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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도연명전집이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에서 출판된 도연명전집1,2는 상세하게 시에 대한 설명이 있어 좋았고 이 책은 이 책 나름대로 원문과 나란히 번역이 있어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번역자의 감상이나 어투가 들어갈 수 밖에 없어 그의 해석과 정서에 기대 읽는 단점이 있으나 좋은 번역을 만나는 행운을 만나면 내 짧은 지식으로 보는 것 보다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번역을 보먼서 마주한 페이지에 사언시, 오언시, 부의 원문과 주가 나란히 나와 짧은 한문실력이지만 나름 해석해보는 시도도 해볼수 있었다.
함께 읽고 있는 도연명전집 1,2(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는 시에 대한 상세한 해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도연명의 시가 뒤에 오는 문사들에게 왜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인간다운 마음과 고고한 성품이 한 사람 안에 있는 것이 시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 마음을 조탁하느라 애쓴 흔적 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써내려 간다.
어떤 글 앞에서는 다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문사들이 화운하고 그림으로 재현하게 하는 이유인것 같다.


















자식들을 나무라다

흰머리가 양쪽 귀밑 덮고
피부도 더 이상 실하지 못하다.
비록 아들을 다섯 두었지만
모두 종이와 붓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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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辭)

돌아가련다.
전원이 장차 황폐하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스스로 마음을 육체의 노예로 삼았으니,
돌아간들 어찌 서글퍼하고 홀로 슬퍼하랴?
이미 간 것은 따질 수 없음을 깨달았고,
앞으로 올 것은 쫓을 수 있음을 알았노라.
진실로 길을 잘못 듦이 아직 멀지 않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잘못이었음을 알았노라.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나부끼고,
바람은 살랑살랑 옷자락에 불도다.
길 가는 이에게 앞길을 물어보니,
새벽빛이 희미함을 한하노라.
이윽고 내 집 보이면,
기뻐하면서 내달리겠지.
동복은 기쁘게 맞이하고,
아이들 문에서 기다리겠지.
- P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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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중
42-5
사람 사는 곳에 오두막 엮었으나,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지,
마음 멀어지니 땅은 절로 외지노라.
수레와 말의 시끄러움 없구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고,
유연하게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산기운은 해 저물면서 아름답고,
날던 새 서로 더불어 돌아오누나.
이 안에 ‘참된 뜻이 있으니,
말하려 하나 이미 말 잊었노라.
- P361

잡시

49-11,
내가 길 떠나 아직 멀지 않았을 때,
고개 돌려 바람 차가운 것 슬퍼했지.
봄 제비가 계절에 맞춰 날아올라,
높이 날다 먼지 낀 들보를 스치네.
변방의 기러기 머물 곳 없음을 슬퍼하며,
갈마들고자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건만,
떨어진 곤계는 맑은 연못에서 울며,
여름을 건너고 가을 서리를 겪었네.
수심 겨운 나는 말하기 어렵거늘,
아득하고 아득하게 봄밤만 길구나.
-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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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10만 부 기념 새해 에디션)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시선은 방송토론이나 인터뷰에서 시평과 신념을 펼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급진적인 말들을 했다. 그는 딸들과의 대화에서 그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올 때 할 말을 잃기도 한다. 그리고 일관성 없을 때가 많았고, 기분에 따라 하게 될 때가 많아서 앞뒤가 안 맞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 시절에는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과연, 그는 그 때 한 말들을 후회하는 것일까? 만일 그때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는 다시 하게 될 것이다. 후회하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것은 말하고, 상처가 되더라도 생각하는 것은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가끔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한 말들이 나에게 족쇄가 되는 것을 느낄 때.
독서토론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가끔 움찔할 때가 있다. ‘과연 나는 이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하고. 누군가 “당신 그때는 이렇게 말했잖아? 그런데 그렇게 살고 있나?”고 묻는 때가 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멈칫하게 한다. 가끔은 그렇게 쏟아놓은 말들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을 확인할 때도 있다. 그 방식이 나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손해를 보게 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차라리 내뱉지만 않았더라도 조금은 돌아갈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시 그때 그 자리로 돌아간다면 같은 말을 했을 것이고,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10년 20년이 지나도 몸서리치며 후회 할 치기어린 말들이 있을지라도…….


시선은 공중으로 흩어지는 말들보다는 글로 고착시키는 걸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은 노출되는 자리를 신중히 삼갈 줄 아니 누군가는 내 또래 여자들의 이야기를 해야 했지요.‘
-325p

말을 많이 하게 된 이유다. 사람들이 많이 보고 듣는 방송에서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어찌 다른 사람들처럼 스스로를 아끼고 싶지 않았을까? 당시 여자들이 당하는 비참한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말해야 했기에 기왕에 말을 시작한 자신이 그 역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의 거칠고 격한 말들은 고요하고 잠잠해지고 침묵사이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보다는 글이 더 많아지고……. 인생을 마감하는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이제 남은 말들은 정말로 의미 있는 사람들하고만 쓰겠다’고 하며 대중과 작별인사를 한다.



