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자릿세 비싼 목 좋은 상가에 마라탕 전문점, 중국 음식점마다 마라탕 추천하니 먹기는 한다.


이런 제목의 기사가 떴다. 


'마라탕 국물' 중국인은 안 먹는다. - "머니투데이" 2020년 1월 17일자 뉴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11709252064443



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마라탕 국물도 마실 놈"이 비하적 표현으로 쓰인다는데?


갑자기 학창시절이 생각났다. 펭수 세대는 상상도 못할 "자율학습"이란 게 있던 시절, 밤 11시까지 팔팔한 애들, 성호르몬이건 뭔 호르몬이건 호르몬 범벅으로 팔팔한 애들을 밤 11시까지, 회색 콘크리트 방에 가둬두던 시절이 있었다.


그 교실 뒤켠에서, 개성 강하고 존심 높은 친구들이 줄 서 있던 모습이 갑자기 생각났다. 


 "새우탕면" 국물 한 모금 얻어 마시려는 아이들의 행렬! 


정작 몰래 학교를 빠저나가서 컵라면 쟁취해 오느라 애쓴 녀석은, 면발 대강 집어먹는 둥 마는 둥

자신의 컵라면 앞에 길게 늘어서서

친구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한입만," 아니 "한모금만"..

친구들이 줄서서 "새우탕면" 국물을 나눠 마시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자율학습" 머쉰 On상태로 돌아가는 그 광경이 아직 선명하다. 


"새우탕면 국물도 마실 놈들"이 여기에선 욕이 아니다. 호르몬 범벅의 10대를 가둬두니, 매운 국물이라도 마셔서 이열치열해야했던 거다. 라면국물 줄서서 나눠먹는 재미로라도 버텼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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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다 잘 다녀왔어?' 해야지!"

강아지에게 자신의 딸을 "누나"라고 부르는 장면에 흠칫 놀랐다. 

인간 자식과 반려동물을 호형호제 관계로 맺는다. 그 강아지를 예뻐하는 사람은 "형아, 삼촌, 큰 엄마, 작은 엄마" 인간 친족용어로 연결된다. 

그는 강아지가 소화시키기 쉽도록 스테이크를 본인이 직접 씹다가 강아지 입에 밀어 넣어주었다.


놀랐다.


원래 억지로 "척" 하는 걸 못해서

차라리 "얼음땡" 제스춰를 취했다. 

미소는 짓되 먼 발치서 멀뚱멀뚱 전략. 


애정을 공유하자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강아지 주인 앞에서 어색해졌다. 죄도 안 지었는데 속죄드려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원래 "척"하는 걸 못한다. 쓰다듬는 척을 못했다.


민망해져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일곱 살 때 토끼똥 보고 충격 받았는데요 어쩌구... 동화책 속 토끼는 하얗고 깨끗했는데....저쩌구.". 


그래봤자, 강아지에게 손길 한 번, 눈길 두 번도 안 주는 

나는  

강아지 주인이 보기엔 냉정한 인간이다.  


따가운 시선이 몹시 따갑게 와서 박혔다.


어찌나 따가웠는지 그날 꿈까지 꾸었는데, 키우던 화초가 시들해서 꺼이꺼이 슬퍼하며 화초를 친자식살려내려는 내용이었다. 줄거리는 부차적이다. 이 꿈에서는 의도가 중요하다.

 '나, 냉혈한 아냐. 인간 외 생명에도 커넥션 진하게 느껴. 다만, 동물 만지는 게 어려울 뿐.' 

내 공감 능력은 인간종을 넘어선다는 변명을 해주는 꿈이었다. 


하긴, 반은 변명이더라도 반은 그러하다. 

풀과 나무, 화초가 아픈 걸 보면 지나치지 못한다.

요새는 만난지 60일쯤 된 벤저민이 상태가 처음만하지 않아 고심이다. 






습도를 좋아한다기에 열심히 분무하고, 통풍 잘 되도록 계속 환기하고 

햇볕 따라 옮겨주는데도 

잎의 초록이 덜 선명하다. 하루의 48분의 1은 이 녀석에게 쏟는 것 같다. 몸을 안 쓰는 나는 화초를 가꾸며 마음의 요가를 한다. 




