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걷는 일이 잦은(카페 자주 순례하는) 나로서는 종종 동네에서 전구장식나무 사이를 지나기도 한다. 이 짧은 길을 지날 때마다 지인이 전해준 가쉽이 생각나는데, 그에 따르면 재작년 아파트 입주민 대표 위원회(?) 에서 겨우내 전구나무가 잡아먹는 전기세가 아깝다고 관행처럼 해오던 나무 장식을 생략했다고 한다. 그러자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입주민들이

"우리가 못 사는 사람들도 아닌데, 우아파트를 우중충하니 없어 보이게 한다(집값 떨어진다)"

"옆 단지 아파트들은 다 화려하게 조명 밝혀 놨는데 여기만 없어 보인다..."

"일 년 쓰는 관리비가 얼마인데 그깟 몇 백만 원 때문에 아파트 이미지 망치고 뭐냐?"


하며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2023년도 입주민 대표 위원회(?)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된 이면에 그 '조명나무장식'이 한 몫했다는 Gossip이었다. 사실이건, 부풀려진 이야기건, 나는 이 '전구장식 나무길'을 지날 때마다 왜 도시민은 불나방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지, 거기엔 어떤 상징성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나 역시 아파트에 산다. 밤 산책을 할 때마다 흥미로운 관찰을 하게 된다. 시공사도, 평형도 같은 아파트. 올려다볼 때 "거기에서 거기" 다 똑같아 보이는 네모 구조의 아파트이건만 조명의 화려함이 극적으로 다르다. 어느 집은 고급 백화점 매장 천장처럼 거실 천장을 화려하다 못해 정신 아득하게 밝혀 놓았다. 어느 집은 입주할 때 기본으로 탑재된 (유행 지난) 조명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그 다채로운 조명 전시회를 볼 때마다 '자본주의 사회, 이 아파트 공화국에서 자신을 변별하고픈 욕구가 온통 밤에는 조명으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는 과연 어떤 욕망을 품고 있나, 내 집 거실 조명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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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4-02-14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아파트는 조명장식이 정말 백화점 수준인데요? 저는 이 조명들을 보면 빛공해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걱정이 되더라구요.
정말 어딜가도 돈냄새가 납니다.

꼬마요정 2024-02-14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집값 때문에 밝히는 거였군요... 저는 전기도 아깝다 생각하고 밤에 너무 밝아서 안 좋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런 거였군요. 저렇게 밝으면 잠 못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들도, 거기 사는 작은 생명들도 쉬지 못할 것 같구요.... 돈이 최고인 세상이로군요. 씁쓸합니다.

얄라알라 2024-02-18 17:36   좋아요 2 | URL
네,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인데...

해당 아파트에 사는 분께 전해 들었던 에피소드가 잇는데, 짜장면(?) 먹고 배달기사님 힘드실까봐 1층 공동현관 앞에 가져다 놨더니 ˝아파트 격 떨어진다˝고 관리소장님이....^^:;;;;방송을

2024-02-16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자란 성인치고 영어 공부에 최소 십수 년 쏟지 않은 이 없으리. 영어 사교육이 망하지 않을 나라, 초등학생이 TOFEL과 GRE 영단어를 외우는 나라. 그런 대한민국에서 나 역시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에 올인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점을 바꾸었다. '보다 더 예의 바른 영어 표현, 보다 더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충실한 영어를 구사하기' 목표를 바꾸니 공부하는 영역도 달라져서 요새는 "사람in" 출판사의 "결정적" 시리즈를 자주 찾아본다. 그중에서도 연휴 기간에 [영어 표현의 결정적 뉘앙스]를 읽으며 'A-ha' 모멘트를 여러 번 경험했다. 예를 들어 대다수 한국인이 'fat'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는 'skinny'가 실은 '피골이 상접한'의 뉘앙스를 띤 단어라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휘 자체를 암기할 수는 있어도 그 이면의 문화적 상징성이나 복합적 뉘앙스까지 깨닫기는 참으로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책 읽으며 여러 번 했다.


마침 이런 에피소드를 겪었다. 소위 "오징어 & 꼴뚜기" 껀이다.


<a href='https://pngtree.com/freepng/dried-seafood--cuttlefish--seafood_6732742.html'>png image from pngtree.com/</a>

설 명절 만난 꼬마 중, 너스레도 잘 떨고 쾌활한 녀석이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였는지 졸졸 따라다니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 다름 아닌

오징어! 오징어!

