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라딘에서 최근에 산 책들입니다.
<사기>를 읽었으니 <한서>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한서 열전이 나왔네요!
벽돌두께로 3권! 일단 알라딘에서 리뷰 당첨 상금으로 한권 샀습니다.
나머지는 한권씩 사기로 계획중이구요
어차피 1권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테니.
냐쓰메 소세키 전집은 <마음>과 <그후>를 빼고는 다 있습니다.
그 두권은 웅진이랑 민음사 걸로 있는데... 아시죠?
왠지 살것만 같은 예감!
이가 빠지것 같아서 말이죠^^
도련님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갖고 있었는데 샀으니까 결국 사겠죠?^^;;
양심은 있어서 중고 기다렸다 샀습니다. ㅋ
그리고 나머지는 플친님들 추천 책들과 중고 알림 신청해놓은 것 들요.

아! 그리고 <호프만의 허기>는 다락방님 리뷰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구매하려고 장바구니에 넣어 놓았었는데 집에서 발견했어요.^^

커피 마시면서 멍때리고 앉아있다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글자를 제 눈이 자각한 순간 이 책을 발견한거죠. ‘보는것‘에 대한 감각의 역사가 기억나는 순간이었습니다!ㅋㅋ
남편이 오래전에 사다논 책이래요. 오랫동안 우리집에 있었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에어컨 켜고 앉아 책놀이 하다가, 이 무더위에 출퇴근하고 실외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께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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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14 10:57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들이 책 산 거 구경하는 게 세상 제일 재미있어요. ㅋㅋ
한서열전 다 읽으시면 꼭 알려주세요. 저 벽돌책의 위엄이 대단합니다!!

그나저나 호프만의 허기 오, 저는 모르는 아주 오래도니 버전인듯 합니다. 그레이스 님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리뷰는 폴스타프 님의 것이 아닌 제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폴스타프 님은 아직 안읽으셨을걸요? ㅎㅎ)

그레이스 2021-07-14 10:59   좋아요 6 | URL
아!
그런가요?
두분이 항상 리뷰와 댓글로 함께 등장하셔서...ㅋ
제가 착각했나봅니다
위에 글 수정하겠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7-14 11:07   좋아요 3 | URL
그러네요
방금 리뷰 다시 확인했습니다.^^
죄송해요.

다락방 2021-07-14 11:37   좋아요 4 | URL
어휴 무슨 말씀이세요. 죄송하실 거 전혀 없습니다!! 저는 리뷰 읽고 책 사놓고서는 왜 샀는지 완전 다 까먹어버려요 ㅎㅎ

mini74 2021-07-14 11: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한서열전 ㅎㅎㅎ 흉긴데요. 타타르인의 사막. 현대미학강의 ㅎㅎ 반가운 책도 보이고.~ 저도 한서열전 궁금합니다 저 두께에 세권이기까지 하다는 거죠 ? ㅎㅎ

그레이스 2021-07-14 11:10   좋아요 5 | URL
사실 21세기 북스인가에서 한서 완역 10권 도서관에서 빌려 눈으로 훑기만 했는데요
민음사 저자 강의 듣고 사기로했어요

scott 2021-07-14 11: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 그레이스님 7월 무더위 이책들과 집콕독서의 시간을!!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한권씩 독파하는 스릴까지!
소세키 전집 너머로 보이는 언덕위의 구름까지
제가 읽은책 안 읽은책 손가락으로 꼽아봐여 १✌˚◡˚✌५

그레이스 2021-07-14 11:30   좋아요 6 | URL
앗 시바 료타로!
눈밝은 scott님
전 아직 못 읽었어요
그냥 배경일뿐예요
남편이 좋아하는 작가라...^^

얄라알라 2021-07-14 11:1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현암사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한권한권 북디자인이며^^ 그레이스님 서가에서 현암사 책들이 더 우아한 그레이스로 자리 잡았네요^^

그레이스 2021-07-14 11:31   좋아요 5 | URL
😀

붕붕툐툐 2021-07-14 1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기 읽고 싶은데~ 어디 츨판사로 읽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용?ㅎㅎ 진짜 한서열전의 위엄~👍👍
낯익은 책이 보이면 왤케 반가운지-읽지도 않았건만ㅋ- 그레이스님 행복한 독서 예약이네용~ 남편분이 사둔 책 발견이라니~ 로맨틱함!!^^

