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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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펠로에 위치한 봉쾨르 여관 창문에서 목을 빼고 바라보는 제르베즈의 시선에 몽마르뜨 언덕과 푸아소니에르 시문(市門)이 들어온다. 회색빛 성벽, 피가 흥건한 도살장의 피비린내와 악취, “파리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결처럼”(14p,1) 보이는 노동자들의 행렬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 외곽의 모습이다. 지도를 살펴보다가 몽마르뜨 북쪽에 위치한 생 드니 수도원이 눈에 띄었다. 273년에 몽마르트에서 처형당한 생 드니(성 디오니시우스)가 자신의 잘린 목을 들고 걸어가서 쓰러진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왜 생 드니가 눈에 띄었을까? 디오니시우스의 이야기는 형이상학을 배제한 에밀 졸라의 실험소설론에 반대되는 내용일지 모르겠다. 처형장이었던 몽마르뜨, 도살장, 생 드니의 공동묘지 쪽으로 향한 시문은 죽음을 향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 속 구뜨도흐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어리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르베즈가 머물던 봉쾨르 여관이나 공동주택은 가난의 때로 찌든 장소다. 그런 그곳에도 햇빛이 잘들고 화분이 놓여진 창문을 가진 공간이 있다. 그녀가 잠시 소유했던 세탁소도 양지바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방은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로리외 부부의 방은 제르베즈에게 역겨운 공간이고, 구제의 정돈된 집은 그녀가 좋아하는 그 주인의 삶을 담고 있다.

 


플라상에서 제르베즈의 어머니는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가”(68p,1) 생을 마쳤다.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던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행각을 벌이곤 했다.”(68p,1) 그녀는 자신이 다리를 저는 것은 그런 날 밤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14살 때 아이를 낳았다. 랑티에는 그녀와 클로드, 에티엔을 버리고 떠났다. 랑티에가 떠난 후 함석공 쿠포는 집요하게 구애를 해오고, 그들은 결혼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나나가 태어난다. 성실하게 일하던 쿠포는 지붕에서 추락한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제르베즈는 세탁소를 차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듯하지만 가파른 전락의 길로 들어선다.

 


자신이 높이공중으로 던져졌다가 떨어지면서 포석의 튀어나온 모양에 따라 앞뒤가 결정되는 1수짜리 동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82p1)는 제르베즈의 소망은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조그만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이 작은 소망조차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기는커녕 허기를 달래기도 힘든 지경이며, 오물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딸은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남편에게 얻어맞는 것은 일상”(309p,2)과 이젠 길거리에서 죽는 일만이 남은 삶을 생각하며 헛헛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녀가 가엾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시대의 비참함이다.

 


쿠포와의 결혼식 날 이벤트들은 모두 암시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둥 번개가 치고, 빗속을 뚫고 산책(결혼식 후 행사)을 가는 그들, 그 산책 중 예정에 없었던 루브르의 경험, 만찬과 술취함, 고성과 다툼, 바주즈 영감과의 마주침(156p)으로 끝나는 그 하루는 그들이 살아갈 생활에 대한 암시다. 가난함 속에서도 살아가야하고 살아가는 중에 루브르와 같은 일상을 벗어난 순간도 맞을 수 있다. 장의사인 바주즈 영감을 마주치고 몸을 떨었던 제르베즈는 죽음을 원하는 비참함에 떨어지고 그가 만든 관 속에 눕게 된다. 루브르에서 보았던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쿠포의 추락을, 루벤스의 <케르메스>는 배가 터지도록 먹어대던 잔치와 알코올 중독, 욕구에 순응하는 삶을 전망한다.

 


더러운 세탁물이 널려있는 불결함이 가득한 곳에서 술 취한 쿠포와 입 한가득 주고받는 뜨거운 키스는 점차 쇠락으로 향하는 그들의 삶에 닥쳐온 첫 번째 추락의 순간과도 같았다”(233p,1)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 쿠포의 술냄새가 역겹지 않았다는 것은 쿠포의 삶이 지친 그녀의 몸에 배어 들어왔다는 의미일지 모르겠다. 몸의 유기와 방치 상태를 향한 추락의 시작이다.

 


제르베즈의 생일잔치는 그들의 가파른 전락을 예고하는 정점이고, 변곡점이다. 곳곳에 암시들이 있다. 르라 부인의 애절한 노래를 배경으로 랑티에를 향해 돌진하는 쿠포의 분노는 영화의 역설적인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클래식 사운드를 배경으로 빗속에서 살인을 하는 장면.