심지어 "말린 오징어" 실물을 들고 흔들며 내게 "오징어, 오징어!" 하며 따라다닌다. 꼬마가 그러는데도 '허허허!허허.......(야 이 꼬마야.....허허' 너그러운 반응이 나오지 않고 바로 부아가 치민다. 이것이야말로 속 좁은 밴댕이가 아닌가. 돌려 말한다.


꼬마야! 한국에서는 '오징어'가 사람 부를 땐 좋은 말이 아니란다..(허허허허허)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묘용 두상에서처럼 3D 입체 이목구비를 가지지 않았기에 더더욱 "오징어"는 욕이 된다....라는 말을 꼬마에게 직접 하지는 않았다.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이미 눈빛에서 차가운 레이저가 뿜어나가는 것을 감지한 꼬마는 이번에는 다른 단어를 골랐다.

https://www.needpix.com/photo/749093/

꼴뚜기! 꼴뚜기!


아니! 그 많고도 많은 단어 중에도, 그 많고 많은 어류 중에 왜 저 아이는 하필 나를 꼴뚜기라 부르는가. 기분 나쁘게. 저 녀석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라는 옛말을 들어봤을 턱이 없지


꼬마가 장난하는 걸 알면서도, 점점 빈정이 상하는 나는 [영어 표현의 결정적 뉘앙스]를 다시 떠올린다. 꼬마가 내게 포식자 이미지 "상어"나 귀여운 "돌고래"라고 놀렸으면 덜 신경질 났을 것 같다. 뉘앙스는 어느 언어에서나 중요하다. 사회생활이 필요한 어른뿐 아니라, 세뱃돈을 기대해야 하는 꼬마에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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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2-11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이 GRE단어를? 정말요? 세상에나. 어려서부터 영어에 학을 떼게 할 일 있나요.
그 꼬마 맹랑하네요. 친하고 싶어 그러는 것이라면 ‘으른‘된 사람으로서 우리가 이해를 해줘야겠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4-02-11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걸 안 갚아주시고 그냥 두세요?ㅋㅋㅋ 저라면 오징어야! 하면 왜 해파리야? 왜 삼엽충아? 오징어랑 놀래? 하고 갚아주지요 ㅋㅋㅋ 부모가 듣고 있으면 더더욱 ㅋㅋ엄마 해파리한테 가 임마! 이러고 ㅋㅋ

transient-guest 2024-02-13 0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가 아는 단어가 별로 없었나요?? 근데 그 애는 왜 다른 사람을 그런 표현으로 부르는 건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아는 단어가 그런 것들만 있었을 것 같지는 않아서 더더욱.
 

요즘 세상에 1500원이면 우유 200cc 사면 끝이다. 컵라면도 1500원 넘는다. 그런데 1500원짜리 커피를 파는 무인카페가 있다. 커피 맛, 좋다. 게다가 점주분께서 매장 관리를 어찌나 철저하게 하시는지 "무인카페"라 적고 "18시간 유인 카페" 수준이다. 점주님께서 매장에 거의 항상 나와 계신다. 이 카페 단골 지인들의 정보를 종합해서 과장한 말이다.

오늘 딱 24시까지만 책 보다 올 생각에 21시 40여 분에 도착했는데, 음료를 뽑아들고 보니 10분 후 마감이다. 허망함. 차라리 23시까지 운영하는 카페에 갈걸...

동시에, "무無인 카페의 18시간 유有인 카페 화"를 선도하신 점주님께서도 쉬실 시간이 필요하니 22시 마감, 나쁘지 않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음료만 챙겨들고 카페를 나오려는데 웬 남자의 전신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출입문 쪽에도, 게시판 쪽에도, "05:46"라는 타임라인과 함께. 호기심이 동해 읽어보니 사진 속 남성은 무인카페에서 절도를 했고 점주님께서는 원만한 해결을 희망하셨다. 훔쳐 간 물건을 다시 되돌려 놓으면 법적 대응까지는 안 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기셨다.

무인 카페에서 도대체 훔쳐 갈게 뭐가 있지?

