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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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을 곁들'이지 않은 세계사 브런치! 이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영어번역본을 곁들인 세계사 브런치'라는 제목이 정확한 제목일 것이다. 공자님의 정명사상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명칭이 정확해야 독자가 올바로 책을 선택할 수 있음에 작가도 동의할 것이다. 이책은 영어원문을, 혹은 영어로 번역한 번역문을 곁들여 세계사의 고전을 소개한책이다. 그리스어나, 라틴어, 프랑스어 원문을 제시하지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너무도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책벌레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역사 전공자의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기에 경쾌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물론,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아마츄어가 쓴 글이라 책에 오류가 있기도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함무라비법전을 "인류최초의 법전"(44쪽)이라고 소개한 글을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인류최초의 법전은 우르남무의 법전이다. 또한, 246쪽에는 "성군의 대명사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린 하나라가 있었다고 한다."라는 웃기 힘든 오류도 있다. 전설상의 임금인 요가 세운 나라는 당이고, 순이 세운 나라가 우이다. 우가 세운 나라가 하이다. 전설상의 임금인 요임금과 순임금을 우가 세운 하나라 임금이라고 소개한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저자는 '서경'이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이러한 오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들이라면 자신의 독서를 토대로해서 경쾌한 책들을 쓰고 싶은 욕망을 대리 충족해주는 책이라 웃음을 띄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정시몬 처럼 책을 출판하고 나와 같은 책벌레들에게 지적질을 당하겠지.....

  탁월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종횡무진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많은 사색을 했고 이를 책으로 엮었다. 한글 번역본을 보는 것보다 영어 원문을 보는 것이 이해가 더 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암튼, 한가지 언어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한세계를 더 체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책을 썼다. 물론 영어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물론 동양 서적들은 한문을 곁들이기도 했지만, 저자가 한문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세계사 브런치'를 읽으며 한가지 큰 수확이 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내가 읽을 책 목록에 추가한 것이다. 저자는 세계사 편력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산업화를 착수하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이미 말했다. (중략) 영국이 산업과 공장을 개발하기 위해 자금이 가장 필요했던 참에 인도로 부터 이런 거액을 가져왔던 것은 특별한 행운이었다."-518쪽


  네루는 인도의 독립을 꿈꾸고 이를 이뤄낸 혁명가이다.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독서를 하며 독립의 방향을 모색했듯이, 네루도 책을 읽으며 인도의 독립을 꿈꿨다. 그리고 영국 제국주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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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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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워싱턴회의에서 나치 약탈 문화재를 확인하고 원소유자를 찾기 위해 문화재의 관련 기록과 정보가 공개되어야한다는 워싱턴 원칙이 성립되었다. 미국 박물관 협회가 제시한 '과거 내력 공개'라는 가이드라인에 주요 유럽 국가들은 처음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저자는 그 이유가 '미국이 정한 기준을 유럽 문화계에 부과하는 데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저항감'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유럽의 박물관들이 제국주의 강도들의 장물아비가 되어 약소국의 문화재를 소유하면서 누린 영광을 빼앗기기 싫었던 마음이 더욱 컸을 것이다. 우와한 척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탐욕스러운 장물아비의 파렴치함이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탐욕스러운 장물아비가 된 강대국의 박물관과 인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각국 혹은 시민들의 치열한 투쟁을 담고 있다.

저자 김경임과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책으로 만난적이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을 읽으며 그녀의 전문성과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그녀를 믿고 '약탈문화재의 세계사1'을 펼쳐 들었다. 역사나, 김경임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벌이는 각국의 치열한 투쟁이다. 인도는 '춤추는 시바상'으로 불리는 '나타라자 청동상'을 밀반출 당하자 이를 되찾기 위해서 미국의 박물관과 소송을 벌였다. 여기에 인도의 외교력을 더하여 자국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86년 나타라자상은 27년 만에 고향 타민라두에 귀환 했다. 터키는 리디어 보물을 반환받기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치열한 노력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재판을 불사하며 강경외교로 압박하여 거만한 강대국의 박물관을 굴복시켰다.

약소국이 강대국 박물관과 소송도 불사하며 벌이는 문화재 반환 노력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그러나 그 드라마를 마냥 편안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자국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확인하는 순간, 혜문 스님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혜문 스님이 우리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뜨거운 열정으로 강대국의 닫힌문을 두드릴때, 정부와 학계는 빼앗긴 문화재가 돌아올 수 없는 근거를 변명처럼 말했다. 그때 나는 '~때문에 안된다.'라는 변명보다는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을 듣고 싶었다.

