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멜리사는 어떤 병일까? 수없이 도서관을 드나들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가 마침내 딸과 똑같은 증상을 찾아냈다. 자폐증.
뭔가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마음이 놓였다. 전문가들은 자폐증이 엄마의 잘못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은 물론 다른어떤 책에도 그런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도움이 될 조언이나 지지를 제공해주지 않았다. 차가운 욕실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하염없이 흐느끼는 나날이 이어졌다.
- P159

브루노 베텔하임은 엄마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카너가 부모들의책임이 없다고 선언한 지 2년 후인 1971년 여름, 베텔하임은 〈딕 캐빗쇼pick Cavet show)에 출연했다. 정신의학계에서 냉장고 엄마 이론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베텔하임 역시 여전히 시카고 대학에서 장애학교를 운영하며 자폐 어린이를 받았지만, 이때쯤에는 수많은 기사를 통해 그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이 밝혀져 있었다. 부모들은 학교 출입이 금지되었으며, 그곳 정원에는 몸을 뒤로 젖힌 엄마 조각이 놓여 있는데 어린이들에게 드나들 때마다 조각을 발로 걷어차라고 부추긴다는 사실도 보도되었다.
그럼에도 베텔하임은 중요 인물이었고, 자폐에 대한 그의 생각은여전히 대중의 의식을 지배했다.
- P148

냉장고 엄마 이론은 자폐가 엄마 때문이라고 비난함으로써 그들의 목소리는 들어볼 가치도 없다는 인식을 부추겼다. 열정과 조직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냉장고 엄마 이론에 맞서려면 무엇보다대항이론이 필요했다.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자격과 신뢰성을 지닌 누군가가 그런 이론을 주장해주어야 했다. 그래야 정신의학계에서도 냉장고 엄마라는 개념이 공허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받아들일 것이었다. 1964년 그런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한때 샌디에이고의 열쇠 수리공이었다. 하지만, 자폐증에 대해 모든 것을 배우겠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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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6-24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폐하고 묵인하려고 냉장고 이론 같은걸 만드는 것을 보면,
뉴스도 이론도 그 ‘의도‘를 제대로 아는 것이 참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1-06-24 13:49   좋아요 2 | URL
부모들이 죄의식가운데 살았던 세월이 안타까웠습니다. 지식을 생산하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신념과 성취욕에 사로잡히게 되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죠.
그들의 인생을 담보로 해서 자신의 성공의 재료를 삼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읽는 책들이 다 이런유네요
 
두 발의 고독 -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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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작가는 할로웨이에 서서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 너도밤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걷기의 미학을 표상하는 이미지다. ‘할로웨이(holloway)‘, 이 움푹꺼진 좁은 길은 기원전 500년 전부터 바이킹과 유목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오래 전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터널처럼 홈이 깊게 파이고 양쪽에 둑이 형성되었다. 낙엽이 쌓인 이 오래된 길에서부터 고속도로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지만, 그 사이에는 몇 천 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바이킹과 금융가 사이의 거리. 

그 고속도로를 달리던 토르비에룬 에켈룬은 이제 운전대를 놓고 사라져가는 옛길을 걷고 있다. 해마다 평균 2,500킬로미터에서 3000킬로미터 사이를 걷는다. 

노르웨이에는 그가 걸을 길이 많다. 

「1874년부터 노르웨이트레킹협회는 전 세계에서 도보여행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길들을 새로 개척하고 관리했다. 오늘날 이 협회는 전국에 널리 알려진 여름철 도보여행길만 22,000킬로미터를 넘는 구간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 거리는 지구 둘레의 절반에 가깝다. 」 
- 56p 

그가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도보여행을 한 곳은 1874년에 만들어진 노르웨이 중부를 가로지르는 길이다. 해안산책로 ‘크로케뢰이‘는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코스가 짜여져 있다. ‘노르만슬레페‘는 북유럽인들의 수레가 지나간 길이다.  

