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를 시작하면서 읽은 책이다. 프랑스 소설을 읽을 때, 랑송 불문학사로 정리하곤 했다. 미술사적 방법론은 한 미술가가 어떤 주의(~ism)을 선택하기까지 미술사의 흐름을 아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임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유효(중요)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랑송 불문학사가 작가 별로 구분지어 정리하고 있다면 이 책은 현대소설의 등장과 그 이후 주요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주의(~ism)의 변화와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소설의 사회학적인 측면을 더 많이 다루고 있다.

 


먼저 간략하게 18세기 소설을 정리한다. “소설이라는 장르는 어느 장르보다도 사회의 진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15p) 사회적 환경, 시대적 풍속 묘사,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의 소개와 함께, 정념의 이미지, 행복과 절망을 재현함으로 연극이나 시보다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입력과 활력이 있다. 소설이 지닌 사회학이다. 실제로 18세기는 소설이라는 형식이 자리를 잡은 시대이다. 루소의 신 엘로이즈를 유례가 없는 하나의 현상으로 설명한다. 흑색 소설(Roman noir), 연애소설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초상과 관습적 에피소드들을 거론한 후 장르로서 역사소설을 다룬다. 역사소설의 등장은 장르의 혁신으로서 월터 스코트가 빅토르 위고나 플로베르 등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소설을 스탕달로 시작하고 있다. 스탕달의 사실성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은 실제 사실을 중요시한 작업은 사실주의적이다. 그가 44세에 발표한 아르망스는 문학적 시사성을 띤 작품이다. 주인공을 통해 관찰된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대표작인 적과 흑을 소개한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작가는 발자크이다. 그의 작업에서 콩쿠르 형제에서 에밀 졸라에 이르는 서민과 하층민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들이 엿보이는데, 사생활의 장면, 창녀들의 영화와 비참등에서 그 예를 찾는다.

 

낭만주의 작가로 조르주 상드를 소개한다. 조르주 상드가 1831년 파리로 와서 자리를 잡을 무렵은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내놓을 참이었고, 뮈세는 이제 막 스페인과 이태리의 꽁뜨를 발표했으며 스탕달은 적과 흑을 발자크가 상어가죽을 펴냈다.”(121p) 상드의 소설의 틀을 빌린 그의 연애담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로 털어놓은 작가의 어조를 감지할 수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운동적인 요구를 첨가해놓고 있다. 그는 이상주의적인 전원소설도 발표한다. 혁명을 겪고 난 뒤 그의 사상은 발전하고, 이상세계에 관심을 가진다. 조르주 상드의 이상주의는 미래로의 도피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탕달, 발자크와 더불어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성립되어가고 있는 동안 낭만주의 시인들 역시 소설적인 형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129p)했다. 비니와 뮈세가 그 작가들이다.

1836년 뮈세의 세기아의 고백은 시 의 연작을 쓴 시인의 정념에 넘치는 연애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속내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한 세대의 증언을 담고자 했다. 서정성과 표현성이 강한 상징들이 지배적인 시인들의 소설들은 라마르틴느, 뮈세, 비니, 위고의 낭만주의 작품이다.

발자크 사후 십년 동안 소설계는 단 하나의 걸작밖에 내놓지 못했다. 그것이 보바리 부인이다. 이 변화무쌍한 시기 동안 얼마나 많은 종류의 경향들이 서로 교차하였으며 얼마나 많은 실험들이 이 장르의 새로운 진로들을 예고했던가! …… 발자크의 그림자는 프랑스 소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135p)

 

사실주의는 낭만주의와 대립했고 실증주의는 정신주의에 대립했다. 레 미제라블보바리 부인제르미니 라세르퇴같은 소설들 가운데 문득 나타난 조화를 깨는 작품이었다. 사실주의 소설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위고의 소설에는 사실주의적 경향이 작용하고 있었고, ‘사회적연구와 철학적연구의 요소가 있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레 미제라블은 서민들 가운데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사회학은 이런 책이 프랑스인의 심성이 변화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145p)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 소설의 모델이었다. 발자크는 현대소설의 아버지였다. 플로베르는 그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을 정비했다.”(150p) 그는 진실성이 깃들도록 고심했다. 플로베르의 방법은 과학적이었다. 플로베르는 자료조사를 중요시하는 유파의 최초의 승승이었다. 에밀 졸라의 실험소설에서 볼 수 있는 방법론이다. 그의 감정교육은 실패의 소설이다. 한 세대의 파탄과 한 인생이 서서히 와해되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사실주의에서 자연주의로 옮겨가는 과정에 공쿠르가 자리하고 있다. 1861년에 우리가 쓰는 소설의 특수한 성격들 중 한 가지는() 이 시대에 대한 가장 역사적인 소설이라는 점일 것이다. 우리들 세기의 정신사에 가장 많은 사건들과 실화들을 공급해 주게 될 소설이란 말이다”(177p)라고 공쿠르 형제는 썼다. 그들은 역사에서 소설로 옮겨갔다. 현실에서 채취한 문헌documents’으로부터 소설을 구성했다. 이 구성 원칙은 후에 나타날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소설가들에게서 나타난다. 제르미니 라세르퇴는 문학사에 남을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서민들의 파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소녀시절의 극적인 경험, 불행한 임신, 쥐피용과의 불화, 화해, 결별, 고트뤼슈와 맺은 관계, 우연히 만난 사랑, , 그리고 죽음. 진짜 자연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의 자연주의 소설이라 할 수 있”(184p) .

