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도성장, 경제원리, 선진국 등 이러한 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인류가 문명을 일으켜오며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근대에 들어 의미를 가진 말들이라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삶을 꾸려왔던 대부분의 시간 보다 근대에 들어 지극히 짧은 시간동안에 급속한 성장을 이뤘던 발판에는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며 인간의 의지대로 자연을 바꾸고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그 결과 물질의 급속한 성장을 이뤄왔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바로 인간소외, 빈부의 격차와 환경파괴 등이다.

인간 스스로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인 노동에서 소외되었고 고도성장의 결과물이 편중되며 빈부의 차이 뿐 아니라 국가 간의 차이로 확대되어 착취와 억압의 구조가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눈 밝은 사람들에 의해 일찍부터 대두되었지만 경제원리라는 괴물에 의해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성장일변도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룬 후 진일보 하기위한 측면에서나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하는 정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들이 이제는 ‘경제성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동운명체다’라는 의식이 확산되었다.

이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전면에 내세운 주장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주로 활동한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E.F. 슈마허가 쓴 책이다. 이 책에는 인류문명의 발달과정에서 소외된 인간의 문제와 고도성장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검토하면서 현 인류가 직면한 인간소외, 물질만능주의, 빈부의 격차,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인류의 미래를 보장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슈마허는 고도성장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왔는가? 반문하며 ‘거대 조직화와 전문화를 진척시키는 개발 논리가 경제적 비능률과 환경오염, 그리고 비인간적인 작업 조건을 낳았다.’고 말한다.

저자 슈마허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방안으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며 인간의 노동과정의 참여, 쾌적한 자연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구조를 제시한다.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표현되고 있다. 즉, 인간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 가능한 작은 경제규모와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구조의 확보에 의해 가능해진다고 본다. 바로 인간중심의 경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경제원리라고 하는 말의 위력 앞에 자리를 내주었던 가치들이 자기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그 속에는 인간성 회복, 자연과의 공존, 더불어 사는 사회와 같은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며 그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찾아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조어찰의 가치를 밝히다
2009년 세간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도 현 시대의 사건이 아니라 지난 역사의 한 단면을 속내까지 드러낼 수 있는 편지글이었다. 역사학계를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한꺼번에 주목 받았던 이것은 바로 정조어찰첩이다. 절대왕권을 거머쥔 왕의 서찰이라는 것도 주목받을 만한 것이지만 그것보다 더 관심을 모았던 것이 300여 편의 편지글이 한사람에게 보낸 것이라는 점과 그 대상이 자신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심환지라는 점이다.

미디어와 개인통신의 발달로 편지가 가지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예전에는 중요한 통신수단이었다. 조선시대 퇴계와 기대승의 서찰을 통해 사상의 흐름을 주도했던 논쟁을 비롯하여 한때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서찰을 통한 아버지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서찰은 안부를 묻거나 사사로운 감정을 전하는 역할 이외에도 중요한 학문이나 사상적 고뇌의 과정을 서로에게 전달하고 논하는 기능을 담당했던 것이다.

조선왕조에서 왕이 서찰을 보낸 경우는 종종 있었다. 왕을 둘러싼 친족의 안부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정치적 사안에 대해 신하와 의견을 주고받은 서찰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정조 왕처럼 이렇게 서찰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심중을 그대로 드러내며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갔던 사례는 흔치않은 경우다.

[정조의 비밀편지]는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정조어찰첩이 발견되고 나서 그 역사적 가치를 검증하고 분석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저자가 정조의 어찰첩에 관한 그간의 연구 담은 책이다. 저자 안대회는 이 어찰첩을 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과 면밀하게 비교 분석하여 정조어찰첩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와 현재적 가치를 밝혀 놓고 있다.

저자는 정조어찰 속에 나타난 정조의 다양한 측면을 말하고 있다. 정치스타일, 어떤 사대부와도 견줄만한 학문적 성과, 문체를 통해 알 수 있는 당시 상황이나 심지어 이두문자의 사용, 오늘날 육두문자에 비견되는 말의 사용 등을 비교 분석하여 일반 독자가 이해하지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정조와 관련된 그간의 중요 의혹 중 하나였던 독살음모에 관해서도 저자의 의견을 근거를 제시하며 밝히고 있다.

어찰첩을 통해 살펴본 정조왕은 지금까지 일반적인 모습으로 알려진 성군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왕권을 가진 정치가로써의 면모와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비밀을 유지한다는 기본 전재 하에 작성된 서찰이기에 가능한 요소들이다.

