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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드는 눈보라가 깃들기에는 좁은 품이다.

다 제 품의 크기만큼 보듬을 수 있는 것이기에 욕심낸들 쓸데 있을까.

살포시 안겨드는 방법을 모르는 바람에게는 허락된 품은 좁을 수밖에 없는 것.

겨울을 건너가는 키다리나무가 눈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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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앞에서ᆢ'

마음과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닿았지만 막히지 않아 소통을 허용하는 상생의 길이다. 물의 길이고 숨쉬는 길이며 마음과 마음이 한마음으로 공존할 근거다.

틈을 내어놓았기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음을 징검다리는 알고 있다. 제 키를 훌쩍 넘는 큰 물이 몰려와도 두렵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틈을 두어 자신을 지키며, 틈을 두어 상대와 소통의 길을 여는 것이다.

틈을 허용한 마음만이 다른 존재를 혜량할 수 있다. 남을 헤아려 살펴서 이해하는 혜량의 마음만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내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큰 두려움 안고서도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는 것은 숨막히는 일상에 숨쉴 수 있는 틈을 내어 준 그대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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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서 더 닮은'

차이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다.

다름으로 보이지만 같음에서 나왔다.

다름과 같음의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력의 근원이 이것이다.

동지冬至에

눈, 이쁘게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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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바람과 기온이 어우러져

지극한 마음을 모았다.

당신과 내가 만나

정성으로 생을 엮어가는

그것과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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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七日戊子 초칠일무자

萬事思量無係戀 만사사량무계련

惟有牙籤一癖餘 유유아첨일벽여

安得一日如一年 안득일일여일년

讀盡天下未見書 독진천하미견서

12월 7일의 일기

인간만사 아무리 떠올려 봐도

마음에 끌리는 것 하나 없지만

한 가지 고질병은 여전히 남아

아첨이 꽂힌 책을 사랑한다네

일년처럼 긴 하루를

어찌하면 얻어 내어

보지 못한 천하의 책을

남김없이 읽어볼까

*조선사람 통원(通園) 유만주(兪晩柱 1755~1788)가 서른 살 때인 1784년 12월 초이레 아침에 썼다는 시다. 서른 살의 패기가 넘친다.

코끝이 시린 차가움으로 가슴을 움츠니지만 싫지는 않다. 매운 겨울이 있어야 꽃 피는 봄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두고 "1년 365일 처럼 긴 하루는 없을까?" 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주는 깊고 넓은 위로를 안다.

그 힘으로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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