 

에밀졸라는 1865년에 이 제르미니 라세르퇴를 지지했다. 에밀 졸라는 문학작품이란 바로 예술가의 비전을 통해 전치(轉置)된 현실이다라고 문학적 원칙을 설명했다. 그 전치(轉置)는 이성과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작업은 창조자의 기질에서 유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제르미니 라세르퇴를 높게 평가했다. 졸라는 젊은 시절에 뮈세를 찬양했다. 후에는 낭만주의를 벗어날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랑송 불문학사목로주점을 낭만주의적 소설로 분류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 요소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를 서사적 사실주의라는 챕터로 분류하고 있다.

 

에밀 졸라는 실험 소설에서 과학자의 방법과 소설가의 방법이 유사한 것으로 비교하고 있다. 1868년 겨울에서 1869년에 이르는 동안 루공 마카르총서를 계획하며, 자신의 소설들 속에서 새로운 과학정신을 보여 주고자 했다. 1867테레즈 라캥에서 기질의 반응을 연구했고 이 작품들에서는 더 뚜렷하게 환경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1878년에 루공 마카르 가문의 족보를 발표했다. 그는 그 족보가 이미 1868년에 작성되었으며, 그 이후 자신은 그 족보에 일치시켜 작품을 써왔을 뿐이라고 공언했다. 1969년 라크로아 출판사에 제출한 계획에는 열 권 정도의 소설만이 예정되어 있었다. 1871년 이후의 것인 <소설들의 목록 liste des rommans>20여 권을 예상하고 있었다. 한 가문의 박물지이며 한 사회적 시대의 그림으로서의 소설들이다. 자연주의에서 에밀 졸라가 차지하는 무게만큼이나 많은 페이지를 들여 루공 마카르총서의 소설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프랑스 현대 소설사 분량의 절반 정도 위치에 에밀졸라와 자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일 단 여기서 멈췄다. 에밀 졸라는 루공 마카르총서 읽기를 마친 후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순서적으로 테레즈 라캥을 먼저 읽었어야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잊고 있었던 뮈세의 세기아의 고백을 구입했고, 절판된 스탕달의 아르망스를 도서관에서 대출해왔다. 무재고 출판판매(POD)를 하는 공쿠르 형제의 제르미니 라세르퇴는 주문해서 며칠 전 받았다. 플로베르의 살람보도 꺼내놓았다. 지난주에 읽었던 페낙의 소설처럼에서도 거론되는 소설들이어서 반가웠다. 미술사, 문학사는 펼치면 읽어야 할 책들이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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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5 0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기전에 시대적 배경을 먼저 알아보는건 좋은거 같아요. 더 이해가 잘될거 같습니다~!! 그냥 막 읽는 저를 반성하게 되는군요 😅

그레이스 2022-02-15 07:10   좋아요 4 | URL
사실 그냥 감상하는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진도를 못 나가요. ^^ㅠ
이건 제 기질적인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5 07: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도 체계적인 걸 좋아하시군요??^^
늘 생각하지만 그레이스님은 깊이 읽기를 하시는 듯 합니다. 배우고 싶네요.^^
그리고, 이거 참 유용한 정보입니다.
프랑스 소설류 참 좋아하긴 하는데, 순서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책을 먼저 읽어 본다면 체계가? 바로 서겠어요ㅋㅋㅋ
담아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2-15 09:04   좋아요 5 | URL
그런가봐요
읽다보면 순서대로, 이런 사전준비를 하면서 읽게 되요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뽑았다가도 먼저 읽어야 할 책들때문에 다시 꽂아놓아요
항상 좋은것만은 아닌듯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22-02-15 08: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다 있네요? 저도 검색해보러 갑니다.

