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하우스 Full House 2
원수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둘은 기자회견을 하게 된다. 라이더의 매니저이자 그를 좋아하는 미랜다와 역시나 라이더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오스릭의 도움으로 둘은 아슬아슬하지만 무사히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게 되는 것이다.

그저 평범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엘리가 오스릭의 도움으로 백조가 되는 순간 그는 흠칫하게 된다. 그녀의 평범함 속에 가려진 아름다움을 그도 잠시나마 보았기 때문이다.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럭저럭 둘은 다정한 포즈와 재치있고 순발력 넘치는 대답들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엘리는 그녀가 그토록 되찾고 싶어했던 풀하우스에서 1층은 라이더가 사용하고, 2층은 그녀가 사용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나누어서 생활하게 된다.

그즈음 예전 엘리의 첫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필릭스가 풀 하우스로 찾아 오게 되는데...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공식적으로는 약혼자이자 미래의 결혼 상대자인 현재의 연인 라이더 베이와 과거의 연인 필릭스, 그리고 두 남자 사이의 한 여자, 엘리까지 그렇게 비오는 날씨 만큼이나 상쾌하지 못한 셋의 만남이 라이더와 엘리의 우연한 사고처럼 일어나게 된다.

엘리를 잊지 못하는 필릭스와 그런 필릭스의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기 시작하는 라이더, 그리고 둘 사이에 끼인 엘리까지 의도하지 않은 셋의 삼각관계에 막이 오른다.

그러는 사이 라이더는 엘리를 자신의 촬영지로 부르게 되고, 그녀가 씻는 사이 숙소로 돌아 온 라이더는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 보겠다는 생각에 지우지 않은 분장으로 자신이 잘하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라이더의 친구인 제이크라고 소개하며,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그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매력에 끌리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역시 사람은 처음 어떻게 만났느냐가 중요하긴 한 모양이다.

그리고 엘리는 취중진담으로 제이크라는 그 남자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게 되고... 다음날 욕실의 문을 열었을 땐 새로운 사실이 그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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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하우스 Full House 1
원수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돈을 주고 만화를 사 모아서 완결판까지 전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만화책이다.

이미 오래되었고, 이제는 원수연님이 풀하우스 시리즈 2까지 나온 상태이다. 누군가에겐 추억같은 만화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겐 가수 비이자, 연기자 정지훈과 송혜교의 드라마로도 잘 알고 있는 원작 만화이기도 하다.

처음 정지훈과 송혜교가 라이더 역과 엘리 역을 맞는다고 했을 때 원작을 먼저 본 독자로서 우려 반, 기대 반이였지만, 나름 원작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더랬다.

 

아무튼 드라마를 기억하는 분들과 만화를 읽은 분들 사이의 약간의 괴리감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 개인적으로 난 만화에 한표.

만화 속의 주인공은 바로 엘리지와 라이더 베이다.

 

엘리 지: 키 170센티 몸무게는 태풍 부는 날 나가면 약간 흔들리는 정도. 목소리는 힘차고 빈틈없고, 말투는 빠르지만 그 톤에 깔린 저음은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기분 좋은 느낌. 결코 주눅들지 않는 여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하는 여자. 매력적인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여자, 아빠가 지은 풀하우스를 목숨처럼 아끼는 여자.

라이더 베이: 배고프면 식사하고 일 있으면 화장실 가고, 졸리 울 때 하품하고, 여름엔 시원한 것을 겨울에는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 그러나 재능만큼은 비범한 남자. 첫 사랑의 여운을 갖고 있는 남자. 자타가 공인하는 매력적인 남자. 어쩌다가 구입한 풀하우스 때문에 골치 썩는 남자.


작가를 꿈꾸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국인 여자 엘리와 이미 우주 대 수퍼스타인 영국의 귀족가문 출신인 라이더 베이가 풀하우스라는 집을 매개체로 해서 서로 맞딱뜨리는 상황이 전개된다.

엘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물려준 풀 하우스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자 그 원인을 알 수가 없고, 라이더는 풀 하우스의 모습에 반해 매물로 나온 풀 하우스의 새 주인이 된 상황이다.

 

풀하우스를 되찾으려는 여자와 풀 하우스를 갖고 싶은 남자. 두 사람은 풀 하우스라는 집 때문에 급기야 계약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서로의 이익이 상통하는 순간 이 계약은 체결되고, 그저 계약 관계일 뿐 아무 사이도 아니였던 그들은 그 순간 서로의 삶 속에 빠져들게 된다.

