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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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준 교수가 현 앨리스를 추적한 계기는 1921년 상하이에서 찍은 한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속에는 우수에찬 현앨리스와 그녀가 연정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헌영, 그리고 그녀의 동생 현피터가 총 18명의 한국청년들이 있었다. 조국의 독립을 바라며 한시대를 살아간 그 젊은이들이 비극적 삶을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했다. 사실, 정창현이 쓴 '인물로 본 북한 현대사'라는 책을 통해서 그녀를 미국의 간첩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박헌영이 미국의 스파이일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되었다. 정병준 교수가 현 앨리스에 대한 책을 썼다고 했을 때에도 현 앨리스가 미국의 간첩이라는 나의 기존 지식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을 마주해야할 때이다. 그녀를 간첩으로 보았던 죄스러움을 덜기 위해서..., 그래서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의 책장을 펼쳤다. 


  정병준 교수는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경계인이란 어느 한쪽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두 세계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을 뜻한다. 그녀는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대립속에서 공산주의에 친근감을 더 갖았다. 1919년 삼일 운동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1921년 상하이에서 찍은 한장의 사진 맨 앞줄 중앙에 박헌영이 있었다. 미국으로 유학가려했던 그는 미국에 가지 못하고 공산주의를 받아들인다. 삼일운동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독립운동에 끌어들였다. 그중 많은 사람이 공산주의 사상을 정신적 뿌리로 삼았다. 민족주의자였던 현순 목사도 공산주의에 깊은 관심을 갖았다. 현 앨리스를 비롯한 현씨 가문의 많은 사람이 공산주의의 세례를 받는다. 

  현앨리스는 삼일운동에 참가했던 남성과 결혼했지만, 그는 봉건적 사상을 가진 존재였다. 결국 그는 술과 여흥을 즐기는 나태한 지주로서 총독부산하 경상남도청 관리로 살아간다. 친일파로서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한때 정의로울 수는 있어도 그 정의로움이 길게 지속되는 것은 힘들다. 꽃피기는 쉬워도 열매 맺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의 삶이다. 현앨리스는 그와 이혼을 선택한다. 첫째 딸은 그에게 남겨 놓고, 태중에 있는 정웰링턴과 함께 하와이로 온다. 미국에서의 삶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고뇌의 시간을 선사한다. 

  비미청문회에 나온 한국계미국인은 자신이 미국 공산당에 가입한 이유를 미국에서의 흑인 차별 때문이라 말한다. 아무도 차별하지 않는 이상향에 대한 열망은 만국의 노동자는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사상에 함몰되게 만들었다. 공산주의에 친근함을 갖았던 현씨 가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패망한 조선인으로서 미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일정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부평초와 같은 삶이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인들은 한국인이 미국이라는 말을 할때마다 me gook(나는 바보)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조롱했다.(166쪽 참조) 결국 한국계미국인으로 방황하던 그들은 사상적 뿌리를 공산주의에 내리게된다. 

  현애리스의 아들 정웰링턴도 공산주의를 사상적 이상향으로 여긴다. 정병준 교수는 웬일인지 정웰링턴이 갑자기 학업을 중단하고 1945년 10월 부터 1946년 6월까지 8개월간 선원이 되어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정병준 교수는 정웰링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정웰링턴이 방황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정웰링턴은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사회에서 유색인종인 그는 의사가 될 수 없었다. 


  "웰링턴은 성격이 좋았으나, 당시 의과대학 입학허가 방침에 따라 소수민족의 입학지원을 관례적으로 거절당했다." -259쪽


  꿈을 이룰 수 없는 자유국가 미국에서 정웰링턴은 좌절했다. 소수민족으로서, 유색인종으로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불안한 미래가 정웰링턴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했을 것이다.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군대생활을 했던 나의 모습이 정웰링턴의 사진에 오버랩되었다. 내가 현실과 타협이라는 길을 선택하며 학자의 꿈을 버리고 교사를 선택했다면, 정웰링턴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평등'한 이상향 공산주의 세상을 꿈꾼다.

