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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콘서트 ㅣ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평점 :
인문학을 만나는 즐거움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늘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책은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정보와 사람들은 만날 수 있는 다리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세상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다각도로 열린 세상이지만 여전히 책을 세상을 만나는 중심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채널은 그마다 각기 장점이 있지만 책이 주는 은근한 매력은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끌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책이 주는 매력 중에서 텍스트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는 사색의 시간이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그러한 사색의 중심에는 인간으로써 가지는 근본적인 물음이 중심에 선다. ‘나’를 포함한 ‘우리’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를 구성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향점을 무엇으로 찾아야 하는지가 인문학의 중심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되곤 하는 인문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경향성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나 토론회, 강연회 등 다양한 경로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인문학 콘서트] 역시 이러한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사색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한 방송국에서 기획하고 오랜 시간동안 진행해온 인문학 열전이라는 시리즈를 책으로 엮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듯 이 책은 인문학과 관련된 사회적인 관심이나 인문학의 중심 주제를 각 분야의 전문가 또는 지식인과의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인문학 콘서트에서 담고 있는 분야는 교육과 윤리, 사랑과 성, 생명과 환경, 문화와 사회 등 우리가 한번쯤 반드시 고민하고 알아야 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발전, 과학적 성과를 토대로 그 결과물을 이제는 사회 전반이 함께 공유하며 통섭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각 분야의 연구 과정이 개별적인 탐구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성과를 모아 사회 전체, 전 인류, 온생명으로 시각을 넓혀 모두가 삶의 근원을 확보하고 행복을 누려가자는 이야기다.
사회 각 분야의 석학들의 사람과 사회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이 가득 담긴 이야기들을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진행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김경동, 김기현, 최재천, 김광웅, 문용린, 정진홍, 황경식, 고미숙, 김효은, 장회익, 차윤정, 도정일, 박정자, 김연환 등 이미 각 분야에서 눈부신 활동으로 알 만한 사람들이며 자신의 분야의 연구 넘어 사회 전반으로 그 성과를 공유, 통합하려는 사람들이다.
어렵다는 인문학의 벽을 허물고 누구나 다가서기 쉽도록 구성된 책이라는 느낌이다. 물리학, 신경윤리, 산림생태, 통섭, 온생명 등 낯선 개념의 용어들도 등장하지만 근저에 흐르는 사람과 사회를 향한 따스한 마음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이 책의 독자를 향한 세심한 편집은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 뿐 아니라 관련된 내용을 찾아서 읽어볼 수 있게 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대담을 정리한 것이기에 간혹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나타나곤 하는데 이어질 시리즈의 책에서는 이런 부분이 잡히길 기대해 본다.
인문학 콘서트는 인문학 열전의 시리즈로 동서양 철학 콘서트, 역사 콘서트, 한국학 콘서트 등을 기획하고 책으로 발간하는 첫걸음이라 하기에 다음에 이어질 책의 발간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인문학 콘서트]는 인문학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벗어난 학자들만이 연구하고 공유하는 학문의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일로부터 일정한 자유를 획득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이제 자신을 포함한 대상에 대한 인식의 범위, 사고의 깊이로 확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적인 측면이기에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모두가 앎과 삶의 일치를 통해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근본적 욕구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문학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전망은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비로서 가능한 청사진이 아닐까 한다. 그 청사진을 그려 가는데 인문학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는 시기에 적절한 지침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