그레이스 2022-02-15 08:41   좋아요 3 | URL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으니까요 ㅎㅎ
다락방님 책장에서 보물을 가져왔듯이...^^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2-02-15 0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에밀 졸라 책 읽을 때 그레이스 님의 이 글을 다시 읽아 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2-15 08:35   좋아요 4 | URL
예~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2-15 1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소설을 생각보다 많이 읽지 않았는데 졸라 읽으려연 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2-15 14:54   좋아요 3 | URL
^^
예~

초란공 2022-02-15 14: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향해 출발하시는 듯합니다^^ 저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목로주점>을 읽었나봐요. 사람들의 삶이 숨막히게 안타깝고 답답해서 읽고는 바로 팔아버렸어요 ㅋㅋ 저는 먼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ㅜㅜ

그레이스 2022-02-15 14:55   좋아요 4 | URL
읽는 방식도 감상도 자유니까요~^^
저도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mini74 2022-02-15 15: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사조와 역사에 대한 강의 듣는 기분 , 넘 좋아요. 아 이런 순서로 읽음 좋겠어요 ~~줄을 선다 ㅠㅠ 공감입니다 ㅎ

그레이스 2022-02-15 15:48   좋아요 3 | URL
^^
나래비!

Falstaff 2022-02-15 15: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른 작가들에 비해 대중적이긴 하지만 알렉상드르 뒤마가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굳이 하대해서 B급 문화, 대중문학이라고 해도 좋긴 한데, 뒤마 만큼 재미나게 쓰는 작가를 어디 쉽게 볼 수 있겠습니까.
<몽테크리스트 백작>, <삼총사>, <검은 튤립> (강추!), 등등 쟁쟁한데 다만 하나 <카틀린 메디치의 딸>은 비추, 비추, 또 비추. 축약본인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전 세기아의 고백....이라고 해서 ‘세기아‘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지 뭡니까.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2-15 17:56   좋아요 4 | URL
ㅎㅎ
un enfant du siècle 를 그렇게 번역했네요^^
世紀兒

랑송불문학사에는 뒤마를 소개하는데 여긴 없네요 ^^

scott 2022-02-16 0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월에는 졸라옹과 프랑스!!

와인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사알 짝 놓고 가여 =3=3=3=3

+ .*  。
 *  。
. .∵∴ * 。
 ┏┓
 ┣┫
╭╯╰╮∧_∧
┣━┓┃^ω^。)
┣━┛⊂ |
┗━━┛し∪=3=3=3

그레이스 2022-02-16 07:08   좋아요 4 | URL
술 안마시긴하지만 스콧님이 주셨으니~^^

희선 2022-02-16 0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서 주는 상 콩쿠르상은 콩쿠르 형제였군요 다른 사람 이름 상도 있는지, 프랑스에서 가장 잘 아려진 상이 콩쿠르상이군요 프랑스 소설 읽은 게 없다 생각했는데, 아주 없지는 않군요 에밀 졸라 보시다가 이런 책을 보셨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16 10:01   좋아요 6 | URL
여러개 있는 걸로 알아요~
희선님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2-17 21: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를 읽다가 프랑스 현대사로 가신 그레이스님.^^
제르미니 라쇠르테는 표지가 낯설어서 원서인 것 같았는데, POD라는 낯선 방식이네요.
많이 찾는 책이 아니면 이전에도 소량 인쇄를 하는 경우가 없진 않았겠지만, 귀한 책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17 22:03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하고 따뜻한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22-02-18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 날씨가 따뜻했는데,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저녁 뉴스에서는 주말에 다시 추워진다고 하네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18 20:57   좋아요 4 | URL
예~
추운건 괜찮은데 오미크론이 더 무섭네요 ㅠ
주변에 확진자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주변에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없으면 인간관계가 좁은거라면서요?!^^
서니데이님도 조심하시고 평안하세요~~♡

2022-02-1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9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2-21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네 권으로 돼 있는데 이 책이 떠오르네요. 네 권 중 두 권인가 읽었는데
흥미롭게 읽었어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기술돼 있었어요. 스탕달, 발자크를 보니 생각났어요. ^^

그레이스 2022-02-21 12:57   좋아요 2 | URL
저도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가지고 있어서 가끔 참고해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2-03-08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새로운 앎을 주시는 그레이스님 ~~페이파 당선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ㅎㅎ

그레이스 2022-03-08 18:50   좋아요 2 | URL
페이파 ㅍ하~
일부러 그러신거죠?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3-08 18:51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ㅠㅠ 폰으로 쓰다보니 손가락이 살 쪄서 ㅎㅎㅎ 일부러 그런 걸로 할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2-03-08 18:52   좋아요 2 | URL
저는 노안때문에... 잘 그래요
그래도 글자를 키우지 않는 자존심!
ㅋㅋ