르라 부인은 먹고 남은 음식들 틈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쿠포 가족이 잔치의 후유증을 떨쳐내려는 듯 밤새도록 죽은 듯이 잠자는 사이, 열린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이웃집 고양이가 예리한 이빨로 조심스럽게 거위의 뼈를 갉아 먹으며 결정적으로 거위를 끝장내고 있었다.”

(372p,1)

제르베즈의 삶이 향하게 될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랑티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쿠포도 그것을 허용하고 잠자리까지 함께 하는 제르베즈도 한동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생각에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몸처럼. 삶에 진지하고 부지런했던 그녀에게서 게으른 천성이 드러나고 점차 그녀를 잠식한다. 그녀 안에 잠자고 있던 부정적 기질이 발현되고 커지는 것을 보게 된다. 가난과 게으름은 삶을 삼켜버리고 세탁부 일조차 할 수 없는 그녀는 배고픔으로 고통을 받는다. 배고픔에 지친 그녀는 충동적으로 몸을 파는 여인들의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을 기다리면서 대로를 따라 마냥 걸었다.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바람을 쐬는 숙녀처럼.”(285p 2)

 


쿠포가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서 죽어간 후에도 술은 서서히 그녀를 파괴해간다. 쿠포와 결혼 전 콜롱브 영감의 술집에서 보았던 증류기에서 받았던 암시는 현실이 되었다.

기이하게 생긴 용기들과 코일처럼 둥글게 감겨 있는 수많은 금속관들이 달린 증류기는 음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기 한 줄도 새어 나오지 않았고, 숨소리나 지하에서 코 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강력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말이 없는 침울한 일꾼이 대낮에 밤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72p,1)

도살용 도끼 혹은 곤봉이라는 뜻의 라쏘무아르(L'Assommoir)’는 콜롱브(비둘기)나 봉쾨르(선한 마음)라는 이름보다 정직하다. 쿠포와 같은 노동자, 빈민층의 삶을 내려치는 도끼다. 그들은 제르베즈가 생각했듯 삶이 선사해준 적 없는 즐거움을 위해 술 취한다.

 


불안하기만 했던 나나는 거리의 여자가 되고 소설 나나가 어떻게 쓰여 질 지를 예상하게 된다.

제르베즈가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인정은 랄리와 브뤼 영감에 베푼 친절과 쿠포가 입원해있는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발길로 나타난다. 이런 선함은 삶에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없었을까? 형이상학을 배제한 에밀 졸라의 소설에서는 없다.

 

이보게…… 내 말 들리지…… 날세, 비비라게테, 여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는 남자…… 잘 가게, 거기선, 거기선 여기서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이젠 편히 잠들라고, 어여쁜 부인!”(340p,2) 바주즈 영감의 환송을 받으며 제르베즈가 떠나는 장면이다. 제르베즈가 그렇게 바랐던 죽음만이 그녀를 고통에서 놓아줄 수 있는 것일까?

 


알코올중독과 나태함은 가족의 해체와 온갖 추잡함, 바르고 정직한 감정들의 점진적 상실을 야기하며, 종국에는 수치와 죽음을 안겨주고 만다. 이것이 바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금의 도덕론이다.”(6p, 1877년 서문)

 

에밀졸라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악취를 풍기는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전락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가 실험소설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말하자면, 한 인물의 기질이 일정한 환경을 통과함으로써 나타나는 내면과 가정과 공동체에 미치는 재난에 관한 것이다. 일정한 정념이 일정한 환경과 상황에서 작용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정념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르베즈가 구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졸라가 루공 마카르총서의 계획을 세운 것은 1868년 겨울에서 1869년에 이르는 무렵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들 속에서 새로운 과학정신을 보여 주고자 했다. 테레즈 라캥에서는 기질의 반응을 연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여기서는 그 작품보다도 더 뚜렷하게 환경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프랑스현대소설사미셸 레몽)

루공 마카르총서를 어떻게 읽어야할 것인가를 알게 된다.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세탁부와 술 취한 여인도 등장한다. 서로 상반되나? 아니다. 그가 그린 발레리나 역시 도시의 그늘에 있는 여성이다. 스폰서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신분을 상승할 기회를 잡기 위해 딸을 무대에 올리는 어머니들 이야기는 이제 생소하지 않다. 제르베즈의 삶을 읽어가며 드가가 그린 여성들이 생각났다. 제르베즈가 바란 올바른 사회가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몽둥이로 머리를 박살내듯 순식간에 여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82p,1) 그녀는 바람대로 살 수 없었고 포석”(82p,1)은 정의롭지 못했다.

위험으로 내몰린 노동자들, 중독과 자살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유린당하는 몸에밀 졸라는 관찰한 현실을 소설 안으로 끌고 들어와 사람들을 좋아하고”(68p,1) “심성이 매우 여린”(82p,1) 여인이 통과하는 삶의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세계에서 당신의 삶은 안전한가? 라고.

