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을 먼저 읽은 후,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듣게 될 때, 글에서 받았던 이미지와 달리 낯설 때가 있다. 그러다가 강의 중에 글에서 끌렸던 생각의 방향이나 열정을 느끼게 되면 그 강사와 저자는 한 사람이 된다. 새삼 글쓰기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강사의 책 2권을 읽고 2회에 걸친 강의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좋았다.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는 우리 옛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가 서양화 감상법으로 우리 그림을 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우리 그림에서 색, , , 형상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선 그림은 사의화(寫意畵). “지식인의 호사스러운 취미의 그림이 아니라 묘사 대상에 자기의 정신세계를 담은, 즉 정신에 무게를 둔 그림이다.”(9p,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화가 개인의 삶과 사회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마음을 움직여서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을 따라 거닐다가, 그의 세상에 말을 걸고, 인생을 만날 것을 권한다.

 

작가는 더 보고 싶은 그림에서 그림을 더 깊이 있게, 확장시켜 본다. 보이는 그대로 보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나의 눈으로 보는 감상을 소개한다. 내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방법은 '나의 눈으로 보기'이다. 감상자의 사상과 철학, 세상을 보는 시선이 그림을 담는 그릇이 된다. 저자는 독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지만 그가 수록한 그림들과 감상을 통해 독서를 통해 인문적 소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함을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그림을 보는 방법은, 텍스트를 읽고 작가를 읽고 나를 읽는, 독서의 단계와 통한다. 저자와 함께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의 서사를 읽고, 화가의 시대와 메시지를 읽고, 감상하고 있는 나의 시대와 나를 불러오게 된다.

 

이 책들은 두 개의 그림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조선의 그림과 서양화를 비교하는 형식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시선의 미학을 보다에서는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를 비교한다. 흘러가는 물과 고여 있는 물, 멀고 가까운 거리의 차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야기 한다. 관조하는 시선, 어지러운 삶의 문제들도 다 잊은 듯한 고사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게 된다.

 

윤두서의 그림을 좋아한다. 이 책들에서도 윤두서의 작품들에 많은 시간 머물러 있었다.

윤두서 <진관타려도>1715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는 윤두서의 <진단타려도>를 소개하고 있다.

진단타려고사의 내용은

희이(希夷) 진단은 중국의 격동기였던 당나라 말에서 송나라 초까지 살았던 학자다. 당시는 당나라가 주전충에게 멸망한 수, 자고 일어나면 정권이 뒤바뀌는 510국이 난립하던 시기였다. 관상학과 수상학에 조예가 깊던 진단은 새 왕이 나타날 때마다 군주상이 아니라며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흰 나귀를 타고 길을 가던 중에 한 나그네에게서 조광윤이 송나라를 세웠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진단은 후주의 장군 출신 조광윤이 왕위에 오를 것과 그로 인해 태평성대가 열릴 것을 이미 예언한 적이 있었기에, 자기의 예감이 맞았다고 크게 기뻐하다가 나귀에서 떨어진 것이다.”(158p,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실제로 조광윤은 송을 세우고, 그의 통치 시대는 한 나라 이후로 가장 평화로웠다고 평가받는다. 진단 선생은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을 보고 은둔한다. 윤두서는 이 고사를 읽고 <진단타려도>를 그린다.

윤두서 <자화상>18세기초


숙종의 환국 정치로, 당쟁이 극심했던 난세에, 입신양명의 길이 막힌 남인이었던 윤두서는 고사의 유머러스한 장면을 그림으로 자신의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나귀에서 큰 대자로 떨어진 진단의 얼굴은 윤두서의 얼굴이다. 놀란 듯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그가 그린 <자화상>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염원을 해학적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자화상>에서도 화면을 꽉 채우는 얼굴과 치켜 올라간 눈과 눈썹에서 엄격함이나 진취적인 성품보다는 따뜻한 눈빛을 본다. 이 전에 <돌깨기><밭갈기>와 같은 서민들의 고단한 노동을 그린 그의 시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두서 <돌깨기> 18세기 초

윤두서 <나물캐기>17세기 말?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 윤두서의 <나물캐기>를 통해 춘궁기 서민들의 배고프고 고단한 삶과 여인들의 노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더 보고 싶은 그림에서 이 그림을 더 깊게 감상하고 있다. 그는 <나물캐기>와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비교한다. 그림을 감상하다 문학을, 문학을 읽다가 그림을 자연스럽게 연상한다. 나 역시 에밀 졸라의 대지를 읽으면서 밀레의 그림을 떠올렸다. 동양 문화권에는 이미 서화동원(書畫洞源)의식이 있었다. “그림과 글은 삶의 근원을 묻는 언어적 역할을 하는 유사점이 있다.”(145p) 가파른 비탈길에서 식용 나물을 찾고 있는 여인들의 야윈 모습과 구부리고 허리를 펴는 힘없는 동작에서 굶주림의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윤두서는 비탈을 가파르게 함으로 이 곳 험준한 지역까지 먹을거리를 찾아올라올 만큼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땅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흰 천을 쓴 여인은 이삭 줍는 여인들을 연상시킨다. 수확의 시기에 땅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 식량을 삼아야했던 가난한 여인들의 고단하고 비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비참함은 이 여인들의 뭉그러진 손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손이 기형이 되도록 일하더라도 그 노동이 자신의 소유의 땅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나마 좋았겠지만, 남의 땅에서 손이 터지도록 한 일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모자란다. 17세기 말 조선이나 19세기 프랑스의 가난한 여인들의 삶은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인다.


윤덕희 <독서하는 여인> 18세기

윤두서의 따뜻한 시선은 아들인 윤덕희에게도 흘러간 듯하다. 저자는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 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을 소개한다. 슈테판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 수록되어 있는 프라고나르의 그림을 비교한다. 조선시대 그림 중 저자가 본 유일한 여성의 독서를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양반 여성을 위한 교훈서에는 여성의 할 일로 여공(女工)’치산(治産)’을 말하는데, ‘여공은 가사 일을 말하고 치산은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것을 가리킨다. 가사일과 남편의 공부를 뒷바라지하며 살림을 일구는 것이 여성의 할 일이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난했던 이덕무의 부인이 바느질로 하루하루 끼니를 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더구나 진보지식인이었던 이덕무조차 언문소설을 읽는 여성들에 대해 경계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


윤덕희가 살았던 조선 양반가 여성의 이런 상황에서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인을 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손으로 짚어가며 읽고 있는 이 책은 여인의 행실을 써놓은 여사서』 『여범첩록』 『여계』 『여논어와 같은 종류가 아니라, 언문 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평상위에 한가로이 앉아 몰두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 여인이 살고 있던 시대적 상황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녹우당 어디쯤이었는지…, 다시 가보고 싶다.

 

두 책에 수록하고 감상한 그림들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바라본 화가들의 시선이 있다. 그림을 보는 저자의 시선 역시 사람을 향하고 있다. 그 방향성 때문에 글을 읽는 나의 마음은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그 그림들을 지나 저편의 사람과 삶을 향해 간다. 그림을 보는 것은 사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그림 속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다른 감상자들과 교감하고, 상황과 나를 잇는 시공을 초월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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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9-10 08:4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님도 축하드려요
추석명절 잘 보내시고 담주에 봬요~~

책읽는나무 2022-09-13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그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 중 한 분이시니까요^^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9-13 14: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거품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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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던 호안 미로 전시에 다녀왔다. 초현실주의 공부하면서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전시회는 처음이다. 참고할 책이 있나 검색해봤는데, 생각보다 적었다. MoMa에서 주요작품 위주로 나온 얇은 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와 시공아트의 시리즈로 나온 책 2, 사다리아래에서의 미소라는 소설뿐이었다. 절판된 책이 2권이다. 미술관으로 출발하며 갖고 있던 시공 디스커버리098 미로, 추상과 기호의 장인을 들고 집을 나섰다. 미로는 바르셀로나 출신이고, 성장기에 미술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그의 아버지는 그를 사업가의 길을 가도록 회계학 공부를 시킨다. 이내 신경쇠약에 걸린 아들에게 손들고, 미술학교 입학을 허락한다. 그리고 초기작품. 여기까지 읽고 버스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갔다. 한 시간 정도 도슨트의 해설을 들었다. 공부한 짧은 지식 덕에 보람 있는 몇 번의 순간을 경험했다.(^^) 이번 전시는 미로 후기 40년 동안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한다. 관람을 하고 나오면서, 앞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을 책으로 읽고 함께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자동기술은 자신을 외부와 분리시킨 상태에서 떠오른 생각을 이성의 통제 없이 가능한 한 빨리 받아쓰는 것을 말한다. 브르통은 19241차 선언에서 이 기법을 아예 초현실주의와 동일시했다.”(213p 서양미술사 모더니즘진중권)

 

미로가 1912년 입학한 프란시스코 갈리의 미술학교는 “19세의 젊은 미로가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갈리의 수업은 반()관학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예술적 표현과 독창성을 계발하는 데 주력했다”(18p,미로추상과 기호의 장인시공디스커버리098) 미로는 눈을 감고서 물체를 손으로 만지면서, 기억을 더듬으며 그리는 법을 배웠다. 초현실주의가 채택한 자동기술법이다.