그레이스 2021-07-14 14:05   좋아요 4 | URL
사기는 까치 민음사 올제 세개 출판사 병행했어요
한자어가 힘드시면 민음사가 좋아요

붕붕툐툐 2021-07-15 00:20   좋아요 2 | URL
세 개 병행~ 역시... 수준이 수준이...👍👍👍👍
감사합니다. 꼭 도전해 볼게욤^^

새파랑 2021-07-14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무려 5권이라는~!! 저도 소세키 전집 가지고 싶어요 ㅜㅜ

서재가 서점 같은 느낌이 드네요 완전 부러워요 👍👍

그레이스 2021-07-14 14:07   좋아요 3 | URL
분류해서 꽂기는 하는데 있는 책 찾는것도 하루종일 걸릴때가 있어요 ㅋ

겨울호랑이 2021-07-14 1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서열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께가 만만치 않네요. 그레이스님 덕분에 책의 대강을 짐작하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1-07-14 14:03   좋아요 4 | URL
함께 읽어요~~

독서괭 2021-07-14 13: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 발견하기˝- 장서가들의 숙명인가 봅니다. 전 아직 그정도는 아닙니다. 더 많이 사야겠습니다(?) ㅋㅋ 한서열전 두께가 굉장하네요;;

그레이스 2021-07-14 14:03   좋아요 3 | URL
ㅎㅎ
망겔은 서점 피그말리온에서 책을 숨겨가기도 하더라구요
그에게서도 숙명같은 책에 대한 탐심이....!
ㅎㅎ

서니데이 2021-07-14 23: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마천의 사기는 두꺼울 것 같았지만, 반고의 한서도 상당히 두꺼운 책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나쓰메 소세키의 책이 크게 보이기도 하고요.
사진 잘 봤습니다. 그레이스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7-14 23:57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무더운밤 안녕히 주무세요~

희선 2021-07-15 01: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책을 사실 뻔했군요 그레이스 님이 사신 게 아니어서 있는지 몰랐지만, 마침 그 책이 보였군요 그렇게 찾아서 다행입니다 그레이스 님과 겹치는 건 나쓰메 소세키 책 정도네요 그렇게 많이 못 보고 잘 못 봤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보면 좋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는 듯합니다

사신 책을 책장에 꽂아두면 기분 좋을 것 같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15 05:18   좋아요 3 | URL
택배박스 뜯을 때가 제일 좋구요
꽂아놓을때도 뿌듯하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압박감이 오죠^^
언제 읽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예뻐요 ~♡

하나의책장 2021-07-16 0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들이 가득 든 택배 언박싱할 때가 제일 신나죠😚
전 벽돌책 너무 좋아해요. 거의 실패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ㅎㅎ
뭔가, 책들로 가득할 것 같은 그레이스님 책장, 문득 궁금해지네요❣
 
프란시스코의 나비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권장도서, 개정판
프란시스코 지메네즈 지음, 하정임 옮김, 노현주 그림 / 다른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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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로 가면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국경이라는 말은 판치토(프란시스코)가 멕시코의 고향에서 자주 들었던 단어였다. 국경 너머에 있는 것은 희망이었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약속의 땅이었다.

 

판치토의 가족은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를 향해 국경을 넘는다. 1940년대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자들이 그렇듯이 판치토네 가족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왔다. 도착한 그곳은 불법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텐트촌이다. 판치토의 가족들은 딸기수확이 끝나면 포도 농장으로, 포도 수확이 끝나면 목화 농장으로, 그들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이동을 하며 산다. 판치토는 학교에 다니게 되지만 잦은 이동 때문에 친구들과의 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동생들이 태어나고, 아버지는 아픈 허리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아진다. 형 로베르토는 농장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시내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 곳에 정착하기로 한다. 판치토도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그만 하고 싶어 한다. 로베르토가 일자리를 갖게 되고 판치토 역시 한 지역의 중학교에 계속 다니게 된다. 학교에서 독립선언문을 암기하고 있는 판치토 앞에 이민국 직원들이 들이 닥친다.

