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화자가 걷던 파리의 거리와 프랑수와즈 사강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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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7-24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리뷰 잘 안 쓰는 인간인데 예전에 <프랑스 여자처럼> 읽고서 리뷰 썼던 기억만 나요.ㅎㅎ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7-24 11:28   좋아요 2 | URL
^^ 저는 생각날때 마다 한사람씩 읽고 있어요.
리뷰 찾아 읽어볼께요

라로 2021-07-24 14:04   좋아요 2 | URL
앗! 찾아 읽으실 필요 없어요. 별 내용 없다능 ㅎㅎㅎ
 

백수린 작가의 시간의 궤적이라는 소설을 보고 녹색광선이라는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녹색광선1986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감독 에릭 로메르 만큼이나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기 힘든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리, 스페인 어느 시골, 그리고 프랑스의 해변, 어느 곳에서나 사람들 가운데서 부유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외로움과 우울함을 던져준다. 델핀느가 극 중에서 가장 많이 하는 대사는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나는 그래와 같은 말들이다. 델핀느를 걱정하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스페인의 농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비아리츠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의 대화에서도 자신을 이해 못하겠다는 뉘앙스의 말에 상처를 받고 울음을 터뜨린다. 카메라 앵글 안의 일광욕과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변의 풍경은 오히려 그녀의 외로움만을 부각시키고 대비시킨다. 카메라의 시선은 외로움으로 흔들리는 그녀의 시선이다.

 

그녀는 해변을 지나다 쥘 베른의 녹색광선이란 소설에 대한 대화를 듣게 된다. ‘녹색광선은 해가 수평선 밑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빛의 굴절에 의해 초록빛을 내는 현상이다. 이것은 보기 힘든 현상이어서, 이 녹색광선이 보일 때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쥘 베른의 소설 속에 나오는 녹색광선(Le Rayon Vert)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설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마음이 끌리는 남자를 만난 델핀은 함께 바닷가를 향하고, 해가 지길 기다린다. 녹색광선을 보고 델핀이 울음을 터뜨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부서지기 쉽고 연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델핀의 울음과 그녀의 연약하기 짝이 없는 항변의 떨림에 공감할 수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리와 해변의 풍경, 사람들의 시시덕거림이 그녀의 외로움을 대비시키기 위한 장치라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간의 궤적주인공과 파리에서 만난 언니가 비아리츠 해변으로 여행을 떠났었는지, 그리고 그 곳에서의 추억이 주인공에게 그리움으로 남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녹색광선의 주인공 델핀의 외로움을 공감하는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서로가 외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외로움에 공명했을 것이다. 델핀느가 외로움에 몸서리쳤고, 녹색광선을 목격했던 그 바닷가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그 바닷가는 그들의 사랑, 상처, 외로움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있을지 모를 완벽한 행복도

주인공이 그리워하는 것은 언니가 아니라, 그때의 바닷가에서 느낀 감동과 자유 그리고 아직 꿀 수 있었던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영화 감상 댓글에 누군가 남겨놓은 것처럼 그녀 역시 델핀느처럼 소극적인 낭만주의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마지막 컷 수평선 밑으로 가라앉는 해의 녹색광선 때문에 쥘 베른의 소설 <녹색광선>을 구매했다.

 

 

 

프랑수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 폴과 로제는 오랜 연인 사이이다. 로제는 관계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고, 폴은 로제의 태도에 상처받고 지쳐간다. 그런 폴 앞에 어린 청년 시몽이 나타난다. 14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사랑했던 브람스처럼. 시몽의 젊고 열정적인 사랑에 폴은 흔들린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돌아온 로제에게로 향하고, 시몽은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선다. 그의 이별은 폴에게 다가올 때만큼이나 젊고 아프다. 그러나 로제에게 돌아가는 폴은 어떤 기대도 떨림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모든 사랑이 다 그렇다는 듯, 이제는 열정이나 가슴앓이를 하는 불안함에 머무는 것보다 가끔 지치고 위기가 오기도 하지만 서로 익숙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선택한다. 폴은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과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시몽이 부럽기조차 하다. 격정적인 슬픔에 몸을 휘청거리며 떠나가는 시몽에게 그녀는 말한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라고.

