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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사후세계를 살아 있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사후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전부이고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나 다양한 픽션에서 서술된 내용을 통해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그런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참 많다. 낯선 미지의 세계이기에 상상력을 부여해도 뚜렷한 실체가 없으니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 없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까멜리아 싸롱』 역시 그럴 것이다. 출간 전 펀딩을 통해 이미 독자들로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던 작품은 역시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스토리 전개를 보인다. 휴먼 로맨스 판타지의 장르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장례 문화엔 49제가 있다. 인간이 죽으면 이승에서 49일을 머물다 저승으로 간다는 것인데 이 작품에선 바로 그 49일이 의미있는 시간으로 그려진다. 그것도 까멜리아 싸롱이라는 기묘한 다방을 배경으로...
까멜리아 싸롱이라 불리는 기묘한 다방이 문을 여는 것은 첫눈이 내릴 때이며 닫을 때는 동백꽃 필 무렵이다. 까멜리아 싸롱이 위치한 곳도 뭔가 이 세상 끝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까멜리아 싸롱을 지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싸롱의 마담인 여순자, 객실장 마두열, 매니저인 유이스, 사서 지원우이다.
그렇다면 까메리아 싸롱은 누가 오는 것인가. 바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망자들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그들이 49일 동안 머무는 곳이다. 싸롱을 지키는 사람들의 면모도 이 특별한 장소만큼이나 특별한 가운데 드디어 첫눈이 내리고 까멜리아 싸롱에 손님이 찾아온다.
기억을 상실한 최초의 망자 설진아이다. 그녀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녀가 왜 돈을 그렇게 맹신했는가를 알 수 있고 이후 까멜리아 싸롱을 찾는 복희, 창수, 지호를 보면 과연 이들의 삶 속에 진정으로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싶으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나 슬픈 삶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기에 싸롱의 직원들은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 그들의 지나온 삶을 들어주고 이들이 미쳐 깨닫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그들 자신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서는 알지 못했던 것을 죽어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49일이라는 그 특수한 시간 동안 어떻게 보면 이승과 저승에 걸쳐져 있는 망자가 온전히 저승으로 가기 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그래도 덜 후회하고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온기를 간직하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배려이자 선물인것 같아 까멜리아 싸롱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 책의 저자가 KBS 인간극장의 고수리 작가라고 하는데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다섯 편에 담긴 우리네 이웃들의 인생 이야기를 즐겨보았던 한 사람으로서 그 느낌이 작품으로 잘 묘사된 것 같아 더욱 감동적인 작품이였다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