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가의 친척들은 모두 앞에 자를 붙여 칭한다. 외조모, 외외증조모, ……. 4대를 거슬러 올라간 여자들의 서사를 이야기할 때 이 자는 탈락한다. 좋았다. 유전자가 대물림 되듯 당연하게 생각되던 삶의 태도, 말하지 않고 견디던 여성들의 삶이 만들어놓은 토양은 여전히 우리에게 같은 열매를 요구한다. 매서운 현실 속에서도 서로의 울음을 받아주었던 소매는 서사를 기록하는 페이지가 되고, 대물림에서 벗어나는 치유가 된다.

 

지연은 10살 무렵의 기억이 있는 희령의 천문대 연구원으로 지원해서 직장을 옮긴다. 엄마랑 할머니의 관계가 단절된 이후로 찾아온 적이 없는 곳이다. 집을 구해 이사한 후,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엄마(미선)와 할머니(영옥), 증조모(삼천)의 이야기를 듣는다. 증조모는 백정의 딸이다. 일제 강점기였고, 증조모는 위안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천주교 순교자 집안의 자녀인 증조부는 사람은 빈부귀천이 없음을 믿었고 실천한다. 처음 본 증조모에 대한 연민과 끌림으로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부모의 반대를 거역하고, 증조모와 결혼을 하고 삼천을 떠난다. 증조모는 병상에 있는 자신의 엄마를 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왔다.”(34p) 두 사람은 개성에 자리를 잡고, 증조모는 삼천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백정의 딸이라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남편을 가족들과 의절하게 했다는 이유로 이웃들과 성당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는다. 증조부는 가족과의 단절과 친지들의 외면과 비난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의 마음속에 노여움과 억울함이 생겨났고, 그로 인한 죄책감을 울화를 가슴에 품게 된다. 그녀는 침묵 속에서 체념을 배우고, 남편의 의중을 살피는 삶을 살게 된다. 그 체념은 고조모가 가르쳐 준 사는 법이다. 그녀들에게 기대는 사치뿐 아니라 위험한 무엇이었다.

 

이것이 대물림된 체념의 역사다. 백정과 여성이라는 신분 중에 어떤 것이 고조모나 증조모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까? 1887년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가 되었던 박서양을 떠올려 보면 드물기는 하지만 신분제가 폐지된 이 시기 특히 기독교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는 천민 남성들에게는 기회가 있긴 했었다. 여성인 삼천은 양민인 남편과 결혼했어도 백정의 딸이라는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기독교적인 신념도 그들의 공동체를 설득하지 못했다. 남편에게로 귀속되는 결혼제도를 받아들여 도피와 안전을 도모했던 그녀는 오히려 침묵 속에 갇힌다. 거부했던 엄마의 삶의 태도를 몸에 새기고 있다.

 

그 체념은 영옥에게 이어진다. 그녀에게는 백정의 핏줄이라는 꼬리표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의 정서, 아들이 아닌 딸이어서 받는 무심함이 덧붙여진다.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이 결핍되었던 영옥은 그의 결정과 명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중혼인 줄 알면서도 남선과 결혼시키고, 아버지는 오히려 남편을 붙잡아놓지 못한 딸의 무능을 비난한다. 영옥과 남선 사이에 낳은 딸 미선은 남선과 전처의 호적에 올려지고, 영옥은 홀로 미선을 키운다.

 

미선 역시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의 횡포에도 침묵하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불행을 참는 여성이다. 큰 딸의 죽음에 대해 평생 죄의식을 지닌 엄마다. 유방암이 다시 재발해서 병원에 입원했어도 문병조차 하지 않는 남편의 무심함을 견딘다. 딸에게도 이혼하지 말고 참고 살 것을 종용한다.

 

엄마는 남자와 사는 삶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도리어 엄마야말로 남자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 같았다. 때리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족하다니,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런 체념이 또 어디 있을까.”(17p)

 

이혼 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지연에게 미선은 딸의 이혼 때문에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얼마나 괴롭고 우울한지 호소”(18p) 한다. 모든 문제는 마음먹기 마련이라고 약 없이 이겨보라고 한다. 캐럴라인 냅이 인용했듯 자신의 열망과 야망과 좌절감을 억누르고 있는 어머니가 자녀의 기쁨과 실패에 감정이입하며 공감할 수 없다”(134p 욕구들). 어쩌면 그녀들은 자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안정적으로 평안하게 살길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고 질문할 것이다. 자녀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당신은 행복한가? 당신이 굴복하고 있는 체념이라는 삶의 태도는 정말 안정과 평안을 주는가? 하고 묻게 된다.

