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관중 땅을 물어봤다.
오르도스와 진령산맥 사이에 있고 4개의 관문 한가운데 있는 지역이라 관중이라고 하고, 위수가 흐른다고, 주나라때는 호경, 진나라때는 함양, 한나라때는 장안, 당나라때는 장안이이 있었던 지역이라고 대답한다^^
몇달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기특하다.^^
송나라때부터는 물어보니 산만해지기 시작함.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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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4-24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코로나 ㅜㅜ 외국을 못 가니 그게 참 ㅜㅜ 안 좋네요.
그래도 이렇게 간접으로 역사와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 몽크스 하우스의 정원 이야기
캐럴라인 줍 지음, 메이 옮김, 캐럴라인 아버 사진 / 봄날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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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스 하우스를 판매하려 함. 땅은 1에이커의 4분의 3 크기이며 가재도구가 딸린 옛날식 집.

 

잉글랜드 서식스의 마을 로드멜에 있는 몽크스 하우스는 레너드 시드니 울프와 버지니아 울프의 시골집이다. 1919년에 이 벽보를 보고 레너드와 버지니아는 이 집을 구입한다. 이 책은 내셔널트러스트의 세입자로 10년 넘게 몽크스 하우스를 관리했던 캐럴라인 줍의 버지니아와 레너드의 정원이야기이다. 정원의 사진과 스케치와 함께 버지니아의 편지, 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정원에 꽃들이 심겨지고 공간이 확장되고 집이 개조되는 역사는 버지니아의 출간된 작품들과 함께 한다.


 

책 제목을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한 면이 있다. 정원을 가꾼 것은 레너드이기 때문이다. 1941년 버지니아가 죽은 후에도 1969년까지 레너드는 이 몽크스 하우스에서 죽기 직전까지 정원을 중심으로 살았다. 버지니아는 정원을 감상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녀가 작품에서 묘사한 꽃들에 대한 글이 오류가 있다고 독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버지니아는 정원을 사랑했고 그녀의 많은 작품들이 정원의 한 편에 있는 오두막에서 탄생했다. 이 곳 몽크스 하우스에 지인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주로 '블룸즈버리 그룹'이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T.S.엘리엇이다.

 

처음 구입했을 당시 저택은 낡아서 여러 군데 손을 보아야 했다. 이런 저택의 모습은 등대로의 세월 편과 여러 작품에 반영된 것 같다,

 

집은 남겨졌다. 집은 버림받았다. 생명이 떠나 버리자 마른 소금 알갱이들만 들이찬, 모래 언덕 위의 빈 조개껍질처럼. 기나긴 밤이 자리 잡았고, 들척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이, 더듬거리는 축축한 숨결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냄비는 녹이 슬었고 깔개는 썩었다. 두꺼비들이 디밀고 들어왔다. 늘어진 숄은 하염없이 이리저리 너풀거렸다. 식품 저장실의 타일 사이로 엉겅퀴가 자라났다. 거실에는 제비가 둥지를 틀었고, 바닥에는 지푸라기들이 널렸으며, 회벽에서는 석고가 수북이 떨어졌다. 서까래들이 앙상하게 드러났고, 장두리 판 뒤에서는 쥐들이 이것저것 가져다 쏠아 댔다. 팔랑나비들이 번데기에서 날아올라 창유리 위에서 파닥거리다 죽어 갔다. 양귀비씨가 달리아 사이에 내려앉았고, 잔디밭에는 긴 잡풀이 무성했으며, 큼직한 아티초크가 장미꽃 사이에서 고개를 내미는가 하면, 양배추밭에서는 카네이션이 피어났다. 잡풀이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던 소리는 겨울밤이면 북 치는 소리로 변했다. 여름에 온 밤을 녹색으로 물들이던 든든한 나무들과 찔레 덤불에서 나는 소리였다.세월이가다 9. 등대로

 

매입할 당시, 아무도 돌보지 않던 몽크스 하우스의 낡은 저택과 황폐한 정원의 인상이 이 작품에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외부에 화장실이 있었고, 욕실도 없었다. 1926델러웨이 부인일반 독자로 들어온 수입으로 집안에 욕실과 온수 화덕을 설치한다. 1927년 말 등대로의 판매 수입이 늘어나자 차를 사고, 1928년에는 정원에 이어지는 들판을 매입한다. 버지니아는 이 들판을 매입한 후 로드멜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고 그곳의 일부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정원에서 근사한 곳은 과수원이라고 한다. 과수원은 두 사람이 앉아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하는 장소였다.

