, 깽깽이풀 처럼 화려한 색도 아니다. 그렇다고 얼레지 처럼 요염하지도 않다. 그저 순한 백색에 줄기에 비해 다소 큰 꽃을 피운다.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른다.

하여. 가냘픈 소녀를 보는 안타까움이 있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여인으로도 보인다. 얼레지가 스크린 속 공주라면 산자고는 담 너머 누이다.

향기로 모양으로 색으로 뽐내기 좋아하는 온갖 봄꽃 중에 나같은 꽃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잖아요 하는 소박한 이의 자존심 같은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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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는 계곡에서 한 개체를 보고 난 후 늘 찾게 되는 꽃이다. 같은 장소에 매년 풍성하게 올라와 눈맞춤 한다.

잎은 가늘고 쓰러질듯 힘없는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스님처럼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에선 애처럽게만 보인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핀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햇볕을 좋아해 한낮에 꽃을 활짝 편다. 이 꽃처럼 작고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으로 들과 산의 풀꽃들을 찾아나서는지도 모르겠다.

유독 눈에 들어와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 한참을 눈맞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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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바람꽃
이른 봄, 꽃을 보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으로 치자면 바람꽃이 선두에 선다. 아직은 냉기가 흐르는 숲의 계곡을 기꺼이 엎드리게 하는 꽃이다.

화려한 변산바람꽃을 선두로 성질급하게 빨리 지고마는 너도바람꽃, 작지만 단아한 만주바람꽃 그리고 이 꿩의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단 친구들이다.

햇볕에 민감한 꿩의바람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제법 큰 꽃받침잎을 활짝 펼치고 숲의 바람에 흔들거린다. 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다른 바람꽃들과는 다른 순수한 멋이 있다.

바람의 신과 아네모네에 관한 전설이 숨어 있는 꿩의바람꽃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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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바람꽃
그저 꽃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달려간 곳엔 새침떼기처럼 꽃잎 닫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유도 모른체 마냥 기다리다 더이상 추위를 참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꽃이 피고 지는 환경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낯선 숲에 들어서도 어디쯤 꽃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준 식물이다.

조그마한 꽃잎 사이로 노오란 꽃술이 뭉쳐 있다.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햇볕을 좋아해서 오후에나 꽃잎이 열린다. 여린듯하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강함이 있다. 무엇보다 소박해서 더 이쁜 꽃이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자리잡고 그 바람에 의지해 씨를 뿌린다. 만주바람꽃 역시 마찬가지다.

실속없는 봄앓이를 닮은듯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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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옥대

봄으로 가는 길목에 불을 밝히듯 핀 꽃이 수선화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흔하게 보는 것이 노랑색으로 피는 수선화인데 꽃대 하나에 꽃이 하나피는 나팔수선화 종류다.

흰색 꽃잎에 컵 모양의 노란색 부화관(덧꽃부리)이 조화를 이루는 수선화를 금잔옥대라고 부른다. 금 술잔을 옥대에 받쳐놓은 모양이라는 뜻이다.

추사 김정희선생께서 유배온 제주도에서 유난히 사랑했던 수선화가 이 금잔옥대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제주도에 많이 심어 가꾸고 있어 이른 봄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내 뜰에도 몇 종류의 수선화가 있는데 이제서야 잎을 올리고 있다. 정확한 이름을 모르고 그냥 수선화라고 부르며 봄날 햇살에 빛나는 모습과 눈맞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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