 

한편 4대에 걸친 여자들의 감옥같은 삶에 한 줄기 빛은 바로 사람이었다. 개성에서 모두가 외면할 때 새비는 삼천을 위해주었고, 죽음과 같은 출산을 겪을 때 손을 잡아주었다. 이름이 아닌 떠나온 고향의 이름으로 불리던 두 여자는 일제강점기와 히로시마 원폭, 6.26 전쟁을 겪으며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다. 헤어짐의 고통을 겪고 때로는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밤이 새도록 서로의 슬픔과 원통함을 끌어 안아주었다. 삼천에게 새비는 자신을 귀애해주고, 애지중지한”(116p) 유일한 사람이었다. 영옥과 희자는 3년 터울로 태어나 어머니들의 우정을 이어받지만 성장 후 그들의 처지가 달라짐에 따라 소원해진다. 영옥은 자신과는 다른 길을 가는 희자에 대해 느꼈던 질투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하지 못했던 후회를 갖고 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새비 아저씨, 명숙 할머니, 희자에 대한 회환은 김소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보여졌던 헤어진 사람들에 대한 감정- 헤아리지 못했던 타인의 슬픔, 오해, 착각, 꺼내지 못했던 말들, 질투와 같은 못난 감정들에 대한 후회-을 소환한다. 전작에서와 달리 삼천과 새비,, 영옥과 희자의 해후는 서로의 아픔을 공감했던 순간이 있었다는 다름 때문일 것이다. 미선은 명희가 숨통이 되고, 지영에게는 지우라는 친구가 가끔씩 찾아온다. 자신의 아픔을 알고 있고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지연은 할머니의 설화(說話)에서 치유를 경험한다. 어머니에게 대물림된 체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자신에게 지워진 억압의 근원을 찾아낸다. 그녀가 희령을 떠나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혼녀임을 당당히 밝힌 것이 상처로 돌아오는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지만 떠날 수 있는 자유함과 새로운 곳으로 향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할머니에게 들을 수 있는 역사는 4대까지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역사-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거부할 때 공동체는 그녀를 비난하고 고립시키고 학대해 온 역사-를 알고 있다. 맘모스가 출몰하는 시대, 세상의 모든 딸들의 주인공이 여성에게 요구되는 태도를 벗어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려 할 때, 공동체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홀로 아이를 낳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그 굴레는 원시적이고 강력하다. 아이를 낳는 몸에 새겨진 왜곡된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리라.

 

이제는 한사람이 한사람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넘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서사를 말하고 있다. 그 것은 텍스트가 되고 역사가 된다. 아프리카인들의 노예 해방사를 기록함으로 인종갈등에 대한 옳은 시각을 만들어 가듯이, 지속적으로 말하고 귀 기울임으로 만들어진 여성의 역사는 강요된 침묵과 견딤의 시간들을 증언하고, 덧입혀진 의미를 보게 할 것이다. 그리고 타인이 아닌 자신 안에 갇힌 상처받은 여자와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래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337p)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04 17: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그레이스 2021-09-04 17:58   좋아요 5 | URL
😍🖐👍

scott 2021-09-04 20:38   좋아요 3 | URL
[, 지속적으로 말하고 귀 기울임]
이 문장 공감! 합니다
끊임없이 공론화 시켜야 합니다
참고만 사는게 미덕인 세상이 아뉨 ^ㅅ^

그레이스 2021-09-04 20:43   좋아요 3 | URL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페크pek0501 2021-09-04 18: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뿌듯한 독서하셨네요. ^^

그레이스 2021-09-04 18:21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4 2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3등~!! 역시 답은 사람인것 같아요. 사람 때문에 받은 아픔은 다른 사람의 사랑으로 치유한다~!! 이 책 완전 👍