관련 학계를 비롯하여 많은 분야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던 정조어찰첩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책 정조의 비밀편지는 일반인에게 정조어찰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저자의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과 더불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일반인과 공유하려는 의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학문을 사랑한 학자, 아버지를 여윈 비운의 아들, 백성을 사랑한 성군, 개혁군주 등 정조를 일컬어 하는 말들이다. 이러한 표현들 속에 정조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갑작스런 정조의 죽음과 그 후 급속하게 몰락의 길로 접어든 조선의 역사를 두고 개혁을 완성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한 왕조의 흐름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섰던 왕, 정조에 대해 공식적인 사료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다양한 면모를 밝혀준 [정조의 비밀편지]를 통해 다시 보는 정조는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과 더불어 새로움으로 다가서는 왕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우리문화의 정수를 찾아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한다는 것이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기획의도라고 한다. 이 같은 노력이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동기부여에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귀감이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님의 생애 (양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류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성현의 삶에는 범부의 마음으로는 짐작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종종해 본다. 번잡한 속세를 살아가며 일상의 온갖 세상살이에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둘러싼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오롯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슨 기막힌 비법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 둘러봐도 종잡을 수 없다. 그럴 때면 종교에 의지하거나 성현들의 삶을 통해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종교 활동의 시작은 조건 없는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부처님의 법을 따른다는 마음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히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믿고부터 알아가는 것인지 알고 나서 믿는 것인지 양자 간의 문제는 제쳐두고서라도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돌아보면 막막하기 그지없다. 여기저기서 들은 단편적인 지식 뿐 온전하게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 책 한권 제대로 읽은 기억도 없다. 그러던 차에 부천미의 생애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에서 펴낸 [부처님의 생애]는 우선 현 한국 불교의 중심이 되고 있는 조계종 종단에서 펴낸 것이기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책보다 관심이 가는 책이다. 한 성현의 생애를 한권의 책으로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성현의 일생을 이해하는데 통합된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부처님의 생애]는 부처님의 일대기에 맞게 부처님의 탄생과 성장과정, 구도의 길에서 보여준 모습과 깨달음 후 설법 그리고 열반에 이르는 온 생애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부처의 씨앗을 담고 있고 자신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에 희망의 종교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과 진흙이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본문 286페이지)

무엇이든 자각하고 스스로 정한 계율을 지키며 실천하는 것이 최상의 진리이듯 혼란스럽고 거친 세상의 풍파를 헤치고 나갈 힘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내용이라 여겨진다. 결국 자신의 힘을 믿고 벼랑 끝에서 한발 내 딛는 심정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방대한 분량이지만 읽어가기 수월하게 내용의 흐름이나 편집이 잘 꾸며져 있다. 적절한 이미지의 활용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려운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부처님 제자들의 이름에 대해 원어를 근거로 해석하다보니 그동안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름을 다시 찾아봐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부처님의 온 생애를 통해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어떤 사람에게라도 문을 열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고단함을 쉴 수 있는 편안함이 보인다. 인류의 스승이고 성현인 부처님의 생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며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의 교리를 종교인이든 비 종교인이든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더 아름다운 곳 미황사
새해 첫날을 밝히는 눈부신 태양,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저녁노을, 호수 같은 바다, 고즈넉한 숲길, 화사한 꽃, 달콤한 향기 등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하는 것은 무한정 많다. 그렇더라도 진한 감동으로 사람의 가슴을 채워가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다. 사람 마음의 진정성을 느끼게 될 때 오는 감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롭게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사람관계는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은 바로 이렇게 형성된 사람관계에 의해 새로움을 창조했던 전형적인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구도의 길을 걷던 한 스님이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던 사찰을 일으키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구성한 이야기다. 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겪었던 10여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절 미황사의 사계절과 하루 24시간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선수행-참사람의 향기, 괘불재, 산사음악회 이름만 들어서는 도심이나 대도시 인근 사찰에서나 있음직한 행사들이다. 이런 행사를 땅끝마을 한적한 산골 사찰 미황사의 주지 금강스님이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대중과 만나 소통하는 계기로 삼은 것들이다. 천혜의 자연,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사찰 그리고 이것을 온전히 간직한 사람들이 있는 곳 그래서 더 아름다운 미황사가 종교의 벽을 넘어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소통하는 공간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본을 보여주고 있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속에 담긴 미황사의 모습은 지난 시간 그곳에 발길을 딛었던 시간으로 나를 이끌고 있다. 제법 넓은 절 마당에서 대웅전을 바라보며 병풍처럼 둘러있는 달마산, 대웅전 기둥에 스며있는 세월의 흔적, 붉디붉은 꽃을 통째로 떨어뜨리는 동백꽃, 절 마당에서 바라본 낙조, 부도밭 가는 길의 넉넉한 여유로움 등 무엇하나 있혀지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세월의 아름다움을 살며시 드러내고 있는 대웅전 기둥의 나무의 결 무늬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지 있는 그대로를 통째로 보여주는 대웅전 기둥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얻게 하고도 남는다.