  현앨리스는 미군의 통역관이자 정보원으로 활약한다. 미군정청 통신검열국에서 활동을 전개했다. 그런데, 그녀는 남로당의 박헌영과 접촉한다. 그뿐아니라, 미군 내의 공산주의자와 박헌영이 만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적극적인 친공산주의 활동이 미군정 방첩부대에 적발되어 미국으로 소환된다. 그녀는 미국에서 '독립'이라는 친공산주의 신문을 발행하며 적극적인 공산주의 활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의 친공산주의 활동이 그녀를 미국의 스파이로 몰아 넣는 근거가 될줄은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현앨리스! 그녀가 완벽한 공산주의자로서의 행보를하면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평등'과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이상을 펼치기 위한 동반자로 자신을 받아주리라 믿었다. 첨단의 자본주의 미국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 사회주의 국가 북한을 이념적 이상향으로 여기고 있는 현앨리스의 분열적 모습은 비극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현앨리스와 정웰링턴 모자는 체코를 경유해서 북한으로 입국하는 길을 선택했다. 체코에서의 짧은 시간이 두모자의 마지막이 될줄은 몰랐을 것이다. 정웰링턴은 의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체코에 남아서 공부를한다.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북한으로 가기로했다. 반면, 현앨리스는 모스크바를 경우해서 북한에 입국한다. 그리고 비극적 운명과 마주한다. 


  "마침내 이상향에 도달했다고 믿던 순간 샹그릴라는 죽음의 하데스임이 드러났다."-322쪽

  "스스로 운명의 개척자라고 생각했으며 사상의 조국을 찾았다고 생각한 현앨리스, 이득환, 이사민은 한결 같이 "미제의 정탐꾼, 스파이, 공작원"으로 몰렸다."-312쪽


 샹그릴라! 히말라야 산맥 속에 신비로운 불교사원! 고통도 늙음도 죽음도 없는 영원한 지상 낙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저승 세계를 지키는 하데스가 다스리는 죽음의 땅이었다. 김일성은 자신의 반대파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박헌영을 미제의 간첩으로 엮어내기 위해서 현앨리스를 미제의 간첩으로 규정한다. 결국, 하데스는 그녀의 목숨을 거두었다. 

  현앨리스의 아들 정웰링턴은 어떻게 되었을까? 외삼촌 데이비드는 편지에 "그는 의문사하였던 것이다."라고 썼다. 1963년 10월 28일 헤프 시립병원 해부실에서 독극물을 삼키고 정웰링턴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상적 이상향이라 믿었던 북한에서 그의 입국을 거부했고, 어머니 현앨리스가 죽었다는 사실을 그는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현씨 가문은 비미국청문회에 나가서 자신을 변호하고 기나긴 법정투쟁을 이어가야했다. 정웰링턴 또한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집요한 수사와 법정투쟁을 이어가야했다. 북한에서도 미국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 정웰링턴은 체코인 애가 있는 돌씽녀와 결혼한다. 체코인으로 귀화하여 삶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가 있는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이것이 현씨 가족들에게는 '의문사'로 받아들여졌다. 


  현앨리스의 동생 현피터는 자서전적 기록을 남겨 현앨리스의 삶을 세상에 알렸다. 현앨리스와 정웰링턴은 세상 어느 곳에 현실을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샹그릴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현실 속에 샹그릴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샹그릴라를 만들겠다는 이상적 시도가 오히려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속에서 많이 보아왔다. 세상 어느 곳엔가 이상 세계가 있다고 믿기보다는 불완전한 이땅을 이상향에 가깝게 고치려 노력했다면 현앨리스는 불행의 종착역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현실을 고통도 늙음도 죽음도 없는 샹그릴라로 만들수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이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이 불만족스러워 역사의 갈림길에서 이상을 쫓았던 그들에게 이상적 조국은 없었다. 무엇이 현명한 선택일까?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제한된 정보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에게 냉철한 현실 인식과 현명한 선택은 참으로 힘들다. 그러기에 현앨리스와 정웰링턴 모자의 비극적 죽음이 더욱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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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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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산장군의 내전 6월 11일 1942
최능익씨
태평양전쟁으로 인하야 우리의 통신이 지완하고 우리 활동에도 불소 - P192

