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이유들을 역사에서 찾고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땅에 살았던 고대인으로부터 역사를 서술한다. 시작은 시바 료타로의 초원의 기록에 등장하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중 스키타이인에 대한 기술이다. 역사를 따로 볼 때는 눈에 띄지 않았던 부분이다. 흑해 북쪽 해안 도시를 그리스가 식민지와 교역항으로 삼았던 사실에만 집중하고 읽어서였는지 여기서 읽고서야 기억이 났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언급된 키메리아인의 땅은 우크라이나 땅에 대한 문헌상 최초의 언급이라고 소개한다. 그 다음으로는 스키타이인이 등장한다. 그들에 대해 가장 생생하게 묘사한 인물은 헤로도토스이다. 실제로 그는 흑해 북안의 식민도시에 머물며 그들을 접했고, 신화와 역사가 접목된 내용을 제 4장에서 기술한다. 왕족 스키타이 집단(유목민), 농경 스키타이 집단으로 나뉘어진다. 이중에 농경스키타이는 슬라브인의 선조라는 학설도 있다. 그들은 매우 뛰어난 전사였고, 용맹했고, 능란한 기마술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르고호의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찾은 곳과 프로메테우스가 묶여 있던 캅카스 산이 있는 해안 도시들은 그리스와의 교역으로 문화적 영향을 받았고, 곡물을 수출했다. ‘스키타이의 땅은 그리스 본토의 빵바구니가 됐다.‘(35p) 그 후 사르마타이인이 침입해 들어왔고 기원후 3세기까지 드네프르 강 유역에서 번성했다. 이어 게르만계 고트족(3세기 중반~4세기 말), 훈족(4세기 후반~6세기 중엽), 아바르 족(6세기 중엽), 불가르 족(6세기 말 ~7세기 중엽) 등이 이 스텝 초원 지대를 지배했다. 한편 6세기 중반 흑해연안에는 비잔티움 문화가 번성했다.

러시아의 역사니콜라스V. 랴자놉스키와 마크D. 스타인버그, 까치

 

그 후 키예프-루스 공국이 세워진다. 10세기 키예프-루스 공국의 지도를 보면 드네프르강이 관통하는 넓은 지역으로 발트해 연안과 모스크바를 포함하고 있다. 키예프-루스가 몽골의 침략으로 멸망한 후 우크라이나 땅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영토가 되고, 모스크바 공국은 키예프-루스의 제도와 문화를 계승했고, 러시아 제국으로 발전했다. 이 루스에서 파생된 단어가 러시아이다. 키예프-루스의 정통계승자가 누구인가는 여전히 논쟁점이다. 키예프 루스를 형성한 것은 현재의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의 선조인 동슬라브인이다.


이 책은 원초 연대기를 참고로 하고 있다. 동슬라브인 중에서 키예프 주변에 살던 폴랴네 씨족 삼형제가 이 도시를 세웠고 첫째 키이의 이름을 따서 키예프라고 이름 붙였다. 북쪽 스웨덴으로부터 바랴그인이 상륙하고 노드고로브 지역(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포함)에 루스를 세웠다. 이 루스는 키예프를 점령하고 수도를 옮긴다. 실질적으로 키예프-루스 공국을 창시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성공과 야로슬라프 현공의 황금기에 공국은 기독교화 된다. 키예프 루스 공국은 몽골의 침략으로 종언을 맞이하고 몽골지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것을 역사가들은 타타르의 멍에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제국주의적인 시각을 보게 된다. ‘타타르의 멍에보다는 팍스 몽골리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해석이다. 몽골의 교역으로 부강해졌다는 것이다.

 

키예프 루스가 망하고 우크라이나 땅에는 계승할 국가가 없었다는 러시아의 논리에 대항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것이 할리치나-볼린 공국이다. 키예프 루스 공국의 서남부에 있으면서 1240년 키예프 함락 후에도 한 세기 가까이 존속했다. 1340년에 할리치나는 폴란드에 볼린은 리투아니아에 병합되었다. 그후 300년 동안 이 지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세 민족으로 분화됐다.


변경이라는 뜻의 우크라이나16세기가 되면서 코사크의 등장으로 드네프르강 양안으로 펼쳐지는 코사크의 특정한 땅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코사크(카자크)15세기경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 스텝 초원지대에 거주하며 자치적인 무장집단을 형성한 집단과 구성원을 일컫는다. 키예프 루스의 해체 후 무인의 땅이 되어가는 스텝지역으로 폴란드 리투아니아 영내의 가난한 하급지주와 주민들이 이주해왔다. 그들은 타타르인들의 노예사냥에 대비하여 무장 조직을 만들었다. 자포로제 시치(요새)에 거주하는 자포로제 코사크는 그들의 중심세력이 되었다.


