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연옥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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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ivina Commedia : Purgatorio

 

연옥을 믿지 않지만 연옥편은 신곡의 세 편(지옥, 연옥, 천국)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이다.

 

연옥에 이른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지체하지 않고 산을 오른다. 카토는 머뭇거리는 그들에게 호통을 치며 서둘러 오르라고 재촉한다. 달아나듯 서둘러 올라간 것과는 달리 길은 험하고 몸도 무거워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연옥의 아래쪽은 길이 비좁고 험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평탄해진다. 이 산을 오르는 영혼은 엄청난 무게 때문에 발걸음이 힘들다. 연옥은 7개의 죄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음란으로, 영혼들은 오르며 그의 죄를 씻는다.(영화 세븐을 떠올렸다.) 각 단계마다 단테의 이마에서 P라는 글자가 한 개씩 떨어지며 몸이 가벼워진다. P는 라티어의 죄(Piccati)의 첫 글자이다.

 

그러자 그분은 나에게 이 산은,

아래의 시작 부분은 아주 험하지만

위로 오를수록 덜 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위로 오르기가 한결 가벼워져

마치 물결을 따라 배를 타고 가듯이

이 산이 아주 기분 좋게 느껴질 때면,

너는 이 길의 끝에 도달할 것이고

그곳에 고달픔의 휴식이 기다리니,

더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연옥488~96)

 

어딘가 현세의 삶을 닮았다가벼워지고 기분 좋아 질 때, 그 길의 끝에 다다른다는 것이. 그들은 영원히 한 장소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옥의 영혼들과 달리 이동하고 있고 상승하고 있다. C. S. Lewis의 환타지 소설 천국과 지옥의 이혼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연출된다. 세상의 마지막에 사람들은 천국을 향해 걸어간다. 같은 길을 걸어도 세상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더 험하게 느껴지고 발걸음도 무겁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연옥의 영혼들에게는 육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현세에서의 마음과 삶의 경향을 그대로 갖고 있다. 그 경향은 잡아당기는 듯 영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것들로부터 가벼워지기 위해 산을 오르며 씻어내야 한다. 현재의 삶은 사후세계의 예표이다. 마찬가지로 연옥은 현세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런 예표적 리얼리즘(피구라 리얼리즘)으로 그려진 연옥은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삶의 결과로서 평행하는 세계처럼 다가왔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그곳의 어떤 모습을 가리키고 있을까? 그 연속성에 두려운 현기증을 느낀다.


단테는 저승을 여행하면서, “영혼들의 궁극적 운명을 표시하는 저승의 각 단계에서 그가 예전에 친히 알았던 혹은 그 생애에 대해서 들어 알았던 사람들의 영혼을 만난다. 그들이 살아있는 사람(단테)를 만났을 때 자신의 은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곡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이라도 그 상황을 잘 생각해보면, 그 만남이 환기하는 정서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또 그 만남이 가장 진실하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인간적인 표현의 자연스러운 장이 되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다. 그 만남은 이승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승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우연하게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본질이 부분적으로만 표출된다. 또 활기차게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강렬한 속도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인간 대 인간의 진정한 만남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또 단테와 영혼들의 만남은 죽음의 그림자에 의해 개인들의 개성이 말살되어 버린 그런 저승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 저승은 이승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베일에 가려진 기억 혹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271p 단테에리히 아우어바흐)


기억이 현세의 생활로부터 어떤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든 간에 그것은 본질을 드러내 주는 포괄적이면서 결정적인 이미지이다. 심지어 자신의 내밀한 존재를 감추고 싶어하는 영혼들도 살아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하여 본심을 털어놓게 된다. 그들이 찾아내는 표현을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아주 개인적인 표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자신과 지상 생활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저승의 궁극적 리얼리티 속에서 그들은 아무런 모순도 없이 자신의 개성과 일치하는 존재가 된다.”

(289p 단테에리히 아우어바흐)


그러므로 이승의 삶을 감출 수도 감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등 뒤에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은

내 모습 앞에서 부서졌는데, 나로

인해 햇살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앞에서만 땅이 그늘진 것을

보았을 때, 혼자만 남은 것이 아닌가

두려워서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았고,”

(316~21)

연옥의 영혼들은 빛이 투과하는데, 살아있는 단테에 햇볕이 부딪쳐서 부서지고 그림자가 지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자신의 그림자만 보고 홀로 있는 줄 알고 옆을 돌아보았다가 함께 동행하는 베르길리우스를 발견하고 놀란다. 연옥산을 올라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영혼들과 풍경을 그리는 단테의 묘사들은 탁월하다.

 

그리워하던 베아트리체의 눈을 바라보는 단테는 그녀의 눈에 비친 그리피스의 형상에 놀란다.

불꽃보다 뜨거운 수천 가지 욕망이

나의 눈을 빛나는 그 눈에 묶었는데,

그녀의 눈은 그리프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태양이 거울 속에 비치듯 그녀의

눈 속에서는 이중적인 동물이 빛났는데,

때로는 이런 모양 때로는 저런 모양이었다.”