놀랍게도 도난당한 물품은 "메모리폼 방석 2개"

검색해 보니 개당 약 1만 원대 제품인 듯하다. 이름 모를 숱한 시민의 엉덩이를 보듬어주었던 그 방석을 몰래 가져가서 쓰면 기분이 찜찜하지 않을까? 남이 신던 양말이나 속옷을 훔쳐 입지 않듯 방석도 절도 품목으로 안 어울리는데? 다 큰 어른이 새벽녘 몰래 무인카페에서 방석을 훔쳐 가는 그 마음은 뭘까?


갑자기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 한 반에 50여 명씩 꽉꽉 들어차 있던 그 시절 교실, 아침에 등교했더니 '수학의 정석' 2권 (기본 + 실력)이 온데 간데 없었다. "수1, 수2...기본 + 실력"을 쌓아놓으면 희대의 벽돌책으로 변신했던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워낙 무거워서 다들 학교에 두고 다녔다. 내 책 뿐 아니라 반 친구들 책 전체가 싸그리 사라졌다. 옆 반, 그 옆 반 '수학의 정석'도 사라졌다. 어떤 도둑인지는 몰라도 아마 꽤 큰 자루(?? 트럭?)를 가져왔어야 백여 권의 책을 제대로 훔쳤을 것이다. 그런 걸 다 훔쳐 가나? 헌책방에 팔면 얼마나 받는다고 고3 수험생 책을 훔치나?

그러고 보니, 내가 봉사하는 도서관에서도 "분실"이라는 이름 하, 꾸준히 책이 사라진다. 아주 간혹이지만 막 나온 따끈따끈한 소설책 세트가 사라질 때도 있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녀.... 허허허..." 하며 넘어가는 분도 있지만, 나로서는 분개만 할 뿐 결코 용서가 안 된다.

별걸 다 훔쳐 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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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4-02-13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둑은 도둑이죠...액수나 종류에 상관 없이...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이고 싶다니,

(누가)..... (누구를) 죽이고 싶은 걸까?

[죽이고 싶은 아이]



"죽음"은 어린이 동화용으로는 암묵적 금기어이다. 그림책 천 여권을 읽으며 알게된 사실이다. 하물며 "죽이고 싶은"은 어린이책 제목으로 더더욱 어울리지 않다. 비록 주어를 생략했으나 "(자연사를 포괄한) 죽음dying"과 달리 "죽이고 싶은kill"은 주체의 살생의지와 폭력의 표적을 내포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죽이고 싶은 아이]를 피해왔다."재밌다"는 소문이 뜨거운데도 차갑게 외면해왔다.



하지만 어쩌다 읽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과연 소문대로 재미있었다. 손에서 놓기 싫을 정도로. 왜? 이꽃님 작가가 "재미 극대화" 장치를다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살펴보자!

일단 첫 페이지부터 사람을 죽인다.




처음엔 다 자살인 줄 알았죠. 지주연이 죽였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상상도 못 했지. 하여간 지주연 때문에 우리 학교가 망했다고 다 난리예요. 솔직이 학생이 죽어 나간 학교에 누가 다니고 싶겠어요.

[죽이고 싶은 아이] 8-9.



"살인/ 살해/ 죽음"이 요즘 판매부수 높은 청소년 소설 특징인가?(아! 암울할지어다!) 소설 2~3장 넘기는 사이에 6명(7명이었나?)을 칼부림과 묻지마 폭력으로 죽이는 [아몬드], 피비린내 진동하는 가족 살해 현장 묘사로 시작되는 이희영의 [소금아이]. 그리고 [죽이고 싶은 아이]도 다르지 않다. 첫 장부터 벽돌 가격으로 '죽임 당한' 아이와 '죽이고 싶었던' 아이를 등장시킨다. 첫 장면부터 작가는 노골적으로 용의자를 드러낸다. 죽은 아이의 유일했다는 친구. '정말 친구가 살인자인가? 여고생이 벽돌 산산조각 날 만큼 센 힘으로 친구 머리를 내려칠 수 있던가' 그게 궁금해서라도 독자는 책을 손에서 못 놓게 된다.


둘째, 이꽃님 작가는 중심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화자를 등장시킨다. '죽은 아이'가 알바했던 편의점 사장님, 남자친구. '죽이고 싶어한 아이'의 학원동창,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등. 덕분에 "Shorts" 빨리 넘겨보기인양 글 호흡이 짧고 진행이 빠르다. 게다가 작가는 실제 고등학생이 쓸만한 저속한 입말을 구사해서 현실감을 더했다. 사망 사건을 목격했다거나 관련 증언하는 다양한 주체가 나와서 저마다의 추측과 편견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독자는 '누구를 미워해도 되는지,' '누구를 동정해야 하는지' '누가 죗값을 받아야하는지'를 자연스레 정하고 책 읽는 내내 그 도덕률에 따른다.