17세기 이들의 헤트만(지도자) 사하이다치니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와 교육, 정교의 진흥에 힘썼다. 몽골과 리투아니아 지배 아래 완전히 쇠퇴한 시골 마을로 전락한 키예프는 그 덕택으로 우크라이나의 문화, 교육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사하이다치니의 죽음 후 몇몇 헤트만은 폴란드에 대한 반란을 지도했지만 진압된다. 1630년대 이 반란시대의 코사크를 로맨틱하게 그린 것이 우크라이나의 코사크인 소지주의 후예 니콜라이 고골이 쓴 타라스 불바(1835).

18세기까지 우크라이나 지역의 80%는 러시아에 나머지 20%는 오스트리아 제국에 의해 지배된다. 이들 지역의 코사크들은 크림전쟁에서도 1차 세계대전에서도 갈라져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보흐단 흐멜니츠키는 우크라이나 역사에서 최초로 국가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된다. 폴란드에 대항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비호를 구한 1654페레야슬라프조약에 대해 러시아·소련,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표트르 대제 때 헤트만 마제파에게 영감을 받은 낭만파 작가와 작곡가들은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바이런 푸시킨 빅토르 위고는 서정시를 썼고, 차이콥스키는 오페라 마제파, 리스트는 관현악을 위한 교향시 마제파를 작곡했다. 예카테리나 2세 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제국의 다른 지방과 동일한 하나의 지방이 됐다. 마지막 헤트만 키릴로의 아들 안드레이 라주모프스키는 18세기말~19세기 초에 주오스트리아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베토벤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이름을 붙인 라주모프스키 현악 사중주곡을 비롯하여 5번 교향곡 운명6전원이 그에게 헌정됐다.

 

이 책에서는 작가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별히 발자크의 백작부인과의 사랑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체류에 대한 기구한 이야기를 츠바이크의 발자크에서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어 최고의 문학인으로 평가되는 타라스 셰브첸코(1814~1861)는 사후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러시아 혁명 직전에는 신흥 항구 도시 오데사에는 유대인의 수가 점차 증가하여 시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 중에서 음악가 오이스트라흐, 밀슈타인, 길렐스, 오데사 이야기작가 바벨 등이 탄생했다. 쇼렘 알레이헴(1859~1916)우유 배달부 테비에를 뮤지컬화한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남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 조지프 콘래드,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 외에 여러 예술가들을 소개하면서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던 이 땅에서 세계적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재가많이 탄생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는 감회를 적는다. 슬라브인들의 예술적 재능과 감성을 다시 보게 된다.


언어, 문화, 경제적 제재 속에서도 독립을 위한 시도들은 지속되어 왔고 근대로 오면서 그 움직임은 더욱 커졌다.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성취하지 못했던 것은 그 지리적인 위치와 주변 국가들 폴란드, 독일, 러시아의 세력다툼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안에서도 볼셰비키와 혁명을 반대하는 집단이 존재해서 내전까지 치달았다.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은 러시아 혁명 당시 백군과 적군이 충돌하는 이 시기 코사크(카작)의 삶과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그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대항한 파르티잔 활동과 독소전쟁에서 소련군으로 참전한다.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얄타회담을 비중 있게 다룬다. 크림반도의 얄타에 위치한 로마노프 왕가의 리바디아 궁전에서 이루어진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역을 소련령으로 결정했다. 소련은 각 국가의 자치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상 정부내각은 아무 힘을 쓸 수 없는 유명무실한 존재였고 중앙 공산당과 레닌과 흐루쇼프, 부르즈네프, 스탈린의 통치를 받게 된다.스탈린의 집단농장은 우크라이나에 유래 없는 기근을 가져오고, 많은 사람들이 아사하게 된다. 그들의 독립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 구테타로 소련이 붕괴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진다. 독립 후 구체제의 인물들이 독립파로 전향한 상태라 그 체제가 독립국가로 이행되는 상태였다. 그들은 많은 숙제를 떠안고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니콜라스V. 랴자놉스키와 마크D. 스타인버그의 러시아의 역사와는 약간의 온도차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이 참고하고 있는 원초 연대기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고대 키예프 루스의 형성 당시 노르만의 유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에 있는 사학자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러시아의 역사의 일부분으로 포함되어 기술되었던 것과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단독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민족주의 역사가들의 입장을 서술하고 있다. 2014년 친러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돈바스에서의 전쟁에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 주변 국가의 침묵 내지는 시늉만 내는 지원, 미국의 태도 등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자비 없는 힘의 원리 아래서 여성과 아이들은 기차역에서 떨고 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글이 떠오른다.

 

오래전 읽었던 고요한 돈강을 잠시 응시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고골의 타라스 불바도 책장에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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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1 2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가 이런 나라군요. 신화부터 고요한 돈강까지. 사실 전 그냥 이런 나라가 있다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체르노빌 사건으로 조금 알게 된 것뿐. 그레이스님 이 책도 읽고싶어요 ㅠㅠ 정말 잘 읽었어요 그레이스님 ~ 저도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2-03-01 22:27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아서 유익했어요
고요한 돈강은 읽었는데 우크라이나 스텝과 연결하지는 못했어요^^;

미미 2022-03-01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의 역사> 상.하권 가지고만 있어서 뜨끔했습니다ㅎㅎ(볼때마다 뜨끔한 책)
때마침 이런 책이 나와 우크라이나 상황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겠네요! 작가와 예술가들 이야기도 나온다니 저도 꼭 읽어보고 싶어요~♡

