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웅의 AI 강의 2025 - 인공지능의 출현부터 일상으로의 침투까지 우리와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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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의를 믿고, 그의 혜안을 기대하기에 그의 책을 주문했다.
AI 분야로 진로를 정한 딸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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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의 세계 - 다원 패권 시대, 한국의 선택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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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를 처음 알았을때, 그가 주었던 독특한 시선이 좋았다. 그를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신선함을 많이 떨어졌다. 새우깡처럼 언제나 맛보는 그 맛을 무심코 집어드는 것이 박노자의 책이다. '전쟁 이후의 세계'도 그래서 집어들었다. 박노자는 사회주의자이다. 그의 사상적 뿌리는 사회주의가 맞다. 세상을 계급투쟁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군사문화에 대한 적개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 분노를 느낀다. 그렇다면, 박노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박노자는 소련출신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애틋함을 없어보인다. 소련시절에 대한 추억은 있으나, 푸틴 시절의 독재에 대한 반감은 커다래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살펴보는 측면에서도 여실히드러난다. 


  "미국은 2021년 여름부터 여러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말것을 수차례 설득하고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이지요. (중략) 약간의 힘의 공백이 보이자마자 그들이 바로 그 공백을 메우려고 앞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지요."-118쪽


 박노자는 미국의 패권이 기울고 있는힘의 공백상태를 이용해서 러시아사 그 빈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영토확장의 야욕을 채우고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패권의 관점에서 세계 정세를 설명하는 박노자의 분석이 틀리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한면도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박노자의 설명은 일부만을 설명할뿐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박노자 분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러시아의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스크 협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우크라이나이다. 러시아가 만약 영토의 야욕이 있었다면 그 때를 이용했을 것이다. 나토의 동진을 용납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미국과 유럽이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박노자는 무시하고있다. 유럽이 러시아의 서진을 두려워할때, 러시아는 유럽의 동진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람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사람이다.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유럽의 이 입장을 바꾸어서, 유럽이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한다. 

  우크라이나에 의해서 유출된 기밀정보에 따르면 전쟁은 1달만에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막은 것은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이다.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에게 유럽이 뒤에 있으니 우리를 믿고 러시아와 전쟁을 하도록 부추겼다. 어리석은 젤렌스키는 유럽을 믿고 평화협정을 뒤집고 전쟁을 계속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자원은 너무도 줄었다. 젊은이가 없어 우크라이나가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퍼져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쟁의 선봉에 서게해서 러시아의 힘을 빼고 싶었다. 이 덧에 어리석은 젤렌스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인은 걸려들었다. 

  사회주의자 박노자는 '서방과 중국 사이 디커플링'이 서방 각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재공업화를 요구하여 산업 노동자계층이 다시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서 좌익의 대중적 기반이 확장될 것이라 희망스런 전망을 했다.(256쪽) 박노자의 견해를 읽는 순간, 허망함이 밀려왔다.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의 발전이 산업노동자의 증가를 억제시킬 것이라는 것을 박노자는 못보고 있는 것인가? '계급투쟁'은 바랄 수 없다. 박노자가 그토록 바라는 '기후정의 투쟁'도 기대할 수 없다. 기후위기를 사기극이라고 매도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것이며, 유럽 각국도 탈탄소 노력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현실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노자의 희망회로는 변화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박노자는 완벽한 한국인이 아니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그의 국적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아니다. 그가 대중강연에서 말했듯이, 국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바꿀수도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뿌리박은 우리에게는 조국은 바꿀 수 있는 것이아니다. 2천년 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았던 유대인출신의 박노자에게 조국은 그리 애틋한 것이 아닌가 보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주변부 콤플래스'를 설명한 그의 글이다. 


