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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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 다닌다는 말은 걸립패가 사용하는 말이고, ‘표연이라는 말은 오고 감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들린다”(15p)

문학자 시라이 도야(白井道也)가 시골의 중학교를 두세 군데 흘러 다니다가 표연히 도쿄로 되돌아왔다는 말을 하며 흘러 다닌다 와 ‘표연히'가 그의 거취를 형용하는 것에 적합한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 도입부에 빠져든다. 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표현을 찾는데도 오랜 과정을 거치는 생각의 깊이가 느껴진다. 더구나 작가 자신의 자아를 투영한 인물을 표현하는데 고심을 하고 있어서 그가 말하는 구애받지 않고 이리저리 다니게 하는 이중 삼중의 인연은 무엇이기에? 하는 생각이 든다. 도야는 작가 자신이고, 작가는 관찰자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고양이다. 소설이 아닌 나쓰메 소세키의 시론이나 연설문을 읽고 있는 듯하다. 문학자 도야의 신념은 존귀한 인격을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난과 이로 인한 아내의 은근한 압력을 견디며 글을 쓰고 있다.


다카야나기 군은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비아냥거리기 좋아해 염세가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반면 나카노 군은 대범하고 원만한 성격에 다양한 취미를 가진 수재였다”(33p)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막역한 친구 관계다. 작가의 문()이 이어진다. “이렇듯 운명은 비백무늬의 오시마 비단과 질이 떨어지는 지치부 비단도 하나로 꿰매어진다.”(33p) 이런 관계에서는 지치부 비단에 해당하는 다카야나기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카야나기는 도야가 가르치던 학교의 학생이었고 도야를 학교에서 떠나게 했던 무리들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사유가 많아진 도련님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도야를 찾아간 다카야나기에게 도야는 문학론을 펼치고 그 말에 다카야나기는 고개를 숙인다. 자신의 본령이 문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그다지 견고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도야선생은 계절이 바뀌는 것도,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냉대한다는 것도 모른 채 붓과 벼루에 목숨을 걸고 있다. “움직이는 사회를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도야 선생의 소명이다. 높고, 위대하고, 사심이 없는 방향으로, 한 발짝만이라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도야 선생의 사명이다.”(125p) 그에 비해 다카야나기는 자신을 불운하고 외로운 존재라고 여기고, 차가운 현실을 너무나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 문학도로서 자신을 의심하고,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 다카야나기는 부유한 나카노에 대한 부러움과 환멸의 양가감정을 느꼈었다. 항상 자의식 과잉상태에 있었다. 여인이 부른 노래가사 속 부질없이 부는 태풍에 흩어져있는 흰 나비, 검은 머리카락처럼(109p) 근심이 드리워진 나약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야 선생은 사회적으로 매도당할 위험이 있는 연설회의 연사로 나선다. 그가 하는 작고 큰 행위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 그는 청중을 설득한다. 세태를 비판하고 학문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도야는 연설의 말미에 세상이 학자나 문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반드시 올 것”(193p)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믿고 글을 쓰겠다는 작가의 다짐이다. 다카야나기는 청중과 함께 함성을 지른다. 통쾌함을 느꼈다. 문학을 읽고 독자가 느끼는 감정의 상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삶을 비추게 된다. 다카야나기가 문학자로서 자신을 점검하고 다시 길을 걷듯이.


다카야나기, 나카노, 도야와 같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근대 일본의 지식인 사회를 형성하고 혼재했을 것이다. ‘세상은 형형색색이다’(202p)라는 독백에서 자신의 길을 정한 마음을 본다. “지금 지나치고 있는 나는 내일 아침이면 65리나 날아간다. 이런 사실을 스시집의 점원도 국화빵 굽는 할머니도 꿈에서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202p) 이 생각에서 타인의 시선과 자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를 발견한다.


흰나비, 흰 꽃에

조그만 나비, 조그만 꽃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있네

……

부질없이, 부는 태풍

부질없이 사는가 속세에

흰 나비도, 검은 머리카락도

흩어져 있네, 흩어져있네 

(109p)

 

