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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각자가 사는 게 힘들어서 차마 나 아닌 타인을 돌아볼 여유도 없고,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 없기에 더욱 지치고 힘들어 지는 요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위로
아프리카 정글보다 사납고 아마존보다 비정한 경쟁사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한국에서 가장 따뜻한 작가 이철환이 만들어낸 희망의 콜라주!"
이 말보다 더 적당한 이유가 있을까요? 양보와 배려의 미덕은 곧 실패와 패배자의 모습인 것 마냥 되어버리고 내가 잘 나기위해서 너와 우리를 포기해야하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위로받는다는 것이 때로는 나는 루저라는 또다른 표현일 될까봐 제대로된 치유와 위로도 마음껏 받을 수 없는 이시대의 슬픈 인생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위로>인 것 같습니다.

파란 날개를 가진 나비 피터는 어느날 우연히 반쪽붉은나비를 발견하고 자신도 반쪽붉은나비가 되고자 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 있는 꽃을 따 먹으면 된다는 말에 피터는 집으로 가서 자신도 반쪽붉은나비가 되기 위해서 가르쳐준대로 실천합니다. 그렇게하자 정말 피터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반쪽붉은나비가 됩니다.
변한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하지만 친구들은 피터와는 달리 기뻐하지 않습니다. 친구의 아픔을 공유하기 힘든 것보다 친구의 행복을 함께 기뻐해주기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비소로 피터는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피터는 외톨이가 되어서 여기 저기 날아다니며 이전까지라면 만나지 못했을, 그리고 경험하지 못했을 체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들으면서 새롭게 생각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 책에서의 피터는 마치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피터의 변화된 모습은 사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되기를 바라는 동경하는 대상이지만 겉으로는 질투하고, 그래서 무리에서 배척해 버리기도 하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그들의 성공이나 그들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차이를 차별로 간주하여 약점 삼아 공격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피터가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멘토같은 존재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를, 때로는 적을,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희망, 기대, 상처, 두려움, 슬픔 등을 겪는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삶과 닮지 않았나 싶어집니다.
인생의 멘토같은 엄마 나비의 말씀을 비소로 깨달아가면서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그들을 도우면서 내가 먹어 버린 마음의 꽃을 다시 피워가는 것이 결국은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참 인상 깊었던 장면입니다. 높이를 가지기 위해서 다들 애쓰지만 정작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깊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를 뒤집어 보면 그 깊어진 뿌리만큼이나 결국은 높이도 높아지기 마련이라는 역발상은 신선한 충격이였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결코 뽑히지는 않을테니, 깊이를 추구하는 그런 삶을 통해 외부의 바람에 나의 근본이 뽑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