 

과수원에는 사과나무가 스물 네 그루 있었다. 약간 삐딱하게 자라기도 한고 곧게 자라기도 한 이 나무들은 몸통 위로 확 퍼진 가지에 붉거나 노란 둥근 방울을 매달았다. 나무마다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40p)

-버지니아 울프, <과수원에서>

 

등대로에서 버지니아는 램지 부인이 정원에 니포피아가 있었다고 쓰는데, 그 부분을 쓸 때 버지니아는 몽크스 하우스의 이 니포피아를 생각했을까? 하고 저자는 적고 있다.(47p) 이 정원은 그녀의 작품 곳곳에 그려지고 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충분히 밝았고, 잔디밭은 부드러운 암녹색이었으며, 집은 자주색 시계초가 만발한 녹음 가운데 빛나고 있었고, 까마귀들은 높은 창공에서 울음소리를 떨구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정원을 떠나 늘 다니던 길로 해서 테니스장을 지나고 억새밭을 지나 두꺼운 산울타리가 끊어진 틈새를 향해 걸어갔다. 울타리 가에는 빨갛게 타는 잉걸불 같은 레드핫포커꽃들이 피어 있고, 그 사이로 내다보이는 만의 푸른 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푸르렀다.창문 4,등대로열린책들번역


이 정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등대로는 몽크스 하우스 이전 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출간은 몽크스하우스 시절이고 그때까지 작업은 계속되었다. 

 

올랜도192810월 출간과 함께 새로 매입한 정원부지에 공간을 꾸미는 작업이 시작된다. 맷돌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테라스 공간은 전문가의 솜씨라고 할 정도로 감각이 뛰어나다. 레너드에게는 정원가의 자질이 확실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모종과 종자를 주문해서, 파종하고 심고, 담장을 허물고, 바닥에 돌을 까는 솜씨는 부러울 지경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희열을 느끼고 있는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물론 이 정원을 버지니아도 사랑했음을 소개된 일기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다알리아, 카네이션, 패랭이꽃, 해바라기, 아스터, 백일홍, 한련화 같이 흔한 종류의 식물을 심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레너드는 더 드문 종류의 꽃들, 특히 구근류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정원은 구석진 곳이 많고 길을 돌아갈 때마다 다양한 꽃무리가 만드는 장면들로 탄성을 짓게 한다. 작가의 정원 스케치는 설계할 때 스케치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정원과 조경 잡지에 실려있던 매력적인 스케치들이다. 오노린 조베르, 맥문동, 이브 프라이스, 탈리아, 자반풀, 길레니아 트리포리아타, 다이아몬드 프로스트, 알붐 등 생소한 이름들의 꽃들. 특히, 보라색 꽃들은 유럽 정원에 내가 매혹당하는 이유이다. 항상 생각하지만 우리의 정원에는 왜 소재와 색상이 다양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리움 클래디에이터가 정원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보았을 때의 반가움이 기억나기도 했다. 이 몽크스 하우스에서는 흔한 소재다. 이런 공간 체험은 도시의 아파트의 정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레너드가 이 정원에 세우려했던 온실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있었던 것이다. 꽃을 심고 가꾸는 레너드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수집가나 식물학자 못지않게 희귀한 식물을 옮겨와 키우고 싶었을 테고, 그것은 가온(加溫) 철제 온실 계획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정원을 감상하는 버지니아의 입장에서는 흉측한 구조물이 경관을 해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둘은 충돌했고 버지니아는 고집을 꺽지 않았고, 결국 레너드는 가온 온실 계획을 포기한다.

 

버지니아가 이 몽크스 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은 글을 쓰기 위해 개조한 정원 한편의 오두막일 것이다. 지금은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버지니아는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고 한다. 책이 여기 저기 쌓여 있고,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한다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런던이 폭격을 당하면서 이 지역에도 폭탄이 떨어지고 불발탄을 폭파하는 과정에서 집 일부가 손상된다. 버지니아의 병세는 악화된다. 아마도 전쟁과 음식, 추위가 영향을 미쳤고, 위기가 오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레너드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그는 버지니아가 죽음에 이르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다.

