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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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재의 상당수는 건축물이다. 그리고 우리는 건축물 속에서 살아간다. 건축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와 너무도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있는 우리의 창조물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하다.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은 이런면에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이책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에 있는 저자 유현준에게 충격과 감동을 준 30개의 건축물들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했다. '인문 건축 기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파르테논 신전이나, 기자의 대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을 소개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현대의 건축물들이다. 그래서,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나에게 낯설고 신비로웠다. 고전건축물들에게서 인문학적 탐구가 가능할뿐, 현대의 콘크리트 건축물들에게서 콘크리트 향기밖에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 지식이있을까?라는 고정관념을 유현준은 멋있게 깨뜨려주었다. 

  유현준에게 인문학적 성찰을 준 건축물은 아시아보다는 유럽에 많다. 그러나, 유현준이 소개한 30개의 건축물 중에서 나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준 건축물은 아시아에 있다. 홍콩에 있는 HSBC 빌딩이다. 사진으로 본 HSBC 빌딩은 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었다. 왜? 유현준이 HSBC 빌딩을 소개하는지 의아하기도했다. 그런데, 이 건축물은 첨단기술과 풍수지리라는 전통지리관념이 결합되어 탄생한 건축물이었다. 홍콩의 유명한 지관이 HSBC 빌딩이 '지어질 위치가 홍콩 경제의 맥이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거기에 건물을 지으면 맥이 끊겨서 홍콩 경제가 안 좋아질 거라'고 경고했다. 포스터라는 건축가는 현수교 처럼 '인장력'을 활용해서 HSBC 빌딩을 건설한다. 풍수지리라는 전통 지리관념을 무시하고 HSBC 빌딩을 지을 수도 있지만, 건축가는 첨단 기술로 HSBC 빌딩을 지어 지관의 주장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건축물을 완성했다. 

  그런데, 진정으로 내가 HSBC 빌딩을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는 이유는 그 다음에 있다. HSBC 빌딩의 층은 홍콩 경제의 맥이 흘러서 바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비워두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1층 광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로비에 도착하면 건축물의 내부가 시원스럽게 뚫려있다. 이것은 1층에 만들어진 광장에 태양빛을 내려보내는 통로였다. 그리고 1층 광장은 일요일에 갈데가 없는 홍콩의 가사도우미들이 쉴 수 있는 쉽터가 되었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가사도우미들은 평일에는 주인집 가정에서 노동을 하지만, 주말에는 주인집에서 나가있어야한다. 그녀들에게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 많지 않은 홍코에서 HSBC 빌딩은 휴식처였다. 음침한 공간일 수도 있는 이곳이, 건축물의 내부가 시원스럽게 뚫려있기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밝은 휴식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HSBC 빌딩의 내부는 다른 거물과 달리 엘리베이터보다는 에스컬레이터가 수직 이동의 주요수단이다.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여유로운 에스컬레이터에서 소통은 늘어난다. 게다가 HSBC 빌딩은 가운데가 비워있다보니 위층에서 건너편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소통할 수있다. 건축가가 만든 공간이 건물안과 밖의 사람들에게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합치될때, 자본주의는 인간의 얼굴을한다. 자본주의의 최고 경제 권력을 쥐고 있는 금융 회사 건물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것이 건축의 힘이요. 건축가의 탁월함이다. 인간은 건축물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어떠한 건축물을 만들어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그 사회를 어떠한 사회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HSBC 빌딩은 우리가 어떠한 건축물을 만들어야하는지를 깊이 성찰하도록 하는 인문학적 성찰을 안겨준다. 