그레이스 2022-03-01 23:02   좋아요 3 | URL
예~^^
저는 러시아의 역사 옛날 판본으로도 갖고 있다가 이제사 읽었어요^^
지루할까 싶었는데 재밌네요

꼬마요정 2022-03-02 22:43   좋아요 2 | URL
저도 가지고만 있어요2222. 하권 좀 읽고 상권 발췌해서 읽고.. 아바르 족, 불가르 족 이야기만 생각난다는..ㅠㅠ 책을 읽을 때 현실세계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이번 전쟁으로 너무 잘 알게 됩니다. 얼른 전쟁이 끝나면 좋겠어요ㅠㅠ

그레이스 2022-03-03 05:16   좋아요 2 | URL
꼬마요정님 ~
저도 역사서는 그런 식으로 읽고 있는게 많아요
앞부분 읽다가 필요한 부분 찾아서 참고하고 ...

독서괭 2022-03-01 2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역사를 너무 몰라요.. ㅠㅠ 학교 다닐 때 외웠던 것도 다 잊어버려서.. 흑흑. 이런 사람이 읽어도 어렵지 않게 쓴 책인지 궁금합니다.

그레이스 2022-03-01 23:04   좋아요 4 | URL
간결하고 어렵지 않게 썼어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페이지도 많지 않구요

독서괭 2022-03-01 23:16   좋아요 3 | URL
그렇다면 일단 3월 책 후보로.. 주섬주섬

페넬로페 2022-03-01 2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나 호메로스까지 올라가네요.
역사란 넘 복잡해요.
요즘 돌아서면 까먹는데 이런 책을 읽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예요^^

그레이스 2022-03-02 09:26   좋아요 5 | URL
저도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그새 새롭더라구요
잊더라도 읽은 것과 읽지 않으것은 차이가 있겠죠?^^

초란공 2022-03-02 12: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제가 읽은 책은 하나도 없네요~^^ 체르노빌만 알고 있는 정도인데 여러 맥락에서 짚어주셔서 좋습니다~!

그레이스 2022-03-02 12:44   좋아요 5 | URL
체르노빌은 소련 붕괴의 중요한 사건인데, 중요한 책 읽으셨네요~^^
현대사보다는 오래된 역사에서 근본문제를 알게되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2-03-05 0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디든 다르지 않지만 우크라이나도 잘 모르는군요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게 1986년이었군요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텐데... 전쟁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3-05 10:36   좋아요 3 | URL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어제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던데 우크라이나 전력을 차단하면 더욱 고통스러울 사람들이 안타깝네요

레삭매냐 2022-03-06 2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평화회담이 잘 진행
되어 평화가 오길 기원합니다.

그레이스 2022-03-06 21:14   좋아요 3 | URL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의책장 2022-03-07 15: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에요..
마음 아픈 기사들 볼 때마다 눈물 나요ㅠㅠ

그레이스 2022-03-07 15:53   좋아요 3 | URL
ㅠㅠ

서니데이 2022-04-09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그레이스 2022-04-09 00:49   좋아요 3 | URL
아! 감사합니다 ^^

이하라 2022-04-09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4-09 00:49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희선 2022-04-09 0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우크라이나 여전하네요 전쟁이 끝나야 할 텐데...


희선

그레이스 2022-04-09 08:44   좋아요 3 | URL
빨리 끝나야할텐데요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2-04-09 0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그레이스 2022-04-09 08:4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오래가면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아질텐데 큰일입니다.

독서괭 2022-04-09 08: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4-09 08:41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님~

mini74 2022-04-09 08: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봄이 오고 꽃은 피는데 ㅠㅠ 전쟁이 금방 끝날줄 알았는데 말이지요.ㅠㅠ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4-09 08:41   좋아요 4 | URL
그러네요
축하받기도 민망합니다
감사드려요

새파랑 2022-04-09 0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역시 2관왕~!!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그레이스 2022-04-09 10:02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4-09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개전 한지 40여일이 넘었네요

아무리 제재를 해도
푸틴 왕국은 멀쩡

그레이스님 이관왕 추카~추카~

그레이스 2022-04-09 21: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민간인들 지역 고립시키는 비인도적인 모습에 화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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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2-27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일본 사람들이 쓴 역사책 별로 안좋아해서 이 책은 관심이 가는데 다른 분 리뷰 기다리고 있어요.
앗 일본사람들이 쓴 역사책 안좋아하는 이유는 민족적이유 이딴거 전혀 아니고요. 이 나라 사람들이 역사 서술할 때 어찌나 도식화에 능한지 읽다보면 확 말려드는데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항상 들더라구요. 이것도 제 편견이기를 그레이스님 리뷰 기댜리면서 빌어봅니다. ^^