 

버지니아 사후에 몽크스 하우스는 레너드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온실에는 선인장과 부겐빌레아가 자라고 있다. 두 사람 사후에 황폐된 저택과 정원을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매입해 세입자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 해마다 버지니아를 기억하기 위한 방문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

 

이 책은 버지니아의 작품을 읽을 때, 정원이나 저택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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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3 0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을 번역 출간되었네요 FT주말판에 가끔 울프 레너드 정원 이야기 실렸는데 레너드가 자신의 얼굴 새긴 동판 이정원 어딘가 두었다고 언젠든지 울프 영혼이 머물다가라며, 맷돌 테라스 멋지네요 하지만 정원 손질은 죽 노동 ㅠ.ㅠ,

그레이스 2021-04-23 01:03   좋아요 5 | URL
맞아요
헤르만 헤세도 그 노동에 대해 토로하면서도 계절이 되면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부지런함을 자연스럽게 부리게 된다고 했죠.
좋아하지 않으면 못할 일!

바람돌이 2021-04-24 0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보고싶네요. 버지니아 울프 책을 봐야 하는데 자꾸 관련책만 보는 느낌이지만 버지니아 울프 책을 읽을 때 이 집을 상상하리라는 말에 훅 끌려버림요. ^^

그레이스 2021-04-24 08:47   좋아요 2 | URL
이번에 <등대로> 읽을 때 계속 연상이 됐어요. 다른 작품 읽을때도 곳곳에 이곳의 경치와 분위기가 묘사되어 있을 듯요. 그러지 않아도 기분좋은 책이예요.^^

scott 2021-05-07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울프 여사님 이달의 당선작!
오월! 울프 여사님의 정원
책구경으로 만 ^ㅅ^

그레이스 2021-05-07 16:3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의 매일 올리시는 글들과 부지런하고 친절한 댓글이 격려가 되요.~♡

모나리자 2021-05-07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당선작 축하드려요~^_^
멋진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5-07 16:2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주말되세요
어렸을때 상받고 집에 가던 기분이 생각나네요^^
지금 엄마한테 가는길인데...^^

새파랑 2021-05-07 16: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전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05-07 16:2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5-07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05-07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짝짝짝~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유후~^^*♥

그레이스 2021-05-07 17: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맛있는 저녁시간 되세요~~♡

초딩 2021-05-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05-08 19: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to the lighthouse를 등대로 라고 번역한것도 그렇고
이 장 Time passes를세뭘이라고 번역한것도 그렇고 좀더 시적인 표현이 없을까 싶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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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4-24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감사합니다!!!!
원문은 느낌이 전혀 다르네요 ㅜㅜ
그냥 다른 책 같아요.
눈으로 읽어보면
해석이 아니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으하하 정확히 뜻을 잡지는 못하겠는데 ㅜㅜ)

초딩 2021-04-24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네 시적인 표현!!!! 공감합니다!!!
원서 살래요 ㅜㅜ

초딩 2021-04-24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펭귄클래식으로 사면 될까요? :-)

그레이스 2021-04-24 22:48   좋아요 1 | URL
두종류의 버전이 있다고는 하던데, 초판과 개정판이 있대요 그래서 문예출판사 번역을 보면 초판에는 이렇게 되어있었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아마 호가스에서 출판한것을 약간 수정해서 미국 출판사에 보냈다고 하는것 같아요.(제 기억으로는)
펭귄 읽으셔도 무방할듯 보입니다.
옥스포드에서 나온것은 표지가 예쁘던데요
한번 검색해보시고 취향대로 결정하세요^^

초딩 2021-04-25 00:50   좋아요 1 | URL
아 설명 감사드립니다~
옥스퍼드가 표지 예뻐 보이던데 펭귄이 2019년 4월로 되어있어서 그걸로 주문했어요. 외서라 5월 8일 온데요.
이번주는 서점을 못 갈것 같아서요 :-)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등대로의 세월편을 보며 오래전에 원서로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이 생각났다. 작가가 쓰는 단어의 반복과 리듬 속에서 집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던 것이 기억으로 남아있다. 짧은 글에서 받았던 느낌이 <등대로>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이라는 미발표 유고작품집에서 단편을 발견하고 반가워 읽었다. 제목이 the Haunted house 였는데 유령의 집으로 ...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역시 번역본에서는 그 느낌을 못 살리고 있다.
어쨋든 50개의 작품 중에서 스치듯 읽었는데 기억하고 소환해서 확인하는 기쁨은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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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2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착착착 /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 아니 뭔가 샥 샥 샥의 느낌인듯요. 원서의 리듬을 느껴보고 싶지만 그냥 생각만요. ㅎㅎ

그레이스 2021-04-22 10:28   좋아요 0 | URL
^^영어의 리듬과 정서를 둘 다 살리기 어려울듯요.;;
그 단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것은 살리기 힘들듯 해요.^^
그래도 샥샥샥이 좀더 가깝네요.

