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6
다이허우잉 지음, 임우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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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성은 무엇일까?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어떤 형태로든 담고 있다. 좋든 싫든 자신의 가치관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일거수일투족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 중엔 시대의 가치관을 당당하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자신과는 무관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와 스스로를 올바로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현대사도 5.18 광주민주항쟁 이후 학원자율화, 직선제개헌, 6.10항쟁 등 많은 부분이 격동기의 시대를 지내온 시간들이다. 그 속에서 느낀 나라와 민족에 대한 생각하는 정의나 대의 뿐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위안 받으며 지나온 시간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귀중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20여 년이 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다시 그때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있다. [시인의 죽음]이라는 다이허우잉의 작품을 통해서다.

[시인의 죽음]은 저자 다이허우잉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중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지식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겪게 되는 지식들의 고뇌, 정치적 혼란, 혁명과정에서 받는 상처,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죽음]의 저자 다이허우잉은 바로 그 현장에서 온몸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철저하게 혁명의 산물로 자랐으며 또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며 살았기에 그로부터 겪게 되는 고난과 갈등은 그 누구보다 더했을 것이라 짐작 된다.

[시인의 죽음]은 당시 중국 상황에서 대부분이 그렇지만 무산자계급 출신으로 혁명과정에서 당의 이념에 따라 교육받고 자랐던 지식인들이 정치적 혼란기에 어떻게 그를 헤쳐 가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속에는 다양한 인간상이 그려지고 있다. 혁명 1세대인 유뤄빙과 위쯔치, 혁명의 진행과정과 함께 성장한 샹난, 루원디, 돤차오췬 그리고 다음세대 샤오징과 유윈 등 각기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 정치적 성향에 관련된 각자들의 지향점 그리고 혼란기를 이용하여 출세하려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계급혁명 과정에서 벌어지는 계급간의 갈등과 시인으로 대표되는 지식인들의 자신이 처한 계급적 한계로부터 오는 고뇌 등 상황에 대처해 가는 인간상의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펑원펑의 행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 사람의 자살이 주는 의미가 뭘까?

이 책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람들의 모습 중 주목되는 부류가 있다. 위쯔치와 샹난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굴하지 않고 지켜가면서도 사람중심의 인본주의를 실현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자의 집필 의도와 가장 부합하는 인물상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유워빙은 보신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은 적당한 선을 잘 찾아 처세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상좐과 돤차오췬은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의 모습, 마다하이와 리융리는 노동계급을 대표한다고는 하지만 마다하이가 대의를 견지한 합리주의라면 리융리는 극단적 돌격대로 극과 극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시인의 죽음]은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사람들의 모습으로 통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고통은 기념품이 없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마음속에 새겨지는 법이다.](본문 271페이지)

정치적 혼란의 시기 자신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본성은 무엇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일까? 저자가 몸으로 겪었던 격동의 시기에 믿고 따랐던 당과 자신의 신념에 대해 어떻게 결론지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택에서 은사의 손자에 의해 피살된 저자의 최후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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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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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미래, 인류의 미래
중학교 시절 선생님 한분이 멀지 않은 미래에 기름을 사서 쓰는 것처럼 물을 사서 먹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무슨 소리일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물병을 손에 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문득 문득 그때 그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곤 한다. 그냥 사먹는 물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인류 생존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무감각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는 생명 자체를 보전하는 못한다. 이 진실을 외면하고 내게 주어진 무한사용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런 자각도 없이 무감각적으로 쓰고 버리고 오염시키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무한정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에 대해 여기저기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람 몸에서 물을 분리해 생존을 생각할 수 없듯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라는 자연도 물과 구분하여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은 이렇게 당면한 현실적인 물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과 공동의 노력을 제기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에릭 오르세나(Erik Orsenna)는 194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고 학교 등에서 강의도 했으며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학술원 회원이기도 한 저자의 대표적인 저술로는 [로잔에서 산 것과 같은 삶, 식민지 전시회, 큰 사랑, 아홉 대의 기타로 엮은 세계사, 오랫동안, 새들이 전해 준 소식, 문법은 감미로운 노래, 두 해 여름, 코튼로드] 등이 있다.

[물의 미래]에는 2년여에 걸쳐 동안 전 세계를 발로 누비며 물과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답사한 현장 보고서라는 느낌이다. 이 책에는 물에 대한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 물과 인연 맺어온 인류의 역사, 물로부터 얻은 다양한 혜택과 물이 주는 강력한 파괴의 힘, 물 부족으로부터 인류가 안고 있는 생존의 절박함, 물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문제의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물과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한 나라 특정 지역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구 전체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농민들의 자살, 물로 인한 질병에 허덕이는 캘커타, 알제리, 물을 통해 세계 중심으로 서고자 하는 싱가포르, 치수에 국가의 운명을 건 중국, 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 이스라엘 등 저자의 발길이 닿는 그 어디에도 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또한 이 책에서는 정부 정책책임자, 과학자, 농부, 종교인, 댐 건설자, NGO 활동가, 의사, 수몰지구 주민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하나같이 모두 물과 관련된 물의 미래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다.