  "이런 '외국 교과서 연구'에 들어가는 하국 납세자들의 '돈'이 조금 아까웠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 교과서에 실린 러시아 관련 서술에 하등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ㄱ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니다. (중략)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의 경우 한국 교과서에 실린 해당 국가에 대한 서술을 두고 누가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례가 있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당시에도 그에 대한 연구 및 정정 요구 듣의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갔고, 지금도 그런 쪽으로 예산이 계속나가는 것으로 압니다. 당시 저는 그런 분야에 예사을 쓰게 만드는 것이 어떤 '트라우마'나 집단적 '콤플렉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그런 '트라우마'를 가진 사회에 대해서 상당한 '공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159~160쪽


  '외국 교과서 연구'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는 박노자의 주장 강자의 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강자라면, 강대국이라면 주변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미국의 트럼프 처럼 미국의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약소국이다.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상대해야하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행동을 기민하게 살펴 미래에 대비해야한다. 

 특히, 교과서는 그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적은 나라에서 교과서는 한국에 대한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이다. 그래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종이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엘리스 루즈벨트에게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을 알 것이다. 이미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일본과 가스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미국이 필리핀을 집어 삼키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고종은 미국 대통령 딸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희망을 품었다. 대한제국을 격멸하며 다녀갔던 엘리스 루즈벨트가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만국 평화회의에 갔던 이준열사가 세계 열강에게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할때, 유럽인들에 대한제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박노자는 '주변부 콤플렉스'라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약소국 생존전략'이라 말하고 싶다.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은 세계 초강대국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 초강대국을 상대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을 키워야한다. 그 밑바탕은 바로 외국 교과서를 바로잡는 것 부터 시작되어야한다.

 대한민국 국적의 박노자는 한반도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비판을 한다. 


  "미국 처럼 대한민국 역시 합법적인 반전운동이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한 사회이지만, 리버럴 정권이던 문재인 정부하에서의 국방예산 폭주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조차 그다지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251쪽


  남북한의 대립, 더 나아가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튼튼한 군사력을 가져야한다.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어 뼈아픈 고통의 역사를 감내해야했던 우리로서는 다시는 타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나라를 건설해야한다. 타국을 침략할 정도의 군사력을 갖기 보다는, 타국이 침략할때 만만치 않은 피해를 얻을 수 있다는 공포를 줄 수 있는 고슴도치와 같은 군사력이 필요하다. 박노자라는 이상주의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무시한다. 박노자의 충고가 군자는 전쟁을 할때도 예의를 지킨다며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와서 전열을 정비할때까지 기다리는 어리석음이 아니길 바란다. 송양지인 (宋 襄 之 仁), 송나라 군주는 전쟁에 패배하여 자신의 목숨만 잃었지만, 대한민국의 패비는 5천만 민중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노자는 이를 명심하길 바란다.    


  박노자의 책을 읽으면 새로운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참신함을 느낄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에 대한 박노자의 분석은 참신했다. 


  "배급제/기초적 복지제도와 초강력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으로 무장한 국가는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도 그리 쉽게 내파되지 않습니다."-57쪽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은 지금 북한에 대입할 수 있다. 북한에서 배급제는 무너졌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의 내파시점은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질 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박노자가 제시한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을 한반도에 적용하며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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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운동,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미완의 독립 : 기억과 청산의 기록
이계형 지음 / 청아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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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책의 제목이 나를 책으로 이끌었다. 광복이 되었음에도불구하고 아직도 신친일파가 설치고, 친일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시대를 잘 표현한 책이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두가지이다. 

첫째, 독립운동가분들이 순국한 나이가 너무도 젊다는 점이다. 한예로 러시아 노령 방면 순국 독립운동가중에서 채국성은 33세, 이다물은 32세, 김학은 30세, 김표돌은 28세, 김연준도 28세, 김완욱도 28세, 김제문도 28세 이와실리는 27세, 손병렬은 무려 25세이다. 자유시 참변 당시 러시아 적군에 체포되어 이르쿠츠크 감옥에서 옥사하신 너무도 젊은 독립영웅들의 나이를 보며 한없는 안타까움에 잠시 먼산을 바라보았다. 