 

라이더의 시크, 도도, 우아함, 야성미, 섹시미에 지성미까지 돋보이는 그림과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이기적인 외모의 엘리의 만남이 그 처음부터 흥미로운 이야기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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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한 송이
정지원 지음 / 노블리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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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CF중에 "환경 보호하면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하는 카피가 있다. 여기엔 나온단다. 하지만 사랑은 과연 어떨까?

사랑이 밥 먹여 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면 사랑도 결국 사치품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그깟 자존심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마는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에서도 결코 잊지 말아야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상대를 많이 사랑한다고 해도 결코 자신의 존재마저 포기하면서 올인한다면 나중에 나는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 선우는 정연을 사랑하지만 붙잡을 수 없다. 아니 잡지 않는다. 오히려 놓아 버린다.

자신의 미래마저 불투명한 때에 그 속에 정연까지 끌어 들일 자신이 없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을 사랑해 줬으면 하다가도 지극히 현실인 자신의 모습에 정연이 달아나 버릴까봐 겁이 난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너무 아플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정연의 눈에 비친 선우는 진짜 남자다. 친구들이 만나는 또래의 남자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진정 보호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바로 그런 남자 말이다.  

정연은 선우가 마냥 좋다. 그가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아도 바라 볼 수 있음에, 뭔가를 해줄 수 있음에 그냥 좋기만 하다. 하지만 사귀는 듯한 분위기는 선우가 정연은 자신의 이상형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새로운 여자친구와 등장함으로써 그녀 혼자 이별을 맞는다. 사랑한 것이 분명한데, 이별은 혼자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들은 결코 예전과 같은 순수함만을 간직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예전의 그 사랑했던 마음은 그대로다. 그리고 그 마음은 순간의 촉매제를 통해서 전보다 더 타오른다. 마치 지난 10여년 간의 빈 공간을 메우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마냥 말이다. 

사랑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과 신뢰의 존재이다. 신비로움도 서로간의 소통이 있을 때나 가능하지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의뭉스럽고 음침해질 수 있다. 과묵한 남자 신중해 보이던 시대는 갔다. 너무 촐랑거리는 이미지는 처음부터 땡이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속을 내보이지 않는 남자는 곁에 있는 여자를 힘들게 할 뿐이다.  

둘이 하는 사랑이기에 그 아픔까지도 너무 숨기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이유와 원인도 모른 체 속으로 안절부절 못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비록 두 사람의 마음이 여전히 같아서 서로의 민들레 한송이가 되어주었으니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그녀가 외로웠을 시간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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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세 개비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첫번째 성냥은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두번째 성냥은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오는 송두리째 어둠을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

- 자끄 프레베르 <밤의 파리>

(p.29)

 

 

"그러니 너는 너를 지켜! 너를 지키라구!"

(p.58)

 

 

"젠장, 젠장, 듣지 못한다는 게,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젠장!"

(p.59)

 

 

혐오, 신이 기괴하거나 비뚤어진 것으로부터 연약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준 제일 감각.

(p.141) 

 

 

언제나처럼 폭행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버림받고 고립되었다는 느낌,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을 거라는 절망,

그런데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닌 것이다. 그

들은 그 순간 그것을 확인했고 존재의 밑바닥부터 기쁨과 감격으로 흔들렸다.

 

정의는,

깊은 땅속에 둗혀 있던 부드러운 흙이 깊은 쟁이질에 얼굴을 내밀듯 솟아나서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고 오래된 전설을 확신시켜주는 듯했다.

(p.148)

 

 

오랜 경험을 가진 그로서는 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쁜 놈들이 아니라 어리석은 놈들이 수갑을 찬다.

맹수는 다리를 다친 사슴 한 마리를 잡을 때도 결코 방심하지 않는 법이다.

(p.149)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인간들보다 우월할 기회는 거의 없다.

아니 동등할 기회조차 거의 없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p.153)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p.165)

 

 

왜 세상에서는 착한 사람이 맞고 고문당하고 벌받고 그리고 비참하게 죽어가나?

그럼 이 세상은 벌써 지옥이 아닐까?

대체 누가 이 질문에 대답해줄 것인가?

.....

아니면 그 사람들이 모두 그랬던가, 열심히 공부하고 그래서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라고.

그리고 나도 그 말을 믿었지.

그런데 얼마 전, 자애학우너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깨닫게 된 거야.

어른이 되면 그 대답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되면 그 질문을 잊고 사는 것이라고 말이야.