그는 혼자 걷기도 하고, 가족과 친구와 함께 걷기도 한다. 때로 구간 표시나 잘 관리 되고 있는 길을 벗어난다. 깨끗이 흔적이 지워져버린, 이제는 손으로 그린 옛날 지도와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옛길을 걷는다. 그는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다. 그리고 새로운 길 찾기를 계속 한다. 어제 걸었던 길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아직 걸어갈 길이 남아있는 자는 이미 지나온 길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많은 예술가들이 길에 대한 은유를 남겼다. 작가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Nature』, 노르웨이 벌목꾼이자 시인인 한스 뵐리Hans Bøli를 소개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을 쓰게 된 동기가 에드워드 토머스 Edward Thomas를 놀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에드워드 토머스는 어느 길을 선택했든지 후회했을 것이라고 한다. 길은 자주 인생을 은유해왔다. 
독자는 빌 브라이슨의 『숲속걷기: 애팔래치안 트레일에서 미국의 재발견 A Walk in the Woods: Rediscovering America on the Appalachian Trail』 인용을 읽고 이 책을 펼쳐보게 될것이다. 

오슬로 근교의 노르마르카 숲에서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것은 열대우림을 걷는 것과 다르다. 열대우림지역을 걷는 것은 대성당 안을 걷는 것 같다. 맹그로브 밀림 속을 걷는 것은 훨씬 더 길이 험난하다. 맹그로브는 뻣뻣하고 단단한 쇠 같아서 마음대로 구부릴 수 없다. 그 숲을 이루고 있는 생명체들로 인해 숲은 저마다 다른 모습과 길을 갖고 있다.  

현대인은 숲에서 방향을 찾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어느 때고 숲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놀랍고도 기억에 남는 일인 동시에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베카 솔릿은 『길 잃기 안내서 A Field Guide to Getting Lost』에서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한 말을 인용한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현재 온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147p 

작가들의 이런 은유들은 ‘길잃기‘ 조차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는 길을 잃는다는 것, 그리고 절대침묵 속 고목들이 굽어보는 숲 바닥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걷기를 더 높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사람들- 프리드리히 니체, 찰스 다윈, 쇠렌 키르케고르, 버지니아 울프 같은 수많은 사상가들- 도 있다.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그들의 걷기에 있었다. 그들의 걷기는 느긋하게 산책하듯이 어슬렁거리며 거니는 부르주아적인 형태이다. 게이트우드는 늦은 나이에도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50년 애팔레치아트레일을 완주한다. 

다시 할로웨이에 서서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작가에게로 돌아오자. 그가 있는 공간은 과거의 어느 시점을 기억하게 한다. 그 길을 지나간 바이킹과 유목민을 기억하고, 오두막으로부터 출발하는 해안가 길의 유년을 기억한다. 길은 공간에서 시간으로 흐른다. 인간과 장소는 아주 긴밀한 관계에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장소일지 모르겠다. 그에게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길이 있다. 마치 손가락이 음계에 따라 기타줄과 피아노 건반, 플루트 키 구멍의 위치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유년기에 자주 찾았던 오두막에서부터 시작되는 길이다. 

길은 우리를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옮겨가게 한다. 길은 미래의 어딘가 무언가를 향해 가는 경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떠나온 장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는 길을 걸을 때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보편적인 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만든 자연환경와 사람들, 우리 조상들을 지나쳐 걷는 것이며, 노동과 여가, 호기심, 일상에서의 탈출을 가로지르는 시간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262p 

길은 공간의 이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기억속 길의 시작은 유년기의 오두막이고, 그가 여행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길의 역사는 길 그 자체의 길이보다 더 길다‘는 사실이다. 

도시에 사는 나는 하천변이나 공원의 매끈하게 잘 닦여진 산책로를 걷는다. 이 길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공간이고, 다른 지름길을 모색할 여유도 주지 않는다. 때로는, 도심의 고궁과 빌딩사이의 거리를 걸으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을 상상하기도 하고, 산책자들(Flaneurs)의 느긋한 자유를 즐기기도 한다. 