 

브르통에 따르면, 미로의 사유와 감정은 애초에 유아적 단계에 고착되어 있어서, 억지로 즉발성(spontaneity)의 상태로 들어가야 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철저히 자연스럽게 거기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미로가 마송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은 즉발성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가공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미로의 반자동주의를 통해 초현실주의는 문학에서 풀려나와 비로소 회화고유의 수단에 도달한다.”(223p, 서양미술사 모더니즘진중권)

 

미로의 초기 그림은 야수파, 인상파, 입체파의 화법이 혼합되어 있다. 1918년 열린 개인전에서는 단 한 점의 작품도 팔리지 않았다. 1919년 그린 <자화상>에는 입체파의 화법이 보인다. <자화상>은 피카소가 끝까지 간직했다. 1920년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파리에서 미로는 피카소와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피카소는 카탈루냐 동향인의 창조적 재능에 주목했으며, 언제나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로에게 있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몬트로이그, 마요르카 섬은 성지와 같다. 바르셀로나는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고, 몬트로이그는 가족의 별장이 있는 곳이다. 마요르카는 외가가 있는 섬으로 후기 작업이 여기서 이루어졌다. 이 세 지역 외에 파리는 그가 고백했듯이 화가로서의 여정에 중요한 장소다.

 

나의 진정한 지적 교육이 이루어진 곳은 파리였습니다. 프랑스어 역시 내게는 지적 작업과 사색의 언어였지요. 어떤 계획을 구상할 때면, 나는 프랑스어로 생각합니다.……사색에 잠겨 무언가를 만들려 하면, 곧바로 프랑스어가 움직거리지요.…… 나의 모든 교육은 파리에서 이루어졌습니다.”<이것이 내 꿈의 색이다> (31p,미로추상과 기호의 장인』, 시공디스커버리098)

 

1921년 두 번째 파리여행에서 미로는 파리 보에티가에 있는 라 리코른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다시 실패했고, 다시 몬트로이그로 돌아가 여름을 보냈다. 그곳에서 미로는 거의 6개월 동안 <농장>(1921~1922)의 제작에 매달렸다. “세밀 화가처럼 단일 색조로 디테일을 묘사하면서 그것을 단순화하고 세밀하게 열거하는 데 진정한 즐거움을 느꼈다.”(23p) 그러나 <농장>은 팔리지 않았고, 실의에 차 있던 미로는 어느 날 저녁 농장을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 전시했고, 당시 파리에 머물던 헤밍웨이가 5000프랑에 이 작품을 구입했다.

 

택시 지붕이 열려 있던 탓에 , 바람이 순풍을 맞은 돛처럼 캔버스를 부풀려놓았다. 일행은 운전기사에게 천천히 가자고 부탁했다. 집에 와서 그림을 벽에 걸었다. …… 결코 나는 이 그림을 세상의 그 어떤 그림하고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로가 우리 집을 방문했고, 그는 이 그림을 보고서 당신이 <농장>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여러분이 스페인에 갔을 때 스페인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고, 여러분이 스페인에 없을 때나 스페인에 갈 수 없을 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도 들어있다.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다른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예술지, no1~4, 1934

(35p 미로, 추상과 기호의 장인시공디스커버리098)

 

<농장>과 함께 미로의 사실주의가 끝났다. 그에게 다다이즘은 매력적이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회화를 뛰어넘는 곳으로 그를 인도했다. 1923년부터 1924년까지 카탈루냐의 농장에서 제작한 <경작지>, <사냥꾼>, <전원>, <가족> 네 작품은 물체와 형태의 양식화라는 특성에 지배되고,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될 것임을 예고했다.”(38p) 특히 <경작지>(1923~1924)<농장>(1921~1922)에서 발전된 작품이다.


파리에서 그가 활동했던 블로메가 그룹이 초현실주의로 옮겨갔을 때 그는 즉시 환영했다.

<아를르캥의 사육제>(1924~1925)는 초현실주의적 착상에서 나온 작품이다.

“1925, 나는 순전히 환각을 좇아 그림을 그렸다. 종종, 기아(饑餓)상태가 이 환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한동안 작업실의 회칠한 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서, 종이나 캔버스 위에 이형태들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1925년 파리의 피에르 화랑은 처음으로 미로의 전람회를 개최했다. 브르통은 그를 우리들 중 가장 초현실주의적 작가로 간주했다. 그의 작품은 더 추상화되었고 특히 비이성적 자극과 반수 상태의 환영이 등장했다. 곤충, 도마뱀, 행성, 식물, 그의 카탈루냐 도상학의 전형적 요소들은 기호로 표시되었다. 이 시기 작품들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달을 향해 짖는 개>(1926)이다. 검정색의 배경에 떠있는 달, 어딘가를 향한 사다리, 짖고 있는 개는 고독감, 탈출, 두려움이 전해진다. 나는 두 공간 중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 사다리가 닿아있는 공간으로 가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이 검정색의 공간 안에 머물고 싶은 것일까?


1930회화 살해욕구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혁명의 도구가 되어버린 초현실주의와도 멀어진다. 야성적인 경향을 띠어가던 그는 전쟁과 파시즘에 대한 비판 정신을 담은 콜라주 작품에 열중한다. <밧줄과 인물들>이 보여주는 회화의 상징성은 정치투쟁뿐 아니라, 육체의 투쟁을 조명하고 있다.” 1937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 그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함께 <엘세가도르(민병)>라는 프레스코화를 출품한다. 손에 낫을 들고 두 팔을 쳐들고서 항거하는 카탈루냐 농부를 표현하는 그림이다. 박람회가 끝나고 미국으로 보내졌던 <게르니카>와 달리 그의 작품은 발렌시아 사령부로 보내지고 파손되어 사라진다.

 

미로 전시회의 주제는 여인, , 이다. 후반 40년 동안의 작품들을 전시했다고 하니 1940년 성좌시리즈를 시작으로 그가 본격적으로 집중했던 주제들이다. 1940년에서 1942년까지 전쟁을 피해 마요르카 섬에 머물렀다. 지중해의 섬에서 본 새벽, 바다, , 알무다이나 궁전, 고딕양식의 성당은 그의 후기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성좌연작의 첫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의 완성까지 전제작기간에 해당하는 극도의 혼란기에 미로는 가장 순수하고 변질되지 않는 긴장과 이완을 통해 자신의 음역 전체를 펼쳐 보이고자 했다. -앙드레 브르통 미로의 성좌, 1959”(67p 미로, 추상과 기호의 장인시공디스커버리098)


 

첫 번째 섹션은 기호의 언어. 미로만의 기호가 명확하게 잘 전달되는 그림들이다. 이 섹션의 도입부에 위치한 <무를로 인쇄 공방의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무를로 인쇄공방은 당대 유명한 화가들이 석판화 공방으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에 오리 같기도 하고 사슴뿔 같은 형태의 검정색 두꺼운 선들과 선 안을 채운 색의 의미는 미로가 붙인 제목과 함께 살아나 명확한 기호가 된다. 레몽 크노와 함께 작업했다던 <앨범 19>의 작품 2개도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해방된 기호. 기호들이 변형되고 재창조의 과정을 거치면서 명확하게 알아볼 수 없는 형태를 띈다. <2+5=7>이라는 작품은 그림 안에서 숫자를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심상에 떠오르는 대로 그리고 후에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제목을 붙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전시된 것들 중 가장 큰 작품 <풍경 속의 여인과 새들>에서 기호는 겹쳐지고 생략되고 변형되어 재생산된다. 즉흥적인 작업을 한 후에 다음 단계에서 주의 깊게 계산을 한 반자동법이 보이는 것 같다.