그레이스 2022-02-27 08: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주저하다가 샀어요.
제국주의적 시선이 보이긴 하네요
몇개 부분 표시해 놨죠!^^
미시사에 강한 사람들이고 저자 약력에 우크라이나에 정통한 사람 같아서 읽었는데, 잘 정리해서 썼네오
저도 빨리 읽고 정리하랴고 생각중입니다~^^

scott 2022-02-28 23:37   좋아요 1 | URL
동감합니다!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디카페인 커피는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이 생각나게 한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디카페인을 거부하고 원두를 갈아 마시던 미시아. 이 정도 향과 맛이면 카페인 커피와 다를 바가 없는데. ^^ 향은 달콤하고 쵸콜릿 향이 나고, 맛은 깊고 좋다. 앞으로도 쭈욱 디카페인을 마시게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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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24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커피 저도 오늘 개봉해서 그라인드 해서 마시고 드립백은 챙겨서 출!근 ! 그레이스님 100자평 브라질 산토스! 태고의 시간 속으로 ~@@@

그레이스 2022-02-24 17:37   좋아요 2 | URL
^^
미시아가 사위에게 속아서 디카페인을 마시다가,
미시아의 커피중독은 사실 마음에 달렸다는 걸 설득하려 하자 화를 내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디카페인을 마셔야할 이유가 늘어나네요 ㅋ

독서괭 2022-02-24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고보니 저도 이거 백자평 써야 하는데.. 디카페인도 맛있더라고요^^

그레이스 2022-02-24 19:49   좋아요 1 | URL
기대할까요?
멋있는 카피 ?!

페크pek0501 2022-02-25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디카페인 카누를 즐겨 마시는데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듯합니다.
알라딘 커피가 인기군요...

그레이스 2022-02-25 12:00   좋아요 0 | URL
저도 즐겨마셨습니다^^
오래 마시니까 풍미도 없는것 같고 해서, 원두꺼낼때 드립할때 향도 즐기고 하려고 원두커피로 마셔요. 커피를 자제할때가 되니 번거로움마저 즐겁네요^^
 

솔직한 글은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는 실패와 약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위트는 마음의 빗장을 여는 열쇠다. 공감의 웃음이 배시시 삐져나온다.



페낙은 가장 최근에 출간된 몸의 일기로 만났다.

사랑하는 리종에게로 시작하는 유서가 서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딸에게 남긴 '몸의 일기'는 자신의 부재를 대신하는 또 다른 몸이다.

지금쯤 넌 내 장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겠구나.……변호사가 네게 전해주는 건 괴상한 선물이야. 다름 아닌 내 몸! 살과 뼈로 된 몸이 아니라, 내가 평생 동안 몰래 써온 일기장. ……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 여기야말로 여러 면에서 우리가 공동으로 가꾼 영토지. 너에게 이걸 맡기마. 왜 하필 너냐고? 널 열렬히 사랑했기 때문이지.……”(9~12p)


몸은 두려움으로 인해 설사와 같은 생리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경험 때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첫날의 일기장을 채우고 있다. 그만큼 처음 겪는 몸의 반응은 낯설고 두렵다. 유년기의 그는 이런 몸의 반응이라든지 성장과 함께 오는 변화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항상 불같이 화를 내는 엄마와 자신을 돌볼 에너지가 없는 아버지 사이에서 외로웠다. 그는 상상 속에서 동생 도도를 만들어내고 비밀스런 장난을 한다. 함께 자신의 신체를 관찰하고 탐험한다. 육체적으로 함께할 동반자가 필요했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실 드러내는 훈련을 하게 된 대상.

엄마를 대신해서 그를 씻겨주고 돌봐준 비올레트 아줌마가 없었다며, 그의 유년은 찬바람만 불었을 것이다. 비올레트 아줌마가 죽고 일기는 슬픔에 젖고 말라 버린다.


그는 기숙사로 보내진다. 춤에는 재능이 없는 몸, 부끄러움이 많은 몸은 호기심과 열기, 치기로 가득한 또래들 사이에서 겪는 2차 성징은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뒤섞인다. 20대의 몸은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레지스탕스에 참여하고, 종전 후 프랑스 공화국의 기념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눈물에 대한 묘사는 감동적이다.

“2년 만에 다시 쓰는 이 일기에서 내가 우선 주목하고 싶은 건 바로 그 눈물이다. 오늘 아침 난 실제로 내 몸 안의 눈물을 전부 다 쏟아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있을 수 없는 살육의 기간 동안 내 정신이 축적해온 눈물을 모조리 쏟아버린 것이다. 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 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140p)


그의 뇌는 다시 지적 노동을 시작한다. 20대의 청년의 몸은 일찌감치 건강염려증을 경험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성애를 경험한 몸의 고백, 작고 연약한 몸을 향한 불안증, 자신이 교감하지 못한 몸의 대화를 한다.

아침나절, 꿈꾸는 개처럼 힘없이 혀를 늘어뜨리고 있는 브뤼노,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게 대답했다.”(194p)

이런 일기를 쓰는 그는 설레고 행복할 것이다.