홀로 낯선 길을 걷게 되면, 우리의 의식은 현재의 문제들을 벗어나 낯선 풍경들을 탐색하게 된다. 그 탐색이 끝나고 나면 그 길을 걷고 있는 낯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로지 길에만 집중해서 다음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채 무엇이 기다릴지 기대하며 걷는 여행을 생각해 본다. 

 ※ 마침 오늘 6월 19일은 ‘세계산책의 날‘이라고 한다. 수술한 딸내미 병실에서 걷기를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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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6-19 12: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세계산책의 날 이군요. 벌목꾼이자 시인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따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그레이스 2021-06-19 13:2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청아 2021-06-19 1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 걸어갈 길이 남아있는 자는 이미 지나온 길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길은 우리가 떠나온 장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 멈칫멈칫하게 하는 이런 문장들 좋아요~♡ 딸내미 화이팅!!😊

그레이스 2021-06-19 13:32   좋아요 4 | URL
이 당연한 말들이 이 책 초반부를 읽을때 저를 힘들게 했어요. 알고 있는 내용 당연한 말들 때문에 ...^^
이 책은 뒤로 갈수록 깊어지고 짙어지더군요.
끝까지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새파랑 2021-06-19 15: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산책과 걷기 군요~!! 역시 숲의 나라 노르웨이 같아요 ^^ 낯선 곳을 걸을때의 기분은 정말 좋더라구요. 따님의 건강 회복을 기원합니다~!!

그레이스 2021-06-19 15:5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노르웨이 가보고 싶은 곳이 됐어요^^♡

bookholic 2021-06-19 17: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병원에 갔다가 다 나을 때까지 오래 걷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원래 잘 걷지도 않는데, 그런 소리를 듣고 오늘이 세계 산책의 날이라고 하니 더 걷고 싶어지네요.... 따님의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

그레이스 2021-06-19 17:13   좋아요 3 | URL

bookholic님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붕붕툐툐 2021-06-19 2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산책의 날, 그런 것도 있군요~ 다행히 산책을 했네요~
아이고, 병원에서의 사색을 하셨군요~ 따님의 쾌유를 빕니다~~🙏

그레이스 2021-06-19 21:25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1-06-20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산책의 날을 놓치다니 분합니다 ㅎㅎ 오늘이라도 한 번 걸어볼까 했더니 햇살이 대단하네요. 예쁜 딸내미 얼릉 나아 병실이 아니라 선선한 바람 부는 숲길 걷길 바랍니다 ~ *^^*

그레이스 2021-06-20 15:36   좋아요 1 | URL
날은 그저 날일뿐...
미니님 산책의 날은 미니님 산책하는 날!^^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1-06-20 17:15   좋아요 1 | URL
대신 알라딘 개미 지옥의 개미들은 언제나 새로산책의 날을 보내고 있지않습니까! ㅋㅋ

그레이스 2021-06-20 17:18   좋아요 0 | URL
^^

서니데이 2021-06-20 2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가 세계산책의 날이었군요. 노르웨이는 숲과 빙하가 생각나는데 낯선 지명도 새로울 것 같아요. 수술한 따님의 빠른 회복 기원합니다. 빨리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6-20 20: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물감 2021-06-21 1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은 왜 길을 잃어도 매력적인가요...ㅠㅠ
서러워서 빨리 성공해야겠습니다 ㅎㅎㅎ
글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1-06-21 14:02   좋아요 2 | URL
😀

scott 2021-06-21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세계적인 작가들과 철학자들은 걸으면서도 작품을 구상하고 일상을 철학적 의미로 해석하며 걸었군요!
그레이스님 따님 건강 회복 하길 바랍니다
그레이스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그레이스 2021-06-21 20:37   좋아요 1 | URL
^^
오늘 잘 퇴원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산책과 병실을 대비하려고 했는데 ...
이렇게 됐네요.
scott님도 건강하세요♡