15살이 어른이었던 조선시대와 20세가 어른인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도,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나이는 너무도 젊다. 자신의 꿈을 펼치려 큰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할 나아에 이분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총을 들었다. 그리고 자유시 참변의 비극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둘째, "정의를 벗어난 펜은 총보다 무섭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펜은 정의를 수호하는 존재이고, 총은 불의한 명령을 따르는 존재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그래서 정의로운 펜은 불의한 총보다 강하다라는 말고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만약 불의한 펜과 정의로운 총이라면 어떠할까? 불의한 펜과 불의한 총이 만난다면 어떠할까? 

그런데, 우리 역사에는 불의한 펜과 불의한 총이 만나서 우리 사회를 암흑의 길로 밀어넣은 경우가 많다. 친일파 서정주가 광복이 되자 군사독재정권에 아부를 했다. 심지어 친일 문인의 이름을 딴 상들이 버젓히 제정되어 이름난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정의를 벗어난 펜은 총보다 무섭다는 참다운 문인의 말에 귀기울여야하지 않을까?


이계형 교수는 독립운동에서부터 한일관계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것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독립운동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첫째는 친일잔재를 깔끔히 청산해야한다. 친일파가 설치더니, 이제는 신친일파가 권력을 잡고 친일을 미화한다. 이를 청산해야한다. 둘째, 평화통일이 이루어져야한다. 독립은 홀로 선다는 뜻이다. 반쪽이 홀로설수 없다. 그러니, 독립운동은 통일운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친일청산과 평화통일이 되었을때, 백범 김구 선생도 지하에서 환하게 웃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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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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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다. 행운을 빈다. 좋은시간 되기를."

  막말의 왕좌를 차지한 트럼프! 그가 다시 돌아왔다. 보통의 미국 신사라면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하더라 절대 입밖으로 이러한 말을 내 놓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 그 논란을 즐긴다. 미국인들도 그러한 트럼프를 좋아한다. 트럼프를 미치광이로 치부한다면 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를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트럼프 시대에 대비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트럼프를 이해해야한다. 그래서 그의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꺼내 들었다. 


  책한권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한다. 트럼프도 자서전을 쓰기 위해서 자신의 거래 기술을 쏟아 부었다. 그가 쏟아낸 글들 사이에서 행간을 읽어야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미치광이 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에 숨어있는 전략을 우리는 찾아낼 수 있다.내가 찾아낸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살펴보자. 

첫째, 관료주의를 타파하라! 

  일런 머스크를 정부효율부의 책임자로 임명하고 연방공 공무원 절반을 짤라 버리겠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서 일런 머스크는 F-35를 "F-35는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너무 많은 것을 충족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F35는 비싸고 복잡한,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일런 머스크와 트럼프의 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거래의 기술'에 트럼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일화가 있다. 뉴욕 아이스링크 재건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거래의 기술'만 놓고 본다면 트럼프는 뉴욕을 사랑하는 사업가이다. 그는 뉴욕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 각종 건설 사업을 했다. 그중에는 '텔레비젼 씨티'를 만들어 NBC를 뉴욕에 붙잡아 두려는 계획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뉴욕시가 6년째 재건을 하고 있는 아이스링크 사업을 자신이 떠맡아 진행하기로 제안을 했다. 물론, 뉴욕의 관료주의자들과 아닐한 뉴욕시장은 트럼프의 계획을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언론의 힘을 얻어 뉴욕시로부터 아이스링크 재건 사업을 넘겨받아 멋지게 개장했다. 

  6개월이면 충분한 것을 6년이나 끌면서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뉴욕의 관료들을 뉴욕시민들이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라웠다. 이를 지켜보는 트럼프도 분노했다. 뉴욕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면서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사태를 해결할 리더십을 가진자도 없다. 신상필벌이 이뤄지지 않는 조직이다보니, 부실공사는 다반사였다. 낭비되는 것은 시민의 세금이요. 배부른 것은 공사에 참여한 기업들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했기에 그는 정부를 효율화시켜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적임자로 일런 머스크를 선정했다. 기업의 효율화 경험을 정부 조직에 적용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둘째, 자신의 부고 기사를 빼고 신문에 실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빼고 신문에 자신의 기사가 실리는 것을 좋아한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힐러리 대선후보에 대해서 "오바마가 IS를 창설했다. 시기꾼 힐러리는 공동 창설자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오바마의 대외 정책이 IS와 같은 단체를 더 활갳치도록 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게 아니라 말 그대로 오바마가 IS를 만들었다는 뜻이다."라고 트럼프가 말했다. 