스포일링을 하자면.....(스포를 원하시지 않는 분은 여기까지만 읽으세요^^)


**************************************

강 스 포!

피해자는 가난한데 밝고 선량하다(가난이 죄다).

가해자는 부자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지배성향 강하다. (돈으로 친구를 휘두른다)

이 죽음 혹은 살인사건을 세상은 "학교폭력, 주종관계" 심지어 "치정관계"로 몰고간다.

이러한 전형성과 달리 소설의 결말은 황당하다. 친구를 "죽이고 싶어했기에" "미움받고, 죗값 받아 마땅한" 소녀는 사실 범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아이를 '가해자, 살인자'로 만들고 싶어했고 아이는 세상의 시선에 고개를 수그려 수긍했다. 있지도 않은 죄를 자백했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를 '미워해도 되는 대상'으로 상정하고 책 읽던 독자야말로 진짜 가해자 아닌지? [죽이고 싶은 아이]는 결국 독자 자신도 '(상징적) 살해' 공모죄에서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려준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미워해도 될' 이유를 붙여주고 더러운 이름을 주는 순간 그 대상을 정말 사회적 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나자 영화 "라쇼몽"이 생각났다. "진화evolution"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리뷰과제로 내주셨던 영화였다. 철없고 까막눈이었던 나는 당시 "라쇼몽"이 도대체 "인류진화사"와 뭔 관계이길래 내가 이 고생을 하나,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라쇼몽"이야말로 "인류진화사"를 얘기할 때 곁들이기 좋은 영화 맞다. 객관성의 신화에 대한 폭로이자 진실 만들기라는 공모의 범죄를 다루고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죽이고 싶은 아이]를 통해 작가가 사회에 던지고 싶었던 문제의식과도 같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제목 그대로 음산한 작품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관계성 - "친구 대 친구", "제자 대 선생님", "부모 대 자녀" - 중 어디에서도 서로 보듬고 넉넉히 헤아리는 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소위 뒤에서 욕하고 등치고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 [죽이고 싶은 아이]는 마음 기댈 데 없이 불안한 요즘 아이들의 세계를 보여주는가? 삭막하고 스산하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의식과 별개로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시니컬한 시선을 느끼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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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08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쇼몽 포스터군요
ㅎㄷㄷ

중학교에서 추천했더니,,, 쌤들이 안된다고,,, 제목이 넘 폭력적이라고 그러시네요
요즘 학교가 넘 험악해져서;;

얄라알라 2024-02-08 23:14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그레이스님 그 중학교 선생님들께서는 깨여 계시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아몬드]가 초등 논술학원에 왜 그렇게 필독서로 올라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칼로 찌르고 발로 차고.. 그런 죽음으로 도입부가 시작되는 소설, 후반부에도 잔혹한 폭력이 등장하잖아요....초등학생들이 많이 읽더라고요. 중고등학생에게도 벅찰 것 같은데.

stella.K 2024-02-08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소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더니 정말 그러네요.
옛날엔 사랑이 꽃피는 나무 같은 청소년 드라마도 있었는데 어린이 드라마도 있고. 언제부턴가 그런 드라마에 대한 구분이 없어졌어요.
라쇼몽. 옛날 영화 가끔 보긴하는데 넘 오래된 건 잘 안 보게되더군요.

얄라알라 2024-02-08 23:16   좋아요 1 | URL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저는 그 말씀은 들어본 적 없는데 stella님 말씀 들으니 절로 공감이 됩니다.
몇 해전에 ˝이원수 동화작가˝님 작품 읽고 띵...머리가 띵해졌어요.

그 안에 담긴 세계, 정서가 너무나 요즘의 것과 달라서 띵해졌어요. 무형의 정서가 참으로 격하게 변해가나봅니다^^:;; 이걸 아쉬워하면 꼰대가 되는 걸까요?