후저어써 2021-06-23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발의 고독...제목 넘 멋져서 글 읽었습니다. 고프도록 걷거나 읽거나 쓰거나 김매기를 하면 좋은 점..밥이 꿀맛이에요. 너무 많이 걸으면 읽을 때 발이붓는 , 뜨거워지는 나이에요. ㅠㅠ. 너무 오래 앉으면 허리가 아프고. ㅋㅋ 그래도 걸으면 세상이 달리 보이고 그래도 읽으면 주변이 달리 보이고 그래도 생각하고 쓰다보면 내가 기특해집니다. 고독한 것은 두 발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1-06-23 18:24   좋아요 1 | URL
걸으면 세상이 달리 보이고 읽ㅇ면 주변이 달리 보이고....
멋있습니다~^^

다락방 2021-06-26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기 너무 좋아하는데,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걷는 건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좋아요. 여럿이어도 물론.
책의 제목도 표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레이스 님. 덕분에 존재도 몰랐던 책을 담아갑니다. :)

그레이스 2021-06-26 11:31   좋아요 3 | URL
북플에서 얻는 기쁨!.^^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 되는 책들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1-07-07 16: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7-07 16:2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물감 2021-07-07 16: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레이스님, 마이리뷰와 마이페이지 둘다 당선되다니요!
너무 사기 캐릭터 아니십니까 ㅎㅎㅎㅎ 축하해요!

그레이스 2021-07-07 17:21   좋아요 5 | URL
소뒷걸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감사합니다
물감님도 축하합니다

청아 2021-07-07 1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당선 축하드려요!! 항상 우러러보고있음요ㅋㅋㅋㅋ(엄지척X5,하트뿅뿅)

그레이스 2021-07-07 19:0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
미미님 글에도 많은 영향 받고 있어요

초딩 2021-07-07 2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격이 다른 그레이스님 ㅎㅎㅎ
이 포스트는 몇 번 읽었어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1-07-07 20:4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오타쟁이에다가 비문투성이라 올려 놓고도 몇번씩 고쳐요
왜 한번에 안보이는지...!
이런 칭찬 과분합니다;;;

페넬로페 2021-07-08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2관왕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7-08 10:14   좋아요 1 | URL
감솨합니다~
괜히 기분좋네요
일단 사려고 맘먹은 책
벌써 지름요

모나리자 2021-07-0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07-08 10: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
습도가 97이던데 지치지 않는 하루 되시길 바래요.
 
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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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이 덥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악취가 풍기는 거리, 라스콜리니코프의 위대한 망상과 살인은 바로 이 거리에서생겨나고 실행되었다. 죄와 벌19세기 러시아 대도시의 실상에 관한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한 사회적 기록이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빼어난 임상보고서이다.’ 라고 책에 따라 살기-유리 로트만과 러시아 문화에서 작가는 말한다.

 

살인을 저지른 후 라스니코프가 보이는 분열과 불안은 인간의 내재된 선과 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의를 위해 한 살인은 정의로운가? 합당한가? 라스콜리니코프가 보여준 불안증이 그 답이다. 인간에게 있어 살인과 같은 악은 본질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내재적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호머와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등 비극작가들의 작품에서 그것이 신탁이었든 운명이나 우발적 사고이었든 주인공들은 손에 피를 묻힘으로 두려움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 역시 신탁이었지만 살인을 하게 됨으로 혼돈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의 어둡고 소외된 빈민가에서 싹이 튼 증오심과 차가운 심장은 살인으로 두려움에 떨게 된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고 절대로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의 심연으로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그가 받는 벌인 것이다. 살인을 실행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죄의식과 두려움 때문에 라스콜리니코프는 당황스러움에 빠졌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생각한 이상을 위해 살인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두려움의 노예가 되어있으니. 오히려 당당하고 기뻐하고 더 강인해져야 하는게 아닌가.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 상태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이 형벌이다. 그러면 그는 자유로운가? 다시 그는 차가운 심장 안에 갇히고 유배지의 동료들의 미움과 증오 안에 갇힌다. 그리고 소냐의 사랑으로부터 도망쳐 스스로를 가둔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가 자신을 용서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은 자신을 사랑한 소냐로부터였다. 소냐에게서 그것을 보게 된 순간(정확히 그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는 진정한 자유와 구원 그리고 부활을 경험한 것이라 생각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불현 듯 무언가 그를 사로잡아서 그녀의 발에 몸을 던지게 한 것 같았다. 그는 울면서 그녀의 무릎을 안았다.……」