단테는 돈호법으로 독자를 부르며 경이로운 광경에 초대한다.

독자여, 생각해 보시라, 사물 그 자체는

그대로 가만히 있는데, 반사된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복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31124~126)

환타지 소설 같은 환상적인 장면이다.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연옥편에서 단테는 7가지 죄악과 병행시킨 성경과 신화, 역사, 신학, 과학, 예술 등을 추가하며 상상력의 베틀로 씨실 날실을 엮어간다. 사랑, 과학, 역사, 정의, 진리, 신앙, 심리 등의 모든 주제를 포괄하는 단테의 천재적 능력을 읽게 된다.

 

천국 문을 통과한 후 베르길리우스와 이별한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천국의 하늘들을 오를 것이다.

 

새로운 잎사귀로 새롭게 태어난

나무처럼 순수하게 다시 태어났으니,

별들에게 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33143~144)


성 조반니 세례당은 단테가 세례를 받았던 곳이다.

당시 피렌체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던 협동조합 길드 조직들(Arti) , 가장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양모 제조업자 길드와, 이와 쌍벽을 이루던 양모 무역업자 길드 조직 Arte di Calimala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Arte di Calimala1401년 새로운 세례당의 문(북문)을 만들기 위한 콩쿠르를 열겠다고 발표한다. 45x38의 동일한 사이즈, 재료는 청동, 그리고 이삭의 희생이란 성경주제로 샘플 작품을 제출하면 평가해서 1등을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토스카나 출신의 뛰어난 예술가 7명이 참가를 했는데 파이널까지 간 두 명의 예술가가 바로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였다. 23, 24살 비슷한 또래의 혈기 왕성한 예술가들이었다.

……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고민하던 감독관들은 기베르티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한다.……

1401년 콩쿠르에서 승리한 로렌초 기베르티는 25년 만에 피렌체인들이 고대하던 세례당 문을 완성했다. 엄청난 찬사와 함께 콩쿠르도 필요 없이 나머지 문도 기베르티가 27년 동안 완성하게 된다.……원래 천국으로 가는 문인 동쪽 문은 신약 성경을 담는 것이 정석이다. 사실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구약성서의 내용)은 원래 다른 쪽에 달려야 하는 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의 아름다운 문을 동쪽 천국의 문으로 놓자고 결정했다.”

(20~27p 피렌체 미술산책강화자)

 

피렌체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문 앞에서 신곡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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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23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 조반니 세례당 문(복사판) 전시를 파리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막상 피렌체에 가면 구경할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정작 단테의 신곡, 연옥의 문 찾아 다니기 힘드러여 ㅎㅎㅎ

피렌체는 오월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ㅅ^

그레이스 2022-05-23 22:44   좋아요 3 | URL
ㅎㅎ
볼게 많을것 같긴 해요
이런 도시는 한달쯤 살아야하는데...^^

새파랑 2022-05-23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연옥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습니다 😅 7개의 죄의 단계를 보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2-05-24 00:54   좋아요 3 | URL
댓글 달았는데 왜 사라졌을까요?
암튼 저도 반성 많이 했습니다 ㅋ

얄라알라 2022-05-24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단테] 겁없이 달려들었다가 뒷걸음질 쳤는데 지금 읽는다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레이스님께서는 평행세계, 우주, 시공을 넘나들며 상상하고 흡수하셨네요. 그레이스님의 멋진 리뷰로, [신곡] 맛 보기라도 다시 하고 갑니다.

˝산을 오르며 씻어내야 한다.˝ 이 문장, 오늘 종일 생각 날 것 같아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레이스 2022-05-24 12:33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욕망하고 소유에 매여있는 마음 때문에 무거운 발걸음.
산을 오르며 씻어낼수록 가벼워지죠.

저는 얄라알라님 댓글을 읽으니 산을 오르며 늘어난 체중을 덜어내야한다로 읽히네요. 늘어난 제 몸무게가 요사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있어서 그런지. ..😂

얄라알라 2022-05-24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곧 여름이니 절로 몸이 가쁜, 가벼워지지 않을까 저는 몸도 안 움직이면서 그런 막연 기대를 합니다. 실제, 엊그제 책 읽다가 마음이 힘들어 산을 오르면서 숨 쉬고 읽고 그랬더니 좀 가벼워지더라고요. 지금 이 댓글을 달고 있는 공간에서도 50미터만 가면 바로 산이랍니다! 자외선이 어마무시하지만 않았던들!