 

세 번째 섹션은 오브제. 미로는 한 동안 입체 구성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주변에 버려진 물건들을 가져와서 조합한 후 청동 주물 작업을 했다. 못이 박힌 나무와 크로와상, 접시, 못을 조합한 <, 여인>은 작가의 어린아이 같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탈출하는 소녀>라는 제목의 조형물은,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와 탈출이라는 제목이 모순되어 보이나, 수도꼭지가 상징하는 생각의 분출·흐름을 생각해보면, 소녀의 탈출은 공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브라테이심6>이라는 작품에서는 <밧줄과 인물들>에서 단단하게 묶여 있던 밧줄이 풀어져 있는 것을 통해 조금은 자유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인상을 받게 된다. ‘소브라테이심(Sobreteixim)’이란 카탈로니아어로 크고 작은 천 조각으로 엮은 섬유를 뜻한다. 전쟁기간 동안 캔버스를 구할 수 없어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업하면서 대중적인 예술에 더 가까이 갔다.


네 번째 섹션은 검은 인물이다. 그의 기호들은 더욱 추상적으로 표현되어있다. 검은색의 면적이 더욱 많아지고 화면에는 삼원색으로만 채워지고 있다. 한 가지 눈길을 끈 작품은 사람 시리즈 중 하나인데 붓을 빤 물통의 물을 캔버스에 뿌리고 탁한 그 위에 검은 색으로 선을 그려나간 작품이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떠오른다. 미로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렇게 물감을 뿌리고 흐르게 한 작업들이 보인다. 실제로 잭슨 폴록이 미로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와 팔마에 위치한 미로 재단과 말년에 얻은 꿈의 작업실 사진, 빨간색 크레이트로 전시는 끝이 난다.


전시 관람하는 김에 정리해보자고 들었던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미로』의 내용은 사이즈처럼 결코 소책자 분량이 아니었다. 도판은 작고 겹쳐져서 어지럽지만 적응되고 나면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로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과 그의 글들, 비평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와 관계된 인물들과 사건들을 새롭게 알게 된 책이다. 시공아트의 호안 미로도 기회가 되면 비교해봐야겠다. 스페인의 3대 화가로 피카소, 달리, 미로를 꼽는다고 한다.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카소만큼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구할 수 있는 책이 2권밖에 없으니.

 


내 생각에 그림은 섬광 같아야 한다. 그림은 아름다운 여성이나 시처럼 매혹적이어야 한다.……예술은 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 대지 위에 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나는 정원사처럼 일한다>20세기, no.1, 19592

 

내게 섬광 같았던 그림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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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13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풍경속의 여인과 새들>의 여인은 누구신가요? ^^ 역시 그림은 어렵지만 전 <사람, 새>가 맘에 드네요. 호안 미로 잘 기억해 놔야 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3 22:35   좋아요 4 | URL
다녀왔다는 인증 사진이어요 ㅋ
사람, 새 인상적이죠?
마치 서예의 획처럼 붓질로 새를 그리다니...^^

청아 2022-07-13 2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 반쪽 얼굴도
너무 반가워요!!♡.♡ ㅎㅎㅎ
역시 미술전시는 공부하고 가서
봐야 더 잘 보이고 재밌는데 저는
일단 가서 보고 궁금하면 대충 찾아보는..ㅜㅜ 도슨트 해설도
들으시고 미술에 대한 남다른
그레이스님의 애정에 오늘도 감탄, 존경을 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7-13 22:38   좋아요 3 | URL
어디까지 잘라야 좋을까 고민많이 한 사진입니다. ㅋ
가볍게 정리하면 되겠지 하다가 너무 자료가 많아서... 의욕은 있었으나 ! 여기까지가 제 한계인것으로!
감사합니다 ~~~

singri 2022-07-13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호안미로.
좋아하는 화가인데 전시 중인줄은 몰랐네요. 그레이스님 글로 눈호강합니다.

그레이스 2022-07-13 22:52   좋아요 2 | URL
삼성역 마이아트 뮤지엄입니다.
도슨트도 좋았어요^^
정우철 도슨트가 인기 많은것 같던데, 전 채보미라는 분 해설 들었어요.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7-13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전시 잘 보고 오셨나요.
호안 미로는 잘 아는 작가는 아닌데, 전에 진라면 패키지에 디자인이 나오면서 조금 더 친근해졌어요.
전시를 가서 보면 도판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13 23:24   좋아요 3 | URL
맞아요
진라면에서 콜라보했어요
지금도 진라면 봉지에 미로의 그림이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요^^

아!
해설사분이 국민은행 심벌 별에서도 미로의 별이 보인다고... 하시네요^^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

희선 2022-07-14 0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처음엔 다른 공부를 시켰다니... 그래도 다시 바라는 걸 하게 해줬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잭슨 폴록이 호안 미로 그림에 영향을 받았군요 잭슨 폴록도 잘 모르지만... 그림 전시 보러 가시면서 공부도 하시고, 그 뒤 그림 보셔서 더 잘 아셨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7-14 07:48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공부하는 재미가 있네요^^

hnine 2022-08-06 0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전시 다녀오셨어요.
추상과 기호의 장인이라는 책 제목이 미로에게 딱! 이네요.
저는 미로의 그림이 어딘가 우리나라 화투장 그림이랑 닮은데가 있다는, 제 멋대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댓글 읽어보니 미로의 그림이 우리 생활 여기 저기 의외의 곳에 들어가 있는 곳이 많군요. 숨은 그림 찾듯이 관심 갖고 봐야겠어요. 한달에 두번씩 서울에 갈 일이 있는데 전시가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저도 가보고 싶어요. 되도록 도슨트 설명도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봐야겠어요.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실제로 전시 다녀와서도 이렇게 자세히 정리해서 포스팅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그레이스 2022-07-14 15:56   좋아요 2 | URL
실제로 화투를 연상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해요. 아마도 두꺼운 검정색 선과 원색때문일듯요.^^
전시는 9월12일까지 있어요.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4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미로 전시회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스페인이 진정한 예술의 나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피카소와 달리 그리고 미로까지^^
예술 속에 그레이스님까지~풍경속의 여인이 바로 그레이스님!!!
반갑네요^^
덕분에 시공사 책 표지 그림도 이제 눈에 들어오구요. 진라면 라면 봉지랑 국민은행 별도 다시 잘 찾아봐야겠군요.
잘 봤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4 12:28   좋아요 3 | URL
바르셀로나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하던데, 가봐야겠단 생각이!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

2022-07-14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4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4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7-15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미로같은 그림을 그려서 이름이 미론가 했던 ㅠㅠ ㅎㅎ 대단하세요 그레이스님 전시회를 위해 몇 권의 책을 읽으신건가요. 조금 보이는 얼굴 만으로도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ㅎㅎ진라면 먹고싶습니다 ~~

그레이스 2022-07-15 22:11   좋아요 4 | URL
^^
미로 같은 그림^^
마침 초현실주의 공부를 하던 차에...전시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면서 미로를 더 읽었어요.
저도 뿌듯하네요^^
진라면 봉투 버릴때마다 고민할듯요.
하나 남겨둘까 하구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7-15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초복인데,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을거라고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시원하고 좋은 금요일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16 00:10   좋아요 3 | URL
벌써 초복인가요?
날짜 가는줄도 몰랐네요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7-16 17:05   좋아요 3 | URL
초복인데 삼계가 아니라 황계, 황금계라는 신문기사들이 올라오네요

서니데이님 그레이스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6 17:08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도 맛있는 보양식 드시고, 건강하게 여름 나시길 바래요~~^^

얄라알라 2022-07-16 1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월의 당선작 찜!