이 책에 소개된 국가들은 '~때문에' 문화재를 되찾을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경찰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를 만들고 문화재 관련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했다.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의 수사 결과는 정부차원의 문화재 환수 노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유명 박물관이 앞다투어 구입하던 이탈리아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환수된 것도 이탈리아 경찰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와 정부차원의 노력 덕분이다. 어쩌면 미국의 유명 박물관은 이탈리아의 경찰 카라비에리 덕분에 장물아비에서 일류문화 수호자로 변신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 김경임은 '서산 부석사 관음상 문제'를 마지막 쳅터에 소개했다. 그녀가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를 저술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문화재의 귀환을 이야기하면 효용가치가 사라진 민족주의 담론을 꺼내든다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소위 문화재 전문가라는 유명인은 대중 강연에서 '빼앗긴 문화재를 세계 각국 박물관에서 되찾겠다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우리 문화재가 우리 나라에만 있다면 어떻게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는가? 그런 폐쇄적 민족주의적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라고 주장하기도했다. 그의 영향력과 경력을 생각해볼 때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에게 이탈리아 루텔리 장관의 말을 해주고 싶다. "문화재 반환!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다. 인류 보편의 담론이다."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어디로 가야할까? 혜문 스님은 일본에 돌려주자는 입장이시다. 도둑들이 일본 신사에서 훔처온 것을 우리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찌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외국인들에게 호소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에 반해서 김경임은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왜구의 약탈에 의해서 대마도에 건너갔다고 주장하며 반환의 부당성을 설파한다. '약탈문화재의 세계사'에서 줄기차게 제시되는 문화재를 합법적으로 입수했다고 증명하는 책임은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다는 원칙을 우리에게 소환한다. '불법 문화재의 원소유국 반환'이라는 대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서산 부석사에 되돌아가야한다. 혜문 스님과 김경임이라는 두 거물의 서로 다른 의견이 사뭇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처절한 투쟁을 하는 세계 시민과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과 깊은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마냥 행복해할 수만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문화재가 많이 있다. 운디드니에서 학살당한 인디언의 '고스트 댄스 셔츠'가 시체에서 벗겨져 박물관을 전전하다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인디언의 품으로 돌아왔듯이, 전세계를 헤매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도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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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지음, 이현주 옮김, 최형익 감수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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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의 귀재 헨리 키신저!! 닉슨 정부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 파키스탄을 통해서 중국으로 건너간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냉전의 시대를 건너 데탕트 시대로 이행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의 외교 천재 헨리 키신저의 세계관을 접하고 싶어 그의 책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외교자문을 했던 그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 베스트팔렌 체제 신봉

  독일 땅에서 시작한 30년 전쟁은 유럽의 많은 국가가 참여하면서 국력을 소진했다.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국가들은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결한다. 베스트팔렌 조약은 다양성을 체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제 더 이상 로마 가톨릭과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단일한 세계 질서는 유지될 수 없었다. 헨리 키신저는 베스트팔렌 체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베스트팔렌 평화 조약에서 수립된 구조물은 합의된 규칙과 제한을 기초로 국제 질서를 제도화하고 지배적인 한 국가가 아니라 다수의 강대국들을 기초로 해서 국제 질서를 세우려던 최초의 시도였음을 보여주었다." -42쪽


  지배적인 한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기 보다는 '다수의 강대국'들이 세력균형을 이루며 평화적 국제 질서를 세우는 것이 헨리 키신저가 생각하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외교의 이상이다. 다수의 강대국이 현실적인 외교를 펼치다보니 가톨릭 국가 프랑스의 리슐리외 추기경은 신교편에서 30년 전쟁에 참전했다. 가톨릭 추기경인 그는 자신의 행동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인간은 죽지 않는다. 인간은 사후에 구원된다. 국가에게는 불멸성이 없다. 국가의 구원은 지금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34쪽


 리슐리외가 신교편에 서서 종교 전쟁에 참전한 결과 전쟁은 30년을 끌게 되었다. 독일은 비참한 전쟁터가 되었다. 그리고 리슐리외가 뿌린 악의 씨앗은 비스마르크에 의해서 프랑스 고립화 정책으로 돌아왔다. 비스마르크는 베스사유궁전의 거울의 방에서 독일황제 대관식을 거행한다. 