(p.227)

 

 

어린시절 어머니는 말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지, 하고.

그런데 이제 강인호는 생각했다.

그 무서운 하늘이 없을까봐 무섭다고.

(p.231)

 

 

가난이 남루한 이유는

그것이 언제든 인간의 존엄을 몇장의 돈과 몇 조각의 빵덩어리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일까.

(p.233)

 

 

서유진은 오래도록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그녀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거짓말.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p.246)

 

 

"안개도 오래 겪다보면 앞이 보입니다.

이 세상은 늘 투명하고 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안개는 장벽이겠지만,

원래 세상이 안개 꼈다고 생각하면 다른 날들이 횡재인 거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안개 안 낀 날이 더 많잖아요?"

(p.253)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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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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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도가니>의 영향으로 소설이 다시 화제로 떠올랐기에 어떤 사건인가 싶어서 정말 그 단순한 마음으로 읽었다.

영화가 상영되고 사람들에게 다시 그때의 사건이 회자되고, 그 당시의 판결에 대한 피해자들에 대한 대국민적 분노가 도가니탕을 이루는 이때에 이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일이!' 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무진이라는 도시에 자애학원이라는 농아들을 위한 장애인 특수학교가 있다. 마을과는 마치 별개의 곳인냥 그렇게 외딴섬 같이 고립되어 있는 곳이다. 서유진과 강인호는 무진이라는 생산성이라고 전혀 보이지 않는, 마치 도시 전체가 시들어 가는 듯한 곳에 새로이 정착한 이방인 같은 존재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의 주선으로 오게 된 자애학원에 그는 그저 정식 교사 발령을 받기 위한 하나의 과정처럼 생각하고 왔을지도 모른다.

 

부임 첫날부터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지만 섣불리 자신이 나설 수 없는, 어쩐지 자신이 거르슬 수 없는 분위기를 느낀다. 자신의 담임반에서 첫 인사도 나누기 전 울고 있는 동생의 죽음으로 울고 있는 민수와 반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눈 속에서 자신이 뭔가를 알아 주길 바라는 일순간의 희망을 발견한다.

 

무진시 전체를 안개가 덮고 있듯이 자애학원 전체를 농아들의 침묵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또다른 침묵이 흐르고 있음을 빠르게 인식하는 인호다.

 

학교 이사장의 쌍둥이 아들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을 비롯하여 수양딸이라는 윤자애라는 교사에, 다른 교사들까지 기간제 교사인 그를 무시하면서도 뭔가 설치고 다니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적대감과 멸시를 보이기까지 한다.

 

원래 감출 것이 많고, 뒤가 구린 인간들이 적반하장격으로 더 소리치는 법이다. 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행동들이 더 주위를 끌며, 상대로 하여금 무슨 일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리와 연두, 민수를 둘러싼 모종의 사건들을 발견하기도 전에 그는 윤자애에 의해서 린치를 당하고 있는 연두를 발견하게 되고, 처음 그냥 기간만 채우다 가겠다는 방관자의 입장에서 드디어 그는 사건의 중심으로 깊숙이 발을 들여다 놓게 된다.

 

알면 알 수록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쳐 갈 수록 점입가경이다. 대학선배로 먼저 무진시에 와 있던 서유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자애학원의 비리,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의 만행을 고발하는 힘든 과정을 겪는다.

 

이 사건에는 비단 그들만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무진시 전체에 교장 형제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처럼 무진시 전체가 이 극악무도하고 경악스러운 사건들 앞에서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자신들이 이전까지 누리던 것들을 뺏아기게 될까봐 단결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서유진은 오래도록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그녀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거짓말.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p.246)



진실이 오히려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기도 하는 순간이 보인다. 그들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이들이 오히려 세상을 호도하려는, 마치 그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 사건을 꾸민것처럼 되어 버린다.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쓴다. 아이들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오히려 욕을 먹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죄는 인정되나 사회에 공헌한 점과 피해자의 부모가 합의한 점 등등등, 뭔 이유가 그렇게 많은가 말이다. 과연 그 모든 이유들이 그들의 죄가 감형될 이유가 되는가 말이다.

세상의 모든 시선들을 감내하고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그들의 행동이, 진실이, 결국엔 정의가 통할 것이라는 그 믿음을 깨뜨려버린 이들에게 진실이란,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말이다.

진실과 정의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과연 더이상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인가.

 

어린시절 어머니는 말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지, 하고.

그런데 이제 강인호는 생각했다.

그 무서운 하늘이 없을까봐 무섭다고.(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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