그레이스 2022-05-24 12:41   좋아요 3 | URL
50미터!
산속에 사시는 군요 ^^
부럽습니다.
저도 썬크림 두껍게 바르고 도전해야겠어요 ㅋ

mini74 2022-05-25 0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적 지옥 참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밥 남기면 나중에 죽어서 다 먹어야 된다. 혀를 쭉 빼서 자른다 등등 완전 고어영화 ㅎㅎ 유럽의 지옥도 만만찮더군요. 지금은 지옥이란 그저 신의 은총이 없는 곳 , 그래이스님 말씀처럼 연옥같은 모습일거란 생각들어요.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재미있어요 *^^*

그레이스 2022-05-26 07:34   좋아요 2 | URL
^^
맞아요 할머니들은 왜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셨는지...??

저는 연옥은 없다!
이승의 삶이 저승과 연속된다는 생각!
가보지 않았으니 죽음 이후는 믿음의 영역이란 생각입니다. 그 근거는 성경!

자크 르 코프의 <연옥의 탄생>은 그 배경을 잘 설명해줄 듯요^^

브루넬레스키가 열받아서 로마로 갔다가 피렌체로 돌아와 피렌체의 르네상스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당시 피렌체 미술가들 이야기 재밌어요^^
 
신곡 : 지옥 열린책들 세계문학 93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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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ivina Commedia : Inferno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죽음 못지않게 쓰라린 일이지만,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

내가 거기서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련다.”

(지옥편 제11~9)

 

신곡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단테가 말하고 있는 어두운 숲이란 베아트리체의 죽음일수도 있고 피렌체로부터 추방일 수도 있다.(보카치오의 단테의 생애에서는 신곡을 망명 이전에 시작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절망이 얼마나 깊었는지 전달하고 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곧 그 숲이 깜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려고 글을 쓰겠다는 의지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 신곡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어렴풋이 짐작한다.

 

표범과 사자와 늑대에 쫓겨 어두움으로 곤두박질하는 그의 눈앞에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난다. 글에 대한 영감을 받은 순간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당신은 베르길리우스, 그 넓은 언어의 강물을 흘려보낸 샘물이십니까?”(지옥편 제179~80)하고 외치는 단테의 이어지는 고백에서 베르길리우스는 오랜 동안 그의 문학적 스승이었음을 알 수 있다.

,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자 등불이시여,

높은 학식과 커다란 사랑은 유익했으니

나는 당신의 책을 열심히 읽었지요.

당신은 나의 스승이요 나의 저자이시니,

나에게 영광을 안겨 준 아름다운 문체는

오로지 당신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지옥편 제182~90)

 

베르길리우스는 이 어두운 곳에서 구해달라고 하는 단테를 인도한다. 마음 둘 곳이 없던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를 읽다가 다른 길신곡에 대한 영감을 얻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지옥문 앞으로 데려가고, 그들의 저승여행은 지옥문을 통과해 지하의 세계를 향하면서 시작된다.

 

지옥을 여행하며 등장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죄인들의 모습은 참혹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지만 한편 단테의 천재적인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죄에 해당하는 형벌의 매칭은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다. 신화의 이미지들이 만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현세의 이미지로 비유하고 있는 묘사들은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을 경험하게 한다. 에리히 아우어바흐는 단테에서 이것을 단테의 미메시스 효과라고 지적한다.

18(canto)에서 뚜쟁이와 유혹자들이 악마들의 채찍에 맞으며 몰려다니는 모습을 희년이 선포된 로마에서 목격한 장관(壯觀)으로 비유한다. 이것은 생생한 그림을 전달하고 동시에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채찍은 그들이 휘둘렀던 거짓과 폭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첫째 구렁은 그런 자들로 가득하였다.

벌거벗은 죄인들이 바닥에 있었는데,

이쪽으로는 우리와 마주 보며 걸어왔고

저쪽에는 같은 방향이지만 걸음이 빨랐다.

마치 희년(禧年)에 수많은 군중 때문에

로마 시민들이 다리 위로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록 배려하여

한쪽으로는 모두 성쪽을 바라보며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가고, 다른

한쪽으로는 언덕을 향하는 것 같았다.

이쪽저쪽의 검은 바위 위에서는

뿔 난 악마들이 채찍으로 그들의

등을 잔인하게 후려치고 있었다.

……

(지옥1824~36)

 

이 장면에 대한 난하주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희년은 대사면을 선포하는 해를 말하는데, 희년에 로마를 방문하고 참회와 보속을 하면 사면을 받을 수 있었다. 100년마다 돌아오던 것을 25년으로 줄였다. 1300년 보니파키우스 8세는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희년을 선포하고, 이에 수십, 수백만의 순례자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그 군중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성 안젤로 다리를 통과할 때 한쪽은 성 베드로 성당으로, 한쪽은 로마 방향으로 가도록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지점에서 주석의 도움을 받으며 눈이 밝아지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우 각주(脚注, footnote)가 편리하다.)