새파랑 2022-03-08 18: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에 이어서 에밀졸라까지~!! 종합독서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3-08 18:51   좋아요 4 | URL
종합독서는 새파랑님이...!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3-08 19:0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상적였던 페이퍼 역시~~👍👍👍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3-08 19:59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청아 2022-03-08 1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3-08 19:5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3-08 2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합니다.
에밀 졸라 읽기, 화이팅**

그레이스 2022-03-09 05:20   좋아요 2 | URL
화이팅^!~

청공 2022-03-09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추카추카~ 인사드려요^^

그레이스 2022-03-09 05: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3-09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그레이스님, 프랑스 소설사까지 공부하며 소설을 깊이 읽으시는군요. 멋지십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3-09 18: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님도 멋지십니다!
축하드려요~~

희선 2022-03-09 0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에밀 졸라 읽기 즐겁게 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3-09 05: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우리는 ‘교육자‘를 자처하지만, 실은 아이에게 성마르게빚 독촉을 해대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다. 우리가 받은 지식을 돌려주어야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될수록 빨리! 그렇지 않으면, 무엇보다 바로 우리 자신부터 의심을 해봐야 할 것이다.
- P59

‘아이‘도 독서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한시도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아이가 제출한 논술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렇다.
주제: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연인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편지에 썼던, "살고자 한다면 책을 읽으시오!" 라는 단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이는 플로베르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P90

"텔레비젼은독서를 방해하는 제1의 적이다. 생각해보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텔레비전은 무기력한 수동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서는 모든 것을 떠맡는 적극적 행위다" 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교사는 빨간 펜으로 묵묵히 동의를 표한다.
(매우 우수!)*그러면서도 순간 교사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몽상에 빠진 학생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적어도 그에게 몇몇 영화는 원작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전혀 떠오르지않았다. 사냥꾼의 밤」「아마르코드」 「맨해튼」 「전망 좋은방」「바베트의 만찬」 「화니와 알렉산더」 같은 영화는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가! 그 영화들의 영상에는 무언가 기호의신비가 담겨 있는 듯했다. 물론 이는 무슨 거창한 전문가적입장에서의 견해는 아니다. 자신은 영화 구성 기법이며 영화 애호가들의 전문 용어에 전혀 문외한이 아니던가. 다만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자신이 보기에도 그 영상들은 파내도 파내도 고갈되지 않을 듯한, 해석을 달리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의미를 전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 P93

때론 텔레비전의 영상조차 그랬다. 언젠가 모든 사람 을 위한 독서」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바슐라르의 만년의 모습, 「아포스트로프」에 출연했던 장켈레비치의 타래 머리,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밀라노 축구팀과의 경기에서 파평이 멋지게 골을 넣는 장면….… - P94

가독서가 과연 의사소통의 행위일까? 이것 또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농담 정도로나 봐줄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말이 없다. 책을 읽은 즐거움을, 우리는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느낌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서 그다지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느낌을 발설하기 전에 시간을 두고 설익은 생각을 가다듬으며농익도록 뜸을 들이느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의 침묵은 우리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책을 다 읽었지만, 우리는아직도 책 속에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버거워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한 피신처로 여겨지는 것이다. 책은 거대한 외부 세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우연으로 가득 찬 일상사를 높은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었으되 우리는 말이 없다. 책을 읽었기때문에 말이 없는 것이다. 몰래 숨어서 우릴 지켜보던 감시병이 튀어나와 "어때? 재미있어? 이해가 되니? 뭘 느꼈는지 얘기해봐!"라고 심문을 일삼는다고 해도 답변을 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 P109108

가까운 이가 우리에게 책을 한 권 읽으라며 주었을 경우,
우리가 책의 행간에서 맨 먼저 찾는 것은 바로 책을 준 그 사람이다. 그의 취향, 그가 굳이 이 책을 우리의 양손에 쥐여주었던 이유, 그와의 유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증표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내 책의 내용에 빠져들어, 정작 책에 빠져들게 만든 장본인은 잊고 만다. 아마도 이것이바로 한 권의 문학 작품이 발하는 막강한 위력일 터이다. 일상마저도 까맣게 잊게 만드는…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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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7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레이스님의 페이퍼 읽다가 「바베트의 만찬」 이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네요
영화 넘 재밌게 보았는데 말이죠^^