질병으로 입원한 병실에서 그는 계속 그림자처럼 따라온 두려움의 실체, “두려움은 인생의 유일한 열정이었던 것 같다는 홉스의 고백과 마주친다. 혈관종, 안경, 성기능 쇠퇴, 그리고 은퇴 등 노화와 함께 그의 삶은 그 나이의 이벤트를 겪는다. 몸은 굉음도 내지 않고 조용히 해빙을 겪는다. “몸이라는 극지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362P)

노년엔 없을 것 같던 외도도 비밀스런 몸의 이벤트였다.

 


그리고 소설처럼을 읽었다. 그의 책은 많은 소설의 리스트를 적어 내려가게 한다. 교직에서 아이들의 읽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경험한 읽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자로서 아이들이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단지 tv, 학교, 시대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독서가 아이에게 가혹한 징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서를 즐겁게 해주어야한다. 그들은 훌륭한 독자가 될 자질을 갖고 태어난다. 이 자질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점수와 성적과 같은 목적을 위해서 책을 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소설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있다. 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갈구하는 그들의 욕구를 일깨워줌으로 읽도록 해줄 수 있다.


그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그것은 선물이다. 읽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강의에서 조르주 페로스의 낭독을 들었던 어느 여학생의 추억은 감동적이다. “그분은 책을 읽어주기만 하신 게 아니에요.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돈키호테보바리 부인까지도요! 비평적 통찰이 요구되는 대작인데, 교수님은 먼저 단순한 이야기로 들려주셨어요.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산초는 살아 있는 뚱보가 되었고,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는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신념으로 가득 찬 깡마른 꺽다리가 되었지요! 그분이 우리에게 들려준 에마는, ‘오래된 서가에 꽂힌 한물간 책들의 잔영에만 매달려 타락해가는 어리석은 여인이 아니라, 놀랄 만한 열정을 품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페로스 교수님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이라는 그 부조리한 모순 덩어리에게 냉소를 던지는 플로베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169p)


소설을 읽음은 소설과 내가 교감하는 것이다. 교감에 실패하면 읽다가 중단할 권리도 나에게 있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한다는 말에서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소설을 읽는 방식과 조금 달랐기 때문에. 그러나 낭독이 주는 역동성과 감동은 가끔 낭독모임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더해주어 흐뭇했다.

 



학교의 슬픔은 그의 열등했던 어린 시절로 시작해서 교사로서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몸의 일기가 유년시절에서 시작해서 노년에 이르는 몸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배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알파벳을 a를 외우는데 1년이 걸렸던 이해력 결핍과 바칼로레아 때문에 재수를 했던 경험으로 시작한다. 열등생이었던 두려움은 학창시절 내내 그의 가장 큰 문제였고 장애물이었다. 교사가 된 뒤, 그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두려움을 치료하고 방해물을 치워버려 앎이 스며들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일이었다.”(30p) 문법을 이해하지 못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단지 위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가 설명하는 문법과 철자법은 아름답기조차 하다.


이 책에서도 그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들의 목록이 줄을 잇는다. 그의 어린 시절 구원과도 같았던 독서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결국 나는 위스망스의 저아래를 구입했다프랑스 현대 문학사에 이어 페낙의 책을 읽어오면서 위스망스를 세 번이나 마주쳤기 때문이다.

은퇴 후 우연히 마주친 제자들과 수업에서 읽었던 문학으로 추억하는 그들의 대화에 가슴이 뭉클하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잊게 하는 데는 한분 단 한 분!-의 선생님이면 충분하다고.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내게는 그런 스승은 없었던 것 같다. 스승의 역할을 했던 분들은 있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젊은 교사들이 준비하지 못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멋진 메타포로 글을 마치고 있다. 오래도록 기억에 넣어두고 싶다. 여러 개의 갈피와 태그가 붙게 된 이 책을 내 아이들 키울 때 읽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함께 하는 아이들과 함께 적용해볼 수는 있을까?

 

페낙의 글은 그의 저서를 계속 찾아 읽게 하는 매력이 있다. 산문팔이 소녀를 읽기 시작했다출간된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며 찾아 읽어가고 있다. 나는 페낙 읽기 늦바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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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2-22 0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은 페낙 읽기 늦바람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하나도 안 봤습니다 이름만 들어봤어요 소설을 소설로 보라는 건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한테 하는 말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책읽기를 재미없게 여기는 사람도 있잖아요 책읽기는 재미있어야 하죠 처음에는 그러고 시간이 흐른 뒤엔 자신이 읽고 싶은대로 보면 되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22 06:26   좋아요 3 | URL
^^
말로센 시리즈까지 가게 되면 늦바람 맞을듯요!
^^

미미 2022-02-22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p.169 마음에 드네요^^♡ 선생님이 해주시는 돈키호테 이야기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그레이스님의 늦바람 응원합니다!ㅎㅎㅡ뒷북미미

그레이스 2022-02-22 10:00   좋아요 3 | URL
늦바람에 뒷북이라!
ㅎㅎ
넘 좋았어요
선생님들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런 만남이 있다면 행복할것 같아요~
조금은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예요^^

레삭매냐 2022-02-22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 전에 <소설처럼>
을 읽었었는데 재밌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책들도 궁금하네요.