  누가 보아도 분명한 거짓말임을 트럼프도 알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을까? 그의 막말은 그를 언론에 자주 언급되게한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욕기가 뛰어나거나 무언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은 당신의 기사를 쓰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했으며,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관여한 거래는 다소 허황돼 보이기도 했다. (중략)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되어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을 하게 됐다."-82쪽


 '오바마가 IS를 만들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는 언론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트럼프에 대한 기사는 놀랄 정도로 많아졌고 그는 세상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화재를 몰고다녔다. 무명정치인이 이제는 대형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계산된 막말을 통해서 그는 이루었다.

  혹자는 트럼프는 나쁜 평판을 쌓게 되어 자기발등을 자신이 찍는 역효과가 있다는 비판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서도 멋드러진 반박을 준비했다. 


  "좋은 평판은 나쁜 평판보다 낫다. 그러나 나쁜 평판은 때때로 평판이 전혀 없는 것보다낫다. 간략히 말해서 논란은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217쪽


  그에게는 수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 논란을 즐긴다. 자신의 머그샷과 재판정에 앉아 있는 사진을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할 정도의 두뇌를 가진자이다. 그의 행동은 수십년 동안의 사업경험에 바탕을 둔 계산된 행동이었다. 


셋째, 협상을 하려면 최고위층과 만나야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났다. 그것도 2차례 만났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와 만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일이다. 불량국가로 북한을 지목한 아버지 부시는 북한을 선재타격할 우려까지 자아냈다. 그런데,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날 생각을 어떻게하였을까? 그것은 하얏트 회장 휴고 프렌드 2세와 코모도어 호텔 동업 문제를 논의한 일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휴고 프렌드와 동업문제를 논의한 트럼프는 일이 곧 성사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일은 진척되지 않았다. 결국 하얏트 측의 한 고위 인사가 "제이 프리츠커를 만나 직접 그와 거래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충고를 받는다. 프리츠커 가가 하얏트의 지배적이 이권을 장악하고 있기에 코모도어 호텔 동업 문제가 진척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의 경우 최고위층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단지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고용인은 타인의 거래를 위해서 싸움을 하려들지 않는다. 고용인은 자신의 임금 인상이나 혹은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위해서는 기꺼이 싸운다. 그러나 고용인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은 자기가 모시는고 있는 보스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고용인은 타인과 협상에서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166쪽


  최고위층 밑에 있는 사람은 오너십이 없기에 위험한 결정에 자신의 운명을 걸려는 생각이 없다. 그럴 권한도 없다. 트럼프는 협상을 하려면 최고위층과 만나야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추진한 동기가 되었다.

  그가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추진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그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는 태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과 택시기사에게 직접 물어보며 시장조사를 한다. 묻고 묻고 또 물어서 의문을 해결한 뒤에야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자문회사와 비평가들의 의견을 묻는 것에 트럼프의 생각은 어떨까?


  "자문회사는 보스턴에서부터 직원을 보내 뉴욕에 방을 빌린 뒤 10만 달러씩 대가를 받고 조사를 해주지만, 별 신통한 결론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사가 끝났을 때는 이미 우리의 사업이 완결된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또 비평가들도 신통하게 보지 않는다. 비평가들이란 서로서로 영향을 주기 위해서 무언가 끄적거릴 뿐이며, 유행에 따라 너무나 잘 변하는 사람들이다."-78쪽


  자문회사와 비평가를 믿지 않는 그는 정치인이 되어서도 레거시 미디어를 믿지 않는다. 레드넥의 말을 현장에서 듣고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책에 반영하려한다. 정보를 수집할때는 자신이 발로 뛰어 수집하고 협상을 할때는 탑-다운 방식으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려한다. 그리고 그가 재집권을 하면 다시한번 탑-다운 방식의 외교를 추진할 것이다. 