 

<실내(강간)> 에드가 드가 ,1868~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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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19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르베즈의 소망이 소박했기에 상황이 더 비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드가의 그림들과 소설이 참 잘 어울리네요. 그레이스님~♡드가에 대한 마지막 문단 감탄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15:03   좋아요 5 | URL
맞아요! 소박한 꿈마저 이룰수 없는 사회!
우리는 어떤가하고 생각하게되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2-02-19 15: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아리로만 살아간다는 그레이스님 글이 ㅠㅠ 제르베즈의 삶, 나나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 시대 무희들의 삶을 알고나면 드가의 그림들이 아름다움이 아닌 관음증처럼 보였어요 ㅠㅠ 그레이스님 글 읽으며 많이 배웁니다 *^^*

그레이스 2022-02-19 18:25   좋아요 7 | URL
저도 드가의 그림 해석을 처음 봤을때 충격이었어요.
그 후로 보니 드가의 그림에 멜랑꼴리가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2-02-21 23:02   좋아요 3 | URL
저도 그 문구 ˝잘려진 목을 들고 몸뚱아리로만 살아간다˝ 그레이스님 말씀처러 사회적 안전망이 없던 시대 가난한 사람들, 보통 노동자들의 삶을 드러내주는 문구 같아서 인상깊었어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리뷰, 대가의 소설을 읽으며 솟은 영감이 리뷰에도 묻어 나오게 되나봅니다!

그레이스 2022-02-26 20:07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 감사합니다.
댓글 이제야 봤네요.
조금 정신없는 일주일을 지내다보니...
생 드니의 이야기가 제게는 이런식으로 영감을 주더라구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2-19 16: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권의 마지막이 제르베즈의 정점 이었던거 같아요. 그때까지는 좋았는데 ㅜㅜ 구제랑 떠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떠오릅니다~ 불가능한 선택이었겠지만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19 16:09   좋아요 5 | URL
저도 그랬어요 ㅠ ^^

서니데이 2022-02-20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나나도 목로주점도 제목은 좋은데, 내용을 읽기 시작하면 심각해지네요.
루공 마카르 총서는 이름만 들으면 인문학 전집 시리즈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2-20 00:42   좋아요 2 | URL
^^
그런가요?
옛날에 읽었었는데 뭘 읽었었는지 전혀 다른 느낌이예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

레삭매냐 2022-02-21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마저 읽어야 하는데 -
계속 새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
미치갔습니다.

그레이스 2022-02-21 11:27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배송중!

페크pek0501 2022-02-21 1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을 오디오북으로 찾으니 없더라고요. 많은 작품들이 오디오북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02-21 13:01   좋아요 2 | URL
아!
오디오북 간절할때가 걷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때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서니데이 2022-02-21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을 지나고 나니 2월이 한주일 조금 남았습니다.
내일도 춥다고 해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21 23: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2-02-22 0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만이 고통에서 놓아준다니... 이 말 슬프네요 실제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살았을 때 좋았던 적도 있었기를... 어떻게 해도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지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22 06:23   좋아요 2 | URL

넘 슬퍼요

2022-03-10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밀 졸라를 시작하면서 읽은 책이다. 프랑스 소설을 읽을 때, 랑송 불문학사로 정리하곤 했다. 미술사적 방법론은 한 미술가가 어떤 주의(~ism)을 선택하기까지 미술사의 흐름을 아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임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유효(중요)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랑송 불문학사가 작가 별로 구분지어 정리하고 있다면 이 책은 현대소설의 등장과 그 이후 주요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주의(~ism)의 변화와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소설의 사회학적인 측면을 더 많이 다루고 있다.

 


먼저 간략하게 18세기 소설을 정리한다. “소설이라는 장르는 어느 장르보다도 사회의 진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15p) 사회적 환경, 시대적 풍속 묘사,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의 소개와 함께, 정념의 이미지, 행복과 절망을 재현함으로 연극이나 시보다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입력과 활력이 있다. 소설이 지닌 사회학이다. 실제로 18세기는 소설이라는 형식이 자리를 잡은 시대이다. 루소의 신 엘로이즈를 유례가 없는 하나의 현상으로 설명한다. 흑색 소설(Roman noir), 연애소설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초상과 관습적 에피소드들을 거론한 후 장르로서 역사소설을 다룬다. 역사소설의 등장은 장르의 혁신으로서 월터 스코트가 빅토르 위고나 플로베르 등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소설을 스탕달로 시작하고 있다. 스탕달의 사실성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은 실제 사실을 중요시한 작업은 사실주의적이다. 그가 44세에 발표한 아르망스는 문학적 시사성을 띤 작품이다. 주인공을 통해 관찰된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대표작인 적과 흑을 소개한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작가는 발자크이다. 그의 작업에서 콩쿠르 형제에서 에밀 졸라에 이르는 서민과 하층민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들이 엿보이는데, 사생활의 장면, 창녀들의 영화와 비참등에서 그 예를 찾는다.