TV에서 이젠 최대 적이 스마트폰으로 넘어 왔네요. 영화도 독서의 적인지는?^^

그레이스 2022-02-07 21:40   좋아요 1 | URL
저는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 갖고 있어요^^ 작가는 뒷부분에 계속 끊임없이 떠올리게 되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말해요.
무언가를 읽어낸다는 의미로 볼때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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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몸의 변화를 겪는 소년 페낙은 당혹스럽고 외롭다. 청년의 몸은 폭발하고, 장년은 자신의 몸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노안과 함께 찾아온 노년의 몸은 불안하다. 몸의 변화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정말 외로울 것이다. 유머를 잃지 않는 글에서도 몸의 존재로서 고독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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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07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00자평이 슬프네요 ㅜㅜ 나이를 먹는건 고독한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2-07 18:58   좋아요 5 | URL
불안하고 고독하기도 하지만 잠깐씩은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2-02-07 1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안과 함께 찾아 온~~
저는 노년이군요, 으흐흑😫😫

그레이스 2022-02-07 19:20   좋아요 4 | URL
^^;;;;;;;

mini74 2022-02-07 19: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넘 멋진 100자평~ 인데 공감으로 밀려오는 슬픔 ㅠㅠ 눈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게 되네요. 요즘은 귀도 좀 먹은거 같은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2-07 19:22   좋아요 4 | URL
시력과 청력이 함께 가는 것 같긴해요
아이들이 뭐라하면 잘 못알아들어요
뭐라고?
하면 왜이렇게 크게 말하냐고... ㅋㅋ

scott 2022-02-10 23:39   좋아요 2 | URL
청력은 인간의 오감 중에
가장 늦게 퇴보 하는뎅 ㅠ.ㅠ

그레이스 2022-02-11 12:00   좋아요 2 | URL
그게 소리를 시각으로도 같이 듣지 않나싶어요 ㅎㅎ
 

"사람이 살면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서로 싸우는라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지."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페르망탱이 내게 침을 뱉지 않았어도 내가 그 고통 속에 몸을 던졌을까. 나의 참여는 단지 날아온침의 궤적과만 관련 있었을 뿐,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단다.
- P136

2년 만에 다시 쓰는 이 일기에서 내가 우선 주목하고싶은 건 바로 그 눈물이다. 오늘 아침 난 실제로 내 몸 안의 눈물을전부 다 쏟아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있을 수 없는 살육의기간 동안 내 정신이 축적해온 눈물을 모조리 쏟아버린 것이다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 맑은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깨끗이 자신을 청소한다. 그 정화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종착역에 정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눈물로 표현된 정신은 비로소 몸과도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있다. 내 몸도 오늘 밤엔 잠을 잘 잘 것이다. 안도의 울음을 실컷울었으니, 이제 끝났다. 사실 이미 몇 달 전에 다 끝난 것이었지만,
확실히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이러한 의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끝났다. 그가 훈장을 준 건 바로 그래서다. 내 레지스탕스의 끝, 눈물에 영광 있으라!
- P140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지적 노동을 할 때 느끼게 되는 몸의 감각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책들의 고요한 떨림,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결, 종이의 섬유 위에서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풀의 자극적인 향, 잉크의 광택, 꼼짝 않고 있는 몸의 무게, 너무 오랫동안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탓에 저린 발끝, 그 바람에 일어서려다가 뒤뚱거리며 가방에 부딪치기도 한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순 없다. 몸을 흔들어대며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좌우에서 스트레이트를 퍼붓고, 훅, 어퍼컷, 연타, 라운드(이젠 확실히 왼쪽 주먹이 완전하게 펴지지 않는다. 그러나 훅이나 어퍼컷은 여전히 칠수 있다). 머리로는 복싱의 리듬에 맞춰 시구를 암송한다. 수세기에 걸쳐 다듬어진 문장들을 머리가 깨질 정도로 외는 동안 팔은춤추고, 주먹은 때리고, 땀은 흐른다. 세탁통에서 퍼낸 차가운 물몸에 물을 끼얹어봐, 몸을 말려, 옷을 다시 입어, 공부를 시작해, 공부를 시작하라고, 그리하여 또다시 부동의 자세. 문장들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그 느낌! 순례하는 매는 인쇄된 책이라는 너른 들판위를 탐색 중이다. 귀한 사상들이여, 그대는 내 먹이요 내 풀밭, 어서 몸을 숨겨보시게 내가 가서 그대를 먹어치우고 소화까지 시켜버릴 테니! 빌어먹을,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지? 오늘 저녁엔 여기서 멈추자, 눈꺼풀이 모래처럼 무거워지고 펜은 자꾸만빗나간다. 잠을 자자, 대지 위에 몸을 눕히고 잠을 자자꾸나.
- P141

