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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에릭 오르세나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사랑때문에 하늘을 날 것 같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지옥에 떨어진듯한 고통을 겪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배제시키지 못한다.
이 책도 이런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조금 껄끄럽다. 두 싱글(배우자나, 연인이 없는 경우를 말함)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면 누구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두 남녀는 커플이다. 그것도 엄연히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유부녀, 유부남.
주인공 가브리엘은 식물원에서 언뜻 마주친 여인 엘리자베트에게 한눈에 빠지게 된다. 분명 각자가 결혼을 할 당시에는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를 본 가브리엘은 아내와 헤어지고 엘리자베트를 찾아 헤매는 열성(?)을 보이기까지 한다.
사랑에 미친 인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 법이다. 그게 불륜이라도 말이다. 정원사인 가브리엘의 직업적 특성상 이 책에서는 가브리엘과 엘리자베트의 사랑과 함께 세계 여러나라의 정원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여러 정원에서 둘의 사랑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400여년 가까이 된 파리 식물원[ Paris Botanical Garden , ─植物園 , Le Jardin des Plantes ], 베르사유 정원, 세비야의 알카사르 정원, 켄트의 시싱허스트 정원, 벨기에의 여러 정원, 일본식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 베이징의 원명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되고, 헤어짐과 재회, 사랑의 완성 등을 경험한다.
엘리자베트를 위해 모든 걸 버린 가브리엘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가정을 유지하면서 가브리엘과의 유희를 즐긴다. 그리고 세비야의 알카사르 정원에서의 정사를 통해 아이까지 수태하고 남편과 자신의 셋째 아이로 키운다.
가브리엘이 엘리자베트를 만난 이래 30여년간의 불륜과 혼외정사를 그린 이야기가 묘하게도 둘의 사랑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아름답고 때로는 경헌하기까지 한 세계 여러나라의 정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무리 둘 사이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한들, 추잡하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불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둘의 사랑을 미화시키고 더욱 환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눈속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손자 가브리엘레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다. 제목 오래 오래(LONGTEMPS) 사람의 사랑이 여러 상황들을 겪고 이루어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랑한 두 사람에게는 분명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브리엘과 엘리자베트의 아내와 남편을 생각한다면 과연 우리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