초딩 2021-04-22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등대로 원서로 한 페이지 넘어가는 문장 한 번 보고 싶네여! :-)

그레이스 2021-04-22 18:17   좋아요 1 | URL
올렸습니다
time passes 2
 

불친절한 직역을 읽느니 차라리 원서를 읽는게 나을듯하다는 생각이다.
<등대로> 번역서 4개 중 가장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나에게)
세월 파트중 읽고 또 읽게 되는 부분! 너무 좋아서
버지니아 울프를 읽는 이유일것 같다.
원서도 세월편이 좋았다.
그녀의 글은 비유나 상징을 뛰어넘어, 세계의 또다른 현상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진다.
밤의 냄새로 가득찬 바람, 어둠으로 채워진 공기가 지나가는 집의 두런거리는 소리를 듣는것 같다.

그리하여 모든 불이 꺼지고, 달도 지고, 가는 비가 지붕을 두들기면서, 거대한 어둠이 퍼붓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그런 홍수를, 넘쳐나는 어둠을 이겨 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어둠은 열쇠 구멍과 틈새로 기어들고, 창문의 블라인드 주위로 새어 들고, 침실로 들어와, 여기서는 물병과 대야를, 저기서는 빨갛고 노란 달리아꽃이 담긴 화병을, 또 저기서는 서랍장의 각진 모서리와 단단한 형체를 집어삼켰다.
가구들만 알아보기 힘든 것이 아니라, 몸이건 마음이건 간에 이건그 남자〉, 〈이건 그 여자라고 분간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때로 무엇인가를 움켜쥐려는 듯 또는 밀쳐 내려는 듯 손이 들리고, 누군가는 신음하고 누군가는 잠꼬대를 하는 듯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거실에도 식당에도 계단에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녹슨 경첩이나습한 바닷바람에 부푼 목재를 통해, 바람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자락들이 (워낙 낡아 빠진 집이었다) 모퉁이를 돌아 기어들기도 하고 용감하게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렇게 새어 든 바람은 거실로 들어와 너덜거리는 벽지를 가지고 놀면서 좀 더 오래 버텨 보겠어? 언제쯤 떨어질 거야? 묻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벽을 쓸면서, 벽지에 그려진 노랗고 빨간 장미들에게 시들어 버릴 거야? 묻는듯이, 휴지통에 담긴 찢어진 편지들과 꽃과 책과 이제 바람 앞에 노출된 이 모든 것에게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부드러운 태도로) 아군이야? 적군이야? 얼마나 오래 버틸 거야? 묻는 듯이, 생각에 잠겨지나가는 것이었다.

층계나 깔개를 희미하게 비추는 빛, 구름을 벗어난 어느 별이나 떠도는 배에서 어쩌면 등대에서 비쳐 드는 빛의 인도를 받아, 이 가느다란 바람들은 계단을 올라가 침실 문 주위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야 했다. 다른 무엇이 소멸하고 사라지든 간에, 여기 있는 것만은 굳건하다. 여기서는 저 미끄러지는 빛들에게, 침대 위에까지 몸을 굽혀 더듬는 저 바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건드릴 수도 파괴할 수도 없다고, 그러면 그들은 지친 듯이, 유령처럼, 마치 깃털처럼 가벼운 손가락과 깃털처럼 가벼운 끈기라도가진 듯이, 감은 눈과 느슨히 쥔 손가락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는피곤한 듯 옷자락을 접으며 사라질 것이었다. 그러고는 여기저기 쑤석대고 비비대며 계단의 창문으로, 하인들의 침실로, 다락방의 상자들로 갔다가, 돌아 내려가 식탁 위의 사과들을 희끗하게 비추다가, 장미 꽃잎을 뒤적이기도 하고, 이젤 위의 그림을 만지작거리고, 깔개를솔질하기도 하고, 마룻바닥에 조금 흩어진 모래를 쓸어 가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단념하고는 모두 동작을 그치고, 한데 모여서, 함께 한숨지으며, 지향 없는 탄식을 일제히 내뱉으면, 부엌의 어느 문이 화답하듯 활짝 열렸다가 아무것도 들여보내지 않은 채 쾅 닫힐 것이었다.
(베르길리우스를 읽고 있던 카마이클 씨도 촛불을 불어 껐다. 한밤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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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21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도 <등대로>는 열린책들로!!^^

새파랑 2021-04-21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린책들로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scott 2021-04-22 1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프 여사의 번역은 최애리님 번역이 쵝오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