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 문학동네 청소년 76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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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청소년기 무엇이 하고 싶다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명확한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래서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유나 목적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 부모로서는 일단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말하지만 참 그렇게 말하는 부모도 어떤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쉽지 않은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 탐색을 할 기회조차 없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닐까 싶은데 『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에 나오는 락영(rock-young)은 지극히 모범적인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으로 시험이 다 끝난 오후에도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반 친구들에겐 넷플릭스 볼거라고 말해두고.

그런 락영은 평소처럼 찾은 스터디 카페에서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왔다는 지유를 만나게 된다. 모른 체 하기도 힘들고 예정대로 공부만 하고 가기도 힘든 상황 속 지유와 함께 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몇 시간이 락영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름만 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는 첼시 호텔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상은 오래되었다는 점 말고는 동일한 점을 찾을 수 없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종로 뒷골목에 위치한 LP Bar 첼시 호텔 속 음악과 단골손님들의 뻔한 이야기 속에서 자란 락영의 꿈은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이라 자유롭고 몽상가적인 삶이 락영에겐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였음을 보여준다.

락영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그런 삶과 다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 오롯이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 락영의 삶이 지유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다. 

과연 락영이 미래에 꿈꾸는 삶은 꿈의 실현일까 아니면 단순히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상일까? 그 역시 꿈이라면 꿈이고 동기부여라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서로가 다른 락영과 지유가 얼떨결에 친구가 되고 졸지에 지유를 향한 연쇄 벌레 테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영과 지망생인 도영까지 연결되면서 락영의 삶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온다.

이렇게 해서 벌레 범인을 잡고자 하는 락영, 지유, 도영은 함께 하는 가운데 삶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 같지만 그 순간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었을 이야기와 마주하고 친구라는 것을 사귀게 되고 이전이라면 몰랐던 다른 이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고 그렇게 다시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 첼시 호텔은 단순히 낡은 공간, 현실에서 도피한 이들의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불안과 몽상가적인 모습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꿈과 희망의 공간이고 용서와 위로를 건내기도 하는 장소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약 현실에서 이런 공간이 있다면 고단한 삶을 지탱하고, 내일을 위해 나아갈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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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
김아영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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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단순한 흥미 위주, 일종의 가십 위주가 아니라 한 사람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궁금해진다. 보통의 삶 같으면서도 그 자리에 오기까지 부단히 노력했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또 그렇게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아마도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책 역시도 그런 마음에서 읽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사실 저자에 대한 그 어떤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방송기자대상 수상자가 쓴 첫 에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던것 같다. 

그리고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승무원에서 기자가 되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는 모습이 이제 그 자리면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안주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여러모로 놀라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지만 정작 행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거나 여전히 방황하거나 찾고 있는 때에 저자는 쉽지 않았을 선택의 기로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고 이제는 자신의 그 길이 누군가에게 '행복의 지도'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책은 여행 에세이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일상 에세이 같은 그 중간 즈음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고 여행과 관련한 정보의 경우에는 책의 말미에 '여행지 정보'라는 코너를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을것 같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이야기가 행복에 대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모르긴 해도 저마다의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를 것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다를테니 말이다. 하지만 행복하기를 바라고만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 이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행복이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 때로는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특별히 행복한 순간을 쫓아야만 행복하기 보다는 이렇게도 행복하다고 정의내릴 수 있는 용기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 

여러모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도 또 한편으로는 나의 하루를 괜찮은 날들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내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어서 더욱 좋았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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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
이온화 지음 / 다이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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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 온 연화는 할머니가 살아생전 운영하던 '화월당'이라는 전통 화과자점을 처분할 생각을 하지만 이후 변호사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오히려 빚만 있는데다가 화월당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 주변의 낙후된 환경 등으로 건물이 잘 팔리지 않을거란 이야기를 듣는다.

게다가 유언장에는 연화가 직접 운영을 해야 하는 필연적인 조건까지 있어서 할머니의 유언대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딱 2시간만 운영하게 된다. 



이러니 빚만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생각하고 있던 연화에게 사월이라며 자신을 재료 도매상이라고 소개하는 이까지 등장해서는 왠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딘가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그도 수상하다. 

그러던 차에 초콜릿 전병을 주문하는 한 중년 여성이 들어 오는데...

이후 알게 된 화월당은 망자만을 화과자점으로 그들이 이생에서의 마지막 미련을 벗고 좋은 곳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 그래서 이후에 환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였다.

찾아오는 망자에게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화과자를 만들어줌으로써 때로는 망자가 그걸 먹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망자가 그리는 이에게 특별히 배달 서비스까지 해주는 곳이 화월당이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온 망자는 딸과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초콜릿 전병을 만들고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해준 이에게 고백할 날을 꿈꾸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남자가 부탁한 매화꽃 화과자를 만들기도 한다.