그레이스님 덕분에 ˝마이아트뮤지엄˝ 위치 파악했습니다!
같은 전시회를 보아도, 사전 공부가 충실한 분 그리고 도슨트의 해설과 전시 디테일까지 기억하는 분의 리뷰는 격이 다르구나 싶네요.

그렇게 관련 책이 적다니 놀랍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는 애퍼타이저 같으리라 추정하고, 진중권의 이론서,....말씀하신대로 피카소 등에 비하면 번역서가 무척 적나보네요?

담에 또 놀러와서 미술사 공부하고 가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6 17:06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칭찬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

scott 2022-07-18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로 작품 보다 그레이스님 맑은 얼굴 빛이 더 빛나네요

후안 미로가 일본 미술과 서예 광팬이여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스페인에도 미로 작품 잔뜩 있지만

프랑스 파리 퐁피두 전시장 강추!^^

그레이스 2022-07-18 16:13   좋아요 3 | URL
퐁피두 갔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
뉴욕에도 유명한 작풀들이...
초기 작품은 스페인이 아닌 파리와 미국에 있는듯요
후기에 일본미술 영향을 받았다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감상하는 분들이 화투를 연상하는지도^^
그 부분은 패스했습니다. 당시 화가들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해야할까요?!

서니데이 2022-07-18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더운 하루 시원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날씨가 더운데, 내일이 더 더울 것 같아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8 17:37   좋아요 4 | URL
예~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7-19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하군요. 멋집니다. 그레이스 님 눈도 보이고요. 숨은 그림 찾기 ㅎㅎ 마티스 전이랑 웨스 앤더슨 전을 이곳에서 보았더랬어요. 가보고 싶어집니다 으앙. 섬광 같고 대지에 뿌려진 씨앗 같고!

그레이스 2022-07-19 08:47   좋아요 2 | URL
저는 이번이 두번째인데 접근성이 좋은 것 같아요. 근처에 최인아책방도 들렸다 오구요 ~^^

청아 2022-08-10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 페이퍼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당선 넘넘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8-10 19:0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미미니임~~

서니데이 2022-08-10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11 12:1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오늘은 서니데이이기를^^

희선 2022-08-11 0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또 축하합니다 스페인 3대 화가에서 피카소 달리는 이름을 알지만 미로는 처음 알았네요 어쩌면 제가 보고도 잊어버린 걸지도...


희선

그레이스 2022-08-11 1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3대화가... 그렇다더라구요!
대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조건이 있다고 하던데, 그중 오래사는것도 포항되는걸로 알고 있어요^^

페넬로페 2022-08-11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얼굴의 반과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미인 인증!

그레이스 2022-08-11 12:1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12 0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로 글,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역시!!! 축하드립니다^^
얼굴 절반이었지만 전체공개가 되는 날도 곧 당선을!!^^;;;

그레이스 2022-08-12 07:0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8-12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근 당선확실을 운명처럼 느꼈던 페이퍼 ㅎㅎ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8-12 07: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ㅎㅎ
 


다다주의 ism’으로 제한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다는 태생적으로 틀 안에 넣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형식 파괴와 초월적 시도들은 세계의 틀을 인식, 비판, 부정하는 의도가 있다. 굳이 다다이즘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무정부주의적이다1차 세계대전 중에 생겨난 다다는 대량학살을 초래한 기존체제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그룹에 의해 선언되었다


1. 아방가르드에 존재하는 다다이즘의 뿌리

다다이스트들의 문화적 저항의 원천은 후에 모더니스트라고 규정되었던 예술가들의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활동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모더니스트들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모임인 아방가르드의 실험적인 방법들은 미술에 내재하는 전제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방가르드는 동일한 형태를 갖지는 않았다. 아방가르드들은 형식적·철학적·정치적으로 구분되었으며, 각 세대들은 이전 세대가 성취한 것들을 확장시켜나갔다. 대부분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모든 예술이 시대의 요구에 맞춰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믿으면서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자신들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갔다.” (11p)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봄의 제전(Rite of Spring, 1913),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위비 왕(Ubu Roi, 1896), 니진스키(Nijinsk)목신의 오후발레 무대는 이 시대 전위에서 평단의 비판과 대중의 당혹스러움을 불러일으킨 폭발적 사건으로 거론된다. 기욤 아폴리네르(Gullaume Apollonaire)가 지원했던 마르셀 뒤샹, 프랑시스 피카비아와 같은 프랑스의 젊은 예술가들은 후에 다다를 주도했다. 파리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베를린 분리파(1892), 비엔나 분리파(1897), 다리파(드레스덴 1905), 청기사파(뮌헨 1912) 등이 그 예이다.

 

공산주의, 무정부주의와 같은 사상과 정치 혁명, 급속한 도시화와 과학 기술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앙리 베르그송의 경험의 동시성’, 지크문트의 꿈의 해석, 앙리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등의 개념은 뒤샹과 같은 미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1914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프랑스는 이 전쟁을 프랑스 문화 수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입체주의와 독일 문화를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국제적인 아방가르드 운동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려 했고, 편리하게도 모더니즘의 모든 국면을 적군과 부합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32p)

전쟁에 환멸을 느낀 양 진영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징집을 피해 취리히, 뉴욕, 바르셀로나로 모여든다. 그들은 문화민족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고 모든 관습을 급진적으로 수정해보려는 시도를 했다.

 

2. 취리히 다다(1915~20)

다다가 처음 시작된 취리히는 아방가르드 운동에서는 주변에 속하는 위치였지만, 지역적 측면으로 보면 유럽의 중심부였다. 이 중립지역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19162월 취리히 예술가 구역인 슈피셀가스 1번지에 다다의 태동지인 카바레 볼테르(Cabaret Voltaire)가 문을 연다(취리히 다다의 핵심적 사건). 후고 발과 에미 헤닝스의 주도 아래 아르프, 트리스탄 차라, 마르셀 장코, 그리고 휠젠베크 등이 모여 그룹을 형성했다. 그들은 이 의외의 장소에서 사상의 통합을 창조해내기 위해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한데 모았으며, 다른 곳에서라면 민족적으로 구분이 되었을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를 다다를 통해서 독특하게 혼합된 결과물로 만들었다.”(35p)

 

후고 발(Hugo Ball)은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았고, 표현주의 작가였다. 그는 전쟁에 혐오감을 느끼고 베를린에서 반전운동을 하다가 징집을 피해 취리히로 떠났다. 그는 191622, 언론에 카바레 볼테르광고를 내고, ‘취리히의 젊은 예술가들이라는 모임의 참여를 요청했다.


카바레 볼테르라는 이름 아래 젊은 예술가와 작가들의 집단이 예술적 유희의 중심지를 만들고자 탄행했다. 매일 있을 모임에 초빙된 예술가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책을 낭독하는 것이 카바레의 취지다. 각자 추구하는 바와 상관없이 취리히의 젊은 예술가라면 누구든 모임에 참여해 모든 종류의 제안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311p 발칙한 현대미술사)

카바레는 독일 망명객의 유입으로 등장한 새로운 도시생활의 형태였다.

 

루마니아에서 온 트리스탕 차라(Tristan Tzara)사미 로젠스톡(Sami Rosenstock)이라는 원래 이름 대신 고향에서 슬픈이라는 뜻의 트리스탄 차라를 가명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루마니아에서 벌어지던 유대인 차별행위에 대한 저항의 뜻을 함축하고 있었다. 차라는 마르셀 장코와 만나 발을 찾아갔다. 리하르트 휠젠베크(Richard Hülsenbeck)가장 나중에 가담한 카바레 초창기 멤버였다. 그는 발의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요, 차라에게는 성미 급한 동반자이자 라이벌이 되었다.

 

다다그 낱말은 운동이 되었다. 2월의 카바레 개장과 6월의 정기간행물 발간 사이인 418일쯤 다다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으며, 이것은 모든 면에서 대표적인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차라는 1918년의 다다선언에서 다다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신문기사를 보면 크루족이라는 아프리카 흑인 종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소의 꼬리를 다다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일부 지방에서는 정육면체나 어머니를 다다라고 부른다. 장난감 목마나 보모를 부르는 단어도 다다이고, 러시아어와 루마니아어로 이중긍정을 할 때도 역시 다다라고 한다.”고 했다휠제베크는 다다 이전: 다다이즘의 역사(1920)라는 글에서 자신이 발과 함께 마담 르 루아(Le Roy)를 위한 예명을 구하기 위해 사전을 펼치고 그 위에다 나이프를 꽂는 단순한 방법으로 발견한 용어가 다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우연한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논리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다다의 대표적 특징이 되었다.