벤저민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화초와 작별을 수없이 고해왔던 긴 히스토리 때문이다.


"Song of India"를 유난히, 가장, 꾸준히 좋아해서 열 번은 새 식구로 들였던 것 같다. 생일을 자축하며, 기념하고 싶은 날, 1월 1일 시작을 알리며 사들였으나 이 친구와 나는 아직 제대로 사귀는 법을 모른다. 다 빠이빠이 하고, 마지막 들인 친구가 회생중이다. 

*

"Song of India"다음으로 좋아하는 드라세라류

레몬라임.


이거 취급하는 꽃집 많지 않아서 일부러 주문하고

일부러 찾아다니고

그래서 참 여러번 내 식구로 맞았는데

미안하여라. 

이 친구와도 잘 사귀는 법을 못 터득했던 것 같다. 

내 관리가 부실해서 또 빠이빠이하게 될까, 이젠 들이지도 못하겟다.

화초가 시글해서 꺼이꺼이했던 그 꿈은 퍼포먼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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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에 잠시 머리 식히러 놀러왔다가 아예 눌러 앉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눌러 앉을 일 애초 차단하려, 알라딘 서점 자동로그인 설정을 해지해두었습니다. 

애써 끊어내려는 제 노력은 그만큼, 좋은 컨텐츠, 유혹적인 글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급변해도, 서가 거닐며 종이 책을 만나고 책 때문에 흥분하고 기쁜 사람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에게 빚을 많이 졌으니, 하나를 써도 공들여야겠다는 중압감은 큽니다만 능력이 따라주지는 않습니다.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인기 웹툰작가가 했다는 말에 확 찔렸습니다. 제 약점을. 

정무늬 작가가 이렇게 말했다네요.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일기에 불과"


한 마디로, 재미 있어야 남이 읽는 글이 된다는 말인데......



오늘 외출했다가, 하이톤의 비명소리에 놀라서 사고가 났나 하고 뛰어가보았습니다. "별일"이 아니고서는 대낮에 이처럼 집합적으로 고성을 지를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기에...


그곳에 있던 거대한 인형(?).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펭수"? 뽀로로랑 헷갈렸습니다. 노란색 복장이 아니니, 저것은 펭수 아류인가? 급조한 펭수모조인가보다 했죠.


펭수, 팽수?도 모르는데 어찌 정무늬 작가가 역설한 "일기로 전락하지 않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TV를 사야할까봐요. 책만 볼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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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0-01-1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펭수 직접 보신거에요?????
부럽습니다.^^
저도 처음엔 펭수가 뭐지?뭐길래?하고 봤다가 앗!!!!!! 치명적(?) 매력에 빠져버렸네요.
전 펭수 인스타에도 찾아가 팔로우를~ㅜㅜ
전 TV를 버려야할까봐요~ㅋㅋㅋ

펭수를 처음 보시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약간의 충격을 받으시지 않으셨을까?
상상이 갑니다~^^

2020-01-16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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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 교수가 24세, 버클리 사회학과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던 1995년 7월, 폭염(Heat Wave)이 시카고를 강타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만에 같은 미국 안에서도 이 폭염은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었기에 클라이넨버그는 혼란스러워졌다. 이에 그가 이 폭염에 대해 "사회적 부검(social autopsy)"를 서둘러야겠다는 학자적 의무로 메스를 들어 5년여의 연구 끝에 내놓은 책이 [Heat Wave: A Social Autopsy of Disaster in Chicago]. 