그레이스 2021-09-04 20:34   좋아요 4 | URL
맞아요~♡

붕붕툐툐 2021-09-04 2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얘기합니다. 그레이스님~ㅋㅋㅋㅋㅋㅋㅋ
이 책 리뷰 많이 봤는데, 그레이스님 리뷰에는 몰랐던 내용도 실려 있네요~ 더 기대가 됩니다~😉

그레이스 2021-09-04 22:41   좋아요 4 | URL
감사한 말씀이네요!
툐툐님 말씀에 진심 감사합니다☺

han22598 2021-09-05 1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최은영 작가님 완전 팬이라서...이 책 리뷰를 제가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보지 않으려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 많은 분들이 읽고 쓰는 걸 보니, 역시나 좋은 글을 내놓으셨구나 하는 확인정도만 하고 지나치고 있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9-05 15:10   좋아요 2 | URL
예 리뷰 올려주시면 읽어보겠습니다~^^

mini74 2021-09-05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매 ㅠㅠ 서로의 울음, 아이의 울음 다 받아주던 엄마 할매의 소매가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ㅠㅠ 요즘 아이들은 친 외 라는 말대신 동네이름을 붙여 할머니를 부르더라고요. 땡땡동할머니 이런 식. 저 어릴때 할머니가 내가 진짜 친이고 외할머니는 가짜라고 그래서 울었거든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1-09-05 21:19   좋아요 2 | URL
외자 붙이는거
조금 억울해요.
그쵸?!
그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
땡땡동 할머니...♡

서니데이 2021-09-06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알라딘 서재에서 자주 보이네요.
최은영 작가의 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1-09-06 22:4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굿밤요!

희선 2021-09-07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거겠습니다 백정딸은 여전히 백정딸로 보고 백정아들은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군요 70~80년대도 생각납니다 누나나 여동생은 돈 벌고 오빠나 남동생은 공부하던 거... 이제는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차별은 있군요 갈수록 나아지면 좋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09-07 06:3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희선님.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지나갈 수 없는 것도 있어요. 그쵸.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바라만 볼수 없는...
반드시 말하고 고쳐야 하는...!
 
발터 벤야민 : 1892-1940
한나 아렌트 지음, 이성민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역자는 아렌트가 사용한 은유들을 번역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은유에 대한 통찰이 있었지만, 정교한 은유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다.

 

처음부터 평판의 여신 파마Fama를 등장시킨다. 이익을 보아야할 당사자인 벤야민은 죽어있고, 전후 독일에서 발터 벤야민의 이름과 저작을 찾아왔다고 한다. 아마도 벤야민이 죽기 전 자신의 원고를 아렌트에게 맡김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명성은 그가 죽은 후 오랜 후에 그에게 돌아간다.

 

벤야민의 집필은 항상 독보적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시도들이 실패한 이유는 그가 정한 정체성 때문이라고 한다. 아렌트는 이것을 위치로 표현한다. 그가 독일어로 프루스트를 번역하고, 보들레르의 <파리풍경>을 번역했지만 결코 번역가가 아니다. 서평을 쓰고, 작가들에 대한 에세이를 썼지만 문학비평가도 아니다. 바로크에 관한 책을 쓰고, 프랑스에 관한 미완의 연구를 남겼지만 미학자나 역사가도 아니다. 그는 시인도 철학자도 아니다. 그 자신은 어떤 것으로 규정되기를 거부했던 것 같다. 유용한 사람이라는 말을 끔찍하게 여겼다는 보들레르의 생각과 상통한다. 드문 순간들에 벤야민은 자신을 문학비평가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시적으로 생각한 반면, 은유를 위해한 언어의 선물로 생각했. 벤야민이 생각하던 비평조차도 독보적이었다. 잘못된 위치 선정이다.