그는 다만 느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이 형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그러나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에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완결되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되는 그림이다.

 

열린 결말, 독자에게 선택을 맡기는 현대소설에 익숙해진 나는 에필로그의 내용을 읽으며 진부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관계를 맺는 현대에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리는 결말은 신선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잠깐, 나는 살인을 저지른 후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그리는 현대 문학들을 생각하게 된다. 고독함과 외로움에 갇히고 소외당하고 추방당하는 존재들.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전혀 가책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작가들은 왜 그런 정서들을 그려내고 있을까? 그들의 무정과 무자비를 학대나 소외로부터 오는 정신증의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면, 문학 속의 일탈로부터 얻는 교훈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어쩌면 문학 안에서도 양심을 둘러싼 지방층이 두꺼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런 문학들에 지쳐, 가끔 죄를 생각하면 형벌이 떠오르던 때의 소설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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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6 15: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절망의 심연...하👍인간 정신에 관한 임상보고서! 공감입니다~♡

그레이스 2021-06-16 16:12   좋아요 4 | URL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상태에 같이 동요하게 되요. 그의 두려움을 알것 같은...!

청아 2021-06-16 16:13   좋아요 4 | URL
저도 그랬어요! 저를 뒤흔들어놨던 소설ㅠㅇㅠ

그레이스 2021-06-16 15: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상,하를 함께 넣을수는 없는건지...
찾다가 포기했습니다.^^

scott 2021-06-16 16: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권 부터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게 만드는 ‘죄와벌‘
일본 사회파 소설의 교본 같은 고전이죠 이책!

그레이스 2021-06-16 16:13   좋아요 4 | URL
맞아요.

다락방 2021-06-16 1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 전체에 밑줄 긋고 갑니다, 그레이스 님.

그레이스 2021-06-16 18:44   좋아요 2 | URL
공감 감사합니다 ~!

mini74 2021-06-16 1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뭔가 다르고 특이하고 싶어서 오히려 중요한 걸 잃어버린 주객이 전도된 자극적 글들이 있죠.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1-06-16 18:51   좋아요 4 | URL
다들 같은 생각하신다니 반갑네요.

새파랑 2021-06-16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도선생님 책 읽었는데 겹쳐서 너무 좋군요. 전 <죄와 벌 > 읽으면서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변화와 불안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전 이책 별 10개 주고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1-06-16 19:23   좋아요 2 | URL
어쨋든 만점! 이네요^^♡

붕붕툐툐 2021-06-16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구원이네요~ 정말 충격적이었던 책이었죠~ 전 진짜 꼬맹이 때 읽어서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지금 읽으면 심리에 더 관심을 가지며 읽을 거 같긴 하네요!!

그레이스 2021-06-16 23:33   좋아요 1 | URL
시대를 관통하는 심리에 대한 통찰이 있겠죠.
도스토예프스키가 직접 경험한 감정일수도 있겠구요.

서니데이 2021-06-16 2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서재에서도 도선생님이... 워낙 유명한 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자주 뵙네요.
그레이스님, 더운 하루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6-16 23:55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도 기분좋은 숙면하시길!

페크pek0501 2021-06-17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을 완독한 1인입니다. 오랫만에 완독한 책을 만났네요. ㅋ
제가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에요. 도선생이 천재라고 생각되었던 책입니다.

