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봄은 오리라

우리 살아가는 일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이 지나면

꽃 피는 봄이 찾아오리라

*김종해 시인의 시 "봄은 오리라"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에 산을 넘어온 봄 기운이 느껴지는 날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봄이지만 기다린 이에게는 특별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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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탁본

평안하다는 서신, 받았습니다

평안했습니다

아침이 너무 오래 저 홀로 깊은

동구까지 느리게 걸어갔습니다

앞강은 겨울이 짙어 단식처럼 수척하고

가슴뼈를 잔잔히 여미고 있습니다

마르고 맑고 먼 빛들이 와서 한데

아롱거립니다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흔들고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일으켜 세우며

강심으로 차게 미끄러져 갔습니다

이대로도 좋은데, 이대로도 좋은

나의 평안을

당신의 평안이 흔들어

한 겹 살얼음이 깔립니다

아득한 수면 위로

깨뜨릴 수 없는 금이 새로 납니다

물 밑으로 흘러왔다

물 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

흰 푸른 가슴뼈에

탁본하듯

*이영광 시인의 시 "탁본"이다. 전해 온 안부가 어떻게 탁본이 되듯 가슴뼈에 살얼음으로 깔리는 것일까. 이대로도 좋다는 위안이 칼날이 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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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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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슬픔이 하는 일

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이영광 시인의 시 "슬픔이 하는 일"이다. 자기 위로와 치유의 한 방편으로 이 만한 것이 있을까, 슬픔.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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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높새바람같이는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겐 지금 높새바람같이는 잘 걷지 못하는 몸이 하나 있고,

높새바람같이는 살아지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고

문질러도 피 흐르지 않는 생이 하나 있네

이것은 재가 되어가는 파국의 용사들

여전히 전장에 버려진 짐승 같은 진심들

당신은 끝내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서 꼿꼿이 죽어가지만,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이영광 시인의 시 "높새바람같이는"이다. 사람의 마음도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쪽 방향으로 흐른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제는 당신 곁은 너무 멀리 떠날 것 같은 나 자신이 슬퍼서 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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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첫눈

사랑이 사람이 되듯이

사람으로 힘없이 내려앉고 말듯이

질척이는 골목에 털썩털썩

몸 부리는 눈발들

움푹, 안아줄 발자국도

덮어줄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새벽

골목이 젖은 달을 살린다

엔다

사람이 사랑이 되듯이

사랑으로 다시 한발짝 올라서듯이

몸 쌓는 눈발들

골목의 키가 자란다

바닥에, 바닥에 가슴이 생긴다

*이영광 시인의 시 "첫눈"이다. "사람이 사랑이 되듯이" "몸 쌓는 눈발"이라니 한해를 눈 쌓는 것처럼 살아보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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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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