 

비유를 위해, 어떤 자라나는 작품을 불타오르는 장작더미로 본다면, 그 앞에 주해자는 화학자처럼 서 있고, 비평가는 연금술사처럼 서 있다. 주해자에게는 나무와 재만이 분석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반면에, 비평가에게는 오로지 타오르는 불꽃 자체가 수수께께를. 그처럼 비평가는 진리를 묻는데, 이 진리의 살아 있는 불꽃은 존재했던 것의 무거운 장작더미와 체험된 것의 가벼운 재 위에서 계속 타오르고 있다.” (괴테의 친화력 발터벤야민 선집10)

 

아렌트는 벤야민의 삶이 잔해더미의 연속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가 천재이지만 동시에 삶에서는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프루스트의 비유를 인용하면 불을 어떻게 지피고 창문을 어떻게 여는지 몰랐기 때문에 죽었다”(39p)

 

 

그의 태생에 있어서도, 이것은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독일 유태인의 가정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카프카나 그 외 지식인들과 달리 유대적 유산을 버리지 않았다. 그이유는 가정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의 자리는 어정쩡한 곳에 위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하루 전까지는 그가 갖고 있던 비자로 통과할 수 있던 국경이 그가 당도했을 당시 프랑스 출국 비자 없이는 넘을 수 없도록 막혀버렸다. 걸어서 기진맥진해서 도착한 그는 스페인 국경이 폐쇄되었음을 알고 그날 밤 목숨을 끊었다. 그 후 몇 주 뒤에 다시 비자정지는 해제된다. 하루만 빨랐어도 그는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고, 하루만 늦었어도 소식을 듣고 국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시간의 위치였다.

 

 

삶을 능숙하게 헤쳐 나갈 수 없는 자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절망을 조금이라도 막아내기 위한 손 하나가 필요하다.그러나 다른 한 손으로 그는 잔해 속에서 본 것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더 많이 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살아 있을 때 죽었으며 진정으로 살아남은 자다.”(프란츠 카프카 일기1921 10)

 

 

그는 문학비평가로서 글을 썼으나 독일에서는 문학비평이 50년 넘게 진지한 장르로 간주되지 않았다. 또한 세례 받지 않은 유대인이었으므로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는 대학교수의 자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정원외교수가 허용되었을 뿐이다. 그는 오랫동안 시온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이에 있었다. 그는 언제나 문학적, 학문적 기득권층 바깥에 있음으로 고립과 외로운 상태였고, 위험을 무릅쓰고 노출된 위치로 나아갔다. 그가 선택한 위치이다.

 

 

그의 학문적 연구는 프랑스에서는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그 이전 독일에서 하빌리타치온의 주제는 바로크였다. 독일에서 바로크는 인정받기 힘든 주제였다. 그는 그의 정신세계안에서 소요객이었다. 어느 한 가지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지적인 탐사를 했다. 그래서 그의 장서는 수집가의 그것과 같다. 그의 초기 철학적 사유는 신학적 배경에서 언어철학으로부터 비극이 상연되던 고대로, 다시 실존철학으로 탐험을 했고, 아렌트는 그를 마치 깊은 바다에서 진주를 캐는 잠수부에 비유한다.

 

 

시로 철학하는 벤야민을 은유로 기록한 아렌트의 글을 읽어가기에 쉽지 않았지만, 벤야민이라는 사람은 조금 알게 된 느낌이다. 시대, 장소, 직업, 시간, 사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한 천재 소요객 발터 벤야민, 머무르려 하지 않았던 그의 걸음이 너무 빨랐던 것은 아닐까? 안타까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9-04 0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간결하네요. 카프카의 일기가 인상적이네요. 살았을 때 죽었으며 진정으로 살아남은 자다

그레이스 2021-09-04 08:31   좋아요 3 | URL
카프카도 그렇고 벤야민도 불길에 탄 잔해 속에 본 것을 기록하느라 자신은 죽음에 이르렀다는... 그러나,...

scott 2021-09-04 0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벤야민 작품 이책 가격이 착하네요 ㅎㅎㅎ
[삶을 능숙하게 헤쳐 나갈 수 없는 자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절망을 조금이라도 막아내기 위한 손 하나가 필요하다.]
스맛폰 손에서 내려 놔야 할것 같습니다.
ʕっ•ᴥ•ʔっ

그레이스 2021-09-04 08:32   좋아요 4 | URL
😅
눈도 멀게 생겼어요. ㅋㅋ

새파랑 2021-09-04 09: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벤야민이 누구인지 몰랐었는데 그레이스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다재다능하더라도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네요 ㅜㅜ 그래도 본인 스스로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천재라니 대단한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9-04 10:31   좋아요 3 | URL
천재들이 그런것 같아요.
걸음이 너무 빠르거나, 한곳에 머물러있거나 그래서 외롭고, 불행하기도 하지만 독보적인 유산을 남기는!

mini74 2021-09-04 09: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고 알고 싶은데도 어려워서 ㅠㅠ 이 책은 다시 도전하게 할 용기? 를 주네요. 그레이스님 ㅎㅎ

그레이스 2021-09-04 10:29   좋아요 3 | URL
읽은지 한달이 되었는데 쓰질 못하고 있었어요. 이제야 쓰고 이 책은 자기자리를 찾아 꽂혔습니다^^
어렵겠지만 벤야민책을 조금씩 읽어갈 생각입니다.
 