 

먼 친척, 친구, 풍문의 주인공 여인, 영웅들, 철학자들, 지도자들 등 그들 영혼의 모습은 형체를 잃어버리거나 비틀어져 있다. 거꾸로 땅에 박혀 있거나,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가 소개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다. 끝까지 익명이기를 고집하는 영혼들도 있다.연옥편을 읽게 되면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여행에서 만났던 영혼들과 다르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된다. 『아이네이스』 속 영혼들은 존재가 아닌 지나치는 영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테가 만난 영혼들은 존재하고, 지상에서의 삶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기억을 통해 전하는 말들은 본질적이고 강하다. 무리들 속에서 마주친 한 영혼과의 대화는 몽타주 기법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옥 여행을 마치고 지상으로 나오게 되는 구조를 보며 단테에게 다시 감탄하게 된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거꾸로 박힌 사탄의 다리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지구의 3차원적 개념을 지옥도에서 실현시키고 있다.

 

휴식을 취할 생각도 없이 그분은

앞에서, 나는 뒤에서 위로 올라갔으며,

마침내 나는 동그란 틈 사이로 하늘이

운반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 별들을 보았다.”

(지옥편 제34135~139)

 

그가 지옥을 통과해 드디어 바라본 별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칠흙같이 어두운 숲은 생성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베르길리우스와 같은 안내자를 만난다면 그것은 구도의 숲이다. 빛은 구원이고  베아트리체는 그 빛에 가까이 있는 존재다. 장차 단테를 그 빛으로 이끌 안내자이다.

 

그가 그린 저승은 삶으로부터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 연장선상에 있는 곳이며, 현재의 삶이 가리키는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연옥편을 읽으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삶의 이편과 저편을 오가는 단테의 사유! 로댕의 <지옥의 문>은 이것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로댕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산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과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생각에 잠긴 사람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뒤, 지옥의 문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단테의 형상을 가져와 6미터 높이의 <지옥의 문>을 제작했다. 중앙 상단에 단테를 상징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 있고, 그 밑으로는 지옥으로 향하는 인간들의 고통과 번뇌가 표현되어있다.

지옥의 문 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의 핵심은 발끝에 모인 긴장감에 있다. 잔뜩 구부린 발가락들은 지옥으로부터 받는 중력을 견디는 상황임을 알려준다.”

(15p 단테 x 박상진, 클래식 클라우드)

 

, 첫 매질에 그들은 얼마나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는지!”

(지옥18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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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1 2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테가 그리는 지옥의 모습은 저런 모습이군요~!! 왠지 평소에 생각하던 지옥모습이랑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ㅋ

그레이스 2022-05-21 20:32   좋아요 4 | URL
예~
지옥의 모습은 낯설지 않아요^^
그런데 그 묘사에 탁월한 점이 있어요
천재적이라 생각되죠

희선 2022-05-22 0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죽으면 지옥이나 천국에 간다 하지만, 지옥에 살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단테는 살아서 갔으려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살아서 가면 더 힘들지... 그래도 거기에서 찾은 걸 많은 사람한테 전하려고 이걸 썼군요

그레이스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5-22 10:47   좋아요 2 | URL
사는게 지옥같다는 말 많이 듣지요.
그것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형벌이겠죠.
죽음 이후 연속성이 있다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희선님도 주말 행복하시길!

scott 2022-05-22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아,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죽음 못지않게 쓰라린 일이지만,

거기에서 찾은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

내가 거기서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련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

그레이스님에게 5월은 단테의 신곡이 열어준
천국 같은 독서의 나날을 보내 실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2 12:58   좋아요 2 | URL
너무 좋은 것도 오래 지속되면 천국같지 않다는 아이러니!^^;;
왜 그럴까요?
지상에서의 영원은 그렇다는 점에서 테레비시아의 샘물이 생각납니다. ㅋ

레삭매냐 2022-05-22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세의 방황하는 영혼인
단테는 우리 자신을,

가이드인 베르길리우스
같은 이를 속세에서 만나
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
지 않나 싶습니다.

정점에 있는 베아트리체
는 뭐랄까 구원의 상징
이 아닐까 싶네요.

시작은 했으나 냅다 팽개
쳐 버리고 다른 책들만
줄창 파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2 15:43   좋아요 2 | URL
^^
언젠가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거예요
책 읽는것도 그런 것 같아요 ~^^

mini74 2022-05-25 0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블레이크의 그림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좀 덜 무섭기도 하고 ~~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베아트리체를 가슴에 별처럼 품고 베르길리우스란 안내자와 함께 어두운 숲을 걸은 단테는 어쩌면 운 좋은 사내같단 생각도 드네요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다시 신곡 읽고싶네요. 아 이런 구절이구나 이런 의미구나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25 15:54   좋아요 3 | URL
미니님 혹시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아시는지요? 노래 중에 0×1=lovesong(I know I love you)이란 노래가 있는데, 얘네가 신곡을 아네?!했어요^^
작년에 나온 노랜데 애들이 좋아해서 저도 들어왔거든요. 가사도 달리 들리는 독서의 효과라고 해야할까요?

