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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나는 어떤 꿈을 꾸는가?
꿈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누구나 그 희망으로 현실에서 오는 무게를 버티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꿈은 희망과 동시에 가지지 못한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이리라. 미래를 희망하는 그 꿈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담보로 잡고 삶을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점점 더 크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러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에밀 졸라의 꿈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내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에밀 졸라(1840~1902), 이름만 들었을 뿐 이 책 꿈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저자다.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그는 프랑스 파리 출생이다. 목로주점으로 자연주의 문학을 확립했으며 1902년 의문의 가스 사고로 죽었다. 토목기사인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중학교에 들어가 거기서 화가 세잔과 사귀게 되어 시와 예술을 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극심한 가난으로 1858년 파리로 옮겨 생루이고등중학교로 전학했지만 학업에 의욕을 잃었고, 에콜드 폴리테크니크 입학자격 시험에 두 번이나 실패한 것을 계기로 문학의 길로 나간다. 빅토르 위고 등을 동경하여 열심히 장편 서사시를 써보았으나 크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1862년 아셰트 서점에 취직이후 당시의 과학적, 실증주의적 사상과 결부된 사실주의적인 문학 조류에 눈을 뜨고 콩트나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1866년 서점을 그만둘 때에는 젊은 비평가가 되어 있었는데, 이 해 봄의 미술전 비평을 써서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 피사로, 모네, 세잔 등 신진의 불우한 인상파 청년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무렵 공쿠르 형제의 작품을 본받아 처음으로 자연주의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였고, 이론적으로도 자연주의 소설관을 명확히 했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대지, 수인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만년에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사이비 애국자들에게 항거하고 군부의 부당성을 공격했으며, 끝까지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여 결국 승리하였다.
에밀 졸라의 [꿈]은 루공-마카르가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소설이다. 자연주의 선두주자 에밀 졸라가 살았던 시대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사이에는 과학, 특히 생리학의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고, 이에 작가들은 과학이 일구어 낸 방법론과 성과를 문학에 차용하고자 했다. 자연주의는 실증주의 정신, 과학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부여한 진리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 시대정신을 정통 혈통인 루공 가와 사생아 혈통인 마카르 가가 여러 대에 걸쳐 사회 여러 분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을 그린 이야기로 20권에 달하는 시리즈가 [루공-마카르가]다.
이 책 [꿈]은 앙젤리크라는 한 고아 소녀가 불후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무지개 같은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앙젤리크는 성직자의 제례복에 수놓는 일을 하는 양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양부모로부터 받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환경사이에서 갈등하며 신데렐라 같은 꿈을 가진다. 그 중심에 성당 유리창 수선공 페리시앵과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황금빛 전설에 열광하는 앙젤리크가 성장하며 갖는 소녀의 꿈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는 이 소설의 주제는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교육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꿈에 등장하는 인간상의 묘사 중에서 양어머니 위베르틴과 장 오트쾨르 주교다. 위베르틴 자신 역시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 당시 어려움을 겪었고, 아이를 잃었으며 어머니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앙젤리크을 엄격하게 교육하고 자신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 딸에게 사랑의 방해꾼으로 나서고 있다. 딸을 사랑하지만 그 딸의 사랑을 막아야하는 어머니의 입장이 잘 묘사되어 있다. 장 오트쾨르 주교 역시 아내를 잃고 아들마저 버린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자신이 갖는 절대적 지위로 앙젤리크와 페리시앵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 두 사람의 묘사는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에밀 졸라의 [꿈]을 통해 찔레꽃과 장미꽃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각색된 이미지가 적절한 표현이 될까?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어쩌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가는 인간의 자각적 의지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