넷째, 언론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해라!

  비평가들을 믿지 않는 트럼프는 정치인이 되어서도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일명 '가짜뉴스'라며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들을 부정했다. 그가 주로 사용한 것은 SNS였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 직접 대중과 소통하려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타정치인들과는 달리 마구 쏟아냈다. 


  "수년 동안 정치인들과 만나면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움직이도록 보장하는 것은 언론 또는 더 특정적으로 꼽는다면 '언론에 대한 공포'라는 사실이다."-372쪽


  '언론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기성언론인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다른 정치인들을 보면서 트럼프는 위선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정치인이 된 트럼프는 기성언론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그들을 이용했다. 때로는 가짜뉴스라며 그들을 설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계산된 막말을 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올렸다. 

  트럼프는 백인 저소득층들이 듣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트럼프는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집권 2기에도 계속될 것이다.


다섯째, 일을 성공시키려면 약간의 허세를 보여라

 트럼프와 김정은이 핵미사일 버튼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김정은이 자신의 책상위에 빨간 핵버튼이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내 책상위에는 더 크고 강하지, 심지어 내 것은 작동도된다'라고 받아쳤다. 한나라의 최고지도자들이 주고 받은 정제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것은 트럼프의 협상 기술이었다. 


  "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남들이 그렇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기 마련이다. 약간의 과장은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 법이다."-84쪽 


  "약간의 허세"는 엄청난 과장으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엄청난 과장을 말 그대로 믿는사람이라면 그를 미치광이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는 영리한 전략가일 뿐이다. 전쟁에서는 적을 속이기 위해서 때로는 과장을 하기도하고 허세를 부리기도한다. 이를 통해서 나의 전략적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는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는 트럼프 타워를 팔때도 "약간의 허세"전략을 썼다. 그는 이를 "역판매 기술"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시장 전략은 파는 데 까다롭게 구는 것이었다. 그것은 역판매 기술이다. 우리는 결코 서둘러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들에게 모델 아파트를 모여주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만일 그들이 관심을 보이면 가장 인기 있는 이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어 기다리는 인명부가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가 사기 힘든 것처럼 보이면 보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게 된다."-225쪽


 트럼프는 장사의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 그 예술에는 마술을 관계에게 보여주는 마술사처럼 속임의 기술이 녹아있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약간의 허세'는 727기를 살때도 활용되었다. 신형 727기를 사려면 대략 3,000만달러는 든다. 샴로크사가 727기를 팔고 싶어하고 이를 살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트럼프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인 500만 달러를 제안'했다. 이는 판을 흔들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래를 이끄는 효과를 발휘했다. 상대는 1,000만달러로 맞섰다. 그때 트럼프는 "그 순간 나는 이 협상이 어떻게 끝나도 상관없이 매우 좋은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441쪽)라고 생각했다. 결국 800만 달러라는 싼가격에 트럼프는 727기를 손에 넣었다. 

  트럼프는 협상(혹은 거래)의 귀재이다. 상대의 심리를 읽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강한 제안을 던진다. 캐나다에게 25%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 한것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협상 전략이었다.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에게 찾아왔고 트럼프는 유리한 고지에서 캐나다의 국경선 통제라는 소기의 약속을 얻어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 전략으로 우리와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미치광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군사 전략가이며 탁월한 협상가이다. 그가 홀리데이의 이사진들에게 동업 계약 승인을 얻기 위해서 건설 공사 감독관에게 지시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에틀랜틱시티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불도저와 덤프트럭을 즉시 공사 현장에 투입시키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공사현장의 한군데를 파낸 흙을 다른 곳에다 메워도 좋다고 지시했다. 쉴세없이 바삐 움직이는 덤프트럭과 불도저를 보고서 홀리데이의 이사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한곳에서 퍼낸 흙을 공사장의 다른 곳을 메우는데 사용하는 모습을 본 한 이사진은 의심의 눈초리라기 보다는 경이로운 모습으로 트럼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그리고 협상은 성공했다. 