1954년 1월 28일 목요일30세 3개월 18일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 꿈, 새벽 5시에 불안이 잠을 깨웠다.
아니, 불안이라는 녀석이 내가 잠에서 깨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난 다시 잠이 들긴 했지만, 불안이 곧 또다시 날 잠에서 끌어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집게로 신생아의머리를 끄집어낼 때처럼 내 가슴팍을 붙든 채로, 아, 이번엔 안 돼!
싫어! 안 돼! 민첩하게 가슴을 뒤틀어 집게를 피한 덕에 내 몸은불안에서 벗어났다. 그러고 나선 돌고래처럼 편안히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엔 성격이, 아니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잠이었다. 편안함 자체가 되어버린 잠, 불안이 도저히 해코지할 수 없는 피난처,
모든 걸 다 포함하는 잠, 내 몸이 몽테뉴의 수상록』 속으로 풍덩빠져든 것이다! 그렇게 자고 나서 깨어나자마자 난 얼른 메모를 남겼다. 『수상록』의 물 흐르듯 유연한 깊이 속으로, 그 책의 종이 속으로, 몽테뉴라는 사람 속으로 도망쳤었다고.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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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06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새로 나온 문제집과 강의교재를 살 생각이 들어서 잠깐 기뻤습니다.
새 노트와 펜 같은 것들도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06 22:23   좋아요 2 | URL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뭔가 시작하는 것은 기분좋은 흥분을 가져다주죠~
준비 잘 하시고 밤 동안 평안하세요~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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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는 연말에 청소년수련관 강당을 빌려 발표회를 했다. 6학년이던 큰 아이는 <템페스트>를 연주했다. 언제 그렇게 실력이 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견했었다. 그 연주회를 위해 몇 달을 그 한곡만 연습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제법 연주회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먼저 강당으로 갔고, 일부러 시간을 낸 남편과 나는 시간에 맞춰 갔다. 어린 아이들부터 연주를 시작했고, 큰 아이는 마지막 주자였다. 무대에 올라온 아이는 먼저 마이크 앞에 서서 자기소개를 하고 연주할 곡을 소개 했다. 긴장도 하고 쑥스러웠는지 삐딱하게 서서 빠른 속도로 읽어갔다. 다들 아이의 건들거리는 태도에 웃음을 터뜨렸다. 당황스러웠다. 자리에 앉은 아이는 연주를 제법 잘 해내고 큰 박수를 받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아이에게 인사하는 매너와 연주할 때 혀를 내밀던 것을 나무랐다. 믿고 피날레를 맡긴 선생님과 관객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그날만큼은 그동안 연습하느라 수고했다고 잘 했다고 칭찬만 해주었어도 좋았을 텐데…… 아마 남편도 돌이켜 보면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된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큰아이에게는 미안한 기억이 많다.

  

작가 카하트가 살던 파리 좌안지역의 동네, ‘데포르주 피아노:공구, 부품간판이 걸린 19세기의 매력이 느껴지는 가게. 그는 중고 피아노를 살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 곳을 찾고 주인 뤼크를 알게 된다. 피아노 수리도 하지만, 뤼크는 중고 피아노들을 사들여 수리해서 판매를 한다. 그의 방식은 특별하다. 관계와 신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에게서 피아노를 산 고객의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만 피아노를 판다. 중고 피아노를 매입하는 것도 사람을 신뢰하고 선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상적인 것은 알코올 중독자인 조율사 요스에 대한 그의 태도다. 거리의 부랑자 같이 사는 요스의 실력을 믿고 그를 고객에게 보내준다. 술에 취해 큰 실수를 저지른 뒤에도 그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주는 모습에서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운영방식을 보게 된다. 수공업이 번성했을 시절의 파리 거리 장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서 느껴지던 ‘19세기의 매력은 주인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뤼크가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 역시 남다르다.

뤼크는 피아노를 얻은 방식을 이야기할 때는 늘 모호한 표현을 썼다. 절대 샀다거나 거래했다거나 경매에서 낙찰 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는 피아노가 나한테 왔다거나 도착했다고 말했다. 마치 문간에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피아노의 도착을 언급하는 방식은 사실 그가 느끼는 감정과 일치했다. 피아노는 한동안 그와 함께 살러 온, 떠날 때까지 그가 보살펴야 할 영혼이었다.”(41p)

 

작가는 자신의 피아노를 만나기까지 공방을 찾으며 피아노에 대한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황금시대에 만들어진 스타인웨이, 음색이 돋보이는 베르슈타인, 피아노의 귀족 뵈젠도르퍼, 슈팅글, 에라르, ……그리고 파지올리.

피아노 연주 영상에서 STEINWAY & SONS 라는 로고를 자주 보게 된다. 스타인웨이는 세계적으로 콘서트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피아노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파지올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작가는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에서부터 피아노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도 전해 준다


스타인웨이에 대한 그의 묘사는 정교하다.