한 영향이 밋첫습니다. 중국군사회의의 명령으로 조선의용대는 한국독립•군과 연합하였는데 우리 의용대는 한국독립군 제1로군으로 인준하고 전일한국독립군이엿든 제2로군은 중국군사회의에 인준치 안엇음니다. 중국군사회의에서 단만 본인이 부사령이 되엿다고 공포하고 아직까지 총사령은임명치 안엇습니다. 한국 임시정부는 이청천씨로 총사령을 임명하였으나한국독립군은 한국 임시정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고 임시정부가 임명하멋다는 총사령은 아모 효력이 없는 것이올시다. 
-김원봉이 최능익에게 보낸 편지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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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3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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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웠다할지라도 개별 국가의 역사를 제대로 안다고할 수 없다. 아무리 유럽을 중심으로한 세계사 서술이 이뤄지고 있다할지라도, 영국의 역사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배울뿐이다. 영국사를 잘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명화를 통해서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를 통해서 명화를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책에 눈이 갔다. '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의 책장을 넘겨보자. 


  나카노 교코는 영국 역사 전체를 서술하지 않았다. 켈트시대부터 중세까지의 영국역사는 과감히 건너뛰었다. 영국 역사의 근대시기라 할 수 있는 튜더가부터 스튜어트가와 하노버가까지의 역사를 명화와 역사로 재미있게 버무렸다. 단순히 명화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가계도를 도표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역사 이해를 도왔다. 사실 한국의 역사책들을 읽다보면, 지도와 도표, 가계도를 첨부해서 책을 만들었다면, 독자의 이해를 많이 도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드는 경우가 많았다. 지도와 도표, 가계도를 책에 삽입하는 것은 나카노 교코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출판되는 역사책의 친절한 특징이기도하다. 

  이책의 가장큰 재미는 명화를 감상하며 역사를 읽는 것이다. 특히, '찰스 1세의 시신을 보는 크롬웰'이라는 작품 참으로 인상적이다. 참수형을 당한 찰스1세의 머리가 몸과 결합되어 관에 누워있을줄은 몰랐다. 왕의 머리를 발로차며 왕에 대한 분노를 달래려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했는데, 왕의 시신에 대한 예우를 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나카노 교코는 명화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했다. 딱딱한 논문 스타일의 역사책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 책과 같은 역사책이라서, 영국역사에 대한 흥미와 이해도는 책장을 넘길 수록 높아지고 깊어졌다. 빅토리아 여왕이 남성에게 심리적으로 의존적이었다는 이야기, 아들을 싫어하는 전통을 가진 하노버가의 이야기를 다른 역사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이기에 읽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다가 책날개를 보었다.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합스부르크, 부르봉, 로마노프, 프로이센의 역사를 명화로 읽을 수 있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 이들책도 나의 독서 리스트에 넣어 놓자. 앞으로 읽을 '명화로 읽는' 역사 시리즈에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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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엮음 / 미래타임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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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의 신곡의 원제는 Divina Commedia(신성한 희곡)이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루어진 이 방대한 희곡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명화가 '신곡'을 읽는데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신곡'의 거의 모든 장면을 명화를 배치하여 책으로 역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신곡'의 문학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명화를 보며 신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신곡을 압축하여 쉽게 풀어쓰다보니, 시적인 아름다움을 살리지는 못했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읽고 흥미를 느껴서 완역본을 읽을 용기를 얻는다면 이 책은 좋은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9살 소년시절, 동갑네기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18살때 다시 만났으나, 그녀는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되었다. 그리고 24살의 아리따운 나이에 천국으로 갔다. 그 아련한 사랑의 감정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뇌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지울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베아트리체를 단테 알리기에리는 문학의 뮤즈로 부활시켰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부탁을 받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에 온다. 천국에서 그는 그리도 사랑하던 베이트리체를 만난다. 그러나,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던지 쉽게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다.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여행하지만, 결국 그녀와 작별인사도, 사랑한다는 달콤한 속삭임도 나누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보낸다. 