 

카바레 볼테르 모임의 초기 목적은 취리히에 국제적인 아방가르드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191625일 헤닝스, 마담 르콩트, 장코와 차라, 오펜하이머, 슬로드키, 아르프는 전시, 낭독, 연주, 노래 등 예술과 언어를 혼합한 최초 공연으로 예기치 못했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165월 말, ‘볼테르 예술 협회의 성대한 저녁모임에서 발의 음향시공연은 강한 충격을 주었다. 그 공연에서 드러난 무의성은 인습에 대항하는 무기가 되었으며, 승인된 가치들의 전면적 개정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공연에 담긴 부조리와 무의미성은 알프레드 자리의 <위비왕 Ubu Roi>을 소환한다. 


한스 아르프(Hans Arp)의 콜라주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것은 우연의 법칙에 따라서 만든 작품들이다. 이 우연은 판단력이나 솜씨가 배제된 더욱 자유롭고 암시적인 방법인, ‘다다의 가장 순수하고도 도발적인 반예술행위였다. ‘다다는 우연에 근거한 새로운 체계를 구상할 것을 제안했다.

 

3. 다른 중립도시에서의 다다 1915~21

뒤샹(Henri-Robert-Marcel Duchamp 1887 ~ 1968)은 이 우연의 법칙을 잘 사용한 작가이다.


그는 1미터의 실을 1미터의 높이에서 떨어뜨려서 그 굽어진 결과를 거대한 유리의 한 부분을 구성하기 위한 척도로 사용했다. 이러한 실험을 계속 반복하는 가운데 세 개의 표준 척도(1913~14)가 제작되었다. 3년 뒤, 아르프가 시도한 우연의 법칙에 따라 배열한 사각형이 잇는 콜라주에서 시도한 것과 같은 기법이었다.”

(321p 발칙한 현대 미술사)

1916년 뒤샹은 레디메이드(Readymade)’를 고안한다. 대량 생산된 상업적 물건이 단순히 예술가의 선택을 통해서이름을 붙이고 예술가가 서명하는 작업으로만 이루어지는 예술창조의 개념은 뒤샹이 예술의 근본적인 토대에 도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의 우연, 레디메이드, 명명, 서명 작업은 개념미술의 장을 열었다.


프란시스 피카비아(Francis Picabia)1910년 뉴욕에서 마르셀 뒤샹과 만나게 됨으로써 결정적인 () 예술의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영감을 얻은 피카비아는 파리로 돌아와서 거대한 캔버스에 <난 나의 우드니를 추억속에서 다시 보네>를 제작했다. 이 제목은 미국 출신의 무용가였던 이사도라 덩컨을 연상하면서 힌트를 얻은 것이지만 (그녀의 이니셜과 누드‘nue’를 합쳐서 우드니’(Udnie)를 만듬), 인물에 대한 형태적인 암시는 사라지고 추상적인 기체 형태만이 보일 뿐이다.

1917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파리를 떠났던 피카비아와 뒤샹은 뉴욕 다다’ 운동을 일으켰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다다와 관련된 여러 발전들이 있었다. 멕시코시티에서, 시인 마뉴엘 마플레스 아르체에 의해 192112월에 에스트리덴티스모운동이 시작되었다.

바르셀로나는 취리히, 뉴욕과 함께 다다 운동의 3대 주요 중심지로 인식되었다. 풍부한 문화의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예술의 중심도시로서 마드리드와 견줄만했으며, 파리와 유럽으로 통하는 스페인의 관문 역할을 하는 그 위치는 다른 곳과 비할 데 없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1915년 말과 1916, 유럽 다른 지역에 있던 예술가들은 전쟁을 피해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그들은 입체주의 주변부에 머물던 사람들과 함께 다소 자유로운 그룹을 구성했다. 피카비아는 부인 뷔페와 함께 19168월에 뉴욕으로부터 와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간행물 391을 발행, 4호까지의 초판에서 바르셀로나 다다이스트들의 활동을 주요기사로 다루었다.

 

4. 중부유럽의 다다 1917~22

독일의 다다운동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1918년 초 베를린 다다이즘이 등장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18년 베를린 폭동과 종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하에서 다다이스트들은 거의 좌익 혁명가들과 같았고, 그들의 활동은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아나키즘에 가까웠다.

정치가들은 다다를 진지하게 여기기 어려웠고, 표현주의에 지배되고 있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 또한 다다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휠젠베크는 19182월 노이만 갤러리에서 열린 예술가의 저녁모임에서 베를린 다다를 출범시켰다. 그해 4월 발족한 클럽 다다에는 발터 멜, 프란츠 융, 게르하르트 프라이스드 형제 등의 작가와 그로스, 요하네스 바더, 한나 회흐, 라울 하우스만 등의 미술가들이 있었다.


1920년대 베를린 다다와 관련된 예술가들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인물로 쿠르트 슈비터스가 있다. ‘폭풍그룹에서 활동했던 그는 홀로 표현주의 화가 겸 시인으로 성장했으며, 1918년 하우스만과 회흐를 만난 이후 콜라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베를린에서는 포토몽타주, 쾰른에서는 인쇄 교정쇄가 사용되었다면, 슈비터스는 버려진 종이 쓰레기를 사용했다.

 

 

5. 파리 다다 1919~24

전후의 정치적 현실로 인해 파리에 다다가 정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침략전쟁을 반대해왔던 대부분의 독일 아방가르드들은 패전과 더불어 혁명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한 반면, 애국적이고 방어적인 전쟁을 지원했던 거의 대다수의 프랑스 아방가르드들은 전승과 함께 보수주의 문화를 옹호하는 경향과 만났게 되었다. 하지만 다다는 재건이 아니라 혼돈을 선호했고, 전통이 아니라 기존체제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를 원했으며, 민족적 정체성 대신 코민테른에 정치적 공감을 표시하였다. ‘다다는 프랑스의 고급예술 전통이 타협하지 않았던 역동적인 대중문화 속에서 그 지지요소를 발견했다.

 

이전부터 다다운동에 가담했던 예술가들 중에서 처음으로 파리에 영향을 끼친 인물은 피카비아로, 그는 191910일 파리에 도착했다. 1920119일 차라가 파리에 도착하자 피카비아와 그 동료들은 예비단계를 그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피카비아와 차라를 중심으로 다다는 분열한다. 한편, ‘다다는 무정부주의적 파괴로서 정체성을 지속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한 입장은 청중을 끊임없이 흥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1922년 다다는 분열했고, 브르통은 리테라튀르4월호에 실린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라는 글을 통해 다다와의 결별을 선언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라. 다다를 떠나라. 당신의 아내를 떠나라. 당신의 애인을 떠나라. 당신의 희망과 당신의 두려움을 떠나라. 당신의 아이들을 숲속에 버려라. 그림자의 실체를 떠나라. 당신의 편안한 삶을 떠나라. 미래를 위한 것을 버려라. 그러한 길 위에서부터 출발하라.”(201p)


다다의 해체 과정을 읽고나면, 브르통이 떠나라는 아내, 애인, 희망, 두려움, 아이들……등이 다다를 가리키는 메타포였음을 알게된다.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읽으려면 다다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의 시도가 무모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5장까지 다다를 다루고 있다. 그 생성과 역사를 취리히, 뉴욕, 베를린, 뮌헨, 쾰른, 바르셀로나, 파리의 다다로 지역별로 설명하고 있다. 작가별로 설명하는 것보다 다다에 더 어울리고, 이해도 잘 되는 분류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은 유럽 각국의 예술가들이 취리히, 뉴욕, 바르셀로나 등지로 흩어져 모이게 했고, 다국적 예술가들은 그 도시에서 마주치고 예술 그룹을 생성했다. 전쟁터에서 멀고 가까움에 따라 그들의 활동은 선언과 의도된 행위 또는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은 다시 파리나 베를린 등으로 돌아가 생성과 분열을 일으키며, 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다다주의보다는 에너지, 운동, 흐름이라는 생각이다.