나의 읽기를 반추한다. ‘왜 읽어?’ 라고 물어보면 좋아서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읽는 동안 들어오는 새로운 지식과 감동에 진동을 느낀다. 느껴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책을 또다시 집어 든다. 읽고 쓰는 것으로 무엇을 하거나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읽는다. 자연스럽게 삶은 문자 뒤에 있는 의미들에 의해 조명되고 충돌하며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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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1-26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연‘ 우리 말 뜻은 있나 검색해보니 ‘표연하다의 어근‘으로만 나와 다시 찾으니 한자어가 나와요. 이 역시 뜻이 참 좋네요. 그레이스님의 반추 중 마지막 문장도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1-11-26 00:08   좋아요 4 | URL
제가 나쓰메 소세키 읽으면서 느낀건데요
한자어든 우리말이든 참 단어를 잘 고른다는 거예요
소세키가 구사하는 한자어도 탁월하고, 번역자의 어휘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persona 2021-11-26 00:27   좋아요 2 | URL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단어에 예민하신가봅니다. 한번도 흘러다닌다와 떠다닌다의 차이를 저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ㅎㅎㅎ
저는 번역가님께서 ふらり라고 쓰신 걸 표연으로 바꾸셨는 줄 알았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선택이었군요.
원제도 참 우아해요. 颱風/台風타이후우가 아니라 野分노와키를 썼더라고요. 고어이자 아어이긴 하지만 태풍 전후에 부는 폭풍이라는 뜻을 떠올려보면, 비록 훈독이라 한자의 뜻과 연관성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한자에서 ‘들판/野의 것으로 남겨둔 것’ 뭐 이런 느낌이 들어서 너무 궁금해지는 책이에요. 태풍 오기 전에 하늘 시꺼매지면서 들판에서 부는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태풍 가고 나서 비뿌리면서 몹시 스산해진 바람도 생각나고요. 저도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1-11-26 00:30   좋아요 2 | URL
저는 지금 페르소나님께 배웠어요 👍
일본 고어와 아어를 알고계시는 실력자시네요!!!

persona 2021-11-26 00:34   좋아요 3 | URL
저도 사전을 찾아보아 알게 된 건데요. 뭐. 그때 특별히 쓰던 말이었다면 작가가 의식하지 않고 붙인 제목이겠지만 당시에도 흔치 않던 더 이전시대의 와카나 하이쿠에서 보이던 고어였다면 작가가 직접 골랐겠지요? 그런데 전자였어도 시대의 차이가 의미를 만들어준 거니까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_

scott 2021-11-26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그레이스님 표 소세키옹 리뷰도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네요

태풍과 갱부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고 인기가 없었던 작품인데
최근에 하루키옹이 인터뷰에서 두 작품 언급하면서 소세키옹 작품중에 가장 애착(1순위는 산시로)이 가는 작품들이라고 하네요

송태욱님의 유려한 번역은 최곱니다!

그레이스 2021-11-26 00:41   좋아요 3 | URL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만 남았어요
다른 단편들도 있지만 일단 전집 14권은 👌
하루키가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입니다 ^^
내일 다시 별 하나 추가할지 모르겠네요
생각하다보면 꼬리를 잇는 의미들이 추가되거든요~♡

독서괭 2021-11-26 09: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나는고양이로소이다만 읽으시면 전집 완독인가요?? 그레이스님 대단하세요😳 단어를 참 잘 고른다는 말씀을 하시니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왜 읽어?에 좋아서. 라고 대답한다는 말씀 넘 좋네요😆 저도 요즘 내가 이렇게 책을 좋아했었나 의아할 만큼 좋아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11-26 10:04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글에서 책 사랑이 느껴져요~
이렇게 서로 알아보는 이곳 너무 좋아요~♡

새파랑 2021-11-26 1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유는 ˝좋아서˝인거 같아요ㅋ 다른 이유는 그냥 수식어 일뿐~!!

‘흘러 다닌다‘라는 표현 정말 좋네요 ^^

저도 태풍 찜~!!

그레이스 2021-11-26 10:25   좋아요 3 | URL
예! 맞아요~
새파랑님~~!

mini74 2021-11-26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연. 이런 뜻 이런 느낌임을 리뷰와 댓글로 생생하게 배우게 되네요. 다들 대단하세요 *^^*

그레이스 2021-11-26 14:16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못지 않으싲죠~^^

오거서 2021-11-26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아니지 ^^; 마지막 문단을 메모하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1-11-26 19:49   좋아요 1 | URL
😊
 

정리해야 하는데 커서만 껌뻑거리고 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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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3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도 밑줄 파! ㅎㅎ
디테일-발칙-현대 미술 보고
리움으로 ~GO~@@@

그레이스 2021-11-23 23:21   좋아요 1 | URL
목요일 모임 제가 정리 순서라...
바쁩니다. 마음만...!