  어린시절, 학교 사택에 살던 선생님의 딸을 짝사랑했던 나의 추억을 떠올리며 단테 알리기에리의 감정을 이해했다. 초라한 나의 모습에 비해서, 나의 짝사랑, 그 소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일부러 그 소녀에게는 못되게 굴었다. 그리고 그 소녀가 이사갈때도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털어 놓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어린시절 짝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끝났다면, 구준엽과 서예원의 사랑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클론의 맴버인 구준엽은 대만에서 만난 서예원과 사랑했다. 그러나, 둘은 헤어졌고 서예원은 중국 사업가와 결혼했다. 서예원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준엽은 다시 연락을 했다. 서예원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면, 서예원은 그런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구준엽과 서예원은 결혼을 했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 여행중 서예원은 재가 되어 대만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무덤을 구준엽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단테 알리기에리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은 나의 짝사랑과 구준엽과 서예원의 사랑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아련한 사랑의 아픔을 단테 알리기에리는 '신곡'으로 승화시켰다. 이탈리아인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배우는 이탈리아의 대표 문학작품이자, 인류 문학작품을 베아트리체가 뮤즈가 되어 단테 알리기에리가 탄생시킨 것이다. 아마, 구준엽도 자신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단테 알리기에리가 했던 것 처럼, 예술로 서예원과의 사랑을 승화시켜야할 것 같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이 마냥 읽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는 있었으나, 철저한 기독교 세계관과 신에 대한 맹목적 찬양일색의 내용은 강한 거부감을 자아냈다. 그중에서 제1옥 림보에 있는 인물들은 지옥에 있을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왜? 지옥에 있을까?


  "비록 세상에서 훌륭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창조주 하느님을 믿거나 숭배하지 않던자들은 천국에 계신 하느님을 대면할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네"-27쪽


  아무리 훌륭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기독교가 있기 있전에 존재했다는 이유로, 기독교가 전파되지 않은 곳에 살았기 때문에, 기독교의 신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지옥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위선자, 아첨꾼, 성직 매매자 등의 사악한 자들이 모여있는 지옥의 제8옥에 마호메트가 있다고 단테는 말하고 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그를 '세상에 사는 동안 불화와 분열의 씨앗을 뿌린자'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단테에게 마호메트는 자신의 찢어진 가슴을 활짝 열어보이기까지 했다. '신곡'은 철저한 서양의 크리스트교 중심의 문학작품이다. 타종교와 문화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큰 분노를 할까?


  단테의 '신곡'은 중세 유럽의 기독교 내세관을 종합한 작품이다. 지옥은 9옥으로, 연옥은 7권역으로, 천국은 첫째 하늘 월성천에서 아홉째 하늘 원동천으로 나누어 있으며, 그곳에 단테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서 부터 고대의 유명한 정치인, 철학자, 예술가를 등장시켰다. 특히, 연옥은 중세 기독교인들이 창조해낸 개념이다. 지옥과 천국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그들은 연옥이라는 개념을 창조해냈다. 단테는 그 연옥을 '신곡'에서 완벽하게 형상화해냈다. 그러하기에 비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신곡'의 내세관에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이 책에 배치된 명화와 어린시절 나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아니었다면 책을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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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6-02-21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다면 무슬림들이 상당히 열 받을만 하겠군요.

저는 패밀리의 협조 차원에서 성당에 꽤 오래 다녔지만
기독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데요.
강나루님의 리뷰를 보니 신곡에대한 없던 흥미로움이 생겼습니다.
강나루님께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기독교의 내세관이 많이 궁금해지네요.

신곡을 다이렉트로 만나야하나
살짝 우회해야 하나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사전 리스트에 없는 항목이라 천천히 생각해보고
행여라도 손에 쥐는 날
저도 리뷰를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게는 아주 좋은 참고가 되어준 리뷰였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강나루님!