 

알프레드 자리의 위비왕, 당시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칸딘스키의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뒤샹 작품 해설집 마르셀 뒤샹을 참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봄의 제전(Rite of Spring, 1913)과 니진스키의 발레를 찾아 감상했다안으로 향한 발끝뒤틀린 몸 선은 아름다움의 전제를 부수는 몸짓이었다.



6장부터 이어지는 초현실 주의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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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8 14: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상 속 배우들의 분장과 몸짓도 각각 예술작품이네요! 저는 잘 모르지만 ‘다다‘가 ‘무정부주의적이다‘라는 말에 어느정도 공감이 갑니다. <기계적인 머리>의 분위기가 저는 음악적으로 느껴지네요.^^*

그레이스 2022-03-28 14:35   좋아요 2 | URL
음악적으로 느껴지신다니 제가 못본 것을 보시네요. 니진스키의 발레나 그의 삶을 잠시 읽어봤는데, 그 시대에 있어서는 파격이었던것 같아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폴란드계 집안이라는 말에 그 지역의 복잡한 역사가 담겨있는듯요.^^

레삭매냐 2022-03-28 15: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다가 취리히-파리 등등
다양한 지 몰랐네요.

개인적으로 <기계적인 머리>
가 가장 마음에 드네요 :>

니진스키 콘텐츠도 궁금한데
지금은 바빠서 다음에 봐야
겠어요.

그레이스 2022-03-28 16:05   좋아요 4 | URL
제가 올린 그림은 일부여서 더 맘에 드실만한 작품이 많을거예요
아무래도 이 작품은 개념으로나 기법시도로나 새로와서 다들 눈에 띄시나봐요

새파랑 2022-03-28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다이즘 처음 들어봅니다 😅 글이랑 사진만 봐도 뭔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드네요~!! 역시 예술은 어렵지만 묘한 끌림이 느껴지네요 ㅋ

그레이스 2022-03-28 16:17   좋아요 4 | URL
저도 다다이즘 뜬구름 잡듯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공부하고 나니 조금 정리가 되서 좋았어요

바람돌이 2022-03-28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다이즘에서 다다의 의미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오늘 알게 되었네요. 보통 검색을 해보거나 책을 봐도 다다이즘에 대해서는 얘기해도 다다가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는 없더라구요. 결국 별 의미없음. 어쩌다 선택된 단어일 가능성이 크군요. ㅎㅎ 다다이즘의 저 예술가들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다다이즘쪽은 단편적으로만 여기저기서 봤는데 이렇게 정리된 이야기가 굉장히 유익합니다. 다음에 이와 관련된 책을 볼때는 그레이스님의 글을 참고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음 저 책은 좀 재미가 없을거 같아서.... ㅠ.ㅠ

그레이스 2022-03-28 16:47   좋아요 3 | URL
^^
작정하고 공부한 저에게는 흥분되는 책이긴 했으나, 그냥 읽으시기엔 지루할 수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3-28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요약 잘 해주셔서 저 이 책 안 읽어도 될거 같아요 ㅎㅎ 발칙한 현대미술사도 두꺼운 책인데, 이렇게 두 권 연결해서 설명해 주시니 더 좋아요 2편도 기대만발입니다 그레이스님 *^^* 이 리뷰 넘 좋아요 ~~

그레이스 2022-03-28 21:29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3-28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다이즘 시기 작품들은 설명들어도 예술작품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생소한 느낌이 많기도 하고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3-28 23:2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시길!

가필드 2022-03-29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정리 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나라별로 시대별로 잘 보고갑니다 저도 처음 뒤상에 변기를 보고 난해하더라구여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아방가르드들과 다다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공유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03-29 21:42   좋아요 2 | URL
읽고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제게 아주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뒤샹은 천재적인듯요^^

희선 2022-04-02 0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다이즘 말만 듣고 뭔지 잘 몰랐습니다 다다에서 초현실로 이어지는 건가 하니, 조금 알듯 말듯... 초현실주의 잘 모르지만, 그냥 느낌으로... 어딘가에 매이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4-02 11:56   좋아요 2 | URL
~♡
틀이 없으니 다다에 대해 설명하기도 애매하죠!
그냥 1차대전부터 1922년 정도까지 일어난 예술운동이라고 보는게 맞을듯요 ^^

alummii 2022-06-19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리뷰가 책보다 더 공부됨요 👍

그레이스 2022-06-19 08:41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
 

목표지향과 자본으로 환원되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원시상태로 돌아가 근원적 예술을 추구한 예술가의 삶에 대한 소설로 읽었다. 서머싯 몸은 이 소설에서 고갱을 모델로 한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과 예술혼을 그렸다. 런던의 증권 중개인이었던 그는 가족을 떠나 파리의 낡은 여관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그린다. 예술에 대한 충동과 욕망을 불태우던 그를 알아본 화가 더크 스트로브의 지원을 받게 된다. 도시에 대한 염증을 느낀 화가는 타히티로 떠난다. ‘6펜스가 상징하는 도시와 현실을 떠나, ‘이 상징하는 원시와 예술과 욕망을 향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그가 거하던 집의 벽에 불후의 작품을 그리고 죽는다. 이 그림의 모델은 아마도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What do you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일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무엇이며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1897~1898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293p)

 

스트릭랜드를 찾아갔던 의사가 그림을 본 감상이었다. 어린 아내 아타는 고흐의 유언대로 그 집을 태워버린다. 광기어린 예술혼을 소유한 한 인간의 오디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 우리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그 그림을 볼 수 있다.

당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예술가의 삶에 대해 생각했고, 그것은 목표지향적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 작품에 만족할 수 없는,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에 휩싸여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예술혼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이 소설의 화자(서머싯 모옴)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단편적인 것들뿐이고, “소멸해 버린 동물을 뼈 하나만 가지고 그 형상뿐 아니라 습성까지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물학자와 같은 입장”(246p)이라고 작가로서의 상황을 말한다. 고갱과 그의 그림을 모델로 했고, 상상에 의한 재구성이라는 것을 화자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일종의 유미주의적 지향점을 갖고 글을 쓰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당시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재미를 위한 글을 쓴다는 그의 말에서 나타난다. 그로인해, 독자로서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타와 타이티의 여성들을 간과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젤다 폴록은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에서 고갱의 그림에 나타난 사유를 파헤친다. 그녀의 주장은 고갱의 그림을 무비판적으로 숭배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흔히들 고갱은 유럽과 유럽 도시의 문명을 거부하고 낙원과 같은 시골에서 원초적인 인간의 감성과 충동을 추구하여 서구미술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타히티로 간 이유부터가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음을 자료는 보여준다.

 

“189141, 폴 고갱은 프랑스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타히티의 관습과 풍경을 연구하고 그리기 위한목적으로 프랑스 교육부와 미술부처의 서신들을 지니고 고국을 떠났다.…… 그곳에서 2년을 지냈고 이후 프랑스 정부에 자신을 소환해 달라고 탄원하였다. 1893830일 그는 무일푼으로 마르세유에 도착하였다.

예기치 않은 행운으로 고갱은 숙부로부터 약간의 재산을 상속받아 파리에 있는 작업실에 자리를 잡았고, 그 유명한 폴 뒤랑위엘(Paul Durand-Ruel)의 화랑에서 개인전을 준비하였다. 1893119, 그가 2년 동안 타히티에서 작업한 작품들과 브르타뉴에서 작업한 몇 작품들을 합해 41점의 회화와 2점의 조각을 전시하였다. ……고갱은 우리가 돌이켜 아방가르드라고 부르는 파리 미술 세계의 분파에서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직업 정책으로, 고갱은 1880년대와 1890년대의 전위예술(avant-gardism)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부상하였다.”(20p)

 

그는 타히티에서도 이혼한 전처에게 편지를 보냈고, 돌아가 그녀와 재결합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타히티에서 제작되었으나 파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타이티 소녀의 신체는 고갱이 자신의 주장을 파리에서 진전시키기 위해 사용한 방편이었다.”(7p)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던 타히티 문화에 대한 식민지적 환상을 가지고있었다.