 

낭만주의 작가로 조르주 상드를 소개한다. 조르주 상드가 1831년 파리로 와서 자리를 잡을 무렵은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내놓을 참이었고, 뮈세는 이제 막 스페인과 이태리의 꽁뜨를 발표했으며 스탕달은 적과 흑을 발자크가 상어가죽을 펴냈다.”(121p) 상드의 소설의 틀을 빌린 그의 연애담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로 털어놓은 작가의 어조를 감지할 수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운동적인 요구를 첨가해놓고 있다. 그는 이상주의적인 전원소설도 발표한다. 혁명을 겪고 난 뒤 그의 사상은 발전하고, 이상세계에 관심을 가진다. 조르주 상드의 이상주의는 미래로의 도피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탕달, 발자크와 더불어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성립되어가고 있는 동안 낭만주의 시인들 역시 소설적인 형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129p)했다. 비니와 뮈세가 그 작가들이다.

1836년 뮈세의 세기아의 고백은 시 의 연작을 쓴 시인의 정념에 넘치는 연애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속내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한 세대의 증언을 담고자 했다. 서정성과 표현성이 강한 상징들이 지배적인 시인들의 소설들은 라마르틴느, 뮈세, 비니, 위고의 낭만주의 작품이다.

발자크 사후 십년 동안 소설계는 단 하나의 걸작밖에 내놓지 못했다. 그것이 보바리 부인이다. 이 변화무쌍한 시기 동안 얼마나 많은 종류의 경향들이 서로 교차하였으며 얼마나 많은 실험들이 이 장르의 새로운 진로들을 예고했던가! …… 발자크의 그림자는 프랑스 소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135p)

 

사실주의는 낭만주의와 대립했고 실증주의는 정신주의에 대립했다. 레 미제라블보바리 부인제르미니 라세르퇴같은 소설들 가운데 문득 나타난 조화를 깨는 작품이었다. 사실주의 소설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위고의 소설에는 사실주의적 경향이 작용하고 있었고, ‘사회적연구와 철학적연구의 요소가 있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레 미제라블은 서민들 가운데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사회학은 이런 책이 프랑스인의 심성이 변화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145p)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 소설의 모델이었다. 발자크는 현대소설의 아버지였다. 플로베르는 그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을 정비했다.”(150p) 그는 진실성이 깃들도록 고심했다. 플로베르의 방법은 과학적이었다. 플로베르는 자료조사를 중요시하는 유파의 최초의 승승이었다. 에밀 졸라의 실험소설에서 볼 수 있는 방법론이다. 그의 감정교육은 실패의 소설이다. 한 세대의 파탄과 한 인생이 서서히 와해되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사실주의에서 자연주의로 옮겨가는 과정에 공쿠르가 자리하고 있다. 1861년에 우리가 쓰는 소설의 특수한 성격들 중 한 가지는() 이 시대에 대한 가장 역사적인 소설이라는 점일 것이다. 우리들 세기의 정신사에 가장 많은 사건들과 실화들을 공급해 주게 될 소설이란 말이다”(177p)라고 공쿠르 형제는 썼다. 그들은 역사에서 소설로 옮겨갔다. 현실에서 채취한 문헌documents’으로부터 소설을 구성했다. 이 구성 원칙은 후에 나타날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소설가들에게서 나타난다. 제르미니 라세르퇴는 문학사에 남을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서민들의 파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소녀시절의 극적인 경험, 불행한 임신, 쥐피용과의 불화, 화해, 결별, 고트뤼슈와 맺은 관계, 우연히 만난 사랑, , 그리고 죽음. 진짜 자연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의 자연주의 소설이라 할 수 있”(184p) .

 

에밀졸라는 1865년에 이 제르미니 라세르퇴를 지지했다. 에밀 졸라는 문학작품이란 바로 예술가의 비전을 통해 전치(轉置)된 현실이다라고 문학적 원칙을 설명했다. 그 전치(轉置)는 이성과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작업은 창조자의 기질에서 유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제르미니 라세르퇴를 높게 평가했다. 졸라는 젊은 시절에 뮈세를 찬양했다. 후에는 낭만주의를 벗어날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랑송 불문학사목로주점을 낭만주의적 소설로 분류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 요소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를 서사적 사실주의라는 챕터로 분류하고 있다.