그레이스 2022-02-22 10:02   좋아요 3 | URL
제게는 다 좋았어요
지금 읽고 있는 산문팔이 소녀도 좋아요^^

단발머리 2022-02-22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처럼>이 좋았는데 <학교의 슬픔>은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공존하더라구요. <몸의 일기>는 노년과도 연관 지어 읽을 수 있겠네요.
페냑의 책을 이리 정리해주시니 처음 페낙 읽으신 분들에게는 쫘악 정리되고 넘 좋을 것 같아요. 고퀄 페이퍼에 감탄하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2-02-22 10: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는 몸의 일기 보고 넘 솔직해서 살짝 충격이었거든요. 그 일기를 아들도 아니고 딸에게 주는 것도 그렇고...!
신선하고 좋았어요^^ 매력있는 사람인듯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2 1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릴식 그레이스만의 독서법이죠!
늦바람이 아니라요~^^
파고드는 집중력!!!^^
몸의 일기가 노년 이야기로군요?
신문팔이 소녀 책도 처음 봤습니다.
페낙 제대로 읽고 싶을 때, 어울리는 페이퍼가 맞네요~^^

그레이스 2022-02-22 16:04   좋아요 4 | URL
드릴식 ^^
노년의 이야기뿐 아니라 유년의 몸이야기도 있습니다. 노년보다는 유년의 이야기가 가슴아팠습니다.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2-22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몸의 일기 다들 평이 좋네요. 학교의 슬픔 도 관심이 갑니다 ~ 작가가 바칼로레아 때문에 애먹었군요. 바칼로레아 악명이 높던데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22 18:18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바칼로레아, 좋은 시험으로 보였는데 막상 점수위주의 프랑스교육을 문제로 지적하네요ㅠ
어디에나 단점은 있기마련이니...

얄라알라 2022-02-23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를 돌아보며 읽었습니다.
스크린 중독, 외로움, 분위기 탓, 아이들 집중력 탓
요즘 아이들 책 적게 읽고 가볍게 읽는 분위기를 탓하기 전에 읽어주는 것!

누군가에게 책 읽어주는 것이 꼭 영유아기 아이 대상뿐 아니라 훨씬 더 커서도 가능한 것인데
생각이 갇혀 있었다는 걸 그레이스님 글 읽으며 돌아봤네요^^

그레이스 2022-02-24 08:16   좋아요 1 | URL
예~
작년에 사기 일부분 낭독으로 읽고, 요즘은 중학교 아이들하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낭독으로 읽고 있는데 좋아요. 고전읽기 모임에서 호메로스 낭독으로 읽기 계획중인데 다시 읽는 것이어도 새로운 느낌일듯 해서 기대가 되요~~
 
목로주점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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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펠로에 위치한 봉쾨르 여관 창문에서 목을 빼고 바라보는 제르베즈의 시선에 몽마르뜨 언덕과 푸아소니에르 시문(市門)이 들어온다. 회색빛 성벽, 피가 흥건한 도살장의 피비린내와 악취, “파리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결처럼”(14p,1) 보이는 노동자들의 행렬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 외곽의 모습이다. 지도를 살펴보다가 몽마르뜨 북쪽에 위치한 생 드니 수도원이 눈에 띄었다. 273년에 몽마르트에서 처형당한 생 드니(성 디오니시우스)가 자신의 잘린 목을 들고 걸어가서 쓰러진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왜 생 드니가 눈에 띄었을까? 디오니시우스의 이야기는 형이상학을 배제한 에밀 졸라의 실험소설론에 반대되는 내용일지 모르겠다. 처형장이었던 몽마르뜨, 도살장, 생 드니의 공동묘지 쪽으로 향한 시문은 죽음을 향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 속 구뜨도흐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어리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르베즈가 머물던 봉쾨르 여관이나 공동주택은 가난의 때로 찌든 장소다. 그런 그곳에도 햇빛이 잘들고 화분이 놓여진 창문을 가진 공간이 있다. 그녀가 잠시 소유했던 세탁소도 양지바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방은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로리외 부부의 방은 제르베즈에게 역겨운 공간이고, 구제의 정돈된 집은 그녀가 좋아하는 그 주인의 삶을 담고 있다.

 


플라상에서 제르베즈의 어머니는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가”(68p,1) 생을 마쳤다.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던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행각을 벌이곤 했다.”(68p,1) 그녀는 자신이 다리를 저는 것은 그런 날 밤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14살 때 아이를 낳았다. 랑티에는 그녀와 클로드, 에티엔을 버리고 떠났다. 랑티에가 떠난 후 함석공 쿠포는 집요하게 구애를 해오고, 그들은 결혼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나나가 태어난다. 성실하게 일하던 쿠포는 지붕에서 추락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제르베즈는 세탁소를 차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듯하지만 가파른 전락의 길로 들어선다.