서니데이 2021-11-24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도 책에 포장해두시는군요.
저희집도 전에는 했었는데, 요즘엔 포장지가 없어서 안하고 있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1-25 16:38   좋아요 2 | URL
비닐 포장해야 마음이 놓여요^^

페크pek0501 2021-11-25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공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당~~

그레이스 2021-11-25 16:35   좋아요 0 | URL
어제는 열공 맞습니다
모임 다녀와서 빈둥거리고 있어요
12페이지 페이퍼 작성하고 오늘 발표(?)했거든요^^

서니데이 2021-11-25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정리 조금 더 하셨나요.
그레이스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1-11-25 18:47   좋아요 1 | URL
예~
끝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시간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1-25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번 이렇게 정리하시는거 맞죠?
그레이스님, 너무 멋져요^^!

저도 전에는 책 표지 다 비닐커버로 포장했는데.. 요즘은 못 하겠더라고요ㅎ
한 번 밀리니 끝없이 밀려서 그 때부터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레이스 2021-11-25 23:40   좋아요 0 | URL
집에 있는 비닐 롤 다쓰면 그때가서 생각해 보려구요
아이들도 교재 비닐포장 해달라고 가져와요
이젠 선수가 되서 뚝딱 잘 싸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에는 절대 테이프 붙이면 안된다는 거!
아시겠지만요. ㅎㅎ
 

책정리

택배상자에 책을 넣어 쌓다가, 바닥 여기저기에 놓여지기 시작하고,,,
남편이 공간박스를 만들어 왔어요^^
절단기며 목공 관련 도구를 다 갖고 계신 친구분에게 버려진 목재 들고 가서 재활용하고, 거기 있는 합판도 일부 사용해서...
ㅎㅎ
분명 자로 재서 34×34×24 5개 이러고 갔는데 하나도 크기가 같은게 없다니...^^ 심지어 옆으로 20cm 이상 긴 것도 있다.
그래서 저런 모양이,,,
앞뒤로 두줄 꽉채워서 넣었는데도 결국 바닥에 있는 것만 넣었어요. 여전히 알라딘 박스에 정리해야 하는 상황^^

처음 만드는 거라 얼마나 일머리가 없었을지 얼마나 고생했을지 안봐도 상상이 !

고마운 마음에 어떻게든 쌓아서 쓰고 있습니다. ㅎ
이리 보니 괜찮네요 ^^
알라딘박스보다는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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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1-23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그런대로 튼튼해 보여요!! 공간박스 형식이라 큐브처럼 필요에 따라 이동할 수도 있고 분위기도 나네요. 아내의 책장 만들어주는사랑! 로멘틱합니다♡.♡

그레이스 2021-11-23 22:19   좋아요 5 | URL
목공 하고 싶어 하는데, 재능이 있나 없나 테스트 중인듯요^^

새파랑 2021-11-23 2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알라딘 박스는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가겠군요 ㅋ 전보다는 아름답습니다~!!
소세키 전집 모인거 보니까 부럽네요~!! 몇권 겹친 책 보이니 반갑습니다. 전 타타르인의 사막 완전 좋아요 ^^

그레이스 2021-11-23 22:21   좋아요 5 | URL
벌써 보냈습니다
이런데 오늘 또 책을 구매했다는...!
ㅋㅋ

서니데이 2021-11-23 22: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아지면 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해요. 사진속의 책들 보니 정리 잘 되어있는 공간이네요. 새 책장 예뻐요. ^^

그레이스 2021-11-23 22:22   좋아요 5 | URL
예쁘다고 하시니 😊

구단씨 2021-11-23 22: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있어요. ^^
작은 박스 같은 책장이 저리 쌓이니 그것도 예쁘네요.

그레이스 2021-11-23 22:33   좋아요 5 | URL
분위기는 책 때문인듯요
책이 담겨있는 모든 공간은 다 아름답죠
ㅎㅎ

프레이야 2021-11-23 23: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셰키 전집에 눈길이 ^^
알흠다운 책 풍경입니다.

그레이스 2021-11-23 23:19   좋아요 4 | URL
저도 뿌듯합니다
다 읽어서 더욱
리뷰까지 다 쓰고 나면 다른 방으로 보낼듯요^^
아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태풍 안썼거든요^^

scott 2021-11-23 23: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곳이 진정 품절 ,절판 된 보물 들이 있는
광활한 우주점이네요!

미학-철학-문학-인문-역사들이 한 가득!

이렇게 큐브로 짜놓으면 장르별 분야별로 꼽아 두고 읽고 싶을때
큐브만 쏘옥 빼능!

