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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일본에서 동명으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 바 있는, 소설 『인플루언스』는 무려 20년에 걸친 세 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진 심리 서스펜스 작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곤두 후미에는 다소 독특한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전작들을 선보였는데 『호텔 피베리』를 비롯해 『캐리어의 절반은』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유리, 사토코, 마호라는 세 여자에 얽힌 장장 20년에 걸친 이야기. 세 명의 관계는 친구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살인 사건, 그것도 세 건에 달하는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
사토코가 겪는 가정 내 성폭력 사건은 친구이기도 한 유리가 알게 되지만 어떻게 해줄 수 없음에 좌절하게 만들고 이는 자신들을 둘러싼 어른들 역시 어떤 해결자나 조력자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본격적인 사건은 전학생이 마호가 위험한 처했을 때 유리가 도와주려다 일이 심각해지는 상황에 처한다. 사토코도 마호도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두 사람의 문제적 상황 속에서 유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묘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세 사람은 각자가 서로의 문제에 조금씩 연결되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일종의 연대적 관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우정에 기인한 교우라고 하기엔 좀 부족해 보인다.
애초에 마호와 유리 사이에서 벌어진 일에 사토코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이후 소년원에서 나온 사토코는 자신을 성적학대했던 할아버지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유리에게 한다. 그렇게 소년원에 갔던 사토코에 대해 미안함, 죄책감 등으로 인해 유리는 이 부탁을 받아들이지만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이미 죽어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작품은 범인 찾기 보다는 세 소녀가 자신은 물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어떻게 했는지에 주목하는 기분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가를 찾아가 써달라고 말한다는 설정도 꽤나 기괴하면서도 특이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과연 그들이 계획했던, 그리고 실행했던 살인은 무엇이였을까 싶고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를 위해 누구를 죽였는가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게 진행되면 이들 세 명의 연대 아닌 연대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지도 기대하며 봐도 좋을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