 

에밀 졸라는 실험 소설에서 과학자의 방법과 소설가의 방법이 유사한 것으로 비교하고 있다. 1868년 겨울에서 1869년에 이르는 동안 루공 마카르총서를 계획하며, 자신의 소설들 속에서 새로운 과학정신을 보여 주고자 했다. 1867테레즈 라캥에서 기질의 반응을 연구했고 이 작품들에서는 더 뚜렷하게 환경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1878년에 루공 마카르 가문의 족보를 발표했다. 그는 그 족보가 이미 1868년에 작성되었으며, 그 이후 자신은 그 족보에 일치시켜 작품을 써왔을 뿐이라고 공언했다. 1969년 라크로아 출판사에 제출한 계획에는 열 권 정도의 소설만이 예정되어 있었다. 1871년 이후의 것인 <소설들의 목록 liste des rommans>20여 권을 예상하고 있었다. 한 가문의 박물지이며 한 사회적 시대의 그림으로서의 소설들이다. 자연주의에서 에밀 졸라가 차지하는 무게만큼이나 많은 페이지를 들여 루공 마카르총서의 소설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프랑스 현대 소설사 분량의 절반 정도 위치에 에밀졸라와 자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일 단 여기서 멈췄다. 에밀 졸라는 루공 마카르총서 읽기를 마친 후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순서적으로 테레즈 라캥을 먼저 읽었어야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잊고 있었던 뮈세의 세기아의 고백을 구입했고, 절판된 스탕달의 아르망스를 도서관에서 대출해왔다. 무재고 출판판매(POD)를 하는 공쿠르 형제의 제르미니 라세르퇴는 주문해서 며칠 전 받았다. 플로베르의 살람보도 꺼내놓았다. 지난주에 읽었던 페낙의 소설처럼에서도 거론되는 소설들이어서 반가웠다. 미술사, 문학사는 펼치면 읽어야 할 책들이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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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5 0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기전에 시대적 배경을 먼저 알아보는건 좋은거 같아요. 더 이해가 잘될거 같습니다~!! 그냥 막 읽는 저를 반성하게 되는군요 😅

그레이스 2022-02-15 07:10   좋아요 4 | URL
사실 그냥 감상하는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진도를 못 나가요. ^^ㅠ
이건 제 기질적인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5 07: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도 체계적인 걸 좋아하시군요??^^
늘 생각하지만 그레이스님은 깊이 읽기를 하시는 듯 합니다. 배우고 싶네요.^^
그리고, 이거 참 유용한 정보입니다.
프랑스 소설류 참 좋아하긴 하는데, 순서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책을 먼저 읽어 본다면 체계가? 바로 서겠어요ㅋㅋㅋ
담아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2-15 09:04   좋아요 5 | URL
그런가봐요
읽다보면 순서대로, 이런 사전준비를 하면서 읽게 되요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뽑았다가도 먼저 읽어야 할 책들때문에 다시 꽂아놓아요
항상 좋은것만은 아닌듯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22-02-15 08: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다 있네요? 저도 검색해보러 갑니다.

그레이스 2022-02-15 08:41   좋아요 3 | URL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으니까요 ㅎㅎ
다락방님 책장에서 보물을 가져왔듯이...^^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2-02-15 0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에밀 졸라 책 읽을 때 그레이스 님의 이 글을 다시 읽아 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2-15 08:35   좋아요 4 | URL
예~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2-15 1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소설을 생각보다 많이 읽지 않았는데 졸라 읽으려연 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2-15 14:54   좋아요 3 | URL
^^
예~

초란공 2022-02-15 14: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향해 출발하시는 듯합니다^^ 저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목로주점>을 읽었나봐요. 사람들의 삶이 숨막히게 안타깝고 답답해서 읽고는 바로 팔아버렸어요 ㅋㅋ 저는 먼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ㅜㅜ

그레이스 2022-02-15 14:55   좋아요 4 | URL
읽는 방식도 감상도 자유니까요~^^
저도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mini74 2022-02-15 15: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사조와 역사에 대한 강의 듣는 기분 , 넘 좋아요. 아 이런 순서로 읽음 좋겠어요 ~~줄을 선다 ㅠㅠ 공감입니다 ㅎ

그레이스 2022-02-15 15:48   좋아요 3 | URL
^^
나래비!