책장 정리 하면 운동 하는 칼로리 소모와 맞먹을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1-11-23 23:18   좋아요 4 | URL
보시는 바와 같이 옆에 두고 보는 책들이라 분류가 잘돼 있질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1-11-23 23: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남편분께서 목공 작업을 계속 하실 수 있으시게 그레이스님의 책은 계속 넘쳐 나는군요??^^
멋진 풍경입니다!!!
아내를 위해 목공 기계 만지시는 남편!!!
저는 기계를 잘 다루고 뚝딱 뚝딱 손으로 뭘 잘 만드는 남자 좋아합니다~^^

그레이스 2021-11-23 23:45   좋아요 5 | URL
제가 보기에 재능은 없는 듯요 ㅎㅎ
본인도 알고 있구요.
하다보면 늘겠죠~ㅎ

얄라알라 2021-11-23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금씩 규격이 다르게 나온 것도 또 멋인 것 같아요. 나무 색상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라 그 또한 멋이고요^^ 부럼부럼

그레이스 2021-11-25 14:22   좋아요 2 | URL
제가 이 글 올린거 모르는데 이런 격려는 전달을 못해줘서 아쉽네요~ㅋ

하나의책장 2021-11-24 0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숨겨진 보물이 담긴 책방같아요^^
어쩜 테트리스 맞추 듯 이렇게 정리하실 수 있죠?
이 또한 너무 멋지네요!

그레이스 2021-11-24 05:18   좋아요 4 | URL
😄

다락방 2021-11-24 06: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소세키 책장이 따로 있군요! 다른 분들 책장 구경은 왜이렇게 좋을까요? 😆

그레이스 2021-11-24 08:59   좋아요 2 | URL
부끄럽습니다

mini74 2021-11-24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듯하니 괜찮은데요. 가로 세로 길이 맞춰 반듯하면 👍 갖고 싶은 책들이 많은 보물섬같은데요 ㅎㅎ

그레이스 2021-11-24 16:52   좋아요 1 | URL
ㅎㅎ

대장정 2021-11-24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한빠(한국 빠이롯트)? 잉크에 눈길이 가네요

그레이스 2021-11-24 23:04   좋아요 2 | URL
전혀 안쓰고 있는 잉크예요
ㅎㅎ
20년도 더 된 ㅎㅎ
못버리고 먼지만 쌓이고 있어요 ㅠ

잉크는 몽블랑이랑 월야 쓰고 있어요^^

대장정 2021-11-24 23:23   좋아요 2 | URL
몽블랑, 빠이롯뜨 월야 잉크 저도 좋아하는 잉크네요 ~~*

라로 2021-11-24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댁에는 다양한 책이 골고루!!! 누가 다 읽으시나요?? 책부자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11-24 22:53   좋아요 1 | URL
누가 언제 다 읽으려고 그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

희선 2021-11-25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을 생각하고 만들어 오셨군요 저렇게 넣어두니 멋지게 보입니다 나무니 튼튼하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25 14:19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11-25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때문에 집집마다 난리 난리!!! 그러나 즐거운 난리지요^^

그레이스 2021-11-25 15:50   좋아요 1 | URL
예 즐거운 난리 맞아요^^
 
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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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리뷰대회]


1996년의 뉴욕, 컬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 문예창작 프로그램, 등단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의 삶은 잘 모르는 세계다. 그럼에도 20대 주인공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과 컬럼비아 대학이 드리우는 명성의 그늘 아래, 누추한 생활과 불안을 감춘 젊은이들의 만남이 관계의 보편성과 존재의 외로움을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던 내 젊은 날의 정체성과 상실한 관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읽는 내내 주인공의 어리숙하고 연약한 마음에 공명했다.

 

주인공 는 맨해튼 임대료규제법 적용 아파트를 불법 전대해서 살고 있다. 이 임대료와 비싼 수업료와 생활비를 아버지에게서 지원 받고 있다. 오래전 어머니와 자신을 떠난 아버지의 보상이다. 어색한 대화를 피하기 위해 응답기에 금액 청구 메시지를 남기는 의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성품의 단면을 보여준다. ‘는 자신을 진짜 상류층을 외설스럽게 훔쳐보기에는 돈이 부족하고, 전령을 보내 가난한 이들의 사정을 알아보기에는 지나치게 애지중지 길러진”(20p) 사람들 중 하나라고 평한다. 붙임성 없는 는 경청하고 농담하는 법도 남들이 하는 상호작용에서 모방했다. 적발되면 퇴거해야 하는 아파트와 가식적인 사교매너와 차츰 드러나는 재능부족은 자신이 아닌 존재로 살고 있는 를 나타낸다.

