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침묵의 봄」으로 독서토론을 할 때였다. 2017년 당시 이슈가 되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관련된 기사를 논제로 사용하면서, 고등학교 토론반 아이들의 ‘탈원전’에 대한 토론을 예로 들었었다. 회원 중 한 분에게서 ‘어린 학생들이 원전에 대해서 뭘 알겠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나는 ‘과연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진행자로서 부드럽게 끌고 가야했기 때문에 반론은 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그분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료를 보면 명료하게 나오는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정치적 경제적 계산법이 깔리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돼 버린다. 아마 그분도 어린 학생들이 이런 문제까지 어떻게 알겠냐는 의미로 던진 질문이었을 것이다. 논점을 흐리는 반문이다. 환경문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있는데 다른 문제들을 결부시켜서 해법을 복잡하게 한다. 의미의 오용일지 모르겠지만, ‘오캄의 면도날’로 논점을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분이 ‘원전 공론화 위원회’나 고등학생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토론이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반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문성을 논하기 전에 이런 토론의 자리는 양측의 자료와 주장을 수집하고 분석, 평가해서 토론함으로 모두의 관심과 생각을 이끌어내자는 취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환경 전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자료와 정보를 얻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고 어쩌면 전문가들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친다.
그 예가 레이첼 카슨이나 타일러 라쉬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명료한 진실을 복잡하게 에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정직하게 상황을 보고 말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들이 제시하는 자료들은 전문성이 있다.
타일러 라쉬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방송인이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고 한국말을 잘하는 것은 알지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만큼 잘 전달할까? 생각했다. 전문가들의 책을 번역한 책들을 읽어보면 전문용어를 쉽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학적인 내용을 그대로 번역할 경우 독자들이 난독을 경험한다. 이 책은 그런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어서 잘 읽힌다. 누구나 읽어도 이해 할 수 있다. 쉽다고 해서 문장이 유치하지도 않다. 외국인이 썼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주제들과 내용들이 인상을 남긴다. 그의 설명들을 읽고 있으면 환경의 위급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용어 사용의 문제점 지적도 적절하고 모두에게 설득력이 있다.
「근래에는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우리가 처한 실제 위기 상황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기후위기 climate Crisis라는 표현을 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나도 기후변화보다 현실의 심각도를 드러내고 꾸밈없는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87p
미세먼지라는 용어도 잘 못 사용하는 예 중에 하나라고 한다. 단지 먼지가 아니라 몸에 해로운 물질을 함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용어에 있어서도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일러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왜 개인이 깨어있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예로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리기후변화연합 탈퇴’는 러시아와의 유착관계와, 국내 정치와 경제의 계산법에 따른 작용한 정부의 선택이라고 한다. 집권당은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경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이익과 입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환경문제를 국가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 계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는 채식주의자의 삶이 불편하지 않아야 하며, 재생에너지의 사용, 멸종위기의 동물들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균형을 이루는 넓은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반부를 마무리하며, 개인이 환경을 위해 할 작은 실천을 이야기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환경을 위해 잉크 사용을 최소화하였고,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였습니다.」
-표지
그는 이 책 후반부에서 미국 버몬트에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다. 심한 알러지로 생명에 위협을 받았던 어린 시절과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책을 읽으며 지냈던 시간들, 그 때 창밖으로 보았던 풍경들과 야생동물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자연의 일부였다. 오로라, 토네이도, 밤하늘, 눈 덮인 산 등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덧붙일까 궁금했다. 환경운동을 하게 된 동기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편집부의 요구였을까? 자신의 생각이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하게 됐느냐는, 동기에 대한 질문을 할까?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더 설득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영향력 있고 소중한 일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타일러는 그저 버몬트의 경관과 생활을 이야기하고 버몬트 주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만을 이야기 할 뿐이다. 그저 젖어있는 것이다. 자기가 태어나고 속해 있던 자연에. 자신이 자연의 일부였고, 자연이 자신이었던 그 시절이 그의 동기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말한다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 있다면, 지금 옷을 더럽힐지 모른다거나, 약속시간에 늦을지 모른다거나, 심지어 자신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환경문제는 이제 다른 그 무엇보다도 긴급하고 중요해서 다른 결부되어 있는 문제들을 제거하고 오직 그 주제만을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치적인 계산, 이념적인 갈등, 경제적 손익계산은 이제 고려의 대상이 아닌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24/pimg_7640422942959471.jpg)
창포가 피어있는 하천변. 보행자를 위한 탄성재료 바닥 포장, 자전거 도로, 인공수로 등 지자체마다 하천변 모습에도 트랜드가 있다. 생태적인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예쁘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