강나루 2026-02-21 12:35   좋아요 1 | URL
신앙이 있으시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기독교의 내세관을 이해할 수있고 신앙심도 깊어질 것입니다.
우회할지 정공법을 선택할지 현명하게 결정하세요.
시를 좋아하고 신곡의 명문들을 접하시려면 정공법을 추천합니다. 우회로를 선택했더니 이점이 아쉽더군요.

차트랑 2026-02-21 12:54   좋아요 1 | URL
아, 강나루님,
저는 기독교의 신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답니다.
성당에는 협조 차원에서 참석한 정도이구요.
생각해보니 꽤 오래 다녔더군요.

오히려 대대로 붓다의 가르침을 받던 집안에서 살았습니다.
절에는 지금도 다니고 있고요.
그렇다고 불교에 신앙심이 있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멋대로, 제방식대로 불교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고보니 성당에도 나가고 절에도 나가고, 그랬네요
사이비네요 완전~

저는 단순하게
기독교의 내세관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것인데요
말씀을 들어보니
다이렉트가 좋은 선택일듯 싶군요.


유익한 조언 고맙습니다 강나루님!!
 
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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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용한 박사의 글은 믿음이 간다.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감탄하면서 보았던 나로서는 임용한이 쓴 전쟁사 이야기는 믿음이간다.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찾아낸다. 남들이 하는 피상적인 교훈과는 다르다. 역사의 근저에 흐르는 원리의 맥을 잡아 교훈을 추출해낸다. 그의 통찰력이 그리워 '중동전쟁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를 읽었다. 

  '중동전쟁'은 우수 경제교사 제주 특별연수에 가면서 가져간 책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여객기 안에서, 호텔에서, 버스안에서... 틈나는데로 읽어내려간다면 충분히 2박3일 연수동안 이책을 다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동전쟁에 대해서는 이미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서 탄탄한 기본기를 다져 놓았으며, 이슬람 관련 책들을 읽어 놓은 상태라서 연수 기간동안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4차에 걸친 중동전쟁을 다시 살펴보아도 고구마 30개를 한꺼번에 먹은 듯한 답답함은 여전했다. 1차 중동전쟁 초반기를 제외하고 이스라엘은 최정예군들이 모여 전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공격적이며 능수능란했다. 반면, 낙타를 타다온 상인들 처럼, 아랍의 군대는 이스라엘 군을 보면 도망치기에 바빳다. 더욱이 소련제 최첨단 무기를 사용할 줄몰라 이스라엘 군에 무기를 노획당하는 수모를 보이기도했다. 더욱이 군함을 자침시킬 벨브를 간신히 찾고서도 밸브가 고장나서 자침시키지 못하고 이스라엘에 군함이 노획당하는 웃지못할 일들을 보면서 아랍군들이 왜 이리도 무능한지 한탄스러웠다. 

  이경우 보통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국민성, 민족성을 들먹인다.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이스라엘인들이기에 탁월한 민족성을 바탕으로 탁월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라는 하나마나한 말들을 한다. 그러나 임용한 박사는 달랐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특수성과 구조적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임용한 박사의 책을 선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중동전쟁을 읽어내려가며,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허준씨와 이세환기자, 임용한 박사님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책의 이해를 도왔다.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는 지도를 바탕으로한 설명이 적어서 답답했는데, '중동전쟁'에서는 다양한 지도를 제시하여 전쟁상황을 머릿속에 잘 그릴 수 있도록 도왔다. 4차 중동전쟁을 읽는 동안은 전쟁 당시로 내가 뛰어든 느낌을 받았다. 무협지를 읽는 듯할 정도로 책에 몰입감이 대단했다. 대중이 쉽게 전쟁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임용한 박사는 글을 썼다. 

  제주에서 청주 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다읽었다. 여행을 할때마다 반드시 한권이상의 책을 읽겠다는 나의 목표를 이번에서 지켰다. 물론, 이번 연수는 여행으로 간 것이 아니라, 제주의 로컬경제를 배우러간 연수였다. 배우는 것은 즐거운 것이기에 연수가 여행과도 통하는 것이 많다. 여기에 '중동전쟁'과 함께 했으니, 이번 연수의 기쁨은 3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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