mini74 2022-05-25 09:59   좋아요 3 | URL
노래제목이 ㅎㅎ 저 찾아서 들어볼게요 ~

mini74 2022-05-25 10:06   좋아요 3 | URL
헉 잘 생기고 노래도 좋고. 그레이스님 말씀 듣고나니 오!!! 그렇네 싶고 ㅎㅎ 저 이 나이에 입덕하는건가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25 10:13   좋아요 3 | URL
빅히트 영업했네요^^

scott 2022-05-25 15:53   좋아요 3 | URL
0×1=lovesong
듣고 왔습니돠
오늘 부터 팬 할레여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25 15:57   좋아요 3 | URL
이번에 나온 곡들도 좋아요 ㅋ
춤이 예술이예요 ㅎㅎ
opening sequence

노래는 trust fund baby 넘 슬프구요 😢 😭
 

신곡을 읽으면서 가지를 친 책들이 또 쌓였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신곡··하권을 갖고 있는데, 구스타프 도레의 판화와 상중하권이 합본으로 재출간된 신곡을 샀다. 도레의 판화 때문에! 다른 책에서 보던 판화하고는 다르게 선명하고 디테일한 선들이 살아있다. 벽돌 책이어서 패복(佩服)하며 읽을 수 없다. 갖고 있던 작은 책에는 마음껏 줄도 긋고 메모도 했다. 이제 소장 책이 따로 있으므로.

신곡에 수록된 구스타프 도레의 판화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먼저 구입했었다. 이 책은 시를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쓰고, 신곡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도 구스타프 도레의 판화가 소개되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후대의 예술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 단테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단점이라면 도판에 대한 소개가 상세하지 않은 점이다. 지옥과 연옥 천국의 구조도를 잘 그려 놓아서 텍스트를 통해 상상할 수 없던 지점들을 이미지화해서 이해할 수 있다.


아르떼에서 나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단테는 민음사 신곡을 번역한 박상진씨가 단테의 생애와 사랑, 정치 활동, 망명, 작품에 관하여 기행문 형식으로 쓴 글들이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단테와 관련된 지역을 여행하며 그의 삶의 자취를 그린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과 그가 세례를 받았던 산 조반니 세례당, 그가 공부했던 산타크로체 성당과 산타노벨라 성당, 베아트리체를 마주쳤던 아르노 강변, 도시의 성곽과 베키오 다리 등 피렌체의 풍경을 스케치 하고 있다. 망명시절 머물렀던 도시들과 지났던 길들, 특히 마지막 머물렀던 라벤나를 여행하며 단테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을 느낀다. 단테의 가문과 당시 피렌체의 경제, 정치, 외교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단테의 죽음과 그의 유해를 되찾아 오려는 피렌체 후손들의 노력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라벤나 시민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새로운 인생을 영어로 번역했던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신곡에서 베아트리체의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새로운 인생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14p 새로운 인생민음사)이라고 말한다. 아홉 살 때 만나 몰래 사랑을 키운 단테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시로서 적고 작가의도를 함께 적어 놓았다. 정혼자가 정해진 그에게 베아트리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그의 안타까움이 때로는 치기와 같은 행동으로 감출 수 없는 슬픔으로 시의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그녀의 죽음 이후 마지막으로 시를 쓰면서 그녀에 관해 좀 더 훌륭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 더없는 축복을 받은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그리고 내 목숨을 몇 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그녀에 관해 여태껏 어느 여인에 관해서도 써진 적이 없는 바를 쓰는 것”을 희망한다. 아마도 그것이 신곡에 나타난 베아트리체의 모습일 것이다. “은총의 주인이신 주님의 선하심으로 내 영혼이 이곳을 떠나 그 여인의 영광, 즉 세세 만세토록 축복을 받으실 주의 얼굴을 끝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 복된 베아트리체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107p 새로운 인생민음사)

이 책에 함께 수록되어 있는 조반니 보카치오의 「단테의 생애」에 대한 글은 열렬한 찬양으로 바쳐지고 있다. 피렌체의 르네상스 전성시대의 작가 보카치오는 단테의 삶과 금서가 되었던 작품들이 전해지는 과정에 대해서 보다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단테의 시대와 가까웠던 인물의 글이라 귀한 근거 자료가 되는 반면 열광적인 태도 때문에 과장된 면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갖게 한다. 신곡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 조금 상이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로마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유명한 딸 피렌체의 시민들은 나를 그 달콤한 품안 밖으로 내동댕이치는 것이 즐거웠으니(나는 그 품 안에서 태어났고 내 삶의 절정기까지 부양되었으며, 진심으로 나는 그곳의 좋은 평화와 함께 그곳에서 피곤한 내 영혼을 쉬고 내게 남은 시간을 마무리하고 싶다), 나는 순례자로 거의 구걸하면서, 이 언어가 퍼져 있는 거의 모든 지방들에 갔으며, 내 의지와는 달리, 종종 부당하게 상처받은 자의 탓으로 돌려지는 운명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사실 나는 돛도 없고 키도 없는 배였으며, 고통스러운 가난에 불어오는 메마른 바람에 이끌려 여러 항구와 포구들, 해변들로 옮겨 다녔다.”(23p 향연단테)

