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蟾江春約 섬강춘약

南國佳期逐日還 남국가기축일환

有誰菅領好江山 유수관령호강산

五龍臺古碧蘿裏 오룡대고벽라이

孤鶩島遙殘照墾 고목도요잔조간

一字詩安吟點首 일자시안음점수

三杯神快笑開顔 삼배신쾌소개안

須臾歲月滄桑改 수유세월창상개

此世無多此會閒 배세무다차회한

섬진강의 봄 약속

남쪽의 좋은 약속 그날따라 들어오니

누가 있어 이 좋은 강산을 차지하느냐

오룡대는 오래되어 푸른덩굴 속에 있고

외로운 목도는 석양 사이에 있네

시 한 자 적어 읊으며 머리 끄덕이니

술 석 잔에 상쾌해져 온 얼굴에 웃음이라

잠깐 만에 세월은 상전벽해로 변했으니

세상에 이런 한가한 모임 많지 않으리

*안희제(安熙濟, 1885~1943)의 시다. 경남 의령 출신으로 대동청년당(大東靑年黨)을 조직하여 항일운동을 하였다.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다. 섬진강 따라 깊숙히 들어온 바다의 온기가 매화를 깨워 이른 꽃을 피우는 곳이다. 한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행하는 마음으로 혼자라도 좋고 벗이 있으면 동행하고 원근의 벗들이 찾아오면 무리지어서라도 빼놓지 않는다.

꽃놀이 여정의 시작을 매화로 하는 특별한 이유를 열거하자면 열손가락도 부족하지만 굳이 물을 까닭이 필요할까. 굳은 약속이라도 한듯 때가 되면 궁금하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날을 정하게 된다. 올해는 진주에 사는 벗하고 둘이 찾았다.

蟾江春約 섬강춘약

함께하지 못한 벗들에게 소학정 매화 향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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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국도 15호선 어느 삼거리 카페에서 공짜 아이스크림을 달게 먹었다. 애를 써보지만 도무지 커피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마음을 알고 건네는 주인장의 마음이다.

어느 퇴근길, 숲에서 얻어온 은방울꽂 향기를 무심히 건넨 것이 이렇게 두고두고 전해진다고 믿는다. 그 카페 아저씨의 마음이 벽에 꽃으로 피었다.

난 그저 꽃이 전하는 말을 대신 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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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日獨坐有感 원일독자유감

萬古貞元遞始終 만고정원체시종

前瞻後顧儘無窮 전첨후고진무궁

人生荏苒成今昔 인생임염성금석

道體沖瀜沒隙空 도체충융몰극공

凡聖一心思則得 범성일심사칙득

助忘交病勿爲功 조망교병물위공

晴窓旭日娟娟淨 청창욱일연연정

點檢靈源髣髴同 점검영원방불동

설날 홀로 앉아 생각에 잠기다

만고토록 봄과 겨울 시작과 끝이 되어

앞을 보고 뒤를 봐도 무궁하게 이어지네.

우리 인생 세월 따라 고금 사람 되어가나

도(道)의 본체 충만하여 빈틈이 전혀 없네.

범인과 성인은 한마음이라 생각하면 얻지만

조장과 망각은 병이 되어 효과 보지 못하네.

맑은 창에 해가 솟아 아름답고 깨끗하니

내 마음 점검하여 해와 같이 되게 하리.

​*조선사람 정경세(鄭經世, 1563~1633)의 시다.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이며 호는 우복(愚伏), 일묵(一默)이다.

새해라지만 어제와 다르지 않기에 여전히 오늘에 주목한다. 그 오늘은 어제와 내일을 구분하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둘 다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하여, 끝과 시작이 따로 있지는 않다. 새해라고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눈 쌓인 저 너머에 봄이 오고 있을 것이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제 속도로 어김없이 올 봄이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니 봄이 어디쯤일지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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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시선이 닿아

새롭게 피어나는

생生의 한순간에 머문다.

한해의 시작으로

여여如如함을 세우며

이 그림과 함께 한다.

어쩌자고 마음에 들어와

여전히 머무는 것일까.

*어느해 광주전시회에서 만난 정일모 화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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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雪 영설

暗竹蕭蕭響 암죽소소향

寒窓曉色迷 한창효색미

簷間有宿雀 첨간유숙작

日晏未移棲 일안미이서

눈을 읊다

어두운 대나무에 쓸쓸한 소리 울리고

차가운 창에 새벽빛 비치네

처마 속에 잠자던 참새는

해가 높도록 보금자리 뜨질 않네

*조선사람 이수광(李睟光, 1563 ~ 1628)의 시다. 지봉유설의 저자다.

풍성한 눈으로 겨울맛을 더하더니 연일 좋은볕에도 불구하고 겨우 드문드문 땅이 들어나고 있다. 그 사이로 참새 두어마리 연신 부리질 중이다. 볕바라기에는 참새나 나나 다르지 않구나.

겨울 맛은 눈에서 이뤄지고 눈은 대나무밭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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