본문 중에 어느 스님이 미황사를 방문하고 사하촌 어느 마을에서 동네방송을 통해 절에서 하는 행사를 안내하는 것을 듣고 놀라더라는 이야기를 접한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가능하게 하는 곳이 미황사와 그곳에 상주하는 스님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사는 곳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전통적인 사찰의 수행공간이라는 이미지와 현대에 맞게 사람들 속으로 끌어 내려와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온 현대와의 접목이라는 양립하기에 어려운 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성과를 보인다.

종교의 역할을 방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도 오롯이 수행공간으로써의 기능도 지켜가는 모범을 창출했다.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아름다움은 자연풍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곳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촌 여행의 황홀 -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골살이 더듬기
박원식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문득, 지금 내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 거리낌 없이 마음 내 찾고 싶은 곳이 있다. 한적한 산골이 그곳이다. 이래저래 지친 일상을 벗어나 쉼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가 바로 그때가 아닐까? 이런 마음이 일어 막상 길을 나서고자 마음먹더라도 발길을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것은 지친 마음에 더 이상 힘이 없거나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쉬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그곳은 자연이 주는 한없는 배품의 그곳이 아닐는지. 그런 곳이 굳이 멀리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될 만큼의 거리에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이리라.

여행은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서고 몸이 따라간다고 하는 저자 박원식의 부러운 여행길에 동행하는 마음으로 [산촌 여행의 황홀]을 손에 든다. 산이 좋아 산에 사네라는 책으로 먼저 만난 저자의 여여한 마음이 좋았고 나 역시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이 있어 반가운 책이다.

[산촌 여행의 황홀]은 우리나라의 모습이 간략하게 그려지는 풍경이 담겼다. 넓은 들판 보다는 산이 더 많은 지형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다. 그리 바쁠 것 없는 저자의 마음이 터벅터벅 길을 따라 찾은 산골 풍경과 그 속에 삶의 보금자리를 튼 오지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질박한 사람들을 욕심 없이 담아내고 있다. 지역 구분 없이 발길가는대로 다녀온 스무 곳의 산골 오지를 가을, 겨울, 여름, 봄으로 구분하여 담고 있지만 굳이 계절이고 순서를 지킬 필요 없이 손에 닿는 대로 펼쳐도 될 것이다.

저자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산골 오지이기에 아직 개발로 인한 몸살을 앓은 곳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곳이 많다. 자연이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싶은 마음이 그런곳 만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시각은 자연풍광에만 머물지 않고 변해가는 산천의 모습과 더불어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왔던 사람들에게로 모아진다. 이제는 자연을 닮아 자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이든 어른신이 대부분이지만 새롭게 개발되는 현장을 만나기도 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을 과감하게 벗어나 새롭게 둥지를 튼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다녀온 곳이 사람들의 관광(?)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아쉬워하면서도 약도와 더불어 대중교통수단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다녀온 곳의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행안내서처럼 자신이 먼저 누렸던 그 여유로움을 나누고 싶은 것이라 생각해 본다.

[산촌 여행의 황홀]은 바로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이 중심도 아니고 그곳에 사는 사람도 중심이 아닌 바로 저자가 담아온 여행길의 [황홀]함을 느낀 저자가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주마간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덜컹거리는 산길을 빠르지 않은 허름한 버스를 타고 차창으로 스치는 산골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 무엇인가 허전함이 있어 내내 아쉬운 마음이다.
하지만 [성성한 강가, 탱탱 무르익은 저 농염, 주황 눈알들 부라린 찬연함, 낮잠처럼 태평하고 보름달처럼 충만한] 등 저자의 그 황홀함을 담아내는 새로운 느낌의 표현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지친 마음에 한적한 산길을 걸어가는 여유로움이 있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