 

사랑의 영원함보다는 금방 끝나버리는 열정을 믿는다는 사강은 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격정적인 사랑보다는 익숙함으로 향하는 폴의 불안함은 무엇일까? 차라리 외로움을 선택하는 그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절망적인 것일까?

 

작가 사강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시간의 궤적의 주인공과 언니는 어디에 끌렸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덧없음에? 폴과 같은 여성들이 익숙함 안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경향성에?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질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시간의 궤적은 소설 속 화자의 만남과 균열에 관한 이야기다. 화자의 마음 안에서 일어난 불편한 마음들은 관계의 파열을 가져오고 회복하지 못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온 화자는 어학원에서 주재원으로 프랑스에 온 한국인 언니(소설 속에서는 언니라고만 부르고 있다)를 만난다. 그들은 저녁마다 함께 걷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그들은 헤어짐의 아픔을 경험했다는 것과 사강의 소설과 녹색광선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화 녹색광선의 배경이 된 비아리츠 바닷가를 여행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두 사람은 서로의 내밀한 마음을 보여주는 사이가 된다. 화자의 불편한 감정과 서투른 말로 언니에게 상처를 주고 멀어졌지만, 그녀는 비아리츠 바닷가를 그리워한다.

 

그렇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쉬운 세상도 아닌데, 그런 사람을 만나고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그럼에도 우리의 만남들은 파열음을 내고 깨어져 버릴 때가 많다. 내 안의 무엇이 그리고 그의 무엇이 어긋나게 했는지 모르지만 균열이 일어난 사건만은 인지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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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3 2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화 녹색 광선의 배경인 프랑스 남서부 해안은 날씨가 화창하게 개인 날이 없는곳입니다
하지만 여름 철 해질무렵에 보이는 녹색 빛깔 노을 때문에 관광객들이 몰려가는 곳 생 장 드 뤼즈(Saint Jean de Luz) 스페인 국경과 인접한 마을임
그래서 미국에서 개봉 할 당시 영화 제목이 ˝여름‘이였습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델핀이 비아리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읽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네요(물론 영화속 녹색 광선이 비친 장면도!)

그레이스 2021-07-23 23:18   좋아요 4 | URL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죠^^
도스토예프스키 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남자가 델핀느에게 끌린 이유였을까요?

정보 감사합니다.~♡
역시 scott님 👍

미미 2021-07-23 23: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다음 구매 때 쥘베른의 작품 사야겠어요! 영화도 보고 싶고요. 녹색광선을 본것도 같고 못본것도 같고...저는 해가 질 때 좀 더 밝은 시점에 탐닉하는 편이거든요. 사진 상으로는 보통 관심을 갖지않는 찰나같네요.

그레이스 2021-07-26 10:14   좋아요 6 | URL
어느 영화에서는 파란색 석양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의 신비!
영화 먼저 보시면 책을 더 읽고 싶어지실듯요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서 쥘 베른의 소설과 빛의 산란과 굴절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년여성과 노인의 풍경이 인상적이었어요!
녹색광선을 보고 외마디 감격의소리를 내는 델핀느의 전율을 느끼게 돼요^^~♡

mini74 2021-07-24 0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소개해 주신 책들도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영화도 보고싶고 책도 읽고 싶고 *^^*쥘 베른 녹색광선 하면 막 스타워즈처럼 녹색광선 휘두를 것 같은데. 이런 낭만적인 주제라니!! 그래이스님덕에 새로운 걸 많이 알고갑니다. 녹색광선도 담고 *^^*

그레이스 2021-07-24 00:25   좋아요 4 | URL
미니님 올려주시는 미술관련 책들에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