그 피아노는 최상의 상태로 보존된, 1896년산 스타인웨이 C모델이었다. 그 구조적인 면은 기본적으로 현대 스타인웨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일체형 철제 프레임은 케이스 안에 수평으로 자리를 잡고 주위의 현을 잡아당겨 단단히 고정했다. 그 프레임에 적용된 수많은 특허기술은 금속에 돋을새김으로 직접 기록되어 있었다. ‘교차 현 스케일’, ‘관형管形 액션 프레임’, ‘카포 다스트로 봉현들 밑의 울림판에는 정교하게 스타인웨이 로고가 박혀 있었으며, 그 위에는 왕실 피아노 공급자라고 찍혀 있었다. 그 양옆에는 유럽의 군주와 그들의 문장이 도열해 있었다. ‘프로이센 왕과 독일 황제’, ‘스페인 여왕’, ‘이탈리아 여왕’, ‘영국여왕’, ‘영국 왕세자’. 이런 식으로 보증인을 과시하는 것은 천박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당시에 스타인웨이가 피아노 제작의 정상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81p)

 

여러 시간 여러 장소로부터 와서 뤼크의 손을 거쳐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피아노들 속에서, 작가는 운명의 피아노를 만난다. 슈팅글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


그 자그마한 크기와 세세한 부품의 아름다운 배치를 보자 마음속에서 한 단어가 꿈틀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그럼에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당돌, 나는 이 피아노가 당돌해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데렐라 같은 피아노였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 작은 피아노가 어쩐지 좋고, 따라서 내 가족에게 맞는다는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았다.”(45p)

 

나는 음계를 몇 개 쳐보았다. 그러다 화음 몇 개를 이어가보았고, 마지막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아르페지오를 몇 개 쳤다. 음들이 울려 퍼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전율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46p)

 

피아노를 만나고, 서투른 연주를 하고,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기관을 찾고 데려다 주면서 유년시절의 피아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일 년에 한번 피아노 선생님의 집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 경험했던 공황과 현기증, 그리고 아무런 의미 없는 곡예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서커스의 동물이 느꼈을 법한 감정”(89p)의 경험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의 학원 연주회를 보고 돌아오던 때를 생각나게 한 장면이었다. 지금이라면 작가의 말처럼 그런 터무니없는 행사를 가지고 법석을 떨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피아노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준 킬리언 선생님을 기억한다. 그에게 음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음악을 끌어낼 수 있는 직관력 있는 교사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마스터 클래스 참관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경험이었다. 그는 여전히 피아노 공방을 찾고 뤼크와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며 피아노로 연상될 기억들을 쌓아 간다.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으로 꾸며놓는다. 이런 피아노가 우리 삶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사실 대체할 수가 없다, 거기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피아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닳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파괴당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새로 좋은 악기를 들이면 음악의 영역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이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덩어리가 발휘하는 특별한 연상의 힘은 그 개별적인 피아노 한 대만 갖고 있는 것이다.”(217P)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빠는 엄마와 함께 피아노를 계약하고 오셨다고 했다. 딸이 둘이나 있는데 피아노는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셨던 것 같다. 우리는 나무로 된 거냐’ ‘삼익이냐 영창이냐이런 질문들을 했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었다. *? 그 펌프 만드는 회사 그 한*? …… 두 분도 삼익이나 영창을 생각하고 피아노 거리로 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점포 앞을 지나는데 피아노 연주 소리가 너무 좋아서 들어간 곳이 그 매장이었고, 직원의 유창한 말솜씨에 넘어가 계약을 하고 오셨다고 한다. ‘역사는 얼마 안됐지만 잘 만든 것 같더라로 우리의 논쟁은 끝이 났고 며칠 후 다행히 원목으로 된 피아노를 받았다. 나는 공부를 핑계로 하농의 고비를 넘지 못했고, 동생은 그나마 반주정도는 할 수 있는 실력은 갖췄으나, ‘피아노는 모셔두기만 하냐?’ 는 아빠의 핀잔을 듣는 날이 많아지고, 곧 피아노는 거기 원래 그렇게 조용히 있었던 가구가 되어갔다. 아이들 피아노 시작할 때, ‘피아노 가져올까?’ 했더니, 남편은 어디 건데?’ 하고 물었다. ‘*’ 했더니 코웃음 치는 남편에게 나는 그래도 소리는 좋아했었다.^^ 


 

피아노가 공방에 들어올 때마다 그 피아노 주인의 삶도 함께 온다. 이 소설은 유난히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기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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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1-31 05: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드님나이때 저도 tempest 2악장을 발표회때 쳤어요. 그런데 저는 3악장을 더 좋아해서 지금도 자주 듣고 있어요.
피아노얘기 재미있네요.

