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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심, 마음 다스리기 - 조선 선비들의 마음 경영법
문효.이소영 지음 / 왕의서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선조들의 치심의 지혜를 발견하다
이것 아니면 저것, 끝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경계의 끝에서 살아가는 삶에서 오롯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뜻한 바를 따라 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불안한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치심(治心), 마음 다스리기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치심, 마음 다스리기 : 조선 선비들의 마음 경영법]은 조선 선비들이 유독 관심을 가졌던 마음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몸과 마음을 닦았던 선비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며 언제나 만나게 되는 이러한 힘겨운 상황에 선비들이 우선적으로 삼고 정진했던 마음 다스리는 방법으로 선비들의 구체적 삶을 돌아보며 그들이 행했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15명의 선비들의 관심사와 그 벗들이 함께 공유하거나 누렸던 생생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독서, 다도, 종교, 유산, 음악, 화초 가꾸기, 여행, 식도락에 기호식품 담배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조선 선비들의 마음 다스리기 위해 관심 가졌던 이러한 것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선비들 중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 몇 있다.
근엄한 유학자로 이기이원론를 토대로 삼고 기대승과의 사단칠정론 논쟁을 통해 우리나라 성리학의 근간을 마련했던 이황의 활인심방은 의외로 다가온다. 마음이 깃들어 있는 몸을 잘 다스리는 것 역시 마음 다스리기의 기본이라는 이야기다. 조그마한 방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따라 온 종일 책읽기에 여념이 없었던 청장관 간서치 이덕무, 훗날 눈이 멀어 책을 보지 못함을 가장 아쉬워했다는 그는 간서치의 대명사가 아닌가 싶다. 오늘날의 등산과는 차원이 다른 산수 유람의 유산록을 통해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조식의 모습이 오직 정상을 정복하려는 욕심으로 보이는 등산과는 천지차이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데 음악만한 것이 있을까? 조선선비 역시 오늘날 보다 훨씬 음악의 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보인다. 홍대용의 멋과 흥은 마음 맞는 벗들과의 어울리기 바로 그것으로 삶의 맛을 더해가는 풍류로 보인다. 또한 지금은 범죄자 취급받는 흡연에 대한 정조의 애착을 짐작을 초월한다. 안팎으로 마음의 무게를 더하는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기호식품 담배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기만 하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사는 게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시도 짓고, 토론도 하고, 악기도 연주하며, 삶의 에너지를 다시금 재충전했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은 그들이 생을 이어가는 데 있어 필수 자양분이었다. (본문 98 페이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굳이 불교라는 종교를 떠올리지 않아도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나에게 오는 무게감은 차이가 많다. 조선 선비들이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마음 편안함으로 행복을 찾으려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핑개로 조선 선비들의 여유를 따라가기엔 부족함을 이야기 하는 것은 어수선한 시절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으리라 생각 된다. 현실에서 오는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마음 맞는 벗이 있어 홍대용 처럼 풍류를 즐기진 못하더라도 술 한잔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서 본 내용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인용문이 가독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편집하는 사람들의 이해가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내 마음을 제대로 아는 것이리라. 조선 선비들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경계에서 흔들리는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