반유행열반인 2024-02-08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쇼몽 대학 때 과제로 봤는데 다른 강의 ’역사와 영화‘였어요 ㅋㅋㅋ좋은 영화랑 원작 소설 많이 읽은 덕분에 아직 기억에 남는 수업… 남의 과(인문대 서양사학과) 교수님에 교양 과목이었던ㅋㅋㅋ(정작 전공 학점은 개판이고…)
청소년 소설 보면 이렇게 까지 자극적일 일인가 싶다가도 저 어릴 때도 한국문학사 명작이랍시고 보던 소설들 막 불지르고 낫부림하고 야하고… 그랬던 거 보면 아 애들도 그런 거 재밌겠구나 끄덕끄덕 하고 맙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4-02-08 23:18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 서양사학과 과목^^ 저는 전공과목에서 보았어요. 저희 은근 통하는 게 많군요 ㅎㅎㅎ

열반인님 말씀도 맞아요. 저도 [테스] 중학교 때, [쿼바디스] 초딩 때 읽으며 그 야시러운 부분에 초집중해서 ㅎ

근데 제가 언급한 소설의 장면들은 피와 칼과 발길질과 죽음이 등장하니..저로서는 당황스럽더라고요
 

재미 삼아 꼬마들에게 "나를 잘 관찰하면 알 수 있었을 틈새 비밀 5가지"를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 서로 맞추기 놀이를 제안했다. 놀랍게도 한 친구가 꽤나 세상물정에 밝은 눈을 드러냈다. 그 아이가 낸 퀴즈의 한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돈은?

A] 땀 흘려 번 돈


솔직히 "땀 흘려 돈 벌다"라는 말을 어렸을 때 관용적 표현으로 배웠지 현실 일상 대화에서 들어본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만큼 "땀 한 방울 안 흘리고도 폭격받는 돈 (횡재)"라는 상상이 표준이 된 세상인지라 "땀 흘려 번 돈"이라면 왠지 덜 친숙하다.

그 친구에게 물었다. "너한테 왜 땀 흘려 번 돈이 중요하니?" "어떻게 하면 땀 흘려 돈을 버는 거니?" 어린이는 동네에서 빈병 주워다 팔면 번 돈이 아까워 저절로 절약이 될 것같다는 꽤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 놓았다.


신용카드는커녕 본인 계좌도 없어 보이는 어린 친구가 "땀 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믿는 게 신선해서 이후 내내 그 문구가 귓속에 울렸다. 그러던 차 마침 독특한 책을 보았다.

[밥 춤]




일을 긍정하는 활기찬 이미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가득한 그림책이었다. 공사장에서 무거운 모래를 나르는 일꾼도, 구두를 닦는 일꾼도, 밥상을 머리에 이고 배달하는 일꾼도 모두 일이 너무나 즐겁다는 듯 폴짝팔짝 발레 춤추듯 일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땀 흘리는 일의 소중함을 평가절하하는 세상에서 그 응원의 메시지가 좋아서 한참 일러스트레이션을 구경했다. 동시에 짠하고 서글픈 마음도 올라왔으니 그렇다면 나는 정녕 "땀 흘리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인가? "땀 흘리는 일"의 가치는 10년 후, 20년 후 어린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야기될까? "땀 흘리는 일"을 모티브로 미래에도 그림책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무리 사회가 급변해도 중심추처럼 자리에서 크게 안 벗어나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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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01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4-01-01 13:57   좋아요 1 | URL
서곡님, 2024년에도 좋은 글 꾸준히 올려주실테지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눈호강도 하고 배워갑니다.

서곡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어요

루피닷 2024-01-01 0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4-01-01 13:56   좋아요 2 | URL
루피닷님 프사 넘 멋있어요^^ 새해에 딱 어울리는 사진이네요.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4-01-01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하면서 번 돈의 소중함을 어른이 되기 전에 일찍 알면 좋아요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얄라알라 2024-01-01 13:56   좋아요 0 | URL
오! cyrus님 전 정말 저 Q&A를 첨 듣고 놀라서 열흘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그 말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제가 왜 그 말에 놀라는지 돌이켜보면
저는 이렇게 어른이 되도록 돈을 어떤 맘으로 대하고 어떻게 모아야할지( ㅋㅋ) 생각하지 않고 무대책 살아왔기 때문인가봐요.
cyrus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어른이 되기 전에 일찍 아는게 필요했어요 ㅎ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cyrus님의 2024년, 풍성하고 따스한 깃털이 많아지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