 

판치토가 외우고 있던 구절은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역설적인 그림 앞에 맥이 빠지고 허무하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자유와 행복의 추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에서 그것은 누구에게나 자명한 진리가 아닌 것이다. ‘국경 순찰대차에 태워져 형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10대의 판치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국경만 넘으면 보장될 것 같았던 행복은, 그 철조망이라는 물리적 경계 뒤에 언어, 국적과 같은 훨씬 넘기 어려운 장벽이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벽은 애벌레를 담고 있는 유리병이 상징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교실 뒤에 있었던 병 안의 애벌레는 판치토를 닮았다. 실로 몸을 꼭꼭 감싸는 고치는, 숨겨두었던 판치토의 마음-엄마와 아빠와 형이 넓은 목화밭 안으로 사라진 뒤 기다리던 유년기의 두려움, 언어로 인한 고독, 선생님께 받은 외투가 커티스의 잃어버렸던 옷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느낀 수치심-을 상징한다.

한편 고치가 나비가 되고, 병속에서 나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이 책의 첫 장에 인용한 토마스만의 말처럼,

세상의 문제는 사실 단 하나뿐이니…….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어떻게 열린 곳으로 나아갈 것이가?

어떻게 고치를 벗고 나비가 될 것인가?”

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순환을 깨뜨리고 나비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영어 제목은 The Circuit : Stories from the Life of a Migrant Child 이다. 불법이민 가정의 아이 프란시스코의 유년시절은 circuit(순환)이다. 그것은 판치토의 가족이 끊임없이 목화, 포도, 딸기 농장 사이를 떠돌아다닌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애벌레에서 고치로 또 나비로 변태해 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가난의 순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그들도 농장을 유랑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농장주들의 횡포에 분노한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홍수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애에서 희망을 그린다. 또한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멕시코에서 하와이에서 같은 고난의 시간을 보낸 역사를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작가에게서는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프란시스코 지메네즈는 멕시코로 추방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형과 함께 일하며 가족들과 재회한다.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꿈을 이룬다. 현재 콜롬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이 내용은 돌파 Breaking Through라는 후속 작품에서 소개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작가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기회라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느슨해진 철조망처럼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지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미국의 국경선에 세워진 콘크리트 장벽이 보여주듯 그런 희망을 생각하기 어렵다. 밖으로 장벽이 많고 높은 배타적인 사회는 내부에서도 경계가 많아지고 뚜렷해진다. 외부로 향한 잣대는 그 사회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은 내부에서도 효력을 발휘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배타적인 경계와 장벽이 높은 사회에서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다.

 

이 자전적 소설에는, 두 세대 이전,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본 인간의 행복추구권에 대한 역설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이방인들은 행복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난이라는 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과연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인가? 경계와 장벽을 만들고 추방하는 사회에서 과연 누구에게나 기회와 권리는 있는 것인가? 에 대한 논제들을 던져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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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13 2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꿈을 이루고 어려웠던 과거를 책으로 써내며 진짜 나비가 되었네요. 그레이스님 글처럼 분노의 포도나 애니갱? 맞나요. 생각도 떠오르네요. 구분짓기와 국경선만 없애도 훨씬 평화로워질거란 글이 기억나요 *^^* 재미있는 책 소개 고맙습니다 ~< 찜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1-07-14 07:14   좋아요 5 | URL
애네껜, 애니깽 ...
어차피 외래어니
김영하 작가의 <검은꽃>이나 청소년소설<에네껜아이들>이 유카탄반도에 이주했던 노동자들 이야기죠^^


scott 2021-07-14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저임금 불법 이민자들이 없으면 멈춰버리는 곳입니다
목숨 걸고 국경 너머온 부모는 그자리에서 사망하고 아이만 살았는데
이들 전부 코로나로 어디 수용소로 보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1-07-14 06:43   좋아요 2 | URL
ㅠㅠ
두려움에 떨고 있을 아이들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관광의 역할은 전쟁, 침략, 피난이라는 인간의 끝없는 행렬을 놀이로 재구성하는 것, 이주의 비극을 욕망과 지출의희극으로 재공연하는 것이다. 관광객에게서 순례자의 메아리가울리기도 한다. 물론 세속의 관광객이 찾아다니는 것은 더 다양하고 더 변덕스럽다. 예컨대 태양을 찾아다닐 수도 있고 특정한 지형이나 기후를 찾아다닐 수도 있고 축제를 찾아다닐 수도있고 과거의 흔적과 유물을 찾아다닐 수도 있다. 관광객은 묘한인종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여행의 진정한 목적과 묘미는 그저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 P49

