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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를 무차별 공격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는 일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만나 본 『사건은 끝났다』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언제든 내가 그런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집 밖의 어디에서도 안전할 수 없다는 일상적 공포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두렵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작품 속에는 연말연시, 특히나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12월 20일 저녁에 지하철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저녁 7시라면 보통의 사람들이 직장을 나와 귀가하거나 저녁 만남을 갖거나 하는 식으로 유동인구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일본 역시 수도인 도쿄 내의 지하철 이용객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범인이 같은 차량에 탑승해서 주변 사람들을 흉기로 무차별 공격한다고 했을 때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 첫 피해자가 임신부였고 이를 말리던 노인은 흉기에 찔려서 숨지기까지 했다. 범행이 이뤄진 시간은 불과 3분 남짓, 다행이라면 다행하게도 사건은 빠른 시간에 끝이 났다. 그런데... 정말 이 사건은 이대로 끝난 것일까?
이 작품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 사건의 피해자이자 그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보통의 시민이라는 점이며 이들은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 일상으로 돌아간 듯 하지만 실상은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일종의 트라우마 상태에 놓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지고 피해자나 희생자에 대한 관심은 점차 멀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그 사건을 경험한 이전과 이후의 삶이 확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이전의 삶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자연 재해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이런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그 공간에 있었거나 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정신적 후유증은 상당할 것인데 이 책은 바로 이런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이 사건의 피해자가 겪는 문제들, 그 문제를 치유하고자 하는 여정 등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작소설이라는 점도 주목하게 되는데 이는 피해 당사자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그들이 직면했던 상황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 되면서 우리는 사건의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이런 미스터리 소설들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범죄 동기나 범행 수법, 이후의 처벌 등을 다루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그러한 사건의 피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