  30개의 건축물은 나름의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사실 이들 건축물이 시간이 지나면 문화재로 지정되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대한민국에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유현준에게, 아니 세계의 건축가들에게 깊은 성찰과 감탄을 자아내는 현대 건축물이 이땅에 탄생하길 바라면서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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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 드디어 시리즈 2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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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에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나라! 대만이다. 동아시아사 수업을 준비하면서 대만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제대로된 대만사 책이 없었다. 기껏해야, 중국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언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중, 서가를 거닐다가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을 보았다. 얇고 쉽게 풀어쓴 대만의 역사를 만난다는 생각에 책장을 펼쳤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반청항쟁기, 청나라 통치 시대, 일본 통치 시대, 중화민국시대라는 4시기로 구분하여 대만의 역사를 서술했다. 

  1부 '선사시대부터 반청항쟁기까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국성야' 정성공에 대한 서술이다. 국민당 정부에 의해서 영웅화시킨 정성공의 모습부터 정성공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점을 들어 일본과의 연결을 강조하는 일본의 시각, '폭군'으로 묘사하는 네덜란드 선교사 안토니우스 함브룩의 평가까지 소개한다. 역사교사답게 어느 한가지 시각을 결론지어 제시하기 보다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시각을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자못 궁금하다. 저자 우이룽은 정성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미 있는 것은 정성공의 모습은 정말로 성공적이다. 본토회복을 노리는 중화민국의 입장에서, 대만을 지배했던 일본의 입장에서 정성공의 가치는 높으니 말이다. 

  2부 청나라 통치 시대를 서술하면서 청나라 시대 대만 원주민과 한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한것이 인상 깊었다. 만약 우이룽이 국민당 지지자라면, 한족의 입장에서 이 시대를 서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족과 대만 원주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했다. 한족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목숨걸고 와서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 자랑스런 개척의 역사이지만, 대만 원주민에게는 자신들의 땅을 침범하고, 한자를 모르는 원주민을 속여 땅을 빼앗는 도둑들이었다. 마치 유럽인들에 의해서 아메리커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결국에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살아야만하는 역사의 축소판으로 느껴졌다. 역시 역사교사로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3부와 4부를 읽으면서 역사교사 우이룽의 서술이 이해되지 않았다. 우선, 3부 일본 통치 시대에서 주류를 이뤄야하는 것은 대만인들의 항일투쟁이어야한다. 그러나, 우이룽은 이것을 비중있게 서술하지 않았다. 단지 12장 대만은 대만인의 대만이다. 라는 한장을 할애했을 뿐이다. 고산족을 중심으로 일본과 전투를 벌이면서 강하기 저항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우이룽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기껏서술한 것이 민중계몽운동을 항일투쟁으로 서술한 것이 전부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서술한다면, 당연히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했을텐데... 왜? 대만인 교사 우이룽은 그러하지 않았을까? 대만인이라는 민족관념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일제 식민지배를 오히려 추억하는 대만인, 일본신사에 참배하는 대만 정치인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일본 통치 시대는 그리운 시대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그들은 자랑할만한 항일투쟁의 역사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조차도 잊어버리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다. 

  4부 중화민국 시대 서술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민주화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사를 서술한다면 현대사의 큰 주제는 민주화의 역사이다. 우리는 이를 소재로 수많은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이룽은 13장에서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눈을 뜨세요. 라는 장에서 계엄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을뿐이다. 나라면 2.28사건부터 시작해서 국민당 정부가 계엄을 유지한 1987년까지 수많은 민주화 운동을 자랑스럽게 서술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칠것이다. 민주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서술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이룽은 그러하지 않았다. 그에게 대만의 민주화운동은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닌 것인가? 아니면, 기억할 필요도 가르칠 필요도 없는 것일까?