  이 일화는 트럼프가 보통의 협상가와는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군사의 숫자를 적게 보이기 위해서 병사들의 굴뚝을 반으로 줄이는 계책을 사용한 손빈이 사용한 전술을 역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제대로된 대통령을 먼저 뽑아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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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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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은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탄생한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월등한 인간이 행복까지 누리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5쪽

  저자 안재성이 머리말 "비극의 아름다움"에서 내뱉은 첫문장이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영웅을 좋아하는 이유를 저자 안재성은 냉철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 노무현 대통령에서 시작하여 넬슨 제독에 이르기 까지 영웅의 비극적 죽음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가슴속에 오랫 동안 기억하게한다. 그 이유가 저자의 말대로 자기보다 월등한 인간이 행복까지 누리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이웃이 나보다 잘살기를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가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저자의 분석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던진 화두에 답해보자. 


  저자가 제1장에 배치한 인물은 박헌영이다. 박헌영은 일제강점기 조선공산당을 만들어 항일투쟁을 하다가 광복된 후에는 북한의 부수상까지된 인물이다. 그러나 6.25 전쟁을 획책하여 민족의 비극을 일으킨다. 그 댓가였을까?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 겸 평양시다 위원장이었던 고봉기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일제, 미제가 못 다 죽인 조선공산주의자들을 김일성이 이어받아 하나씩 다 죽여버렸다." -37쪽


  섬뜩한 문장이다. 그래, 김일성이 항일 투쟁을 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러나, 광복 이후, 가장 큰 친일파는 김일성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했던 그가, 광복 후에는 대단한 친일파가 되었다니? 무슨 뜻일까? 김일성이 6.25를 일으켜 일본이 전쟁 특수를 누릴 수 있게 했다. 패망한 일본은 김일성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일제가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을 김일성이 죽여주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김일성과 스탈린이 그들을 죽였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대의명분도, 신념도, 도덕도 져버리는 것이 독재자들이다. 독재자들은 비극의 시대를 살다가 영웅을 죽음을 선물하여 아름답게 만들었다. 

  저자 안재성은 박헌영을 비롯한 국내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깊은 연민을 가지고 있다. 다음 문장에서 그가 박헌영을 비롯한 국내 공산주의자들에 연민을 갖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박헌영이 이 시대에도 가치를 갖는다면, 전 생애를 바쳐 민족의 자유와 민중의 평등을 위해 싸웠다는 점일 것이다."-15쪽


 모든 독립운동가가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일제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 어떠한 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갈라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박헌영에게는 그런 연민이 들지 않는다. 6.25를 일으켰다는 것 이외에 외눈박이 국제 정세 인식이 거슬린다. 

  경성제대 국문과 교수 김태준이 소련이 폴란드를 합병하고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했으며, 1930년대 중후반 대숙청을 한 것에 대해서 질문했다. 박헌영은 언제나 소련의 입장에서 대답했다. 이것이 그의 한계였다. 소련이한 모든 일이 옳다고 복 자녀와 부인의 이름도 소련식으로 지었다. 박헌영은 소련의 폴란드 합병을 "제국주의적 합병은 아니고 공산주의적인 것이며 일 보 일 보 세계 혁명을 진행하는 일환"으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소련이 북한을 합병해도 박헌영은 이를 "세계 혁명을 진행하는 일환"이라 말할 수 있을까? 스탈린은 김단야를 포함한 수많은 조선인 공산주의자를 간첩혐으로 처형했다. 그가 믿은 소련, 그가 만든 북한은 결국 그를 배신했다. 그리고 그는 미제의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박헌영이 6.25 이전에 죽었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북한에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죽은 영웅은 김일성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가족도 무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찍 죽지도 못했으며, 김일성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댓가는 너무도 참혹했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는....

