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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탐(探, 貪, 耽) 누려도 되는 것
무엇이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난 후 여러 사람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존재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서점의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 사람의 따스한 손길을 바라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선택받고 읽혀지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실현할 수 있는 행운을 만나는 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현실이다. 선택받지 못한 책, 등만을 보이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책들은 다른 것에 비해 더 그런 슬픈 운명에 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인문학자의 손길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책들을 만나다. 단 한순간이라도 책장 넘기는 뜨거운 행복에 취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안타까움을 전하는 책에 대한 따사로운 마음을 전하는 저자 김경집의 손에 의해 환한 세상으로 나서는 책들이다. 저자는‘성공 책세상’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했던 책들을 모아 책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고 있다.
[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에 소개되는 책들은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욕심낼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50여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따스한 가슴으로 그려놓고 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고전과 현대물에 이르며 분야 또한 한정된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책세상과 만날 수 있다. 양심을 발견하는 책읽기, 사유하고 감응하는 책읽기, 끊임없이 묻고 또 물으며 자기성찰과 참 자아의 발견을 게을리 하지 않는 실천적 책읽기를 강조하는 저자의 밝은 혜안을 통해 선별한 책이기에 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 & 잠수복과 나비, 엘렌 그리모의 특별수업 &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 조선의 아고라, 닥터 노먼 베쑨 & 체 게바라 평전, 윌든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천년의 그림 여행 & 천년의 음악 여행, 감응의 건축 & 공간의 상형문자, 신화와 인생 & 이미지 상징 등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다. 저자는 두 권 이상의 비슷한 주제의 책을 비교 분석하며 한꺼번에 소개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단순히 나열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면밀하게 그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저자의 밝은 눈과 글맛이 독특하게 풍기는 문체로 소개한다. 이 책 속에 담겨진 책들을 저자의 책읽기를 통해 만족스러운 다시읽기가 되는 책도 있지만 일부러 그 책을 찾아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르고 지났던 책, 그 진가를 간과했던 책들을 저자의 밝은 눈을 통해 다시 만나는 행복이 있다.
내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도 주인의 따스한 손길을 간절히 바라는 책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접하며 책을 읽은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진지하게, 깊이 있게 그리고 실천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저자의 책읽기는 지식에 대한 유희적 만족감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내적 자아를 키우며 사회적 실천에 이르는 지극히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
탐(探, 貪, 耽)에도 수준과 깊이가 따로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책을 탐하는 마음이 찾고(探), 욕심내며(貪), 즐긴다(耽)는 마음이 다 들어있기에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의 탐을 통해 내가 탐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길잡이를 세울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탐, 그것도 책에 대한 탐은 각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하는 소박한 욕심이기에 부려도 되는 것으로 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