어려운 시절 함께 성공을 꿈꾸며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운명을 달리한 한 여성이 주문한 녹차 당고는 자신의 환생마저 포기한 채 자신은 이루지 못했지만 친구만큼은 꼭 꿈을 이루길 바라는 친구의 기원이 담겨져 있어 더욱 마음 아프다.

서로가 좋으면서도 갑작스레 이어진 새로운 가족 관계 속에서 나이차가 많이 나는 누나와 남동생이였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결국 후회로 남아버린 상황이라 안타깝게 느껴지는데 남동생이 전하고자 했던 그 마음이 딸기 찹쌀떡에서 그리고 게임에서 잘 표현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연화와 관련한 이야기로 연화의 할머니가 왜 화월당을 하게 되었는지는 두 번째 이야기 즈음에서 나오지만 사월과의 관계는 의문스러웠는데 마지막 '붉은 밤 양갱'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모든 의문들이 해소된다. 

이야기의 전개를 보면 왠지 시리즈로 2편이 나올 것도 같고 그렇다면 찾아서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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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아래 시한폭탄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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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라도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마지막 남은 공정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시에서조차 면접에서 불법이 자행되어 필기 최고점을 받고도 불합격이 되는 사례가 발생할까. 

그런 가운데 굉장히 독특한 제목의 청소년 소설인 『내 발아래 시한폭탄』는 MK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 또래 아이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는 물론 어떻게 보면 불만 가득한 현실을 보여주는데 MK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고 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안정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로 오히려 학대를 받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집과 부모도 그녀에겐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학교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 생활에 딱히 의욕이 있지도 않아 공부를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넘어 결국 시험에서는 컨닝을 하고 자신을 혼내는 학교 선생님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MK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그 선생님이 자신을 성폭행 했다는 신고를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폭탄이 터지는 파급력으로 일약 화제가 되고 사회와 부모의 관심이 MK에게 쏟아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상황 속에서 MK를 둘러싼 사람들은 MK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이목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MK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제대로된 인간(어른이나 친구나)이 하나도 없을까 싶어진다.

게다가 MK가 어떤 상황까지 고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학교 선생님의 성폭력 사건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밖에 없고 해당 선생님의 체포로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바로잡기는 커녕 거짓을 말하는 MK의 상태를 보면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 환경과 부모의 학대로 인해 어떤 정신적 결함을 갖게 된 상태인가 싶을 정도로 영악함을 넘어 악랄하다. 

이런 MK에겐 어떻게 보면 유일하게 어른으로서, 상담가 선생님만이 그녀에게 책임감있는 행동을 하길 말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는 무고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낮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누가 작정하고 한 사람을 무고하면 그 사람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까지, 심지어는 증명하고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고 그 피해 복구는 가히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피해자는 보호하되 무고죄 역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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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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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이라는 그룹의 멤버이기도 하지만 노래보다는 연기하는 모습과 라디오 DJ의 모습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김창완 님의 첫 산문집이 무려 3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이제야 보이네』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뭔가 어느 정도 삶에서의 시간을 보낸 사람만이 말할 수 있을것 같은 연륜이 느껴지기도 하고 관조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뉘앙스까지 느껴지는 이 글은 데뷔 48주년이 된 가수, 연기자, 그리고 라디오 DJ이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편안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김창완 님의 여러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에세이기도 하다. 



책은 기존의 산문집에 8편의 새 글과 20점의 작품이 더해졌다고 하는데 김창완 님의 그림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 온 만큼 책에 담긴 이야기는 자신의 내밀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고 그속에는 꽤나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어서 마치 김창완이라는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보는 느낌도 든다. 

솔직히 노래 보다는 DJ 하실 때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서 지금도 김창완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그 특유의 편안하고 나긋하면서도 밝음이 느껴지는 톤이 절로 생각될 정도인데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보면 일흔이라는 나이를 지나오면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삶의 굴곡진 모습까지 담아내어 자신을 꾸며 보이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낸 모습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다. 



인생이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듯 즐겁지만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흔을 넘긴 작가는 그 사실을 더 많이 알 것이고 그렇기에 아픔도 상처도 결국은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 한다. 

살아보면 당시는 몰랐던 삶에서의 소중한 것들은 항상 뒤늦은 후회와 함께 깨달음으로 찾아오는데 책을 보면 이런 감정들은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삶이란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나를 이루는 것처럼 이 책 역시도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공감 속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창완 님의 팬이라면 더욱 반가울 이야기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오랜 시간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삶의 굴레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수더분한, 그래서 더욱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김창완 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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