이 책은 물과 관련 된 암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경고성 이야기들로 넘치지만 그로인해 안주하거나 좌절하는 미래의 불투명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물과 관련된 현실에서 오는 온갖 염려스러운 일들에 대해 지구 곳곳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 미래를 희망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책이다. 딱딱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선입감을 단번에 불식시키며 알기 쉽고 호기심 가득한 저자의 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게 만들고 있다. 짜이-난-전-중으로 표현하는 중국에 대한 인상, 참치 초밥과 아프리카 물 부족,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인상 등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날카로운 눈과 재치 넘치는 유머는 이 책을 읽어가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접하는 지구상 다른 나라의 자연재해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다고 두 손 놓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임진강의 물난리를 비롯하여 제한 급수를 실시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돌아 본 지구상 모든 나라들은 물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물은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 할 것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들려주는 저자의 인류의 미래, 물의 미래를 위한 일곱 가지 결론 중 마지막 말 [한 가지 불안이 자구만 고개를 쳐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말이 뇌리에 남아있다.

인류가 살아가며 사용하는 그 무엇 하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인류는 이제 공기나 물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생존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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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잠언록 - 인위적으로 하지 말라 자연히 이루어진다
황천춘 엮음, 이경근 옮김 / 보누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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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하지 말라 자연히 이루어진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마음을 빼앗겨 꼭 손에 쥐고 싶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얻었을 때는 기쁘고 행복하지만 얻지 못할 경우 답답해하거나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구루기도 한다. 무엇을 꼭 갖고 싶다는 그 욕망이 사람 마음을 흔들기 일쑤다. 그렇다고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하여 아무것도 자지지 않고 생활할 수도 없는 일상에서 마음 흔들리지 않고 편안함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얼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걸까? 이것은 사람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이기에 지혜로운 사람들은 늘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왔던 것이다.

동양사상의 핵심 중 하나인 노자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노력을 도(道)를 중심으로 살피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끝임 없이 노력한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 노자를 통해 한 발짝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노자는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유명한 사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주나라 왕실의 장서실 관리가 되었다. 많은 신화 속 인물로 태상오군, 도덕진군 등으로 알려졌다. 살아있던 당시부터 성인으로 알려진 그는 현실 정치의 온갖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세상에 도가 사라졌다고 판단하여 은둔 길로 가는 길에 윤희의 간청에 따라 5천 여자에 이르는 책을 남겼다. 바로 그것이 [노자]다. 이 책은 도경(1~37장), 덕경(38~81장]으로 두 권인데 이를 합본하여 [도덕경]으로 잘 알려졌다. 노자의 중심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대표된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도를 도라고 말 할 수 있으면 영원한 진리(도)가 아니고, 이름을 이름 할 수 있다면 항상되고 지속적인 이름이 아니다.(본문 21페이지)
知人者智, 自知者明(지인자지, 자지자명)
남을 아는 이는 지혜로우며, 자신을 아는 이는 밝다.(본문 191페이지)

이 책 [노자 잠언록]은 노자의 사상 가운데 도덕경의 내용 중 오늘날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발췌하고 넓고도 깊은 철학사상, 물러날 줄 아는 처세법, 텅 비었으면서도 깊은 인생관, 무위의 정치 사상, 그칠 줄 아는 전쟁술, 탁월한 관리원칙 등 6가지 주제별로 나누고 알기 쉽게 풀이하여 노자 사상의 참된 정신을 알려주고 있다. 옛글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는 옛 문헌이나 오늘날의 유명한 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 주고 있어 어려운 원문을 이해하고 다가서기가 훨씬 용이하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 마무리에 서양의 명언을 함께 실어 한문의 이해력이 떨어지는 현대인들에게 동서양의 비교와 더불어 본 주제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옛 성인의 지혜를 빌어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각 처지에 맞게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서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번역상의 문제라 보지만 문맥이 다소 미끄럽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노자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려움이 많고 또한 조그마한 부분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아는 것을 실천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과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부터 살펴 ‘너도 살고 나도 함께 사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

세상과 스스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토록 명쾌하고 밝은 것으로부터 오늘날 우리의 복잡한 현실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밝은 빛을 찾을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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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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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사람에 따라 무척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인 저작을 통해 작가를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글 속에 담긴 이야기가 전하는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를 벗어나는 모습을 모습의 작품을 만나게 될 때 작가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통해 만나 작가 이정명은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 내용의 이야기와 담백한 글맛이 참으로 좋았다. 이제 그 작가의 새로운 글을 만난다.