아픔을 끌어안는 밤

서로 다른 국적과 인종, 문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인생에 파문과 흔적을 남기고 삶에 조용한 변화를 일으키는 내용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유와 쇼코, 나에게 투이, 엄마에게 응웬 아줌마, 순애언니, 한지, 미진선배, 시청광장에서 만난 미카엘라의 어머니... - 타자들과의 만남이 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그들과 가까워진다. 환대의 힘이다.

 

환대는 자기 자신에 도달한 보편적 이성의 가장 높은 표현이다. 이성은 동질화하는 힘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성은 친절함을 통해 타자를 그 타자성 안에서 인정하고 환영할 수 있게 된다. 친절함은 자유를 의미한다.”(타자의 추방한병철)

 

그러나 그들이 각자의 상처에 닿는 거리로 가까워지면 아픔을 느끼고 울타리를 치고 뒤로 물러선다.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서로의 아픔을 꺼내놓지 못해서,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내 상처만 보여서 마음은 서로 닿을 수가 없다. 그렇게 헤어진 이들은 했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놓아버린 그 시간들을 그리워한다. 뒤늦게 찾아가, 그리워했던 이들에게서 더 아픈 시간들의 흔적들을 발견하지만 그 흘러간 시간의 간격에 무력함을 느낀다. 읽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때 잡았더라면, 그 때 말을 했었더라면, 지금은 달라졌겠지 하고.

뉴스 화면에서만 비치는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이 쳐 놓은 천막은 슬픔의 깊이를 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광장에서 우연히 부딪친 사람의 아픔과 내가 가진 상처가 공명한 순간, 그들 사이로 뛰어들게 된다. 그래 맞다. 타인의 아픔에는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문명화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는 바로 이 사회의 환대, 나아가 친절함이다. 화해는 친절함을 뜻한다.”(타자의 추방한병철)

 

우연히 잠깐 만난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나만큼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 간격은 사라지게 된다. 타인의 아픔을 인식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나 문화와 같은 환경의 이질성 때문이 아니다. 나의 상처를 감추느라 꽁꽁 싸매고, 울타리를 친 마음이 건너가지 못한 때문이다.

 

먼 타국의 사람들, 나와는 무관했던 타자들이 스쳐가듯 만난 사이에서도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더 큰 아픔과 후회를 가져온다. 쇼코의 미소에서의 관계는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좀 더 가깝고, 오래 지속되고, 친밀한 관계로 좁혀진다. 서로 사랑했던 친구, 옆집에 살던 친구, 자매들, 통신으로 만나 알게 된 청춘들, 친구들, 막연한 사랑의 감정을 가졌던 두 사람. 언어가 같다고, 좀 더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그 아픔의 깊이를 헤아리지는 못한다. 헤아리고 공감해도 무기력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여전히 서로를 오해하고 착각하기도 한다.

무해한 사람이라고 착각한 친구와 비교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는 그에게 감정을 말하기 바빴고, 그 친구가 받아주기만 했다. 그 친구에게도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시들어가는 친구를 보며, 그만큼 지치고 식어버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던 주인공이 몸을 떨었던 것은 추위가 아니었다.