스위프트는 영국 성공회의 하인이자 대성당의 주인이었다. 성 패트릭 대성당의 남쪽 통로에서 바라보면, 벽면 상단에는 스위프트의 묘비명이 새겨진 검은색 대리석 패널이 걸려있고, 그 좌측 하단에는 퉁퉁한 이목구비가 강조된 흰색 반신상이 있고, 그 앞 바닥에는 그의 유골이 묻혀 있었다. 스위프트본인이 라틴어로 쓴 묘비명을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이렇게 옮겼다.
스위프트는 저 안식처에 닿았으니흉폭한 분노에가슴 찢길 일은 이제 없으리라이승에 취한 여행자여 용기가 있거든그가 갔던 길을 가라그는 인간의 자유를 섬기는 하인이었다.
자신의 무덤이 관광명소가 되리라는 것을 예견한 듯한 묘비명이다.
- P53

식민지에서의 사나운 탐욕스러움과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에서의 숨 막히는 무사안일함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해낸 것이 에드워드 사이드였다.(소설에 등장하는 나태한 젠트리 계급은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노예 농장의 수익에 기생한다.)하지만 스위프트는 18세기에 이미 이런 종류의 지도 개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스위프트 자신이 속해 있는 우아한 사교계가뒤에서, 밑에서,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가를 까발려주는 작업이었다. 유머 그 자체가 이중적 시야를 갖는 방법, 당위와 실상의간극을 감지하는 방법일 수 있다. 당위와 실상의 간극은 논리,
언어 등의 형식 요소에도 존재하고 사회생활, 정치생활의 위선에도 존재하는 만큼, 유미라는 동력은 단순한 농담에서도 작용할 수 있고 장문의 풍자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 스위프트의 시에서 유머가 고상함과 저속함을 끊임없이 오가는 데 있다면, 그의 겸손한 제안(A Modest Proposal)」에서 유머는 식인을 아일랜드의 빈곤에 대한 합리적 해법으로 제시함으로써 기득권 세력의 착취 방식들이 본질적으로 식인과 다르지 않음을 까발리는데 있다. 유머를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기성 질서의 수혜자들이었고, 유머는 언제나 그 간극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들의 놀이이자 연장이자 무기였다. 더블린에서 바라본 세상은 비극적, 영웅적, 감상적일 때가 많았지만, 뼈 아프게 웃긴 경우도 있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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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중간 중간 차를 멈추고 일자리가 있는지 물어보면서 이동을 하였다. 마침내 어렵게 일꾼이필요한 목화농장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주인은 목화 따는 일과 살 곳을 마련해 주었다. 앞으로 우리가살 곳은 일렬로 줄지어져 있는 여러 개의 암갈색 텐트 중 하나였다. 일꾼들의 숙소는 마치 군대 막사 같았다. 우리는 차에서 짐을 내리고 더러운 바닥에 두꺼운 마분지를 깔아 그 위에 넓은 매트리스를 놓았다. 밤만 되면 텐트 안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어서 너무 추웠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아빠, 엄마, 로베르토, 트램피타, 토리토, 루벤, 그리고 나는 매트리스 위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을 잤다
- P97

새벽에 우리 형제들은 신발 옆에 놓여있는 선물을빨리 보려고 서로 앞다투어 일어났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물 포장지를 천천히 뜯었다. 거기에는사탕 한 봉지가 들어 있었다. 로베르토 형과 트램피타, 토리토 그리고 나는 슬픈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형제 모두 사탕 한 봉지를 선물로 받은것이다.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엄마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엄마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가득 고여 있었다. 그 때 엄마 옆에서 담배 연기만 길게 내뿜고 계시던 아빠가 담뱃불을 끄고 일어나셨다.
아빠는 매트리스 한 쪽 귀퉁이를 들어올리시더니 그밑에서 자수가 놓인 흰 손수건을 꺼내셨다. 그리고 엄마에게 건네 주시면서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메리 크리스마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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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문장을 따라가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두 세줄 사이를 계속 오가지만 아무 의미도 읽어낼 수가 없다. 더운 여름이라 베란다 문은 열려있고, 한 시간째 아파트 옆 동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성 소리에 불안해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음악을 틀거나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어도 좋지만 들려오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서 온 신경이 그리로만 향한다. 결국 불안한 마음에 창가로 가서 내다보고 귀를 기울인다. 광기에 가까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중생 정도로 들린다. 저러다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을 쓰는데 그 목소리의 내용은 10대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욕설이다.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와 악을 쓰는 소리 사이에 간간히 섞여서 어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겠지.