Falstaff 2022-02-15 15: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른 작가들에 비해 대중적이긴 하지만 알렉상드르 뒤마가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굳이 하대해서 B급 문화, 대중문학이라고 해도 좋긴 한데, 뒤마 만큼 재미나게 쓰는 작가를 어디 쉽게 볼 수 있겠습니까.
<몽테크리스트 백작>, <삼총사>, <검은 튤립> (강추!), 등등 쟁쟁한데 다만 하나 <카틀린 메디치의 딸>은 비추, 비추, 또 비추. 축약본인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전 세기아의 고백....이라고 해서 ‘세기아‘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지 뭡니까.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2-15 17:56   좋아요 4 | URL
ㅎㅎ
un enfant du siècle 를 그렇게 번역했네요^^
世紀兒

랑송불문학사에는 뒤마를 소개하는데 여긴 없네요 ^^

scott 2022-02-16 0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월에는 졸라옹과 프랑스!!

와인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사알 짝 놓고 가여 =3=3=3=3

+ .*  。
 *  。
. .∵∴ * 。
 ┏┓
 ┣┫
╭╯╰╮∧_∧
┣━┓┃^ω^。)
┣━┛⊂ |
┗━━┛し∪=3=3=3

그레이스 2022-02-16 07:08   좋아요 4 | URL
술 안마시긴하지만 스콧님이 주셨으니~^^

희선 2022-02-16 0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서 주는 상 콩쿠르상은 콩쿠르 형제였군요 다른 사람 이름 상도 있는지, 프랑스에서 가장 잘 아려진 상이 콩쿠르상이군요 프랑스 소설 읽은 게 없다 생각했는데, 아주 없지는 않군요 에밀 졸라 보시다가 이런 책을 보셨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2-16 10:01   좋아요 6 | URL
여러개 있는 걸로 알아요~
희선님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2-17 21: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를 읽다가 프랑스 현대사로 가신 그레이스님.^^
제르미니 라쇠르테는 표지가 낯설어서 원서인 것 같았는데, POD라는 낯선 방식이네요.
많이 찾는 책이 아니면 이전에도 소량 인쇄를 하는 경우가 없진 않았겠지만, 귀한 책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17 22:03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하고 따뜻한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22-02-18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 날씨가 따뜻했는데,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저녁 뉴스에서는 주말에 다시 추워진다고 하네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18 20:57   좋아요 4 | URL
예~
추운건 괜찮은데 오미크론이 더 무섭네요 ㅠ
주변에 확진자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주변에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없으면 인간관계가 좁은거라면서요?!^^
서니데이님도 조심하시고 평안하세요~~♡

2022-02-1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9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2-21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네 권으로 돼 있는데 이 책이 떠오르네요. 네 권 중 두 권인가 읽었는데
흥미롭게 읽었어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기술돼 있었어요. 스탕달, 발자크를 보니 생각났어요. ^^

그레이스 2022-02-21 12:57   좋아요 2 | URL
저도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가지고 있어서 가끔 참고해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2-03-08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새로운 앎을 주시는 그레이스님 ~~페이파 당선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ㅎㅎ

그레이스 2022-03-08 18:50   좋아요 2 | URL
페이파 ㅍ하~
일부러 그러신거죠?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3-08 18:51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ㅠㅠ 폰으로 쓰다보니 손가락이 살 쪄서 ㅎㅎㅎ 일부러 그런 걸로 할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2-03-08 18:52   좋아요 2 | URL
저는 노안때문에... 잘 그래요
그래도 글자를 키우지 않는 자존심!
ㅋㅋ

새파랑 2022-03-08 18: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에 이어서 에밀졸라까지~!! 종합독서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3-08 18:51   좋아요 4 | URL
종합독서는 새파랑님이...!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3-08 19:0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상적였던 페이퍼 역시~~👍👍👍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3-08 19:59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미미 2022-03-08 1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3-08 19:5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3-08 2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합니다.
에밀 졸라 읽기, 화이팅**

그레이스 2022-03-09 05:20   좋아요 2 | URL
화이팅^!~

청공 2022-03-09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추카추카~ 인사드려요^^

그레이스 2022-03-09 05: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3-09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그레이스님, 프랑스 소설사까지 공부하며 소설을 깊이 읽으시는군요. 멋지십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3-09 18: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님도 멋지십니다!
축하드려요~~

희선 2022-03-09 0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에밀 졸라 읽기 즐겁게 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3-09 05: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우리는 ‘교육자‘를 자처하지만, 실은 아이에게 성마르게빚 독촉을 해대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다. 우리가 받은 지식을 돌려주어야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될수록 빨리! 그렇지 않으면, 무엇보다 바로 우리 자신부터 의심을 해봐야 할 것이다.
- P59

‘아이‘도 독서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한시도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아이가 제출한 논술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렇다.
주제: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연인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편지에 썼던, "살고자 한다면 책을 읽으시오!" 라는 단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이는 플로베르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P90