그레이스 2021-06-17 14:18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감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탁월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갈등중임.


북극곰은 19개의 하위집단 subpropulation 으로 분류된다. 그중 두 하위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나머지 여덟 하위집단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다. 
전반적인 추세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어들어 북극곰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을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늘 존재한다. 가령 사냥이 그렇다. 1963년부터 2016년까지 사냥당한 북극곰은 약 5만 3500마리다. 오늘날 남아 있는 북극곰은2만 6000여 마리로 추산되는데 그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화석 연료 업계의 돈을 받은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이 북극곰에 대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북극곰이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에게 가장 비판적인 사람은 캐나다 동물학자 수전 크록퍼드 Susan Chockford다. 자신은 화석 연료 업계로부터 돈한 푼 받은 적 없으며, 인간 활동으로 인해 기후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는 것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고 크록퍼드는 내게 말했다.
이처럼 북극곰에 관한 정보는 오류투성이다. 이는 기후 변화와 관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과학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 준다.
15 - P501

요약문 저자들은 숱한 연구를 이해한 후 핵심 메시지를 44쪽으로요약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톨은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그중 몇 문장만 읽는다는 걸 다들 안다."
"그 때문에 각 장 저자들 사이에 알력과 다툼이 생긴다. 
‘내가 연구한 주제가 최악이야, 그러니까 이게 표제가 되어야해‘ 하는 식으로 말이다."
톨에 따르면 보고서 요약문 초고의 메시지는 우리가 이 책에서 콩고 문제를 다룰 때 접근했던 방식과 동일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고걱정하는 것 중 다수는 실제로는 관리 부실과 저개발 때문에 생겨난 증상이다. 
하지만 여러 유럽 국가 출신 대표자들은 보고서가 경제 개발이 아닌 탄소 배출 감소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어떤 면에서 보면 과학 단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정치 단체이기도하다." 톨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 단체로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해야 할 일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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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1-06-16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레이스님이 어떻게 결론 내릴지 무척 궁금합니다. 물론 이 책 한 권만 읽어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요.^^;

그레이스 2021-06-16 15:47   좋아요 1 | URL
위험한 책입니당,ㅋ

noomy 2021-06-16 16:2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지금 <시간과 물에 대하여>를 읽고 있는데 이 책과는 성격이 많이 다를듯 하네요.

그레이스 2021-06-16 16:21   좋아요 1 | URL
일단 리뷰를 쓰긴 쓸건데 취사선택하는게 어려워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ㅠ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좀더 읽어보기로 했다.
북플에 올리는 것도 망설이다가 일단 읽고 있으니 올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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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3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읽기 시작했으면 올리셔야죠 ㅎㅎ 저도 가끔 읽다가 저런 경우가 있더라구요. 읽을까 말까.. 어떤 선택이든 화이팅 하세요^^

2021-06-1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6-14 11:57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읽어가고 있습니다. 중심을 잡고 읽는게 어렵네요.
자꾸만 의심과 반발심이...^^
그런데 조금씩 설득당하는중이예요^^
생각만큼 편향되어있지 않고 나름 이유가 있어서...
환경문제에 있어서 인간의 할일이 그만큼 많다는 주장.
기후 종말론과 같은 주장은 오히려 환경보호 캠페인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
이예요.
워낙 분량이 많아서 반도 못 읽었지만 읽는 속도도 괜찮습니다.
끝까지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 2022-03-24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릴레오 북스 유튜브, 지구를 위한 착각 독서토론회에 과학자들 나와서 리뷰하는 영상 보고 검색해 들어왔는데요.
46회가 1부고, 47회가 2부거든요.
46회 1부 마지막 1분 동안에 이 책에 대한 총집합적인 평이 있는데요. (수염고래 부분 문장 서술)
알릴레오 독서리뷰 아무튼 꼭 보세요 ;;;;;;;
후회는 없을 정도로 재미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