희선 2021-07-24 00: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설 <시간의 궤적>에서 말하는 영화 <녹색광선>을 보시기도 했군요 저는 그냥 그런 영화가 있구나 했을 뿐인데... 그걸 알고 소설을 보면 다른 느낌이 들 것도 같군요 두 사람은 비슷했지만, 시간이 가고 조금 달라져서 그렇게 멀어진 건가 했는데... 좋았던 사이여도 한번 틀어지면 다시 돌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간의 궤적>에서는 ‘나’가 다시 언니한테 연락할 것 같기도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24 00:55   좋아요 6 | URL
안 할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화자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해요~
지금의 저라면 연락하는 쪽을 택할것 같구요^^
여름밤 평안하시길~♡

새파랑 2021-07-24 16: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출판사 이름의 기원이 이거 였군요. 이 사진 완전 멋지네요.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여름의 빌라, 브람스 좋아하세요... 둘 다 완전 좋아하는 작품 😊

그레이스 2021-07-24 07:56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의 빠른 독서와 리뷰를 돌이켜 보건대 기대됩니다^^

scott 2021-08-06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추카~*

그레이스 2021-08-06 16: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1-08-06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리뷰 당근 당선되실거라 ㅎㅎ 축하드려요 그래이스님 *^^*

그레이스 2021-08-06 16:5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나갔다가 들어왔더니 소식이 50개나..!
여러분들 따라다니며 축하메세지 남기다가 여기에도 할뻔 했어요 ㅠ
기계적 인사 반성중
인사하고 스크롤해서 내용은 봐요
오해 마세욥!ㅋㅋ

초딩 2021-08-06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8-06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초란공 2021-08-06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저도 사놓고 깜빡한 책이네요 ^^

그레이스 2021-08-06 18: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08-06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축하드려요.
무조건 따놓은 당상이라고 해야겠죠, ㅎㅎ

그레이스 2021-08-06 18:54   좋아요 1 | URL
감솨합니다 ~♡^^

thkang1001 2021-08-06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8:54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

모나리자 2021-08-06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그레이스님~
8월도 책과 함께 행복한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1-08-06 18: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1-08-06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8: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8-06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9:16   좋아요 0 | URL
감사드려요~♡

새파랑 2021-08-06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완전 축하드려요. 이 페이퍼 너무 좋았는데 당선되어서 기쁘네요 ^^

그레이스 2021-08-06 19: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기뻐해주시기까지...!
책사러 가야죠^^
언제 사야 가장 기분이 좋을지 생각중이었습니다.ㅋㅋ
이래서 북플 하나봐요.ㅋㅋ

희선 2021-08-07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또 축하합니다 녹색광선이라는 영화 몰랐는데 그레이스 님이 쓰신 글 보고 알았네요 그레이스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08-07 01: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8-07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왕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8-07 09: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 2021-08-08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와즈 사강 책은 슬픔 하나 밖에 못 읽었는데 그레이스님 페이퍼 읽고 나니 브람스도 읽어야겠어요 ㅎㅎㅎㅎ 이달의 당선작도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다릴께요!!

그레이스 2021-08-08 22: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브람스... 리뷰 기다릴께요~
 

타히티 여성의 몸은 백인 남성으로서, 그리고 화가로서 고갱의욕망을 나타내기 위해 도용된다. 주체로서의 타히티 여성 테하아마나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고갱에 의해 지워진다. 역사적으로 구성되고 문화적으로 특정적인 여성 주체로서의 테하아마나는 없다. 백인의 시각이라는 거울 속에 비춰진 자기 자신을 보았던 파농의 경험처럼 테하아마나는 고갱의 인종적 편견, 환상, 그리고 ‘성‘ 에 대한 그의 역사적인 작업으로 얼룩진 타히티 여인의몸이라는 대상으로서 다시 제시된(re presented) 것이다.
- P120

