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높새바람같이는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겐 지금 높새바람같이는 잘 걷지 못하는 몸이 하나 있고,

높새바람같이는 살아지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고

문질러도 피 흐르지 않는 생이 하나 있네

이것은 재가 되어가는 파국의 용사들

여전히 전장에 버려진 짐승 같은 진심들

당신은 끝내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서 꼿꼿이 죽어가지만,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이영광 시인의 시 "높새바람같이는"이다. 사람의 마음도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쪽 방향으로 흐른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제는 당신 곁은 너무 멀리 떠날 것 같은 나 자신이 슬퍼서 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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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첫눈

사랑이 사람이 되듯이

사람으로 힘없이 내려앉고 말듯이

질척이는 골목에 털썩털썩

몸 부리는 눈발들

움푹, 안아줄 발자국도

덮어줄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새벽

골목이 젖은 달을 살린다

엔다

사람이 사랑이 되듯이

사랑으로 다시 한발짝 올라서듯이

몸 쌓는 눈발들

골목의 키가 자란다

바닥에, 바닥에 가슴이 생긴다

*이영광 시인의 시 "첫눈"이다. "사람이 사랑이 되듯이" "몸 쌓는 눈발"이라니 한해를 눈 쌓는 것처럼 살아보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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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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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더이상 펼쳐지지 않는 우산을 버리지 못하는 건

추억 때문이다

큰 걸음으로 온 사람 큰 자취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왔던 사람 급히 떠나가는 법

높은 새의 둥지에도 길을 여는

슬픔도 지치면 무슨 넋이 되는가 나무여,

그 우울한 도취여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세상을 다 채우고도 자취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외로움은 오히려

극한을 견디어낼 힘이 되는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죽은 세포는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권경인 시인의 시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다. 한해의 마지막주도 절반을 건넌다. 잘 건너온 시간에 스스로 다독인다. 돌아보니 늘 그자리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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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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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서각하는 공방에서 일일체험으로 잡아본 전각도를 잡았다.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출발점이다.

붓으로 글자를 쓰고 준비한 돌의 크기에 맞게 복사를 했다. 돌에 바로 글자를 쓸 자신도 없는데 더군다나 거꾸로 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어찌해서 글자를 돌에 옮기긴 했는데 쉽지가 않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만 칼을 들었으니 마무리는 해야겠기에 파다 갈아내고 다시 파다 갈아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것을 얻었다.

서각에 취미를 붙여 끌과 망치를 열심히 두들기고 있는 벗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연습 삼아 몇사람 이름을 새겨볼 생각이다. 새기는 건 내 마음이고 쓰던 버리던 그사람들 마음이다.

앗~ 순서가 바뀌었다.

다음엔 내것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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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다

오래 가면 속에서 살다보면 그게 진짜로 여겨져서

양심도 쉽게 제 먹이가 되겠다

들어붙이면 참 그럴듯한 거짓말,

그것에 밥 말아 먹고 밤새도록 앓았는데

모르는 사이 네게 닿아 있었다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멈추어 선 곳,

그곳이 바로 중심인 것을

아픔과 부끄러움이 곧 힘이고 길이었던 것을

*권경인 시인의 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다"다. 흔들리는 것을 거부하거나 부정할 일이 아니다. 중심에 서기 위한 당연한 일이니. 지금 흔들리는 것은 중심으로 가는 중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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