"텔레비젼은독서를 방해하는 제1의 적이다. 생각해보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텔레비전은 무기력한 수동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서는 모든 것을 떠맡는 적극적 행위다" 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교사는 빨간 펜으로 묵묵히 동의를 표한다.
(매우 우수!)*그러면서도 순간 교사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몽상에 빠진 학생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적어도 그에게 몇몇 영화는 원작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전혀 떠오르지않았다. 사냥꾼의 밤」「아마르코드」 「맨해튼」 「전망 좋은방」「바베트의 만찬」 「화니와 알렉산더」 같은 영화는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가! 그 영화들의 영상에는 무언가 기호의신비가 담겨 있는 듯했다. 물론 이는 무슨 거창한 전문가적입장에서의 견해는 아니다. 자신은 영화 구성 기법이며 영화 애호가들의 전문 용어에 전혀 문외한이 아니던가. 다만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자신이 보기에도 그 영상들은 파내도 파내도 고갈되지 않을 듯한, 해석을 달리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의미를 전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 P93

때론 텔레비전의 영상조차 그랬다. 언젠가 모든 사람 을 위한 독서」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바슐라르의 만년의 모습, 「아포스트로프」에 출연했던 장켈레비치의 타래 머리,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밀라노 축구팀과의 경기에서 파평이 멋지게 골을 넣는 장면….… - P94

가독서가 과연 의사소통의 행위일까? 이것 또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농담 정도로나 봐줄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말이 없다. 책을 읽은 즐거움을, 우리는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느낌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서 그다지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느낌을 발설하기 전에 시간을 두고 설익은 생각을 가다듬으며농익도록 뜸을 들이느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의 침묵은 우리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책을 다 읽었지만, 우리는아직도 책 속에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버거워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한 피신처로 여겨지는 것이다. 책은 거대한 외부 세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우연으로 가득 찬 일상사를 높은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었으되 우리는 말이 없다. 책을 읽었기때문에 말이 없는 것이다. 몰래 숨어서 우릴 지켜보던 감시병이 튀어나와 "어때? 재미있어? 이해가 되니? 뭘 느꼈는지 얘기해봐!"라고 심문을 일삼는다고 해도 답변을 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 P109108

가까운 이가 우리에게 책을 한 권 읽으라며 주었을 경우,
우리가 책의 행간에서 맨 먼저 찾는 것은 바로 책을 준 그 사람이다. 그의 취향, 그가 굳이 이 책을 우리의 양손에 쥐여주었던 이유, 그와의 유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증표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내 책의 내용에 빠져들어, 정작 책에 빠져들게 만든 장본인은 잊고 만다. 아마도 이것이바로 한 권의 문학 작품이 발하는 막강한 위력일 터이다. 일상마저도 까맣게 잊게 만드는…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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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7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레이스님의 페이퍼 읽다가 「바베트의 만찬」 이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네요
영화 넘 재밌게 보았는데 말이죠^^

TV에서 이젠 최대 적이 스마트폰으로 넘어 왔네요. 영화도 독서의 적인지는?^^

그레이스 2022-02-07 21:40   좋아요 1 | URL
저는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 갖고 있어요^^ 작가는 뒷부분에 계속 끊임없이 떠올리게 되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말해요.
무언가를 읽어낸다는 의미로 볼때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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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몸의 변화를 겪는 소년 페낙은 당혹스럽고 외롭다. 청년의 몸은 폭발하고, 장년은 자신의 몸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노안과 함께 찾아온 노년의 몸은 불안하다. 몸의 변화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정말 외로울 것이다. 유머를 잃지 않는 글에서도 몸의 존재로서 고독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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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07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00자평이 슬프네요 ㅜㅜ 나이를 먹는건 고독한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2-07 18:58   좋아요 5 | URL
불안하고 고독하기도 하지만 잠깐씩은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2-02-07 1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안과 함께 찾아 온~~
저는 노년이군요, 으흐흑😫😫

그레이스 2022-02-07 19:20   좋아요 4 | URL
^^;;;;;;;

mini74 2022-02-07 19: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넘 멋진 100자평~ 인데 공감으로 밀려오는 슬픔 ㅠㅠ 눈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게 되네요. 요즘은 귀도 좀 먹은거 같은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2-07 19:22   좋아요 4 | URL
시력과 청력이 함께 가는 것 같긴해요
아이들이 뭐라하면 잘 못알아들어요
뭐라고?
하면 왜이렇게 크게 말하냐고... ㅋㅋ

scott 2022-02-10 23:39   좋아요 2 | URL
청력은 인간의 오감 중에
가장 늦게 퇴보 하는뎅 ㅠ.ㅠ

그레이스 2022-02-11 12:00   좋아요 2 | URL
그게 소리를 시각으로도 같이 듣지 않나싶어요 ㅎㅎ
 

"사람이 살면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서로 싸우는라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지."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페르망탱이 내게 침을 뱉지 않았어도 내가 그 고통 속에 몸을 던졌을까. 나의 참여는 단지 날아온침의 궤적과만 관련 있었을 뿐,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단다.
- P136