Falstaff 2022-01-31 07:55   좋아요 5 | URL
윽, 그레이스 님의 아드님도 그렇고, hnine 님도 그렇고, 초등 6학년이 템페스트를.... 타고나신 거 아닙니까?
전 영화 <하녀>에서 이정재가 출근하기 전에 그랜드피아노 연주하는 거 보고 헉! 했던 기억밖엔.. ^^;;;

그레이스 2022-01-31 08:31   좋아요 4 | URL
제가 보기엔 아이들이 거쳐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남자애들에게 맞는 곡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지만...
걔네들이 그 곡을 어떻게 이해했겠어요 ㅠ

그레이스 2022-01-31 13:12   좋아요 4 | URL
hnine님은 그 경지까지 가셨군요^^
저는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레슨과정을 통과 못한 터라.^^

새파랑 2022-01-31 1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아닌가요? 😅 전 체르니 30번까지 치고 포기했는데 ㅎㅎ 엄청나네요~!! 지금은 피아노 계속 칠걸 후회가 남습니다 ㅜㅜ

그레이스 2022-01-31 12:43   좋아요 5 | URL
ㅋㅋ
맞아요
우리는 템페스트 하면 셰익스피어가 먼저 떠오르는 독서인이죠?!
ㅎㅎ
그래도 30번까지 치셨네요.
악보도 못읽는 남성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체르니 30번 그때가 고비라고 하더라구요.ㅋㅋ
오늘도 열독중이시겠네요.
새파랑님 행복한 명절 되시길요~!

청아 2022-01-31 12: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딩때 구입한 피아노를 쭉 가지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팔고 난 후 기분이 참 안좋았어요. 나중에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싶은데 이 글 읽으니 고민됩니다. 소리만 좋으면 장땡 같은데요?ㅋㅋㅋ큰아이 넘 대견한데요? 피날레라니~^^♡ 혀내밀고 삐딱하게 서서 자기소개 읽고 다 천재느낌입니다.ㅋㅋㅋ

그레이스 2022-01-31 12:46   좋아요 6 | URL
ㅋㅋ
천재! 그렇게 봐줄걸...!
다행히 지금도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해요~
정말 다행이죠!

mini74 2022-01-31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영창. 딸이 넷이라고 엄마가 곗돈 부어 사오셨어요 ㅎㅎ 하농 잔짜 지겹죠 ㅠㅠ

그레이스 2022-01-31 15:03   좋아요 2 | URL
^^
그때는 그랬죠?!

희선 2022-02-01 0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피아노 오래 배우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네요 새로운 것도 아니고 중고 피아노를 고치고 그걸 파는군요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팔지 않고 아는 사람이 소개해야 한다니... 피아노에도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겠습니다 피아노만 아는 것도 있을 것 같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01 15:22   좋아요 3 | URL
특별히 제가 성장하던 시대에는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있었을거예요~^^

얄라알라 2022-02-03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변에서 아이가 여럿이신 분들 혹은 형제자매 많으신 분들을 보아도, 유독 큰 아이에게는 차고넘치는 칭찬보다는 격려성 질책(?)과 조언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날레 연주를 했던 자녀분의 무대 매너와 대화를 디테일까지 기억하시는 애정이 느껴집니다.
근데 저는 영창과 삼익은 바로 알았는데 ˝한*˝?은 모르겠어서 검색해보려고요^^ 그레이스님 유년기의 추억이 가득한 가구 이야기에 덩달아 훈훈해집니다!

그레이스 2022-02-03 14:16   좋아요 2 | URL
^^~♡
펌프회사랑 이름만 같은건지 아님 거기서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름 듣자마자 그 광고부터 생각났어요 ^^

레삭매냐 2022-02-03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는 자고로 공간을 많이
잡아 먹는 그런 가구랍니다 헷

그레이스 2022-02-03 23:18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사할때는 더 애물단지죠^^

서니데이 2022-02-04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피아노가 있지만, 이웃집에 시끄러울까봐 가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 때는 정말 고가였어요. 근데 한*는 처음 들어서 어디인지 궁금해지네요.
그레이스님, 잘 읽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추워요.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2-07 06:33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
모두 궁금해하시는군요
한일이예요 ㅋㅋ
진짜 소리는 좋았어요^^
건반이 조금 무겁기도 해요 ㅎㅎ
작가가 받은 피아노가 스타인웨이도 아니고 뵈젠도르퍼도 아니고 슈팅글이어서
그때 생각이 났어요^^
이번에 쇼팽콩쿠르 1등 한 부르스 샤오 유 리우(?)는 파지올리를 연주하더라구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