  책장을 덮자 의문이 밀려왔다. 대만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만인은 한족의 일부로 중화인민공화국과 통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중화인민공화국과는 별개로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대만은 대만인의 대만이다.'를 외치는 존재인가? 이 질문은 지금 양안문제를 바라보는 핵심 질문이기도하다. 일본에 식민지배를 받고서도 일본 통치 시대를 그리워하고 일본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 질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결국, 3부와 4부에서 항일투쟁의 역사와 민주화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하지 않은 것은 저자 자신도 대만인으로서의 민족관념을 아직은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나의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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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어디까지 아니? - 이슬람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한 모든 것 탐험하는 고래 14
양대승 지음, 이종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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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서평을 쓰는 조건으로 책을 선물 받은 것이다. 평소 이슬람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에 '이슬람, 어디까지 아니?'라는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책을 받고 책장을 넘겼다. 이슬람의 향기를 담은 그림들이 나의 눈을 사로 잡았다. 어른들도 좋아할 그림이지만, 특히 청소년들이 본다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이슬람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었다. 


  '이슬람, 어디까지 아니?'는 중고등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슬람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본 바탕위에서 이슬람의 문화를 살펴본다. 세계사를 배우며 급하게 지나치는 역사를 그림을찬찬히 살펴보며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무함마드를 마호메트라고 부르면 안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이다. 마호메트는 영어식 표현이고, 무함마드는 아랍어 발음이기에 당연히 마호메트라고 부르는 것이라는 상식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 양대승은 여기에 하나를 더 설명해준다. 바로 유럽식 표현인 마호메트는 '바포메트'라는 유럽 전설에 나오는 악마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명이 충격적이다. 바포메트! 산양 혹은 염소의 머리를 하고 검은 날개를 가진 악마이다. 유럽의 이슬람 격멸의 역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그래, 마호메트라 부르기 보다는 무함마드라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자. 

  이슬람을 설명할 때 종교를 빼놓을 수 없다. 제3장에서는 이슬람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한다. 이슬람교를 접할때마다 드는 생각은 같은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로 갈라져서 싸우는지 슬픈 생각이 든다. 이들 세종교는 구약을 경전으로 공유한다. 그리고 서아시아라는 같은 공간에서 탄생했고, 같은 신을 믿고 있다. 그런데, 수천년 동안 기독교인들은 유대교를 박해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과 이슬람인들은 오랜 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지금은 유대교인들과 이슬람교 인들이 서로 반목하고 있다. 뿌리는 같지만, 서로 대립하며 서로를 적으로 여기는 불행한 역사를 아부라함의 자손들은 끝낼 수 있을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관용의 자세가 언제쯤 그들에게도 뿌리내릴 수 있을까?

  제4장은 이슬람 사람들의 생활을 소개한다. 할랄음식 부터 이슬람식이름은 흥미를 자아낸다. 그런데, 그중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이슬람교의 여성차별이다. 히잡, 차도르, 니캅, 부르카! 정말 종류도 다양한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여성의 의복이 이제는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으로 서구권에 소개되고 있다. 히잡을 폐지하려하면, 히잡을 착용하겠다고 시위를 하고, 히잡 착용을 강요하면 히잡을 벗어던지며 저항한다. 남성은 여성을 자신의 이미지대로 살길 바라나보다. 여성! 그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살수 있게 하면 안될까? 히잡을 쓰든, 히잡을 벗든 그것은 이슬람 여성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면 어떨까? 중요한 것은 히잡을 쓰는 것이 아니라, 히잡 안에 있는 여성의 영혼이다. 