  다원성, 실리주의, 세력균형으로 요약할 수 있는 베스트팔렌 체제를 헨리 키신저는 매우 이상적인 외교 정책으로 파악했다. 그랫기에 헨리 키신저는 빈체제를 긍정적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세계사 교과서에서 빈체제를 보수반동 체제로 규정했다. 나폴레옹 전쟁에 의해서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전파되어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열기가 치솟았다. 이를 억압하려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가 중심이 되어 빈체제를 수립했다. 각국의 자유주의 운동의 빈체제에 의해서 억압당했다. 

  그런데, 헨리 키신저는 빈체제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4국 동맹, 신성동맹, 강대국의 협조체제 성립으로 빈체제 이후 1차 세계 대전까지 평화가 계속되었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강대국의 협조체제는 1820년 나폴리 혁명, 1820년~1823년 스페인 혁명, 1820년 ~ 1823년 그리스 독립 혁명에서 빛을 보았다고 서술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헨리 키신저에게 강한 역겨움이 일었다. 자유주의 민족주의 운동을 짓밟고 있는 구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빈체제 이후 1차 세계 대전 시기까지 큰 전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제 밑에서 신음하며 자유를 갈망하던 수많은 민중들의 아우성에 헨리 키신저는 귀를 닫고 있었다. 힘없는 민중들이 강대국의 힘의 논리앞에 자유를 억압받아도 된다는 그의 생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약소국 국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무서운 논리로 다가온다. 


2. 헨리 키신저의 미국 대통령 평가

 헨리 키신저는 현대 외교가 나아가야할 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세계 질서는 홀로 행동하는 한 국가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중략) 이 질서 개념은 어떤 지역이나 국가의 관점과 이상을 초월한다. 역사의 순간에서 그것은 당대의 현실에 영향을 받은 베스트팔렌 체제의 현대화일 것이다." -416쪽


  '베스트팔렌 체제의 현대화'를 현대 외교가 나아갈 길로 제시한 헨리 키신저는 기존의 고립주의 외교 정책에서 탈피해서 국제 사회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러일 전쟁을 중재한 시어도어 루스밸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족 자결주의를 제창하고 국제 연맹을 제안하여 1차 세계대전 이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한 윌슨 대통령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윌슨은 학자 출신 답게 세계평화가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고립주의로 회귀했고, 미국은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않았다. 평화 정착을 위한 그의 노력도 제2차 세계 대전을 막아내지 못했다. 현실 정치에서 윌슨의 이상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의 이상을 그후의 대통령들이 계승했다. 특히 닉슨은 백악관 각의실에 윌슨의 초상화를 걸어 놓았다. 현대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꾸준히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윌슨은 살아 있다. 현실에서 패배했음에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영원히 살아있는 자가 윌슨이었다. 

  헨리 키신저의 닉슨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후하다. 어떤이는 닉슨을 거짓말을 잘하는 저열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헨리 키신저의 생각은 다르다. 


  "정상적인 시기였다면 닉슨의 다양한 정책들은 미국의 새로운 장기 전략으로 통합되었을 것이다. 닉슨은 희망과 현실이 결합된 약속된 땅을 어렴풋하게 보았다. 그 땅에서는 냉전을 끝내고 대서양 동맹을 다시 정의하며, 중국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중동 평화가 다가가는 중대한 진전을 이루며, 러시아를 국제 질서로 다시 통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지정학적 비전과 그 기회를 하나로 합칠 시간이없었다." -344쪽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는 외교 부분에서 가장 훌륭하게 준비된 되통령이었다고 키신저는 평가한다. 닉슨의 밑에서 중국과 외교를 성공적으로 시작했기에 키신저의 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고 데탕트시대의 문을 열었으니 헨리 키신저로서는 그의 생에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 그리고 그는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는 영광을 누렸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어떤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하고, 어떤이는 FBI 국장과 닉슨의 파워게임에서 닉슨이 패배한 사건이라 말한다. 어느 관점에서 닉슨을 평가하더라도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탁월한 외교적 업적을 남겼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헨리 키신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대단히 후하다. 