귀향에 대한 소망과 망명자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이 글이 수록된 작품은 향연이다. 그의 작품들의 바탕이 되는 사상이나 작품의 동기를 읽을 수 있다. 성찰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들이 담겨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단테는 그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해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보다는 무겁고 학적인 글들로 채워져 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가 미메시스에서 말하는 현실의 모방이라는 관점에서 단테의 글들을 분석하고 있다. 미메시스를 보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와 그 역사를 기록한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창조한 저승의 차이를 논한다. 단테가 중세의 미메시스를 뛰어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특별히 단테의 스틸 누오보(청신체) 시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프로방스의 연애시로부터 이탈리아 북부의 스틸 누오보 시가 영향을 받았고, 그 길목에 귀니첼리와 카발칸티가 있었으며, 단테는 완성했다. 라틴어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속어로 쓰여진 이 시들은 이탈리아 문학에 큰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를 떠올리게 된다. 단테는 이 작업에 대한 의지를 향연이나 신곡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도움을 주었으며

여러 해 동안 나를 야위게 했던

이 성스러운 시가 혹시라도,

싸움을 거는 늑대들의 적으로서

어린 양처럼 잠들어 있던 나를 우리

밖으로 몰아냈던 잔인함을 이긴다면,

이제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의

시인으로 돌아가, 내가 세례 받았던

샘물에서 월계관을 받을 것이다.”

(216p 천국251~9)

그리고 단테의 초기 시와 그 이후의 변모에 대해서, 신곡에 담겨진 주제와 역사, 과학, 심리, 예술, 철학, 신학을 총망라하는 지식의 향연에 대하여, 등장 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 알레고리 등을 분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피구라 리얼리즘에 대한 설명은 신곡을 이해하는 창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와 이탈리아의 역사를 참고하기 위해 꺼낸 책이 민혜련의르네상스이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 읽었던 책인데 피렌체와 단테를 중심으로 읽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교황의 세력다툼, 겔프와 기벨린으로 양분된 권력투쟁, 이탈리아 도시들의 이합집산의 흐름을 읽었다.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되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프리드리히 1세와 교황 알렉산데르 1세의 권력다툼, 시칠리아 공주와 하인리히 6세의 정략결혼으로 강해진 황제의 세력에 대한 교황의 견제, 강력한 중앙집권 정치를 하려했던 황제에 맞선 북부 이탈리아 도시들의 연맹 등, 200년 이상 흘러온 정쟁의 골은 깊어진다. 상업과 수공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던 중립도시 피렌체는 황제와 교황이 서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 단테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도시의 당파를 통합하고 피렌체를 자치 도시 국가로 세우는데 힘을 썼으나, 교황의 야욕에 맞서 반대파인 백당의 일원이 된다. 결국 그는 교황에 의해 피렌체로부터 추방당하고 망명자의 신분이 된다. 아펜니노 산맥을 넘지 않고 계속 귀향을 시도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산을 넘게 되는 그의 생애는 이탈리아의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고는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렌체와 그 도시의 풍경, 예술을 알기 위해 주문한 책이 이다. 신곡을 읽다보면 미술가들도 여러 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테는 지옥편에서 피렌체의 건축물이나 아르노강, 다리, 성벽 등을 비유로 사용하고 있다. 화가 조토와는 가까이 지낸 것으로 알려지는데 신곡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조토의 그림에서 받은 인상이라고 한다. 신곡의 곳곳에 나타난 단테의 회화적 표현은 그가 보고 영감을 받은 그림들의 영향이라는 생각이다. 조토의 종탑,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브루넬레스키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베키오 다리, 천정화 등을 보면 피렌체 여행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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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5-20 0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테 클래식 클라우드 책 한권만 봤어요 그것도 보고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렸습니다 그레이스 님 단테 《신곡》에서 다른 책으로 뻗어갔군요 멋지네요 구스타프 도레 판화가 들어간 《신곡》도 사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여러 책이 단테와 《신곡》을 보는 데 도움이 되었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5-21 08:45   좋아요 4 | URL
예~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ㅋ
어제 토론하고 끝내서 뿌듯하고 시원해요 ㅎㅎ

새파랑 2022-05-20 07: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새 단테에 빠지셨군요 ^^ 전 어려울거 같아서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ㅋ 가지치면서 읽는 책읽기 재미있을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5-20 08:23   좋아요 4 | URL
이제 리뷰쓰고 벗어나려구요 ㅋ

