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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인 정용준 작가님의 신작 산문집이 바로 『밑줄과 생각』이다. 책을 읽을 때 정말 깨끗하게 보는 편이다. 차마 밑줄을 그을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밑줄을 그으면서 본 적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다음 번에 다시 읽을 때 이전의 그어진 밑줄이 현재의 감상을 방해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지금은 아예 긋지 않고 좋은 글은 따로 메모지에 옮겨 적어두는 편이다.
그렇기에 어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어가면 정말 탐독하듯이 읽는다는, 그리고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밑줄은 물론 여백에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를 하는 등의 행위를 곁들이며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고백 아닌 고백에 펜을 들어볼까 싶다가도 이 귀한 책에 감히라는 생각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밑줄 긋는 것이 좋습니다. 그 문장이 몸과 마음에 천천히 스며드는 시간도 좋습니다. 그 언어와 내 언어가 섞이고 남의 언어를 닮은 새로운 나의 언어가 생기는 것이 좋습니다. 밑줄이 그어진 책은 책 이상이 됩니다. 단어와 문장에 그어진 한 줄의 흔적은 마음에도 그어져 있습니다. 문신처럼 흉터처럼 남아 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자와 악수하고 인물과 포옹하고 이야기와 연결되는 느낌. 이보다 좋은 것을 아직 경험해본 적 없습니다.(p.6)
이 책에는 차마 밑줄은 긋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 오롯이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았다. '한 줄의 문장', '한 줄의 밑줄', '한 줄의 생각'으로 이어지는 묶음 속에 각각의 이야기들과 작가님의 생각과 여러 작품 이야기들이 소개되는데 어떻게 보면 이는 작가님이 사랑하신다는 '읽기', '쓰기', '소설'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하는 글일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에세이지만 왠지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는 느낌도 들었는데 글을 쓰고 싶으나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일상 속 에피소드가 충분히 이야기 그리고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그속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간혹 작가님들의 서재나 작가님의 독서 리스트 내지는 책에 대한 언급을 다룬 책들을 보면 과연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님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감상을 남길까 싶은 궁금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 책을 보면 그에 대한 정용준 작가님의 답변을 듣는 기분이 든다.
작가님을 사로잡았던 소설과 글, 일상 속 이야기를 담고 그 과정에서 떠올랐던 생각이나 심상, 그에 대한 성찰까지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확실히 소설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작가님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그 어떤 장르보다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글이 에세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는데 부담없이 읽되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산문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