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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겨울 눈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눈내리는 대나무 사이를 걷고 싶은 까닭이 크다. 푸르고 곧은 것이 하얀 눈이 쌓이면 그 극명한 대비가 주는 청량함이 겨울을 느끼는 멋과 맛의 선두에 선다.


그뿐 아니라 그 단단한 대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쩍하니 벌어지는 소리와 모양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 중 하나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하노라"


고산 윤선도가 오우가에서 노래한 대나무다. 줄기가 매우 굵고 딱딱한데다 키가 큰 것은 비추어 나무이며 외떡잎식물이기에 부름켜가 없어 부피 자람을 못 하니 나이테가 생기지 않고, 봄 한철 후딱 한 번 크고는 자람을 끝내기에 '풀'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대나무는 나무인듯 풀인듯 묘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 나는 대는 크게 보아 왕대, 솜대, 맹종죽 등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 대를 이용하여 곰방대, 대빗자루, 죽통, 대젓가락, 활, 대자, 주판, 대소쿠리, 대고리, 대바구니, 대광주리, 목침, 대삿갓, 담배통, 귀이개, 이쑤시개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퉁수, 피리, 대금과 같은 악기에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대나무 꽃은 종류에 따라 60년 마다 핀다고 하니 쉽게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꽃이 피고 나면 그 대밭의 대는 이내 다 죽고 만다고 한다. 이는 꽃이 피면 모죽母竹은 말라죽게 되고, 개화로 인하여 땅속줄기의 양분이 소모되어 다음해 발육되어야 할 죽아竹芽의 약 90%가 썩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조', '인내', '절개'라는 꽃말을 가졌다.


눈이 귀한 올 겨울 눈 쌓인 대밭을 걷는 것은 고사하고 푸른 댓잎에 하얀눈이 얹어진 모습도 구경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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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7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이 비어서인지 무거운 눈이 쌓여도 잘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네요^^: 무진님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01-08 21:16   좋아요 1 | URL
눈이 귀한 겨울입니다. 지난해 사진으로 아쉬움 달래고 있답니다 ^^
 

'칡'
이방원은 알았을까. 칡덩굴처럼 서로 얼켜서 살아보자고 '하여가'를 지어 정몽주를 설득했던 이방원은 칡의 생리를 알고 한 말이었을까. 어쩌면 칡의 생리를 너무도 잘알아 서로 얼켜지내다가 결국엔 초토화시켜버릴 심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칡은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서 사이좋게 살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일단 자리를 잡으면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감아 순식간에 점령해버린다. 결코 양보라는 것이 없다. 공생共生이라는 숲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바로 칡이다. 하여, 이른바 '칡과의 전쟁' 중이다.


그렇더라도 칡은 사람들의 일상에 고마운 식물이었다. 뿌리, 줄기, 잎, 꽃 모두 요긴하게 쓰였다. 갈근葛根이라 불리는 칡뿌리는 흉년에 부족한 전분을 공급하는 대용식이었으며, 질긴 껍질을 가진 칡 줄기는 삼태기를 비롯한 생활용구로 널리 이용되었고, 크게는 다리와 배를 만들고 성을 쌓은 데도 활용되기도 했다.


꽃은 7~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홍자색 꽃이 많이 달려 피는데 큰 꽃잎의 가운데 부분은 황색이다. 꽃에서 칡뿌리의 향긋한 냄새가 난다.


일이나 인간관계가 까다롭게 뒤얽혀 풀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까다롭게 뒤엉켜 있는 상태에서 온 말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관계가 어긋나기 마련이다. 까다롭게 뒤얽혀 대상을 힘들게하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사랑의 한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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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호랑가시'
이곳에 왜 이 나무를 두었을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다 가신 님이 평평한 땅에 잠들어 있는 곳에 이 나무를 심은 이유가 못내 궁금하다. 지극히 외로운 시간을 맞이했을 그곳에 오르는 길가에 울타리를 둘렀다. 혹 가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두터운 잎 끝에 밖을 향해 가시를 달았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일이기에 많이 달 필요는 없으리라. 하여, 다른 것과 구별되도록 딱 하나만 달았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완도지방이 원산지로 변산반도 이남에서 자라는 늘푸른작은키나무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이라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와 닮았다. 열매도 잎도 비슷한데 다른 것은 잎 끝에 가시가 하나만 있다는 점이다.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은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잎가장자리에 돋아난 가시로 등을 비벼 긁는다는 데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관련된 풍습으로 음력 2월 4일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정어리의 머리를 꿔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정어리의 눈알로 귀신을 노려보고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찔러서 물리친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난히 생트집과 견제를 당했던 생전의 모습에서 이제 봉하마을 그곳에 완도호랑가시를 심은 이유가 짐작이 된다.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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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모초'
층층이 쌓아온 어미를 향한 마음이 극에 달하면 이처럼 굳어 화석으로 변하는 것일까?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은 정갈한 마음자리다. 표리부동이 이런 것일까.


한여름 뚝방이나 논둑 숲언저리에서 자줏빛이 감도는 꽃에서 그리움의 본질은 저 짙은 자주색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꽃피는 때로부터 눈내리는 이 겨울까지 자주 찾는 곳에 그모습 그대로 여전히 서 있다.


익모초는 고려 때 이두어로 '목비야차目非也次', 조선시대에는 '암눈비얏'로 불렸고, 최근에는 익모초로 통용되는데, 익모益母란 부인에게 유익하여 눈을 밝게 해주고 정력을 더하여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꽃은 7∼8월에 엷은 홍자색 또는 분홍색 꽃이 줄기 위쪽의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층층이 달려 핀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익모초를 고아 환으로 만들어 시집가는 고모에게 주었다. 어쩌다 맛을 보게된 그 강한 쓴맛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 쓴 맛을 참이야 몸에 이롭다고 한 것인지 '고생끝에 즐거움이 온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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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1-0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어머니들의 약이었지요... 그리움이 이는군요...ㅡ.ㅡ

무진無盡 2017-01-04 22:58   좋아요 0 | URL
어느덧 그렇게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털머위'
더딘 몸이 더 더딘 마음을 재촉해서 간 그곳의 온기는 생각보다 따스했다. 볏짚으로 새로 이엉을 얹고 새로 단장한 모습이 가족을 품에 안은 아버지의 그 마음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날씨탓만은 아니었다. 집을 둘러싼 토담아래 다소곳이 모여 있다. 노란꽃이 피면 노란풍선과 잘 어울리겠다.


어느 겨울날 여수 향일함을 돌아서 내려선 바닷가에서 첫 눈맞춤했던 식물이다. 겨울 찬바람에도 두터운 잎이 살아 푸르디푸른 마음을 전해주었다.


털머위는 남해안 도서지방과 제주도, 울릉도 해안에서 나는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을에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녹색의 잎과 어울려 주목하게 된다.


털머위는 머위를 닮았으나 털이 많이 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로 바닷가 근처에서 자라므로 갯머위라고도 하며, 둥근 잎이 곰취를 닮아 말곰취라고도 한다.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던 그분의 마음처럼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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