거리의화가 2022-05-20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단테 읽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깊이 들어가면 수렁에 빠지는 듯~? 그 와중에 향연과 르네상스라는 책이 관심이 갑니다. 저도 서양사 중에는 르네상스 시기가 가장 관심이 가더라구요. 언젠가 한번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은 시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05-20 10:19   좋아요 5 | URL
벼르고 있던 책들이라 다 읽고 나니 마음은 편해요 ㅋ
한 번 읽어서는 읽었다고 할 수 없는 책이라는 결론^^을...!
왜 사람들이 단테 단테 하는지 알았어요 ㅋ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5-20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늘 느끼는 거지만 그레이스님은 드릴형 독서인이세요.
한 번 잡으면 확장하고, 깊이 파고드는..^^
몰입형 독서라고도 하죠??
특히나 어려운 단테!!!^^
대단하십니다.
나중에 단테 읽을 때 그레이스님의 글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5-20 09:47   좋아요 4 | URL
드릴형^^
정신차리고 보면 여기까지 왔네! 할 때가 있긴 해요 ㅋㅋ
이제 신곡 리뷰를 본격적으로 해야하는데...
조금 지쳐셔... 이렇게 가볍게 페이퍼로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아 2022-05-20 1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테에 치이셨다는 표현이 너무 재밌습니다ㅋㅋ
저도 이 책 저 책에 자발적으로 이리저리 치이고 사네요ㅋ
무엇보다 다양한 자료 가지고 계신점 부럽습니다.
저도 조만간 단테에 치이고 싶네요. 아르떼 하나 있지만요^^::

그레이스 2022-05-20 18:37   좋아요 4 | URL
^^ 미미님 이책 저책에 치이시는건 제가 알죠 ^^~♡

그레이스 2022-05-20 18:38   좋아요 3 | URL
죄송!
오타였어요 ㅋ

햇살과함께 2022-05-20 1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래이스님 대단하세요!! 존경 존경

그레이스 2022-05-20 12:33   좋아요 5 | URL
부끄럽습니다!
감사하구요~

페넬로페 2022-05-20 1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테에 치여도 단테에 대해 완벽히 공부셨네요.
역시나 👍👍👍

그레이스 2022-05-20 16:25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도 같이 치이셨잖아요~^^

서니데이 2022-05-20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신곡은 미리보기 나오는 것도 상당히 두꺼운 책 같아 보여요.
실제로 보면 표지가 예쁠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좋은 금요일 되세요.^^

그레이스 2022-05-20 19:18   좋아요 4 | URL
사전두께 예요^^
책장에서 폼나는 종류^^

레삭매냐 2022-05-20 1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품 페이퍼이면서 동시에
나도 <신곡>을~ 절로
강제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05-20 19:31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5-20 2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단테 신곡 제대로 읽으셨는데요 👍세 권이 겹치는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으니 ㅠㅠ 나는 뭘 읽은건가 하는 ㅎㅎ 피렌체 미술산책이랑 도레의 신곡 탐납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5-20 21:48   좋아요 3 | URL
피렌체 미술산책 좋아요
피렌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설명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단발머리 2022-05-26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처럼 이렇게 읽고 싶어요. 완벽한 단테 읽기인데요!!!
전 <단테의 신곡> 그림이랑 쉽게 엮인 황금부엉이판을 읽었는데요.
와!! 비싸고 두껍고 근사하고 아름다운 재출간된 <신곡> 꼭 사고 싶네요. 언젠가 읽을테니 사 두어도 괜찮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5-26 14:58   좋아요 3 | URL
그냥 소장용으로도 딱! 이구요
도레의 판화 삽화가 도움도 많이 됩니다. 일단 열린책들이 이해도 잘되고 주석도 친절해요,
벽돌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자태!
기분 좋습니다.
한번씩 뽑아서 삽화만 감상해도 좋아요~~

희선 2022-06-10 0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달 동안 단테를 보신 보람이 있었네요 이게 아니어도 단테를 알고 그밖에 것을 아셔서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그런 건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희선

mini74 2022-06-10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서 혼자 몇번이나 읽었던 글 ㅎㅎ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6-10 09:2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청아 2022-06-10 1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단테에 치이시고 멋진 페이퍼에 당선까지👍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6-10 14:51   좋아요 3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청년 2022-06-10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덕분에 단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네요 ^^

그레이스 2022-06-10 14:5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0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라는 말이 절로~ 그레이스님 덕분에 단테에 도전의식이 생기게 되었어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6-10 14:51   좋아요 3 | URL
도전!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6-10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6-11 07:4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scott 2022-06-14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관왕 추카 합니다
이제 단테의 흔적을 찾아
이딸리아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       _
   ⋀⋀   / |
 _/(・ω・)/●. |
!/ .} ̄ ̄ ̄   /
i\_}/ ̄|__/≡=
  ` ̄ ̄~❤
      ~❤
        ~❤
          ~❤
            ~❤그레이스님 탑승 수속중 ㅎ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6-14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꼭 가보고 싶네요 ㅎㅎ

alummii 2022-06-17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 저 지금 단테 신곡 파랑이벽돌책으로 잼나게 읽고 있는데 저도 이렇게 몰입독서 하고파요 책탑 리스펙^^ 그레이스님 리뷰보고 단테에 대해 좀더 알게 됬네요

