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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눈이라도 오려나 싶었는데 이내 구름이 걷히면서 햇살이 좋다. 한줌의 볕도 소중한 이때라 빛을 받아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반갑다.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이른 봄이다. 새순이 돋아나고 꽃눈에 생기가 도는 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온기가 돈다. 겨울을 잘 건너온 모든 생명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닐까 한다.

미선나무의 꽃눈이 꾸물거리며 기지개를 켠다. 나도 따라 겨우내 여몄던 옷깃을 풀어 본다. 가슴을 열어 깊은 호흡이 필요한 때다.

비로소 아린芽鱗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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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빛과 온기로 온다. 언땅이 몸을 녹여 틈을 내주면 어둠 속에서 세상을 꿈꾼 새싹들이 꿈들대며 고개를 내민다.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햇살의 부드러운 온기다.

상사화相思花. 지난 가을날의 지독했던 그리움이 새로운 몸짓으로 내일을 연다. 이를 축복이라도 하듯이 안부를 묻는 햇살의 위로가 가득하다. 다시 찬란하게 피어날 그날을 향해 멈추지 못하는 길을 나선다.

매화 몇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지만 그 꽃이 피어야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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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밤과 낮

볕과 그림자

공간과 시간

당신과 나

경계는 서로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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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가벼워진 공기로 아침을 차분하게 연다. 부드러운 기온으로 들판에 선 마음이 가볍다. 품을 줄여가며 서산에 걸린 달과 산 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아침해 사이에 내가 있다.

바야흐로 서리꽃에도 온기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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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元夕상원석
高低隨地勢 고저수지세
早晩自天時 조만자천시
人言何足恤 인언하족휼
明月本無私 명월본무사

대보름 저녁달
​높냐 낮냐는 것은 땅의 형세에 따른 것이고
이르냐 늦냐는 것은 하늘의 시간을 따른 것이니
사람들은 어찌 말로 근심할 일이 있겠소
밝고 환한 저 달은 애시당초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기에

*조선사람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 ~ 1560)가 다섯 살에 지었다는 시 상원석이다. 장성 출신으로 동방 18현 중 한 분으로서 조선의 대표적 성리학자다.

달이 높고 낮냐, 이르냐 늦냐는 모두 이치대로 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과는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춘다.

꽃이 피는 것도 이르냐 늦냐는 모두 이치대로 가는 것이니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여줄 뿐이다.

다만, 달빛의 고요함 속을 느긋하게 걷고 꽃의 온기를 가슴에 품는 것을 누리고 못누리는 차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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