2년 만에 다시 쓰는 이 일기에서 내가 우선 주목하고싶은 건 바로 그 눈물이다. 오늘 아침 난 실제로 내 몸 안의 눈물을전부 다 쏟아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있을 수 없는 살육의기간 동안 내 정신이 축적해온 눈물을 모조리 쏟아버린 것이다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 맑은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깨끗이 자신을 청소한다. 그 정화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종착역에 정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눈물로 표현된 정신은 비로소 몸과도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있다. 내 몸도 오늘 밤엔 잠을 잘 잘 것이다. 안도의 울음을 실컷울었으니, 이제 끝났다. 사실 이미 몇 달 전에 다 끝난 것이었지만,
확실히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이러한 의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끝났다. 그가 훈장을 준 건 바로 그래서다. 내 레지스탕스의 끝, 눈물에 영광 있으라!
- P140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지적 노동을 할 때 느끼게 되는 몸의 감각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책들의 고요한 떨림,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결, 종이의 섬유 위에서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풀의 자극적인 향, 잉크의 광택, 꼼짝 않고 있는 몸의 무게, 너무 오랫동안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탓에 저린 발끝, 그 바람에 일어서려다가 뒤뚱거리며 가방에 부딪치기도 한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순 없다. 몸을 흔들어대며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좌우에서 스트레이트를 퍼붓고, 훅, 어퍼컷, 연타, 라운드(이젠 확실히 왼쪽 주먹이 완전하게 펴지지 않는다. 그러나 훅이나 어퍼컷은 여전히 칠수 있다). 머리로는 복싱의 리듬에 맞춰 시구를 암송한다. 수세기에 걸쳐 다듬어진 문장들을 머리가 깨질 정도로 외는 동안 팔은춤추고, 주먹은 때리고, 땀은 흐른다. 세탁통에서 퍼낸 차가운 물몸에 물을 끼얹어봐, 몸을 말려, 옷을 다시 입어, 공부를 시작해, 공부를 시작하라고, 그리하여 또다시 부동의 자세. 문장들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그 느낌! 순례하는 매는 인쇄된 책이라는 너른 들판위를 탐색 중이다. 귀한 사상들이여, 그대는 내 먹이요 내 풀밭, 어서 몸을 숨겨보시게 내가 가서 그대를 먹어치우고 소화까지 시켜버릴 테니! 빌어먹을,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지? 오늘 저녁엔 여기서 멈추자, 눈꺼풀이 모래처럼 무거워지고 펜은 자꾸만빗나간다. 잠을 자자, 대지 위에 몸을 눕히고 잠을 자자꾸나.
- P141

1954년 1월 28일 목요일30세 3개월 18일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 꿈, 새벽 5시에 불안이 잠을 깨웠다.
아니, 불안이라는 녀석이 내가 잠에서 깨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난 다시 잠이 들긴 했지만, 불안이 곧 또다시 날 잠에서 끌어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집게로 신생아의머리를 끄집어낼 때처럼 내 가슴팍을 붙든 채로, 아, 이번엔 안 돼!
싫어! 안 돼! 민첩하게 가슴을 뒤틀어 집게를 피한 덕에 내 몸은불안에서 벗어났다. 그러고 나선 돌고래처럼 편안히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엔 성격이, 아니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잠이었다. 편안함 자체가 되어버린 잠, 불안이 도저히 해코지할 수 없는 피난처,
모든 걸 다 포함하는 잠, 내 몸이 몽테뉴의 수상록』 속으로 풍덩빠져든 것이다! 그렇게 자고 나서 깨어나자마자 난 얼른 메모를 남겼다. 『수상록』의 물 흐르듯 유연한 깊이 속으로, 그 책의 종이 속으로, 몽테뉴라는 사람 속으로 도망쳤었다고.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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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06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새로 나온 문제집과 강의교재를 살 생각이 들어서 잠깐 기뻤습니다.
새 노트와 펜 같은 것들도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2-06 22:23   좋아요 2 | URL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뭔가 시작하는 것은 기분좋은 흥분을 가져다주죠~
준비 잘 하시고 밤 동안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