 

합평(合評) 시간, ‘의 소설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던 동료 수강생들과 달리 호의적인 평을 한 빌리를 알게 된다. 작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빌리는 아직 뉴요커의 세련된 매너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는 술집 지하 창고에서 기거하고 있던 빌리에게 아파트의 방을 제공한다. 인생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는 빌리가 신뢰할 수 있는 단 한명의 친구라는 느낌을 받는다. ‘는 둘이 함께 간 첨리스에서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꿈꾼다. 한편, 빌리가 일하는 술집 바에 앉아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연상하는 에게서 여전히 외로움이 묻어난다. 빌리를 들인 아파트가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의 자아도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자의식이 강하고 빌리의 눈치를 지나치게 많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서 신뢰는 이루어질 수 없다.

 

빌리는 임대료를 부담하는 대신 청소를 한다. 노동으로 대신하는 빌리의 당당함은 청소하는 동안 집밖으로 나가 배회하는 의 당혹스러움과 대조된다. ‘는 빌리의 뛰어난 글에 질투나 열등감보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빌리를 위해 비행기 표를 제공하고, 렌트카 비용을 대신 내고, 여러 가지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의 모습에 이 관계의 파국을 예감하게 된다.

 

이렇게 쌓여진 관계의 깨어짐은 예상치 못한 때와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냉랭해진 빌리는 의 소설에 전과 달리 직설적인 비평을 한다. ‘빌리는 아파트를 떠나지 않은 채 새로운 그룹을 만들고, 세련된 뉴요커의 모습을 갖춰간다. 결국 는 도의를 거스르는 치명적인 행동을 한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살리에르의 유령일까? 빌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경계에만 머물고 있는 재능 없는 의 외로움에 더 마음이 기운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유(浮游)하던 시절이 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하면서도 그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던 시간들이다. 치기와 일탈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옆에 있는 누군가를 의식한 과시다. 그것이 자신을 증명하는 일인 것처럼 느껴졌던 미숙함은 관계를 상실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다. 대자적(對自的) 존재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는 타인의 권력을 느끼고 그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욕망한다. 이 자유를 얻지 못하면 우리는 타인과 대등한 관계를 이룰 수 없다. 그 불균형으로 인해 관계는 언젠가 파열음을 낸다. 타인에게 자신을 소모하던 젊은 날의 나를 기억하며, 경험했던 결별들은 당연하기도 했고, 필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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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21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리보다 저도 주인공이 더 짠한데요. 약자면서 재능없는 나를 닮은 듯한 ㅎㅎ 그레이스님 글 잘 읽었어요. 주말이 미세먼지로 흐려서 슬프지만 ㅠㅠ 그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11-21 16:1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가봐요
빌리보다는 주인공에게 ...!

2021-11-22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1-2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명적인 행동 !
우발적인 살의??

도끼옹 책에 몰두 하다 보니
20세기 끝자락 뉴요커들의 <죄와벌> 버전으로 느껴 집니다 ^ㅅ^

그레이스 2021-11-23 00:42   좋아요 1 | URL
그런건 아니구요
스포할까봐 주인공의 구체적인 행동은 안썼어요^^
빌리의 작업이 들어있는 디스크와 컴퓨터를 강에 던져버리고 도둑이 든것 처럼 가장하죠

희선 2021-11-23 0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능 많은 빌리보다 ‘나’한테 마음이 기울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누구하고나 잘 지내기도 하니 부럽습니다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하는 듯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23 07:16   좋아요 4 | URL
안타깝죠ㅠ

서니데이 2021-11-23 2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대회가 있는 책이군요.
이 책은 잘 모르지만, 리뷰 읽으면서 성공보다는 성장의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1-23 22:12   좋아요 4 | URL
사 놓은 책이라 해봤어요^^
눈이 올지 모르겠네요
평안하세요

mini74 2021-11-29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눈여겨보고 있었지요*^^*

그레이스 2021-11-29 19: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처음 당선이예요

scott 2021-11-29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 추카 합니다!

제맘 속 👆등 이셨음 ^ㅅ^

그레이스 2021-11-29 19:33   좋아요 1 | URL
2등도 넘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1-29 1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당선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1-29 19:1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드려요^^

thkang1001 2021-11-29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11-29 20:16   좋아요 1 | URL
정말 감사합니다~~
 

미래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2020년 이전의 지구의 모습을 이야기해줍니다. 바쁘고 외롭고 빠른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2020년에 얻은 교훈으로 지구와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 하듯...!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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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1-1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0년 뒤에는 세상이 더 좋아지는 이야기로 보이네요 정말 그러면 좋을 텐데... 바로 바뀌지 않는다 해도 조금씩 나아진다고 믿고 싶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1-19 05:07   좋아요 1 | URL
^^
저두요

페크pek0501 2021-11-1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들고 어려운 시간은 자신이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레이스 2021-11-19 13:51   좋아요 0 | URL
요새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 강의 듣고 있어요.
추천 받는 책들이 흠미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