[악의 추억] 작가 이정명이 새롭게 선보인 이야기의 제목이다. 한 남자의 기억 속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의 세계와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다. 안개가 자욱한 도시에서 살인 사건에 일어나고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전담 수사반이 범인을 쫓는 것이 이 이야기의 중심 흐름이다. 안개로 휩싸인 도시의 케이블카에서 웃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는 낱말 퍼즐 부분이 펴진 채 보이는 그날 자 신문뿐이다. 살인 사건 전담반이 구성되고 전직 경찰인 주인공 메코이의 합류로 수사는 진행된다. 하나씩 밝혀지는 중니공의 실체를 따라가는 흥미가 점점 더 주인공에 대해 궁금해지게 만들고 있다.

[악의 추억]의 이야기 속에 주요한 장소인 안개 속 도시가 주는 묘한 분위기에 도시의 두 중심점을 이동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도,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이나 범인과의 심리전, 수사요원들 사이의 갈등과 여자 심리분석관과의 심리적 동조까지 다양한 복선이 깔려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만드는 장치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지만 범인과 주인공의 동선을 쫓아가는 재미가 제법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에 긴장감이 더해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동료 수사관과의 갈등에 더 적대적으로 나타나 주인공을 압박하는 상황이 더해지고 심리분석관과 관계역시 밀접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소설은 이정명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 보이는 비슷한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뿌리 깊은 나무]나 [바람의 화원]에서 느껴지는 담백하고 서술적이지 않은 문장이 전해주는 깔끔한 스토리의 전개 등이 좋다. 특히, 두 지점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모습의 대변처럼 양쪽 도시로 구분되어진 도시를 안개와 케이블카, 다리를 통해 연결하며, 어둠과 밝음, 현실과 미래, 절망과 희망 등 단절과 연결을 암시하는 이야기 속 장치들은 사람들이 가지는 심리적 갈등 요소에 대해 잘 나타내는 점이 돋보인다.

이정명 작가의 [악의 추억]은 극과 극으로 대별되는 양극화 된 도시, 사람과 사람사이 소통되지 못하며 나타나는 갈등, 가슴속 깊이 감춰두고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아픔,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현실 등 현대인이 처한 환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한 현대인들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해 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작가 이정명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느낌이 나쁘진 않다.

안개 속에 갇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도시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혼란스러운 자아의 또 다른 표현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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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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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 사람
문득 생각나 차나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달 밝은 밤하늘의 달빛이 하도 좋아 생각나 전화했다던 그 사람 어디서 무엇하고 사는 걸까? 그 집 처마 끝에서 함께 바라봤던 달빛이 아직 저토록 밝은데 난 그를 잊고 살았나 보다.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제법 있고 그들은 스스로를 알아보는가 보다. 그도 시골학교 선생님이셨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을 만난다. 세상눈으로 보기에 전혀 단판으로 보이는 모습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도법스님과 김용택 시인이 그들이다. 그 두 분과 나눈 소중한 이야기를 정용선이라는 사람이 옮겨놓은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라는 책을 통해서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 독특한 사진까지 함께 있다.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에는 두 분의 살아온 삶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온 두 사람이고 태어난 곳도 자라온 환경도 하는 일도 천지차이지만 어쩐지 닮아 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지는 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그것은 ‘따로 또 같은 삶’을 살아온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두 분 모두 한국전쟁, 제주도의 4.3항쟁 등 태생적으로 보듬고 살아가야 할 우리나라 현대사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두 분들의 각자의 살아온 행적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우리 모두의 그것과 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마음에 내재한 닮은 점이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인은 자연의 따스한 품이 길러준 사람처럼 자연을 닮은 아이들과 어울려 그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살아왔고, 스님은 자연의 품속에서 무한한 사랑으로 대중의 아픔을 나누려는 보살의 자비를 실천하는 수행자로 살아왔다. 다른 모습이지만 또 닮아 보이는 것 역시 그 분들의 삶속에 녹아 있는 생명과, 평화, 자연의 모습이 한 분에겐 문학으로 한분에겐 수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두 분이 자신이 살아온 생활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외적 성장을 이뤄가며 변화하는 내면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한 사람의 회고록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그 두 분의 삶이 생생하게 친근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분들의 글에서 공감하고 감동하는 이유는 겉으로 보았던 그 분들의 삶과 내면에서 추구하는 삶이 다르지 않음을 이 글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기에 그런 것이다. 큰 산처럼 큰 그림자로 사람들을 넉넉하게 안을 수 있는 크고 따스한 가슴을 가진 내 이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독백처럼 이어져 온 책의 마무리에 두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대안을 향하여’한 목소리를 담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생명평화의 탁발승 도법이라 불리는 우리시대 선지식 두 분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두 사람은 비록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삶과 그 삶의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하나로 모여 같은 향기로 널리 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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