 

나이 어린 테하아마나(Teha’amana)를 부인으로 삼아 결혼을 한 것은 자신의 성적욕구를 채우고 작품활동에 필요한 여성의 몸을 구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프랑스의 식민지인 타히티에는 백인 남성을 위한 매음굴이 존재했고, 이곳을 중심으로 매독이 퍼져 있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그는 직접 어느 타히티 가정을 찾아가 부인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그 가장으로부터 어린 딸을 얻는다. 이러한 관계는 파리의 화가와 모델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그의 작품에 식민주의(colonialism)와 관광주의(tourism)적 시선이 덧붙여졌다는 사실이다. 식민지 관광하듯 문화를 보고, 여성의 몸을 사는 백인 남성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유럽과 그 식민지 타자들(colonial others)사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실제적, 사회적, 성적, 그리고 심리적 관계가 작가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폴록은 이러한 식민주의와 관광주의가 유럽의 아방가르드 미술의 욕구와 관련 있음을 입증하고. 서구 근대화에 내재된 본원적인 충동임을 밝히고자 한다. “폴록은 참조’ ‘경의’ ‘차이라는 예술적 아방가르드 전략을 해석의 틀로 제시한다.”(45p 위대한 미술책이진숙 )

 

참조, 경의, 차이로 이루어지는 3단 구조는 전위예술을 일종의 게임/놀이로 이해하도록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어떤 작가가 아방가르드 집단에 이름을 내려면 과거 역사 속에서 이미 진행된 것들을 자신의 작품과 연관지어야 한다. 이것이 참조(reference). 그리고 최근의 동향이나 말, 혹은 공유하는 관심에 대한 결정적 선언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대표하는 기존의 지도자, 작품, 혹은 프로젝트에 경의(deference)를 표해야 한다. 끝으로 당시의 미학과 비평의 견지에서 명백한 차이(difference)를 구축하는데 개입해야 한다.”(24p)


<올랭피아> 마네, 1863

<마나오 투파파우>,고갱, 1892


마네의 올랭피아는 전통적인 침대위의 비너스를 참조했고, 마네는 창녀 올랭피아와 흑인 하녀 로르를 등장시킴으로 차이를 만들었다.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Manao Tupap>에는 테하아마나(Teha’amana)가 등장한다. 타히티어로 씌어 있는 이 그림의 제목은 영혼, 사고를 의미한다. 고갱은 그녀가 어둠 속에 홀로 엎드려 자신을 바라보는 사자(死者)의 영혼을 상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는 제3 (고갱)에 꽂혀 있는 점이라든지, 유령의 모습과 그의 그림에 대한 내러티브는 자신의 관음증과 욕망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네의 <올랭피아> 에서는 그동안 보였던 신화적 요소와 오리엔탈리즘의 상투성을 깨는 진전된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에서는 그것을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누드의 아방가르드적 표현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형식적으로 참조함으로써 고갱은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소유자(테후라의 소유자)로서 그림 밖의 유럽인으로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다.”(43p)

 

이 작품을 탄생하도록 한 조건은 서구의 근대성이었고, 이는 유럽 남성의 시각이다. 그 응시와 그 응시가 침대에서 화가에게 봉사하도록 구매된 타히티 여성의 몸에 각인한 욕망 하에서, 타히티는 단지 고갱이 혼란스럽게 만든 죽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 씻을 수 없는 하나의 알리바이이다.”(122p)

관광주의와 식민주의의 영향 하에서, 예술에 존재하는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성과 인종을 보게 된다. 근대 아방가르드 전략의 근대 미술사는 미술사의 젠더()뿐 아니라 색채(인종)도 노출시키는 유럽 중심적 프로젝트와 연합하고 있다.”(122p)

 

그리젤다 폴록을 알게 된 것은 이진숙의 위대한 미술책을 통해서이다. 절판된 책을 어렵게 중고 책으로 구입했다. 그만큼 저자가 인용한 부분과 책의 메시지가 강력했다. 위대한 미술책에서 작가가 미술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읽었던 명저 62권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그리젤다 폴록, 전영백, 존 버거 등의 책을 소개받았다. ‘공부는 남 주려고 한다!’를 모토로 하는 작가는 아낌없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읽은 책들과 인용을 만나 기분 좋은 순간은 짧고, 소장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운 책들이 긴 리스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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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1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고갱ㅋㅋㅋ
그레이스님의 리뷰 정말 인상적였습니다. 당선되셔 기뻐요^^

그레이스 2022-02-12 09: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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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동아리에서 2021년 현대미술 책 읽기를 시작했다. 텍스트는 발칙한 현대미술사. 저자 윌 곰퍼츠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한 아트 디렉터이자, 예술전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생동감 넘치게 글을 썼다.


인상주의 또는 후기 인상주의부터 시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그는 뒤샹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유명한 소변기가 미국 독립미술가협회에 출품된 계기와 배경과 반응들을 다루고 있다. 인상파로부터 시작해서 입체파와 미래파,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흔적을 남긴 뒤샹은 개념미술의 큰 분기점을 마련한 예술가이다. 과거의 주류 예술이 고집하던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예술을 찾아나서는 현대예술의 중심에 있는, 뒤샹을 첫머리에 둔 것은 의미가 있다.


2장부터는 다시 인상주의로 시작하여 후기 인상주의로, 원근법과 형태를 무시하고 주관적인 색채를 사용한 세잔으로, 세잔으로부터 마티스의 야수파로, 브라크· 피카소와 입체파로, 다시 미래파로 역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현재(2008)의 미술로 마치고 있다. 주의(~ism)가 생겨난 사건과 화가들의 우정와 경쟁, 당대 화상들, 전시회 등의 에피소드를 쉽고 흥미 있게 전달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가끔 영국식 유머에 입 꼬리가 올라간다는 것, 아쉬운 점은 도판이 많지 않아서 찾아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고 재미있는 설명 때문에 인터넷이나 다른 책에서 찾아보는 것이 그렇게 수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함께 병행해서 읽은 책이 여러 권이다.


먼저 전영백의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은 현대미술사의 큰 획을 긋는 전시와 화파(~ism)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부제처럼 이즘을 만든 전시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19세기 프랑스 앙데팡당살롱 도톤으로부터 베를린 분리파 춘계전, 국제 다다 페어, 유명한 현대미술관들 MoMaTate 등의 전시와 정기출판물도 소개되고 있다. 전시회 사진과 당시 전시회에서 화제를 일으킨 작품들과 도록들, 기사들을 볼 수 있다. 현대미술의 역사를 전시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긴요한 책이다.

 

“1913년에 개최된 아모리쇼이전에 유럽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소개한 곳이 ‘291갤러리. 사진작가 스티글리츠는 1905년에서 1971년까지 뉴욕 5번가 291번지에 갤러리를 운영하였다. 그는 291 갤러리에서 중요한 모던차트 전시를 기획하여 마티스, 세잔, 피카소, 뒤샹 등 유럽 작가들의 전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했다. 대표적으로 1908로댕을 시작으로 하여 1908년과 1912년에 마티스, 1911세잔, 1912년과 1914년에 피카소그리고 1915년 브랑쿠시를 개최하였다.……

그는 아모리쇼의 전시를 위해서도 미술품을 빌려주는 등 이 역사적 전시가 개최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249p, 알프레드 스티글리와 291갤러리,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전영백)

 

다음으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중인상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체계 있는 미술사 공부를 위해 필요하다. 깊이 있는 미학적인 설명과 그림을 읽는 사유가 추가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위의 책들과 겹치는 내용들도 있지만 동시대의 경향과 철학, 전망, 과거의 미술이 미친 영향도 설명하고 있다. 도판도 충실하게 담겨 있어서 진지하게 공부하기에는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어렵지만 진중권의 현대 미학강의도 병행한다면 더 진지해질 수 있다.^^ 가끔 나는 왜 이렇게까지 파고 있나 자신에게 의아할 때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병인가 하여하던대로 한다.