 

그 장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애를 보내면 마냥 후련하기만 할 것 같았던 마음이 어떤 두려움으로 바뀌던 순간을, 버스가 떠난 뒤에도 나는 터미널에 가만히 서서 모래가 탄 버스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찬바람에 몸을 떨었다.”(183p)

 

그렇게 흘러가버리도록 놓아 둔 마음은 온기를 잃은 파편이 되어 남아있다.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고,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매에게로부터 지나온 고단한 삶을 듣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친구를 도울 수 없는 무력함,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짐을 지운 무게와 환자를 돌보는 일에 지쳐 괴물로 변해 갔다던 고백,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결국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건널 수 없는 심연의 강을 사이에 두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찾아가 말을 하게 되고 고해소를 나오듯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209p)

 

그렇게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지만 다시 상처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제 그 고해는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이야기로 옮겨져 간다. 이야기를 끝낸 후, 다시 상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 혹은 여성들의 고통의 근원을 찾고, 다른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딛게 하는 이야기다. 현대를 살고 있는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의 근원에는 사회로부터 덧입혀진 의미들이 있고, 그 의미는 그들에게 체념을 강요하는 굴레가 되었다. 가장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고, 여성이라는 타자로서 살아낸 시간은 전쟁과 폭력의 시대였다. 그런 시절은 주인공의 증조모에게 체념을 요구했고, 할머니에게 대물림 된다. 그 삶을 벗어나려는 엄마의 방식은 왜곡되고, 오히려 더 많은 포기와 침묵 속으로 자신을 가둔다.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도 그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4대에 걸친 역사를 듣는 시간들, 발화자나 청취자나 모두 그 설화 속에서 치유를 받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직 변화가 더딘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긴 호흡으로 전작에서 진전된 의미들을 던지고 있다.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상처 때문이다. 그 상처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치유는 시작된다. 근원은 자신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도, 살아온 역사, 정신적인 유산에도 있다. 내가 왜 이 상처 안에서 꼼짝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가? 가족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아픔을 주고받는가? 근원을 찾아가는 대화가 필요하다.

또한 4대의 여자들이 각자의 아픔을 나눌 친구들로 인해 매서운 시절을 견딜 수 있었다. 그 사람!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사람이다.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또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 그들이 서로의 눈물을 받아주고 싸매어 줄 때 우리의 밤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02 2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

그레이스 2021-09-02 21:33   좋아요 4 | URL
하이파이브 🖐

scott 2021-09-03 00:08   좋아요 1 | URL
아! 이렇게 세권 나란히 붙여 놓으니
최은영 작가 표 작품의 분위기가 확 느껴집니다!

mini74 2021-09-02 2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 문장이 참 좋았던 *^^* 이렇게 세 권의 책이 연결되는군요. 밝은 밤은 오는 중이고 ~ 내게 무해한 사람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레이스님 글 잘 읽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1-09-02 21:35   좋아요 4 | URL
최은영작가 다음 작품이 기대되면서도
무지 부담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아서...!

라로 2021-09-02 21: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젊은 한국 작가의 책 거의 안 읽은 사람인데 최은영 작가의 책은 두 권이나 읽었어요. 밝은 밤도 궁금하네요!

그레이스 2021-09-02 22:02   좋아요 3 | URL
강추합니다

새파랑 2021-09-02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님 작품의 종합 페이퍼네요. 저 저 세권 다 가지고 있어요 ^^ 저도 최은영 작가님 마니아? 😆 전 최근 작품으료 올수록 좀 더 좋아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09-02 22:03   좋아요 3 | URL
저도 😄 그래요~~♡

미미 2021-09-02 2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님의 책은 전혀 읽어보지 않았는데 <쇼코의 미소>도 이분의 책이로군요! 표지가 예뻐서 리뷰 올라올때 마다 눈에 띄었어요~♡ 그레이스님 리뷰보니 순서대로 읽고 싶네요! 굿밤되세요😉

그레이스 2021-09-02 23:19   좋아요 3 | URL
쇼코의 미소는 저희 아이가 대학 원서 낼때 독서 리스트로 냈던 작품이예요
그 중에 <신짜오 신짜오>
그래서 제게 더 특별한 느낌이 있어요
베트남 참전에 대해 조금더 알게 된 계기가 됐구요

2021-09-03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3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1-09-03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만 읽었습니다.ㅎ 단편들에서 인물간 소통이 어렵고, 다가갈듯 물러설듯 머뭇거림이 많이 느껴졌던게,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요인도 많이 작용했다는 점을 알았네요!ㅎ

그리고, 인용해 주신 ˝환대는 자기 자신에 도달한 보편적 이성의 가장 높은 표현이다. 이성은 동질화하는 힘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성은 친절함을 통해 타자를 그 타자성 안에서 인정하고 환영할 수 있게 된다. 친절함은 자유를 의미한다˝는 정말 어디에서 한번 써먹어 보고 싶은 훌륭한 문장인것 같습니다. ˝환대˝라는 단어에 이렇게 좋은 의미기 함의되어 있었다니 감동인데요!ㅎ 즐거운 불금되십시요!