  제5장은 이슬람과 테러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이슬람을 테러와 연결시키는 사람이 많기에 가장 뜨거운 주제일 수 있다. 십자군 전쟁부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까지 다루었지만,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도 깊이 있게 다루었다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들기도했다. 물론, 책의 분량상 수비지 않은 선택이지만 말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모순이 쌓이고 쌓여서 이슬람 지역의 모순을 키웠다. 그 모순에 대한 투쟁의 과정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그 방법은 서구인들에게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키웠다. 사실, 이슬람의 테러가 발생한 근본원인은 서구인들이 저지른 제국주의 만행이다. 서구의 진정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테러 문제도 근본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책장을 덮었다. 아름다운 삽화를 감상하며 책장을 쉽게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이슬람에 대한 핵심적인 주제를 뽑아서, 쉬운 글 써내려간 책이다. 중학생인 딸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어야겠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이슬람에 대해서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학생들에게 추천해도 좋은 책이다. 쉽게 읽히고, 분량도 많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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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교육,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 25년 차 미국 교장 제이슨송의 IB학교 15년의 노하우
제이슨 송 지음 / 스텝스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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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 교육은 어디로 가야할까? 인공지능 학자들과 뇌과학자의 대담에서 '주도성'있는 아이로 키우라는 조언을 들었다. 논문도 인공지능으로 쓰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하는 의욕이 있고 그 호기심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주도성있는 인재를 키워내고 있을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여학생들과 공부와는 담쌓고 사는 남학생들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휩싸인다. 주어진 정답을 암기하는 여학생, 일베류의 동영상과 쑈츠를 보며 일베놀이를하며 생각없이 학교를 다니는 남학생.....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러한 교육으로는 미래가 어두워보인다.

 그래서 IB에 관심을 갖았다. 때마침 우리 학교가 IB 관심학교가 되었으니, IB에 대한 호기심도 깊어갔다. 제이슨 송의 'IB 교육,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에 우리 교육이 나갈 방향은 IB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지만, 중도 탈락율이 높은 이유는 우리의 암기식 교육 때문이다. 학부모의 치마바람에 이끌려 학원을 전전하며 시키는데로 암기하는 학생들이 이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의 삶의 조타수를 잡아야하는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좌절을 맛본다. 주도성없이 타율성, 의존성에 길들여진 우리 학생들은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 

  IB 교육은 달랐다. 교사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DP과정의 경우,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깊이 있는 탐구를 전개해야한다. 이것은 바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발견해가는 참다운 공부이다. 토론과 발표, 그리고 글쓰기를 중요시하는 IB교육은 내가 역사 수업시간에 하고 싶었던 수업 방법이기도 했다. 

  이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NCA의 IB 수업 현장을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물론, 4과목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IB를 탐색하면서 수업 현장을 보고 싶었던 나의 갈증을 일부나마 대체할 수 있었다. 물론, IB 수업의 평가 계획과 평가 방법 등을 자세히 담아 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깊게 베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알에서 스스로 깨어나는 사람은 새로운 생명을 얻지만, 남에 의해서 깨어지는 사람은 생명을 잃는다.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는 스스로 깨어나는 사람이 될 것인가? 타인에 의해서 깨어지는 사람이 될 것인가? 우리는 스스로 깨어나는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 타인에 의해서 깨어지는 노예를 길러낼 것인가? 이 물음에 진지한 대답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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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2025 한국출판평론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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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rian을 일본은 도서관과 사서로 번역했다. 우리는 서적원과 검서관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일본인이 번역한 도서관과 사서라는 말을 선택했다. 자신을 부르는 말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도서관역사는 현대 도서관의 역사가 식민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증명한다.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이기도한 도서관이었지만, 그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의 민주화 운동에서의 역할은 너무도 미미하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을 읽으며, 굴절된 우리의 아픈 역사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대학도서관을 갖지 못한 이유는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 백창민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시대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인 우리를 책한다. 이땅의 유림들은 3.1 운동에 민족 대표로 참여하지 않았으며, 일제에게 작위를 받은 유림도 많다. 존경각의 책이 흩어져 사라진 것 처럼, 유림은 우리시대의 정신을 구현하지 못했다. 조선시대 대표적 교육기관인 성균관이 기존질서를 근본부터 부수고 변화를 선도하는 창조적 파괴를 단행하지 못했다. 스스로 알에서 깨어나는 자는 새생명을 얻지만, 외부의 힘에 의해서 알에서 깨어난자는 계란후라이가 된다.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대가는 참혹하다. 유학이 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되며, 찬란한 과거의 문화는 단절되었다.