그레이스 2022-06-17 14:16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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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평이하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왜일까? 그동안 환경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접해서였을지 모르겠다. 책에 담겨진 내용들이 나를 각성시키지 못하는 것은 충격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많이 무뎌졌다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울 수가 없다. 오래 전에 경고해 왔고,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오염, 온난화, 멸종 등을 향한 방향은 바꾸거나 늦추기에 너무 거대한 흐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거대한 쓰나미 경고를 받고 쌓는 둑은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무감각하고 나태해진다. 무력감이 들었다. 혹시 나는 웬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식만 쌓고 실천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서 환경 챙김이라는 주제의 책들을 추천하고 선정하는 포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 시민 선정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의무감도 나의 무감함에 한 몫 했지 싶다. 흥미를 일으키는 책을 찾으려는 의도로 읽었기에 자극적 문구가 없는 문장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가 단조롭게 다가왔다.

 

작가의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는 차분하다. 말문을 여는 유년의 기억들은 아름답다. 연구 논문과 통계와 과학적 예상으로 전개해 나가는 논리에 경광등과 같은 자극은 감춰져 있다. 그럼에도 근거자료들 앞에서 던지는 순수하게까지 느껴지는 정직한 질문들은 환경에 나태했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급격한 도시화와 식량문제, 집약적 농사법에 따른 비료, 농약, GMO식품으로 인한 문제들, 음식섭취의 빈부격차 등을 다룬 후 질문한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라고.

 

인류는 어제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원을 사용해왔다. 그 자원은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사람이다. 저자는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어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한다”(127p)고 이야기 한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127p)이다. 에너지 사용량과 관련하여 제시하는 자료들과 비교를 예를 들면 “1970년과 오늘날 사이에 운전의 전체적인 증가로 미국, 중국, 인도 세 나라의 연료 사용량은 스물네 개의 미시시피 강에서 한 시간 동안 흐르는 수량에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140p)라는 것이다. 실감나는 비교였다. 1939년 이후 에너지 고갈과 관련한 주장을 한 과학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 물론 기후와 환경 과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두는 이것이 예측 시간이 뒤로 미뤄질 뿐 반드시 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대체연료를 찾아내는 일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평균적인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파리협정에서 그대로 따온 표현) 유지하기 위한 권고 사항들은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흉작 등의 모든 재앙을 막기 위함이다. 이런 예측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비관적이다. “이런 두려움에 대해 우리는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응답하지만 정작 실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두려워하지 않는다”(190p)고 한다. 불과 2세기 전 석탄을 때기 시작했으니 지금부터 200년 후를 상상해본다면 두려운 일이다. 풍요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면 400년 만에 지구는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상하는 일은 그리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자료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것이 많았다. 그 자료들이 가리키는 진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식량, 에너지, 환경, 멸종. 아마도 그래서 새롭거나 자극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단조롭게 읽어가던 중 부록을 읽으면서 각성되었다. <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에서 나의 가치관을 살펴보고(Step1), 정보를 모으고(Step2),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Step3)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Step4)를 단계별로 점검해보라고 한다.

저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스캔들을 일으킨 한 의사이야기는 생각할 지점이 있다. 간과 신장 이식으로 유명한 의사였는데, 인터뷰에서 건강을 위해 붉은 육류를 피할 것을 강조했던 그는 실제로 파파이스 프라이드 치킨 앤드비스킷 매장의 소유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병 주고 약 주는의사였다.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예이다.

또한 저자는 햄버거로 인해 아팠던 경험 이후 거대 패스트푸드 업체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 기업들이 4년 전 돼지저금통까지 탈탈 털어 투자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에피소드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치관에 따라 실천하며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압권은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찾아낸 사이트와 문헌들을 소개한 마지막 부분이다. 엄청난 양의 출처와 읽을거리들을 분류해서 이야기하듯 소개하고 있다. 그 양이 많은 것도 그렇지만 그 소스에 접근하는 것이 쉽다는 사실에서 더 놀란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선택과 분류의 능력에 대해 감탄했다. 잘못된 자료나 너무 오래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update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 자료들을 보니 앞부분에 서술한 내용들이 그저 평이하고 단조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시 앞으로 가서 읽어보며 그렇게 느꼈던 것은 독자인 내게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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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6-0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각성이 되지 않고 무력감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작은 일부터 신청해야겠습니다.

늦었지만 당선축하드려요^^b

그레이스 2023-06-02 11:04   좋아요 1 | URL
ㅎㅎ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다시 읽었어요.
나태해진 저를 돌아봤구요.;;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6-02 14:08   좋아요 1 | URL
저도 덕분에 다시 상기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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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왜 이런 소재를?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읽어야할 책이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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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5-11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처음엔 2분할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3분할 같아요^^ 지구밖 우주까지....뭔가 SF적인 소설일까?^^ 상상해봅니다

그레이스 2022-05-11 14:30   좋아요 1 | URL
sf맞아요^^
읽다가 중단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