 


자신이 높이공중으로 던져졌다가 떨어지면서 포석의 튀어나온 모양에 따라 앞뒤가 결정되는 1수짜리 동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82p1)는 제르베즈의 소망은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조그만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이 작은 소망조차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기는커녕 허기를 달래기도 힘든 지경이며, 오물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딸은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남편에게 얻어맞는 것은 일상”(309p,2)과 이젠 길거리에서 죽는 일만이 남은 삶을 생각하며 헛헛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녀가 가엾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시대의 비참함이다.

 


쿠포와의 결혼식 날 이벤트들은 모두 암시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둥 번개가 치고, 빗속을 뚫고 산책(결혼식 후 행사)을 가는 그들, 그 산책 중 예정에 없었던 루브르의 경험, 만찬과 술취함, 고성과 다툼, 바주즈 영감과의 마주침(156p)으로 끝나는 그 하루는 그들이 살아갈 생활에 대한 암시다. 가난함 속에서도 살아가야하고 살아가는 중에 루브르와 같은 일상을 벗어난 순간도 맞을 수 있다. 장의사인 바주즈 영감을 마주치고 몸을 떨었던 제르베즈는 죽음을 원하는 비참함에 떨어지고 그가 만든 관 속에 눕게 된다. 루브르에서 보았던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쿠포의 추락을, 루벤스의 <케르메스>는 배가 터지도록 먹어대던 잔치와 알코올 중독, 욕구에 순응하는 삶을 전망한다.

 


더러운 세탁물이 널려있는 불결함이 가득한 곳에서 술 취한 쿠포와 입 한가득 주고받는 뜨거운 키스는 점차 쇠락으로 향하는 그들의 삶에 닥쳐온 첫 번째 추락의 순간과도 같았다”(233p,1)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 쿠포의 술냄새가 역겹지 않았다는 것은 쿠포의 삶이 지친 그녀의 몸에 배어 들어왔다는 의미일지 모르겠다. 몸의 유기와 방치 상태를 향한 추락의 시작이다.

 


제르베즈의 생일잔치는 그들의 가파른 전락을 예고하는 정점이고, 변곡점이다. 곳곳에 암시들이 있다. 르라 부인의 애절한 노래를 배경으로 랑티에를 향해 돌진하는 쿠포의 분노는 영화의 역설적인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클래식 사운드를 배경으로 빗속에서 살인을 하는 장면.

르라 부인은 먹고 남은 음식들 틈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쿠포 가족이 잔치의 후유증을 떨쳐내려는 듯 밤새도록 죽은 듯이 잠자는 사이, 열린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이웃집 고양이가 예리한 이빨로 조심스럽게 거위의 뼈를 갉아 먹으며 결정적으로 거위를 끝장내고 있었다.”

(372p,1)

제르베즈의 삶이 향하게 될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랑티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쿠포도 그것을 허용하고 잠자리까지 함께 하는 제르베즈도 한동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생각에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몸처럼. 삶에 진지하고 부지런했던 그녀에게서 게으른 천성이 드러나고 점차 그녀를 잠식한다. 그녀 안에 잠자고 있던 부정적 기질이 발현되고 커지는 것을 보게 된다. 가난과 게으름은 삶을 삼켜버리고 세탁부 일조차 할 수 없는 그녀는 배고픔으로 고통을 받는다. 배고픔에 지친 그녀는 충동적으로 몸을 파는 여인들의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을 기다리면서 대로를 따라 마냥 걸었다.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바람을 쐬는 숙녀처럼.”(285p 2)

 


쿠포가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서 죽어간 후에도 술은 서서히 그녀를 파괴해간다. 쿠포와 결혼 전 콜롱브 영감의 술집에서 보았던 증류기에서 받았던 암시는 현실이 되었다.

기이하게 생긴 용기들과 코일처럼 둥글게 감겨 있는 수많은 금속관들이 달린 증류기는 음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기 한 줄도 새어 나오지 않았고, 숨소리나 지하에서 코 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강력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말이 없는 침울한 일꾼이 대낮에 밤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72p,1)

도살용 도끼 혹은 곤봉이라는 뜻의 라쏘무아르(L'Assommoir)’는 콜롱브(비둘기)나 봉쾨르(선한 마음)라는 이름보다 정직하다. 쿠포와 같은 노동자, 빈민층의 삶을 내려치는 도끼다. 그들은 제르베즈가 생각했듯 삶이 선사해준 적 없는 즐거움을 위해 술 취한다.

 


불안하기만 했던 나나는 거리의 여자가 되고 소설 나나가 어떻게 쓰여 질 지를 예상하게 된다.

제르베즈가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인정은 랄리와 브뤼 영감에 베푼 친절과 쿠포가 입원해있는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발길로 나타난다. 이런 선함은 삶에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없었을까? 형이상학을 배제한 에밀 졸라의 소설에서는 없다.

 

이보게…… 내 말 들리지…… 날세, 비비라게테, 여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는 남자…… 잘 가게, 거기선, 거기선 여기서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이젠 편히 잠들라고, 어여쁜 부인!”(340p,2) 바주즈 영감의 환송을 받으며 제르베즈가 떠나는 장면이다. 제르베즈가 그렇게 바랐던 죽음만이 그녀를 고통에서 놓아줄 수 있는 것일까?