그레이스 2021-09-03 11:13   좋아요 3 | URL
막시무스님 말씀해주신 ‘다가갈듯 물러설듯 머뭇거림‘에 대한 느낌도 표현이 좋아요.
저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scott 2021-10-08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추카~~
오늘 하루 행복 ^^

그레이스 2021-10-08 17:3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미 2021-10-08 16: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당선 축하드려욤~^^*♥

그레이스 2021-10-08 17:39   좋아요 2 | URL
감사드려요~♡

mini74 2021-10-08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0-08 17:3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0-08 1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은영 작가님 저 책 세권 다 있고 좋아해요.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0-08 17: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다 갖고 있는 사람,! 그 뿌듯함을 알지요^^

scott 2021-10-08 18:09   좋아요 1 | URL
ㅋㅋ^ㅇ^

서니데이 2021-10-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그레이스 2021-10-08 19: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10-08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그레이스 2021-10-09 01: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희선 2021-10-09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저는 앞에 두권은 보고 세번째는 아직이에요 그 책도 보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1-10-09 01: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최은영의 장편!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1-10-09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2관왕,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10-09 01: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앨리스 달튼 브라운 작품전 후기
마이아트 뮤지엄

초기작은 벽에 비친 나무와 구조물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탐구 했다. 빛의 음영이 구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대비는 강렬하다.

두번째 섹션, 작가는 주택 외부에서 구조물에 비치는 빛을 탐구한다. 건물의 기둥과 데크, 수영장, 유리창에 반사된 나무와 꽃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사진처럼 보이는 작품도 보인다.
이타카와 플로리다의 햇빛이 다르듯 기법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를 그린 빛은 여러가지 색으로 산란하고 터치는 세밀하다. 이 빛의 산란과 이파리들이 만들어내는 음영을 그리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어 실내에서 그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순간순간 변하는 빛의 느낌을 포착하기 불가능할테니. 여러 번의 셔터를 눌러 얻은 빛의 순간일 것이다.
수영장에 비친 나무와 꽃그림자와 햇빛의 굴절과 산란의 표현은 놀랍다. 물에 잠긴 부분과 노출된 부분의 수영장 가 무늬 타일 디테일과 꽃과 이파리 그림자의 색채들 ... 가까이 들여다 본 붓의 터치는 인상주의화파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 시간에 걸친 작업을 가늠케 한다.
플로리다와 달리 뉴욕에서의 작업은 붓질이 단순해진 것을 보게 된다. 명암의 경계선이 명료하다. 빛이 달라진것과 원숙해진 표현법이 느껴진다.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공간 배치와 생략이 눈에 띤다.

세번째 섹션,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 중 여름바람에 날리는 커튼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상상으로 이루어져있다.
주로 빛을 반사하는 물결과 흰 포말로 표현되는 물이 풍경의 소재다.
월광이 은은하게 비치는 호수도 압권이다.
실제로 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이나 신비감은 느끼기 어럽다.

네번째 섹션, 건강 악화로 머물렀던 이탈리아에서의 그림은 다시 구조물과 나무로 옮겨온다. 테라코타의 붉은 벽에 드리운 그림자와 상록수들, 이탈리아의 정취를 파스텔과 아크릴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빛이 달라짐에 따라 작가의 시선을 통과해 심상에 맺히는 정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빛이 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을 새삼 느낀다.

※생각나는대로 두서 없는 후기.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cott 2021-08-31 1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감탄과 경의 ♡^^♡

그레이스 2021-08-31 17:56   좋아요 4 | URL
사진 허락된 것만 찍어서 볼게 없으실거예요^^
도록은 너무 비싸서...ㅠ
안샀어요.
뒤샹도 2만원대인데... 하고
굿즈에 대한 유혹도 물리치고 왔죠.^^

2021-08-31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8-31 20:53   좋아요 3 | URL
scott님 한마디에 ... 생각이 나서 후기 올렸어요.
감사합니다.
누전으로 저희 라인이 정전이 돼서 폰으로 올릴수밖에 없어서 엉성합니다^^

무료입장, 그랬군요

저도 도슨트 설명 좋아하질 않아서.. 사이 시간에 갔어요^^ 잘 몰라도 혼자 감상하는게 좋아요.