  박헌영과 김일성이 일으킨 6.25 전쟁 중에 수많은 항일 투사가 죽었다. 이 책에 소개된 이관술과 이주하만이 아니다.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투사들은 남쪽에서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고,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투사들의 보도연맹원으로 학살당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박헌영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저자 안재성이 그토록 연민을 느끼는 박헌영이건만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다. 그가 김일성에게 전쟁을 종용했다. 그 결과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그의 항일 투쟁이 과연 그의 6.25 전쟁 발발의 책임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에 면죄부가 될 수있을까?

  박헌영의 죽음은 그와 인연을 맺고 있는 남로당계 인사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승엽과 이강국은 미군정 짹에 포섭된 간첩이다. 박헌영이 미군정의 간첩이 아닌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군정 문서에 의해 밝혀진 사실을 저자 안재성은 반박하지 않고 이승엽이 인천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근거로 이승엽 간첩설을 반박한다. 


  "현실 공산국의 역사에서 이른바 '간첩' 또는 '밀정'의 생산 작업은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106쪽


  남한의 독재정권도 반대파를 "빨갱이"라고 몰아 붙여 죽였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보다 더욱 철저하게 김일성 반대파를 숙청했다. 유독 북한에서 남한보다 철저한 숙청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주의 속성이 공산주의에 더 강하기 때문일까?

  철저한 숙청의 칼바람을 피해간 사람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홍덕유이다. 그는 일찍죽는 행운을 얻었기에 미제의 간첩이라는 누명도 쓰지 않았다. 그는 행복하게 두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가 진정 행운이었던 것은 저 끔찍한 한국전쟁과 조선공산당 주류에 대한 숙청을 보지 않은 채 죽었다는 것, 남한에서도 아직 좌익의 기세가 드세던 1947년에 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244


  일찍죽는 것이 행운이라니... 이것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더러운 꼴 보기 전에 저 세상에 먼저가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자들은 살아남은 댓가를 가혹하게 치뤄야했다. 반면 일찍 죽은 행운을 누린자는 그 가족들도 행복했다. 박진홍의 두자녀가 '혁명 유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김태준과 어머니 박진홍이 일직 죽어서이다. 부모의 죽음은 어린 자녀에게는 불행일 텐데, 이 시대에는 행운이었다. 만약 김태준과 박진홍이 일찍 죽지 않았다면 그들의 자녀는 노동교화소에서 일찍 세상을 등졌을 것이다. 


  영웅은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탄생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들이 자기보다 월등한 인간이 행복까지 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 이 책에 소개된 19명의 항일투사들의 죽음은 안타까움만을 더할 뿐 그들에 대한 질투심이나 안도감은 느끼게하지 못했다. '독립운동 열전 2'를 읽었을 때의 기억이 다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일제의 탄압을 피해서 공산주의자들의 피난처 소련으로 갔지만 많은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스탈린의 숙청의 칼날 앞에 목숨을 잃었다. 그때 "이러려고 일제에 목숨을 걸고 싸웠는가?"라는 질문이 연이어서 들었다. '잃어버린 한국현대사'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려고 목숨걸고 항일투쟁을 했는가?" 일제가 죽이지 못한 그들을 김일성이 대신 죽였다. 그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자기보다 월등한 인간이 행복까지 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영웅이 실현하고자 했던 웅대한 이상이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한놈의 왜놈도 살려보내지 않겠다는 결의를 실천 못했으며, 임난 이후의 조선을 이순신이 개혁하지도 못했다. 노무현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화된 힘을 구축하기 전에 죽었다. 그들이 그 이상을 실현했다면 우리의 삶도 변했을 것이다. 그들의 이상이 실현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영웅을 그리워하며 그들을 우리 가슴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이유이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이책에 소개된 인물들 모두가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영웅의 조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밝힐날이있을 것이다.


ps. 옥의티

"공산주의와 동거하느니 영구분단을 하거나 아니면 북진 통일을 하겠다는 이승만과 김구 세력들을 상대" -317쪽

=> 김구는 분단을 막기 위해서 남북협상을 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백범을 모욕하는 표현을 수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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