 


알코올중독과 나태함은 가족의 해체와 온갖 추잡함, 바르고 정직한 감정들의 점진적 상실을 야기하며, 종국에는 수치와 죽음을 안겨주고 만다. 이것이 바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금의 도덕론이다.”(6p, 1877년 서문)

 

에밀졸라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악취를 풍기는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전락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가 실험소설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말하자면, 한 인물의 기질이 일정한 환경을 통과함으로써 나타나는 내면과 가정과 공동체에 미치는 재난에 관한 것이다. 일정한 정념이 일정한 환경과 상황에서 작용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정념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르베즈가 구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졸라가 루공 마카르총서의 계획을 세운 것은 1868년 겨울에서 1869년에 이르는 무렵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들 속에서 새로운 과학정신을 보여 주고자 했다. 테레즈 라캥에서는 기질의 반응을 연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여기서는 그 작품보다도 더 뚜렷하게 환경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프랑스현대소설사미셸 레몽)

루공 마카르총서를 어떻게 읽어야할 것인가를 알게 된다.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세탁부와 술 취한 여인도 등장한다. 서로 상반되나? 아니다. 그가 그린 발레리나 역시 도시의 그늘에 있는 여성이다. 스폰서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신분을 상승할 기회를 잡기 위해 딸을 무대에 올리는 어머니들 이야기는 이제 생소하지 않다. 제르베즈의 삶을 읽어가며 드가가 그린 여성들이 생각났다. 제르베즈가 바란 올바른 사회가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몽둥이로 머리를 박살내듯 순식간에 여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82p,1) 그녀는 바람대로 살 수 없었고 포석”(82p,1)은 정의롭지 못했다.

위험으로 내몰린 노동자들, 중독과 자살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유린당하는 몸에밀 졸라는 관찰한 현실을 소설 안으로 끌고 들어와 사람들을 좋아하고”(68p,1) “심성이 매우 여린”(82p,1) 여인이 통과하는 삶의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세계에서 당신의 삶은 안전한가? 라고.

 

<실내(강간)> 에드가 드가 ,1868~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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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19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르베즈의 소망이 소박했기에 상황이 더 비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드가의 그림들과 소설이 참 잘 어울리네요. 그레이스님~♡드가에 대한 마지막 문단 감탄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15:03   좋아요 5 | URL
맞아요! 소박한 꿈마저 이룰수 없는 사회!
우리는 어떤가하고 생각하게되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2-02-19 15: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아리로만 살아간다는 그레이스님 글이 ㅠㅠ 제르베즈의 삶, 나나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 시대 무희들의 삶을 알고나면 드가의 그림들이 아름다움이 아닌 관음증처럼 보였어요 ㅠㅠ 그레이스님 글 읽으며 많이 배웁니다 *^^*

그레이스 2022-02-19 18:25   좋아요 7 | URL
저도 드가의 그림 해석을 처음 봤을때 충격이었어요.
그 후로 보니 드가의 그림에 멜랑꼴리가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2-02-21 23:02   좋아요 3 | URL
저도 그 문구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아리로만 살아간다˝ 그레이스님 말씀처러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시대 가난한 사람들, 보통 노동자들의 삶을 드러내주는 문구 같아서 인상깊었어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리뷰, 대가의 소설을 읽으며 솟은 영감이 리뷰에도 묻어 나오게 되나봅니다!

그레이스 2022-02-26 20:07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 감사합니다.
댓글 이제야 봤네요.
조금 정신없는 일주일을 지내다보니...
생 드니의 이야기가 제게는 이런식으로 영감을 주더라구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2-19 16: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권의 마지막이 제르베즈의 정점 이었던거 같아요. 그때까지는 좋았는데 ㅜㅜ 구제랑 떠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떠오릅니다~ 불가능한 선택이었겠지만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19 16:09   좋아요 5 | URL
저도 그랬어요 ㅠ ^^

서니데이 2022-02-20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나나도 목로주점도 제목은 좋은데, 내용을 읽기 시작하면 심각해지네요.
루공 마카르 총서는 이름만 들으면 인문학 전집 시리즈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2-20 00:42   좋아요 2 | URL
^^
그런가요?
옛날에 읽었었는데 뭘 읽었었는지 전혀 다른 느낌이예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

레삭매냐 2022-02-21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마저 읽어야 하는데 -
계속 새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
미치갔습니다.

그레이스 2022-02-21 11:27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배송중!

페크pek0501 2022-02-21 1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을 오디오북으로 찾으니 없더라고요. 많은 작품들이 오디오북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02-21 13:01   좋아요 2 | URL
아!
오디오북 간절할때가 걷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때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서니데이 2022-02-21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을 지나고 나니 2월이 한주일 조금 남았습니다.
내일도 춥다고 해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21 23: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2-02-22 0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만이 고통에서 놓아준다니... 이 말 슬프네요 실제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살았을 때 좋았던 적도 있었기를... 어떻게 해도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지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22 06:23   좋아요 2 | URL

넘 슬퍼요

2022-03-10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