< 테하아마나>가 제작된 순간, 즉 이 작품을 탄생하도록 한 조건은 서구의 근대성이었다. 이는 유럽 남성의 시각이다. 그러한응시와 그 응시가 침대에서 화가에게 봉사하도록 구매된 타히티여성의 몸에 각인한 욕망 하에서, 타히티는 단지 고갱이 혼란스럽게 만든 죽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 씻을 수 없는 하나의 알리바이 인 것이다. 근대적인 것의 중심에는 전근대나 비근대가 보존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남태평양의 여행에 대한 관광객의 환상이다. 실상은 유럽인들의 손이 닿는 것마다 그들의 돈으로 오염되고, 그들의 시선에 의해 길들여지고 그들의 권력으로 인해흔적이 남고 그들의 욕망대로 모양을 갖춘다. 관광주의가 식민주의와 영합하고 예술이 식민주의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는 바로이 시점에서, 우리는 문화적이고 성적인 차이의 과도한 결합과그들 사이의 상호 교차를 보게 된다. 즉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과정에서 그 심장부에 자리잡은 성과 인종을 말이다.
이러한 위대한 거장들을 비판적 시각 없이 계속해서 치하하고, 고갱이 스스로 기획·제작한 전략이라는 의미에서 그의 아방가르드의 전략을 확고히 뒷받침해 주는 미술사는 미술사의 젠더(성)뿐 아니라 색채(인종)도 노출시키는 유럽 중심적 프로젝트와 연합하는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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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담론에서 피부색, 즉 피부에 있는 멜라닌 색소의양은 페티시(fetish)로 기능한다.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은 『검은 피부, 하얀 마스크』(1952)에서 식민지배를 받는 주체가 궁지에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 그는 한 백인 어린이와의 고통스런 만남에 대해 자세하게 쓰고 있다. 그 아이가 자신을타자로, 검둥이로 끔찍하게 이름 붙인 것에 대해 파농은 다음과같이 묘사한다. "온통 검은색 피를 뒤집어쓴 채… 어느 하얀 눈이 덮인 겨울 날, 내 몸은 얻어맞아 멍들고 뒤틀리고 완전히 녹초가 되어 내게로 다시 돌아왔다." - P69

 서구사회의 남성성이 작용하는 그러한 양극의 개념(위의 이항대립을 의미)이 없다면 (수잔나와 노인들(그림 15)도 그와 같이 남성성이 작용하는 또 다른 암시된 참조체(referent)이다.) 그 이미지는 그 누드성에서 ‘순결하고 합당하고 인류학적인 ‘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시되고해석되는 맥락에서 보면 고갱이 규명한 ‘원주민의 정신세계‘ 를위장하고 있는 가면은 벗겨질 것이며, 결국 고갱의 그림은 서구의 성(sexuality)이라는 범주 안에서 그 발단이 형성된 것으로서부당하고/음란하고/공격적이고/관음증적인 위험한 축을 따라그 자체를 노출할 것이다. 29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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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령 식민지 마르티니크 출신으로서 1863 년 당시 파리거주했던 아프리카 여성에 대해 마네가 그토록 조심스레 구축사회적 · 역사적 특수성은 고갱에 의해 남김없이 제거되었다.
는 그가 그 아프리카 여성을 어두운 여성(dark lady)으로 바꾸고나서, 그림에서 엎드려 있는 여인의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망령이나 영혼, 유령으로 만듦으로서 이루어진 셈이다. 이러한 변경은 흑인성(blackness)을 암흑(darkness)이나 죽음으로 슬며시 연결시키는 유럽 중심주의적 담론의 연쇄적인 설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갱은 이 인물을 죽은 이의 영혼이라고불렀다. 피카소가 등장하기 10여 년 전, 고갱은 유럽의 인류학서적과 국제적인 식민지 전람회 등을 보고 고안해 낸 ‘열대(Tropics)라는 문화적 형식에 죽음에 대한 자신의 환상을 혼합시켰는데, 그 문화적 형태는 고갱의 유럽적 감수성에 비추어 인종적 차이와 성적 차이를 가장 생생하게 의미했던 것이다. 식민적인식과 ‘차이‘ 의 투영은 유럽 문화에 대항하여 차용된 하나의 미적 차이의 형태가 되는 것인데, 실상 이 전자의 유럽 문화에서 고갱은 하나의 예술적 저자로서, 또 하나의 미학적 상품으로서의 ‘고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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