새파랑 2021-08-31 1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팜플렛만 봐도 제가 갔다온 기분이 들어요 ^^ 그림이 너무 아름답네요 ~!! 2번째 그림 너무 아름다움😆

그레이스 2021-08-31 18:45   좋아요 4 | URL
정말 멋있는 작품 많아요^^

blanca 2021-08-31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저는 몰랐네요. 그림이 너무 사고 싶어서 인쇄된 걸 사서 액자에 넣어놓기도 했는데...저도 가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1-08-31 19:17   좋아요 2 | URL
막 올렸는데 보람 있네요.

blanca 2021-08-31 19:44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주말엔 사람이 많은가요? 후기가 발권 후에 두 시간 뒤에 들어갔다는 무시무시한 얘기가 있네요.

그레이스 2021-08-31 19:48   좋아요 4 | URL
저는 어제 월요일 3시쯤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별로 없다가 많아졌어요
도슨트 시간 맞춰서 많아지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도슨트는 못봤구요
대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평일이 좋을것 같구요
주말이라면 오전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blanca 2021-08-31 19:4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전략을 짜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8-31 19:49   좋아요 2 | URL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래요~

공쟝쟝 2021-08-31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하는 전시에 자주 출몰하는 저는 으흐흐흐흐흐흐 저 이 전시도 얼리버드로 샀는 데... 잘못갔으면(?) 그레이스님 만났겠네요?!! 푸허허~~(다행이다~) 알려주신 팁에 따라 평일에 가야지 (크크크크 반백수의 즐거움)

그레이스 2021-08-31 20:28   좋아요 5 | URL
아쉽네요
그런데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전시 좋은거 있으면 공유해요~♡

mini74 2021-08-31 2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커튼과 바람 그림자 정말 예뻐요. 진짜 캔버스 가득 빛이 고여 흔들리는 거 같아요. 부럽습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1-08-31 21:14   좋아요 4 | URL
미니님 미술에 관심이 많으신데...

붕붕툐툐 2021-08-31 2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너무 멋지네요~~!!
전 집으로의 초대가 멋있어요~ 그레이스님이 언제 한 번 초대해 주신다고 한 것도 같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8-31 22:47   좋아요 2 | URL
ㅎㅎ
대청소 해야겠어요^^

희선 2021-08-31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알게 된 이름입니다 옛날 사람 이름은 가끔 보기도 하지만... 그림이 멋집니다 창으로 비치는 바다도... 그림을 보면 진짜 창에서 보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9-01 00:01   좋아요 0 | URL
그 그림이 제일 좋아요^^

서니데이 2021-09-02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작품들이 멋있네요. 전시를 보러 가면 컬러 사진으로 본 그림도 느낌이 다를 때가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배롱나무
옆집에서 담장을 넘어 늘어진 그림을 이해하는 풍경
담양에는 배롱나무가 만발이다.
월요일 다녀온
‘명옥헌 원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1-08-30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걸으면서 보니 배롱나무 나뭇가지가 옆으로 퍼진 것도 있고 곧은 것도 있더군요 그래도 같은 나무 맞겠지요 우연히 다른 분 서재에서 시와 명옥헌 이야기를 봤습니다 바로 밑에 주소예요

https://blog.aladin.co.kr/sani031/12900722

배롱나무뿐 아니라 연꽃도 예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08-30 05:20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여기 장소가 유명한가봐요
막내가 죽녹원 가고 싶다고해서 담양 갔다가 소쇄원과 여기 들렸어요.

저는 연꽃보다 수련을 더 좋아해서 ...
배롱 나무 수형에 더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1-08-31 23:41   좋아요 1 | URL
연꽃과 수련 구별 못했던 것 같습니다(거의 연꽃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다행하게도 그레이스 님 사진속 꽃은 연꽃이었네요 수련은 밤에 꽃이 접히는가 봅니다 모네가 수련 그린 게 생각나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