총독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던 사람들이 광복이 되고 나서 대한민국의 사서가 되었다. 친일의혹이 있거나, 버젓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수많은 사서들을 보면서, 그들에게는 민족의 독립보다는 제국의 신민으로서 제국의 통치 이념을 담은 책을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읽히는 것을 낙으로 삼았는지 묻고 싶어진다. 이 땅의 사서들은 과거 선배 사서들의 친일행위를 무어라 평가할까? 조국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소시민적 선택이었다고 평가할까?

물론, 친일과 소시민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범승! 그는 '편지로 조선 총독부를 움직여 2년 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도서관인 경성 도서관을 설립했다. 이를 연구자들은 편지 한장으로 조선 총독부를 움직여 시민의 대학을 설립했다며 높게 평가한다. 반면, 백창민 작가는 그에게 친일의 의혹을 제기한다. 일제와 모종의 끈이 있지 않다면 어찌 그리도 쉽게 편지 한장으로 시민의 대학인 도서관을 세울 수 있는가?

그런데, 백창민 작가는 이범승이 친일파라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만약 도서관 소장자료에서 친일적 서적들의 비중이 높고, 도서관 행사에서 친일행위를 했다면 이범승을 친일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를 친일파로 단언할 수 있을까? 물론, 일본제국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서글픈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에서 한명이라도 조국을 위하는 인물을 만나고 싶은 나의 소망이 이범승에 대한 평가를 주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머스 제퍼슨은 "시민을 계몽하라., 그러면 폭정과 억압은 사라질 것이다."(345)라고 말했다. 시민의 대학, 도서관은 시민의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시민은 도서관을 시민의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345)는 조제프 드메스트르의 말처럼, 시민의 대학으로서의 도서관을 갖고 싶다면, 우리가 도서관을 시민의 학습장으로 삼아야한다. 앞으로의 역사는 우리의 행동 여하에 달렸다.

씁쓸한 도서관의 역사를 살펴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기 위해서 진정한 도서관과 사서는 어떠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대한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를 원래 설계대로 짓기 위해서 건축가 김원은 영국 버밍엄도서관에 갔다. 사서에게 60년전 아서 딕슨의 남긴 설계도면을 문의했다. 사서는 아서 딕슨의 설계도면을 찾아주었다. 건축가 김원은 설계도면의 복사를 부탁했다. 그러자, 꽁지머리 사서는 "왜 안되겠어요. 동양의 먼 나라에서 우리 도서관을 찾아 준 것이 더 고맙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서 도서관은 존재합니다."(251)라는 말을 했다. 결국, 아서 딕슨의 설계 도면 덕분에 성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일화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우리의 도서관과 사서는 시대 정신에 호응하기 위해서 어떠한 비젼을 가지고 나아가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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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5-12-05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실 수도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만 ‘역사적’도 일제강점기 말씨이고, ‘-의’도 일제강점기 군국주의 말씨입니다. ‘용어·번역·선택·현대·잔재·현실·증명·민주화·역할·미미·굴절·운영·저자·도전·정면·비겁·책하다·구현·대표적·질서·선도·창조적·단행……’ 같은 말씨도 우리말씨이지 않습니다. ‘불리는·만들다·-지는·-되는·것·가지다’도 마찬가지이고요. 잘 쓰고 못 쓰고라는 대목이 아닌, ‘도서관·사서’뿐 아니라 ‘서가·수서·납본·대출·반납’다 하나같이 ‘그들말씨’입니다. 우리한테 ‘펴다·펴내다’라는 낱말이 있으나, 이 책을 펴낸 곳조차 ‘한겨레출판’처럼 ‘출판’을 그냥 씁니다. 몇 가지 이름이 안타까운 대목은 이미 짚은 사람이 수두룩한데, 몇 가지 이름부터 어떻게 우리말씨로 풀고 살려서 새롭게 가꾸느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낼 때에라야, 하나씩 바꿀 테지요.

북프리쿠키 2025-12-06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5-12-07 16: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