  "나는 불안한 시대에 용기와 위엄과 확신으로 미국을 이끌어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여전히 존경하고 개인적으로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그의 목적과 헌신이 때로는 미국의 정치적 주기 내에서 달성할 수없는 것으로 드러났더라도 그것은 그의 조국에 영예를 안겨 주었다. 부시가 대통령직어세 물러난 지금도 그 결정을 추구하고 있고 댈러스에 있는 대통령 도서관의 핵심 주제로 그 결정을 삼았다는 점은 자유의 일정에 그가 얼마나 헌신했느지를 보여준다." -363쪽


  조지 W. 부시는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사람이다. 9.11 사건이라는 초유의 테러 사건에 대해서 초강경 자세를 취했다. 북한도 9.11 테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낼 정도로 세계의 어러 나라들은 미국을 두려워했다. 조지 W.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결정한다.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지니고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제대로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라크를 침공했음에도 사담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명백한 침공이다. 그가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 '악의 축 발언'은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사담 후세인 밑에 있었던 수니 과벽파의 일부는 IS가 되어 테러를 하며 세계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이러한 조지 W. 부시를 헨리 키신저는 '존경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혔다.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헨리 키신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지 W. 부시에 대한 사랑이 나의 머리를 휘감았다. 그때 영국의 파머스턴이 했던 격언이 생각났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할 뿐이며, 그 이익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19쪽


  그렇다. 헨리 키신저에게는 미국의 이익만이 영원할 뿐이었다. 리슐리외 추기경이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서 30년 전쟁에 신교편에 가담했듯이,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이다. 이것이 베스타팔렌 체제의 속성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외교정책의 임무는 미국만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공동의 원칙들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략) 미국의 비전은 유럽식의 세력균형체제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원칙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데 달려있기 때문이다." -14쪽


  그러나, 키신저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수행하고 조언하면서 '공동의 원칙들을 추구'하였는가? '민주원칙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미명아래 약소국의 내정에 간섭한 것은아닌가? 특히,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유럽과 중국, 아시아, 미국으로 나누어 세계 외교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그런데, '세계 질서'라는 제목에 어울지 않게 아메리카 대륙, 그중에서도 남아메리카에 대한 서술은 없다. 남아메리카를 독자적인 세력을 보기 보다는 자신의 뒷마당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입장을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외교 일선에 있으면서 남아메리카 정부의 군사 쿠데타를 지원한 정책이 추진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 싫어서 남아메리카에 대한 서술을 하지 않은 것일까?


3. 헨리 키신저, 그가 남긴 오류

  헨리 키신져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역사적 사실에 오류가 많다. 퀴즈식으로 '헨리 키신져의 세계질서' 속 오류를 찾아 보자. 


  "프리드리히는 예카테리나 2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프리드리히를 숭배해온 새로운 러시아 황제는 전쟁에서 철수했다." -49쪽


  위의 문장에서 어떤 오류가 있을까? 윗글에서 '새로운 러시아 황제'는 표트르 3세를 뜻한다. 표트르 3세의 부인이 예카테리나 2세이다. 독일 출신의 예카테리나 2세는 표트르 3세에게 시집왔으나, 표트르 3세는 예카테리나 2세에게 관심이 없었다. 결국, 귀족과 결탁한 예카테리나 2세는 남편을 없애고 러시아의 황제가 된다. 그렇다면, 윗글에 '프리드리히는 예카테리나 2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라는 표현은 잘못된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즉, '예카테리나 2세'를 예카테리나 2세의 딸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로 수정해야한다. 

  한국인이다 보니, 헨리 키신져가 한국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있으면 반가운 마음으로 유심히 읽었다. 그런데, 연거푸 오류가 발발했다. 


  "소련이 한반도 북쪽을, 미국이 한반도 남쪽을 점령했다. 양측은 점령 지역 철수를 앞두고 각각 1948년과 1949년에 자기들 식의 정부를 세웠다."-323쪽

  "50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몇 달 뒤인 1951년 6월부터 전쟁이 시작된 38선 근처에서 전선이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중국은 협상을 제안했고, 미국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328쪽


  당신도 어이없지 않은가? 남한이 1948년 8월 15일에 정부수립을 했고, 같은 해 9월 9일 북한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런데, 연도도 틀릴뿐만 아니라, 남북한 어느 정권이 먼저 수립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두번째 글은 더욱 황당하다. 헨리 키신저가 몸담고 있는 미국과 관련된 역사 아닌가! 그런데, 6.25 전쟁의 휴전 협상은 중국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 소련이 UN을 통해서 제의했다. 미국 외교 실무를 담당한분이 이런 실수를 하면 안되지 않을까?

  대한민국과 관련한 오류는 그래도 애교수준이다. 그런데, 미국과 총뿌리를 서로 겨누었던 베트남에 대해서는 경멸적인 인상이 짙은 오류가 있다. 