 

아직 조금밖에 읽지 못했지만 조주연의 현대미술 강의도 읽고 있다. 말 그대로 강의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개론서로 쓰일법한 구성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중 현대미술에 해당하는 3(인상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 부담스럽다면 이 책 한권으로 읽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현대미술은 화가의 주관적인 형태와 색채를 표현함으로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세잔이라고 한다. 고갱과 야수파, 입체파에 영향을 준 거장 세잔을 읽기 위해 전영백의 세잔의 사과를 읽고 있다. 세잔의 작품을 읽는 사상가들의 통찰을 담고 있다. 크리스테바의 멜랑콜리, 프로이트의 성, 바타유의 에로티즘, 들뢰즈, 라캉, 메를로퐁티, 베르그송이 각각 읽어낸 세잔을 설명하고 있다. 항상 경험하지만 한 작품에 담긴 많은 의미들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목록의 책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은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한 작품을 부분으로 나눠서, 디테일하게 작업과정과 색채 형태의 의미들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나타난 세잔의 영향과 원시주의, 그리고 아직은 미미하지만 입체주의의 태동을 설명하고 있다. 분석해서 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서 감상보다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공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말 왜 샀나 싶은 책은 현대미술 글쓰기. 예술을 전공하거나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안내서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미술관련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 항상 느끼는 언어와 표현의 결핍을 보완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 샀다. 정말 욕심이었다는 생각이다. 대략 살펴보니 아트라이팅뿐 아니라, 비평을 읽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모두 병행해서 함께 진도를 나가고 있다. 전공자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데 미술책을 사들이고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최근에 추가한 뱅크시도 있다. 아마도 <아트 오브 뱅크시>에 맞춰 기획된 책인 듯하다.


내가 발표할 챕터는 이렇게 정리한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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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31 11: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동아리 멋지네요 보람되어 보입니다.
한 해 마무리하며 뿌듯하시겠어요.
제게도 세잔의 사과는 정말 매력적인 오브제입니다. 저 책 담아가요. 그레이스 님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1-12-31 10:49   좋아요 6 | URL
예 두고 두고 읽어야할 책입니다^^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장정 2021-12-31 10: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많은 책들을 정리. 발표 ☆☆👍 대단하십니다. 미술은 어려워요. 뒤에 혹시 이번에 받으신 일력.... 그레이스님. 새해 🙆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11:01   좋아요 6 | URL
예 이번에 받은 알라딘 선물 맞아요.
최애 컬러라고 딸이 가져갔다가 딱히 쓸일이 없는지 다시 돌려준 ㅎㅎ
대장정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ini74 2021-12-31 1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넘 부러운 분 ㅎㅎ저랑 겹치는 책이 많아서 더 좋아요 ~~ 진중권책 표지가 바뀌었군요. 그래이스님 글 읽으며 참 좋았어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1-12-31 11:07   좋아요 6 | URL
진중권 책 개정판 나오면서 하드커버에 표지 비닐까지 ... 예술적인 느낌 ! 보기도 편하고요.
아무래도 전에 곰브리치 공부할때 샀던 <진중권 서양미술사 고전예술>도 바꿔야할듯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미니님~

scott 2021-12-31 11:5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깊이 있는 독서에 감탄과 존경!
보르헤스가 말한 [책으로 만들어진 우주]
그 우주속 작은 별이 그레이스님 서재인것 같습니다.
새해 기쁜 일만 가득 🐯

그레이스 2021-12-31 11:59   좋아요 6 | URL
부끄럽습니다;;;
감사해요. 스콧님!
날씨는 추운데 후끈합니다~^^
스콧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새파랑 2021-12-31 12: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동아리 멋지네요. 미술하면 이제 그레이스님과 미니님 인가요? ^^ 제가 미술에 취약하지만 이렇게 글로 보니 읽고싶어지네요~!! 저렇게 발표도 하시니 왠지 논문 쓰는 기분일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2-31 13:29   좋아요 5 | URL
저 말고도 회원분들이 텍스트 한권만 읽고 정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열심히 해야해요^^
새파랑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청아 2021-12-31 1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렇게 깊이 파고파고 하시는 모습 언제나 존경해요!!!<발칙한 현대미술사>다시담으면서 진중권의 <현대미술강의>도 챙겨갑니다. 미술사와 신화는 그레이스님과 미니님덕에 항상 욕심이 있습니다. 비문학 관련서를 읽다보면 꼭 해내야할 숙제같기도 하고요.발표하실 자료사진 아름답네요^^*

그레이스 2021-12-31 13:21   좋아요 6 | URL
미미님한테 칭찬 받으니 넘 좋은데요?^^
<현대미학강의> 말씀하시는거죠?;;

청아 2021-12-31 13:25   좋아요 6 | URL
pc에서 보고 그 책인줄 알고 잘못담았네요!😅

그레이스 2021-12-31 13:26   좋아요 6 | URL
새해 인사 잊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청아 2021-12-31 13:27   좋아요 6 | URL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12-31 13:0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와, 그레이스님!
미술에 대해 이렇게 깊이 들어가셔서 책읽기 하시니 글의 향기에 늘 예술이 묻어나오는군요^^
감탄&존경**
언젠가 미술입문 길잡이가 되어 주십시오 ㅎㅎ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내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서재 활동 같이 해요
새헤 복 많이 받으세요♡♡
전 지금 친정 가는 중입니다^^

그레이스 2021-12-31 13:25   좋아요 8 | URL
KTX로 가시겠죠?
오랜시간 읽을 책도 챙기셨을테구요~
잘 다녀오세요.
어머님도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페넬로페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거서 2021-12-31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미술 관련 책들도 찾아서 읽고 싶었는데 앞으로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13:56   좋아요 3 | URL
제가 감사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1-12-31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관련 분야, 전문인들의 스터디 모임이신가봐요. 마지막 사진의, 발제문 이미지를 보니, 그 자체가 짧은 에세이나 완결형 기사의 퀄리티로 보여요...

‘이것도 병인가 하여’라고 하셨는데,
이런 ‘축복받은 병‘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고, 없죠. 그레이스님은 타고나신 거 같아요. 참 멋지십니다!

그레이스 2021-12-31 16:30   좋아요 2 | URL
그냥 일반 사람들 모임인데 전공자 한분 계시고 저처럼 혼자 미술책 읽기에는 많은 의지가 필요한 분들이 모여서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1-12-31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수업 들을 때, 세상에서 젤 멋진 직업 중 하나가 미술사연구가겠구나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찾았던 공간(건축물, 박물관, 미술관...) 십년 이상 텀을 두고 찾고 또 찾고 기록 업데이트하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여행도 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그레이스님 페이퍼 보니, 옛날 수업 들을 때 사두었던 두꺼운 미술사 책들을 다시 건드려보고 싶어지네요^^

그레이스 2021-12-31 16:31   좋아요 1 | URL
미술사 수업들으셨다니 제가 몸둘바를...
종종 와서 가르쳐주세요~♡

나뭇잎처럼 2021-12-31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파는 게 병이라고 하셨는데 좋은 병이죠. 하고 나면 막 몸이 좋아지는 병. ㅎㅎ 동지를 만난 거 같아 반갑네요. 많이 알려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20:32   좋아요 0 | URL
나뭇잎처럼님도 그러시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21-12-31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관련 책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현대미술은 더 낯선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엔 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22:1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 🌞 🐯

희선 2022-01-01 0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동아리라니 멋지네요 그런 공부를 하시니 미술을 잘 아시는군요 좋아서 하는 게 가장 좋지요 발표도 하시는군요 발표할 걸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람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러블리땡 2022-01-01 0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많은 책을 정리하셨네요 대단하세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건강하세요🙂😀😁

그레이스 2022-01-01 09: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2-01-01 0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올 한 해 목표하신 계획 많이 이루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2-01-01 09:41   좋아요 3 | URL
감사드려요
겨울호랑이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22-01-01 1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고,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1 21:35   좋아요 3 | URL
예~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22-01-02 2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 시리즈~~ 멋집니다. 저도 이런 독서를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림에 관심이 있어서 저는 화가들의 생애가 나오는 책들을 재밌게 읽었었죠.

그레이스 2022-01-02 21:36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있으면 조금 수월하게 되요^^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독서괭 2022-01-09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미술사라니..! 전 미술 진짜 모르는데, 지금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 읽고 있거든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2-01-09 23:13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시작할때는 그랬어요
오래 읽고 감상하다보니..^^
예술가들을 조금 이해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