 

상황을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고성소리가 2시간가량 지속되면서 그 소리에 담겨있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하는 생각에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어쩌다 한 사람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한 사람은 그저 말리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우울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불안과 고통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제 그들의 상황을 떠나 우리 시대 아이들의 불안과 공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에 적응 못하고, 게임 중독에 빠지고, 야단치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닫는 아이들. 세상은 이 아이들을 부적응이라고 규정짓고 벌써부터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다. 자신의 미래는 없는 것처럼 보이고 지금 빠져있는 상황에서는 점점 헤어 나오기 힘든 아이들.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불안함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게임 중독에 빠져 물건을 부수고 미친 듯이 날뛰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엄마를 기억한다. 그 아이를 사로 잡았던 감정은 불안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아는데, 끊을 수 없고 그런 자신이 실패한 것 같아서 불안함에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괜찮다고,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무서울 것이다. 맘먹은 대로 안되는 단계를 넘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

 

나도 부모의 입장이라 이런 자식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는 얼마나 지옥 같을까를 생각하며 마음이 내려앉는다. 속마음을 알고 싶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그들 사이에 언어가 없다.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단절된 언어가 되어 버렸다. 자신이 속한 세계의 언어로 하고 있어서 그것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방의 언어가 된 것이다.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소> 김기택 시집

 

김기택 시인에게 소는 시의 소재로서 관찰의 대상이었다. 그는 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시를 썼다. 어느 날 시인이 소의 눈을 마주하면서 소는 하나의 관찰의 대상이 아닌 말을 하는 주체로서 다가왔다. 그런데 소에게는 시인에게 전달할 언어가 없고 시인에게는 들을 귀가 없다. 결국,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앉는다. 하고 싶은 말을 가득 담은 눈, 그래서 눈물이 떨어질 듯 그렁그렁 하다. 그 그렁그렁한 눈은 말하기를 체념한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고 되새김질만 하면서.

 

소의 눈을 가진 아이들. 말을 하고 싶은데 들을 귀가 없는 우리 앞에서 질문과 요청 분노 항변을 가득 담은 아이들의 눈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말하지 않고 듣지 못해서 소통은 단절되고, 언어가 사라진 것이다.

비록 그럴지라도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과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분절된 단어들일지라도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두 사람 사이의 언어가 생길 때까지...

 

제발 내가 들었던 소음이 그런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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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니스 2021-07-10 2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층간소음이 심해서 윗집여자 땜에 스트레스 받아요. 맨날 애를 잡거든요.. 거의 매일요.ㅠㅠ

그레이스 2021-07-10 22:39   좋아요 1 | URL
ㅠㅠ

mini74 2021-07-11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는 다 자라지만, 절제를 담당하는 부위는 늦게 성장해서 사춘기의 열병이 생기는 거란 글을 읽고 아이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도 스스로 어찌 할 수 없어 저러는거겠지싶은 마음 ㅎㅎ 소의 눈을 가진 아이들이란 말이 뭉클하네오. 자신들이 다 자란줄 아는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들 *^^*

그레이스 2021-07-1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두엽이 다 안자라서 그러겠지 하고 농담처럼 말했던 때가 있었어요^^

희선 2021-07-1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말이 없다 어느 날 아주 이상한 일이 되어 나타나는 게 좋을지, 소리라도 치는 게 나을지... 아무 말 없는 것보다는 소리라도 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러면 왜 그런지 알려고 할지도 모르니... 그레이스 님 바람처럼 엄마와 딸인 듯한 두 사람이 말을 하면 좋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13 20:11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침묵이 좋을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침묵은 건강하지 않다는 싸인이 될 때가 많죠.
희선님!
무덥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