  "1세기에 걸쳐 식민지로 지낸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남베트남의 경우에는 역사상 한 번도 국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334쪽


  베트남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북베트남 지역에서 시작한 베트남의 역사는 남진을 하면서 베트남 남부를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다. 물론, 남베트남 지역에는 '참파'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러한 역사를 무시하고 '남베트남의 경우에는 역사상 한 번도 국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라고 단정적으로 서술한 것은 베트남인들에게는 대단힌 모욕적인 표현이다. 헨리 키신저가 적국의 역사를, 지금은 친구가된 베트남의 역사를 관심을 갖고 찬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제는 고인이 되어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여기까지는 역사 학자가 아니라서 오류 발생할 수 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음의 오류는 역사와는 거리가 먼 상식이다. 


  "뉴턴의 거대한 시계 장치로 간주되던 18세기 유럽 질서는 다윈의 적자생존의 세계로 대체되었다." -91쪽


  어느 부분이 오류인지 알지요?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오류이다. 다윈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을 말하지 않았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말했을 뿐이다. 강한자만이 생존하고 약한자가 강한자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공룡은 자연에 적응하지 못해서 처절하게 멸종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제국주의를 합리화한 사람은 사회 진화론을 만든 스펜서이다. 유대인들은 상식이 풍부하다고 하던데, 헨리 키신저의 책에는 오류도 풍부하다.




  헨리 키신저가 탁월한 외교관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냉혈한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냉혈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는 탁월한 외교관이다. 그건 그가 이 책에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조언을 남겨 놓았다. 


  "질서를 유지하려면 자제력, 힘, 정당성이 늘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어야한다. 아시아의 질서는 세력균형과 동반자 개념을 결합시켜야한다. (중략) 지혜로운 정치가라면 그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그 균형을 벗어나면 재앙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265쪽


  요즘 한반도가 불안하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제력, 힘, 정당성'이 균형을 이루어야한다고 키신저는 조언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수장은 자제력과 힘, 정당성이 과연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묻고 싶다. 외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국가의 생존이다. 친미, 친일 일변도의 종미, 종일 외교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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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추리반 -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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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 수업을하면서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학생들에게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흥미를 유발시키는데 사진과 그림은 매우 유용하다. 서가를 거닐다가 '세계사 추리반'이라는 책이 눈에 띄였다.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라는 주제가 눈에 띄여 책장을 넘겼다. 수업시간에 많이 활용했던 그림들이 눈에 띄였다. 세계사 수업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책장을 넘겼다. 


  책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문안한 수준의 책이다. 또한 그림을 제시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세계사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필치는 대단했다. 또한 기존에 알지 못했던 그림속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첫번째 분서갱유 관련 그림이다.분서갱유를 묘사한 그림은 모의고사 문제의 자료로 제시되기도했다.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던 그림인데, 앗불싸! 여기에 옥의 티가 있다니 놀라웠다. 진시황제 시기의 책은 서책이 아니라 죽간이었다는 점. 진시황제의 복장이 명, 청 대의 황제 복장이라는 점 등의 오류는 참으로 유용하면서도 신선했다. 그림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관련 설명은 친절한 해설을 듣는 듯하다. 

  둘째, 1780년 '건륭제를 알현하는 매카트니경'이라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다. 조지 3세가 파견한 외교관 중에 부사 조지 스타운턴과 그의 열한살 아들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은 나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열한살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은 중국어를 배워 인사를 했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다. 그런데, 반세기 후인 1840년 중년이된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은 영국 의회에서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강성 정치인으로 성장하였다. 어린시절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의 눈에 비친 중국은 힘으로 짖밟아도 저항할 기력이 없는 쓰러져가는 초가집이었나 보다. 


  세계사와 그림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생이라면 재미 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아무런 부담없이 세계사를 즐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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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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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공간과 권력의 제1 원칙‘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사람을 모아서,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면 그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 P68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 P181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다.  - P271

주택에서 정부 소유의 임대 주택 비중이 커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임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렇수록 정치가의 힘이 커지게 된다. 전체 주택 중에서 임대 주택의 비중이 커질수록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주가 된다.
그리고 그 정치가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권력을 넘겨주려 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 P276

돈이 많은 자본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모든 국민을 자신의 소비자로 만들려는 곳이다. 말이 소비자지 또 다른 형태의 소작농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을 대표하는 현상으로 ‘공유경제‘를 꼽는다. 공유경제는 당신은 소유할 필요가 없고 소비만 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엄청 생각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 P278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아이를 위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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