어두운 시대에 태어나고. 그 역사를 아프게 온 몸으로 겪어냈음에도, 자유롭게 사랑하고, 작가로서 당당하게 할 말을 했던 심시선, 그의 자녀들과 또 그들의 자녀들. 시선으로부터 이어져 온 것들은 심시선을 닮았다. 그러나 그들은 다르다. 3대가 산 시간이 다른 것처럼. 네 자녀는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있다.

여성이지만 여성으로 살지 않고 엄마이지만 엄마로 살지 않았던 그녀의 자유로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거침없이 생각을 말하는 심시선의 삶 속에 강요된 것이라곤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음에도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자유롭고 너그럽다.


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너그러울까?
여유가 없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향해 너그럽지 못했던 시간들을 기억해 본다. 아이들 키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쫓기듯 책을 읽고, 책 한권을 못 읽고 일어나 밥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가끔은 짜증이 난다. 빨래를 개며, 설거지 하며,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두지 못해 안타깝다.


소설이지만 아이 넷을 키우며 화가로서 작가로서 심시선처럼 사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만큼 다른 곳에서의 희생이 있을 수밖에…. 노출된 삶이 그랬고, 그에게 꽂히는 대중의 시선이 그랬고, 자녀들에게 있었던 빈자리가 그랬을 것이다.

그렇듯 시선에게도 후회는 있다.

‘늘 철쭉이 흔하고 시시한 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봄이 와도 철쭉을 대단히 반기는 이는 없지 않나요? 그런데 어느 날 밤 산책을 나갔다가 송이 째 떨어져 있는 흰 철쭉을 보았고, 지나가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그 꽃을 비추는 순간 그것이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흰색이란 것처럼 보이는 그런 흰색요. 그것을 칠십대에야 깨달았으니, 늦어도 엄청 늦은 거지요.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날은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태어나길 잘했다 싶고, 어떤 날은 묵은 괴로움 때문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싶습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그런 고민을 하겠지요. 철쭉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겁니다. 오로지 빛에만 집중하는 상태에 있지 않을까.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철쭉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바깥의 빛이 있고 안의 빛이 있을 터입니다.
밤 산책에서 또 근사한 것을 발견하면 꼭 전하겠습니다.

―XXX라디오 짧은 코너 <작가가 보내온 엽서>(2004)에서‘
280~281p


어떤 모양으로 살던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이런 글을 남기게 될까? 지금은 모르지만 그때는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그러나 조금 여유를 갖고 그 때 알게 될 작은 파편의 반짝임이라도 발견하게 될 수 있길 바래본다. 그 반짝임을 일견하게 하는 바람 한 줄기가 불 때 나는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입안에 말이 고이는 것을 보니 봄이 온 듯하다. 나의 작고 방치된 정원에는 수반이 하나 있고 새들이 와서 몸을 씻고 간다. 그 모습이 내 아이들 어릴 적을 닮았다. 찬물에 머리를 대충 감고 히히웃는 것과 어찌나 비슷한지 모른다. 꾀바르고 곰살맞은 막내가 벌써 중학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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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폴 한센은 몬트리올 교도소의 ‘콘도’라는 감방에 수용된다. 함께 지내는 죄수의 이름은 패트릭 호턴. 살인과 암살 사건으로 유명해진 바이커 갱단의 일원이다. 가까이서 보는 그의 모습은 무례하지만 가끔씩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하며 겁이 많다. 처음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읽어갈수록 주인공이 왜 이 교도소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주인공은 전혀 이 장소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데 말이다.

「갇혀 있으면 날이 길어지고, 밤이 느슨해지며, 시時가 늘어지면서 시간에 끈적끈적하고 약간 역한 질감이 생긴다. 저마다 빽빽한 진창 속에서 철벅대는 기분이 든다. 여기서 자기 혐오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한걸음 한걸음 악착같이 발을 빼내고 옮겨야 한다. 감옥은 우리를 산 채로 묻었다. 형량이 가벼운 자는 뭐라도 바랄 수 있다. 그러지 못한 자들은 이미 공동 묘혈에 들어앉았다. 행여 운 좋게 가석방이 된다 해도, 그들은 잠시 바깥 공기를 마시러 나갔다가 여기, 세상에서 배척당한 자들의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을 성姓으로 부르고 농장의 가축처럼 취급하는 이곳으로.」

그는 이 감방으로 오기까지의 삶을 회상한다. 그의 교도소의 일상과 회상이 평행을 이루며 전개된다.
그는 1955년 덴마크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 살았지만 아버지는 절대 프랑스인이 될 수 없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이혼 후 아버지 한센은 캐나다로 이주를 하는데 주인공은 아버지를 따라 퀘벡으로 간다. 거기서 아버지의 죽음 후 아헌트식으로 와서 ‘렉셀시오르’콘도의 관리인이 된다. 26년간 ….
주인공이 갇혀 있는 교도소는 그 아헌트식에서 1킬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다.