초판은 2002년, 새로 쓴 서문을 곁들인 재판은 2015년 발간되었는데 한국어 번역판은 2018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내 관심은 홍경탁 번역자가 번역작업을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2018년 여름 한국 뉴스에 연일 "폭염 사망자"가 키워드로 등장했다. 따라서, 폭염이 단순히 기후재앙이 아닌 사회적 재앙이자 사회극(social drama)라는 인식, 적어도 폭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딱 그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되었으니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내 기억으로, 이 두꺼운(참고문헌까지 450여 쪽을 가뿐히 넘긴) 사회학 책은 이례적으로 온라인 서점의 메인 페이지에 수 주간 올라왔다. 번역자가 수년전부터 2018년 여름 발간을 목표로 꾸준히 작업해왔을까? 아니면 2018년의 기록적 폭염 사태를 계기로 초인적 스피드로 번역해냈을까, 몹시 궁금했다. 또한 얼마나 팔렸을까? 출판사 영업 비밀이겠지만 몹시 궁금하다. 짐작하건대 김승섭 교수의 베스트셀러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도 이 책을 언급했기에 더욱 많은 독자들이 찾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김승섭 교수가 이미 두 권의 스테디셀러를 통해 "사회역학"의 지향을 일반에 알렸지만, [폭염사회]는 구체로서의 적용을 보여준다. 또한 적어도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2015년 재판 서문을 쓸 때만 해도 변방에 있던 "환경사회학environmental sociology)"의 관심영역과 기여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왜 같은 폭염 아래 누가 더 죽음에 취약한지 그 취약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정치적 실패라는 경종을 독자들에게 울려준다. 1995년 7월 시카고 폭염의 경우, 취약한 이들은 그저 에어컨이 없거나, 수도세를 낼 돈이 없어 물공급이 끊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사회적 연망에서 고립된 이들이었다. 보다 엄밀히는 사회적 연망자체가 생길 여지가 낮은 공동체 사람들이었다. 


사회학자로서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CDC로 대변되는 보건학자들과 다른 접근으로 1995년 시카고의 폭염을 "사회적 부검"했다. 역시 "다행이자 고맙게도" 이 면밀한 부검은 일회용 보고서로 끝나지 않고 이후 기후재앙에 대비한 시스템 구축에 실제적 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첨단기술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 높이기 등 사회적 대응기반구축이 따랐다.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의 한국어판 부제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2002년 초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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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결 일렁임 없는 잔잔함을 사람들은 "온화한 성품"이라 좋게 말하지만,

실은 자기 보호 본능일 수 있죠. 

감정의 진폭이 높아지면, 바로 몸으로 반응이 와서 며칠 손해보니까 스스로 "온화하게" 길들여온 것일지도.

'욱' 했다가 아파서 며칠을 그냥 보냈어요. 그래도1월 8일에 개봉했다는데 더 미루기 싫어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보러 다녀왔습니다. 



실은 이 페이퍼를 쓰며 영화 제목 처음 제대로 알았네요.  이제야 부제의 의미심장함이 눈에 들어오는 군요. 

"The Rise of Skywalker"

반쪽의 이름으로 존재하던 자가 이름을 찾은, 동시에 이름 부여받은 이야기. 단수인데 실은 복수인 이름. 마찬가지로  Force 역시 단복수를 흐리는 명사이자 동사이겠죠. 



잔병치레 끝물에 보아서 더 이입했던 것일까요? 줄거리야 뭐 예상했던 그대로(영화 씬들에 은근 복선이 널렸습니다) 뻔히 전개되었지만, 전혀 재미와 감동을 상쇄시키지 않았어요. 누군가는 정치적 풍자극이라고 해석하는 [DOGVILLE](2003)을 지극히 사적인 복수극으로 몰입해 보며 쾌감느꼈던 언젠가처럼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역시 우주서사극인데 지극히 개인적 화두로 끌어내려 놓고 보았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혹은 "부메랑 효과". 


개인에게나, 혹은 사회에서나 "부메랑 효과"에 요새 관심이 꽂혔습니다.


[스타워즈] 이야기하다 "아닌 밤중 홍두깨" 격이지만, 오늘도 호주의 화재가 걱정입니다. 캥거루나 코알라 사진과 함께 재난 스펙테클로 소비되는 모습, 솔직히 불편합니다. 몇년 전 호주가 기후변화대응이 느린(불량한) 나라로 지목되었는데 한국은 그보다 더 낮은 단계로 평가되었다는 기사에 불안해집니다. 

뭉크의 "절규" 배경 하늘의 붉은 빛이, 실은 당대 인도네시아 대화재의 영향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는 글을 읽고 "재미" 있었는데, 반성합니다. 결코 호주 하늘의 붉은 빛은 재미있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현시점에 얽혀 있고, 시공간을 엮으며 얽혀있는 문제들이 많기에 걱정입니다. 걱정인형을 끌어안고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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