‘렉셀시오르’는 68가구로 이루어진 콘도이다. 입주민은 모두 자가 소유자로서 수목과 화단이 잘 가꾸어진 정원, 소금으로 정화하고 따뜻하게 데운 물이 공급되는 23만 리터 용량의 수영장, 세차장이 구비된 얼룩 하나 없는 지하주차장, 스포츠실, 현관에 면해 있는 대기실과 접객실, ‘포룸’이라고 불리는 회의실, 스물 네 대의 감시카메라와 대형 승강기 세대를 갖춘 건물이다. 이 건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관리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노후화와 함께 늙어가는 입주자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도와주었다. 두 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고 104번의 계절을 겪었다.

그 거대한 집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돌봤던 과부들과 노인들이 그에게 각별했다고, 어떤 면에서 그들을 사랑했다고 깨닫는다.
그 곳에서 사랑하는 여인 위노나도 만났다. 그녀는 캐나다 인디언의 후손, 비행기 조종사이다. 그들은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지고 함께 부부로 산다.
함께 캐나다의 숲과 호수를 여행하며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전임 입주자 대표가 죽고 새로운 대표가 세워지면서 빌라는 새로운 흐름 아래 놓이게 된다. 자본과 그 원리의 기계적 적용에 따른 비인간적인 모습. 불신이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고, 서로를 감시하며, 비생산적인 지출을 잡아내는데 혈안이 되었다. 그는 총회에서 이러이러한 지출은 어떤 이유에서 발생했는지, 왜 그 공급업자를 선택했는지, 외주업체 청구서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설명을 해야 했다. 뉴스를 달궜던 아파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 사람의 악영향은 이리도 빨리 퍼져갈수 있을까 생각했다.

주인공은 위노나와 반려견 누크와 함께 캐나다 숲을 비행하는 것이 이런 일로부터의 탈주였다. 부침 많고 서러운 일을 견딜 수 있는 용기와 행복이 충전되는 시간이었다.

「다행히도 위노나와 누크는 나를 너무 오래 갇혀 지낸 이 우주에서 이따금 빼내주었다. ……나무와 물, 땅과 동물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그 공중 산책을 수 백년 동안 계속하라고 해도 나는 싫증 내지 않고 즐겼을 것 같다. 가없는 세상, 아름다움의 카탈로그가 무한히 펼쳐지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사는 기분이랄까. 하늘, 물, 숲 모든 것이 광대했다. 우리는 인터폰이 설치된 여섯층짜리 아파트, 아무도 물을 마실 수 없는 조그만 인공 호수가 딸린 공동주택에서 살겠다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야생의 삶이 우글댈 그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우리는 인공 호수 곁에서 살아가고 산책하며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기껏해야 디지털 출입보안장치 문자판에나 지문을 남길까. 」 226p

비행기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위노나를 잃고 슬픔에 빠져있는 주인공에게 비인격적인 태도로 그만둘 것을 통보하는 입주자 대표에게 상해를 입힌다. 그는 재판을 받게 되고 이 형무소로 오게 된다. 감형을 위해 반성하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자본주의 비인격적이 흐름 아래 적응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경험한 상실은 노인들의 죽음과 위노나의 죽음에 이르러 극단에 이른다. 세상이 뒤바뀌어도 누군가 함께 하는 것이 이길 힘이 되는 것. 그것이 위노나의 존재였는데. 그녀를 상실하는 것은 그가 그 파도를 버티고 설 힘을 잃게 하는 것이었으리라.

결국 아버지의 고향인 덴마크로 돌아가는 그의 오딧세이는 불친절하고 낯선 바다의 섬들 사이를 부유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나마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위노나에 대한 추억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형무소에서 패트릭 호턴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을 회상한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는 아버지가 마지막 설교단에서 쓰러지기 전 한 말이다. 이혼, 파산, 파면 등 실패라는 인생의 결과 앞에서 아버지가 청중에게 전한 메시지이다.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는다. 패트릭 호턴의 삶을 보며 이 말을 떠올렸고, 예상치 못한 인생의 전개 앞에 아버지의 이 말을 기억했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희미한 웃음이 새어나게 하는 폴의 복수와 귀향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는다’라는 말에는 아버지가 청중을 향해 이해해달라는 요청의 메시지였다. 살아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더라는…. 더불어 주인공을 향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아버지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당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니 이해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내가 이만큼 살아온 지금에서야 나의 부모를 이해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서 아버지의 삶에 대하여 친척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 ‘모두가 똑같이 살지 않는 것처럼 아버지도 아버지의 삶을 살았다’라고….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삶이 있긴 하다. 그 삶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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